195. 이거 정말 고민되겠는데?
박격포란?
일명 보병의 수호신이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그만큼 최일선의 현장 지휘관에게는 신속한 화력을 제공해 주는 무기체계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일선 중대, 대대급 보병들의 보배와 같은 존재.
쾅! 쾅! 콰앙!
“으아악!”
“도망쳐!”
“끄아아악!”
불과 다섯 문의 81mm M252A1 박격포지만, 특유의 빠른 연사 속도로 캠프 앞을 불바다로 만들고 있었고, 놈들은 피할 곳도 찾지 못하고 속절없이 고폭탄의 사료가 되었다.
솔직히 이건 좀 반칙 같은데?
정규전에서나 볼 수 있는 박격포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현하다니, 대체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
잔인할 정도로 포격에 놈들이 죽어 나가고 있을 때, 헨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다음 명령을 내렸다.
“알파, 브라보, 찰리, 델타팀은 들어라! 전진하며 적들을 격멸한다! 회장님을 살해하려던 놈들이다! 자비란 없다!”
“…….”
내가 본보기를 보여준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막상 저렇게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하자 적당히 항복을 권유할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헨리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진심으로 놈들을 전멸시킬 생각인 것 같았다.
“헨리, 모두 죽여버리게요?”
“적극적으로 항복하지 않는 이상 모두 죽일 겁니다.”
“아니 그래도 권유라도….”
“이건 본보기입니다, 회장님. 회장님을 위협하는 놈들은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란 말입니다. 이렇게 해놓아야 다시는 회장님께 총구를 들이대는 놈들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허어….”
“일단은 두고 보시지요. 총을 버리고 항복하는 놈들까지 죽이지는 않습니다.”
“알겠어요.”
역시 멀찍이서 차폐막으로 가리고 은신하고 있던 4개의 공격팀이 장갑 험비를 타고서 M2 HB 중기관총을 난사하면 전진했다.
무려 12.7mm의 중구경 기관포에 맞으면 시신을 제대로 보존하기 어렵다.
두두두! 두두두두두!
“으아악!”
“컥!”
후방에 있던 놈들 몇이 픽업트럭을 타고 도망치려는 것이 보였다.
“화기지원팀! 후방의 트럭들을 처리하라!”
때앵! 콰앙!
때엥?
어디서 듣던 발사음인데?
무엇인가가 트럭에 내리꽂히고, 트럭은 그대로 폭발했다.
“저, 저건 뭐예요?”
“M4 칼 구스타프입니다.”
“그것도 챙겼어요?”
“이건 전쟁입니다, 회장님. 정부의 승인도 받았습니다.”
“헐….”
박격포가 나오더니, 이제는 칼 구스타프 무반동포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기가 막히는군.
전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전투는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일방적인 학살극인데 끝이 보인다는 말도 좀 우습네.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될 예정인 것이다.
영상에 제대로 서 있는 놈들이 20여 명 정도나 남았을 때, 헨리의 입에서 전투 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Cease Fire! Cease Fire! 전투 중지! 전투 중지!”
드디어 끝이 났다.
지하 벙커에 내려가서 제인에게 끝이 났음을 알려주고 쉬고 있는데, 헨리가 들어왔다.
“회장님, 수습이 모두 끝났습니다.”
“대장은요?”
“부상을 입었지만, 살아 있습니다.”
“가서 봅시다.”
“네, 회장님.”
올라가서 보니 그나마 경상을 입고 사로잡힌 놈들은 20명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몇 명이나 살았어요?”
“현재 53명입니다. 그중에서 35명은 부상자고 멀쩡한 놈들은 18명입니다.”
“이놈들은 어떻게 처리됩니까?”
“연방 요원들이 곧 인수하러 올 것입니다. 그리고 조사를 받은 뒤에는 콴타나모 같은 곳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고요.”
“허어!”
“우리 미국을 테러한 놈들입니다. 당연한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 정말 무섭다.
아주 자비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네.
“두목이나 좀 보지요.”
“이쪽으로….”
두목은 따로 격리하여 놓았는데, 방으로 들어가자 왼쪽 팔이 없어진 중년인이 수액을 맞고 있었다.
바로 그놈이다.
꿈에서 제인과 나를 죽인 놈,
“의식은?”
“깨어 있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 것뿐입니다.”
“신원은요?”
“지금 NSA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곧 회신이 올 겁니다.”
“알았어요.”
잠시 그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봐! 사람이 왔으면 눈을 좀 뜨지?”
“…….”
“나 알렉스 강이야. 네가 죽이려던 그 목표.”
그제야 놈이 눈을 뜨고 나를 보았다.
“알렉스 강?”
“그래, 나다.”
“크크큭!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이름이 뭐지?”
“후안….”
“본명인가?”
“그럴 리가 있나?”
벌컥!
그때 요원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헨리에게 무엇인가를 주었다.
“NSA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놈의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뭐 하는 놈이에요?”
“이름은 카를로스 마르케스입니다. 전직 브라질 BOPE 대장이었고요.”
“BOPE?”
“브라질 헌병군 소속의 특수부대입니다. 아마 영화나 다큐에 브라질 난민촌인 파벨라(Favela) 같은 곳에서 갱단들과 전투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아! 그 브라질 특수부대?”
“네, 워낙 전투가 잦아서 실전 경험이 굉장한 수준입니다. 시가전으로 한정하면 최상급으로 치지요.”
“아니 그런 곳의 부대장이 왜?”
“오래전에 갱단과 내통한 혐의로 기소가 되었는데, 도망쳐서 중남미 무대로 용병단을 이끌며 각종 중범죄에 관여했습니다. 중남미 각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수배하고 있는 거물이라고 하네요.”
“허어….”
갱단을 잡으라고 만든 특수부대의 부대장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흑화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봐, 후안. 누가 시킨 것이지?”
“짐작할 텐데?”
“미얀마인가? 중국 놈들이 지원했을 것이고?”
“흐흐흐! 내 입을 열려면 고생할 거야.”
“병신, 그러든가 말든가.”
“뭐? 궁금하지 않나? 누가 지시했는지?”
“네가 불지 않아도 네 말처럼 뻔하지 않나? 내가 무슨 판사도 아닌데, 네 증언 따위는 필요가 없지.”
“그, 그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네놈의 인생이 끝났다는 거야. 넌,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어.”
“네놈이 그렇게 대단한 줄은 몰랐는데….”
“틀렸어, 이 쓰레기야. 나도 나지만, 넌 미국을 건드린 거야. 날 제거하려고 했으면 미국 밖에서 했어야지, 멍청한 자식아!”
“크윽!”
“바이든 대통령이 뭐라고 한 줄 아나? 제2의 9.11 테러라고 규정하더군. 너는 이제 죽지도 살지도 못할 거다. 내가 약속한 것처럼….”
“무슨 소리야?”
“알 거 없어. 그럼 남은 인생을 고통스럽게 살아보게, 후안.”
더 볼 것도 없었다.
놈은 이제 살아도 산 것이 아닐 테니까.
상황실로 올라와서 한국을 화상으로 연결했다.
부모님이야 철옹성이나 마찬가지인 평택 미군 기지에 있으니 걱정할 일은 없었지만, 침투한 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다.
“접니다, 이 장군님.”
“오! 그렇지 않아도 막 연락하려던 참이네. 그쪽은 잘 해결되었나?”
“네, 생각보다 수월하게 되었어요. 미국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었고요.”
“전폭적으로?”
“우리 캠프를 방어하는 것에 81mm 박격포와 칼 구스타프까지 승인해 주었습니다.”
“이야? 역시 미국이구나! 아니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이라지만, 중화기까지 동원해?”
“사실상 제2의 9.11 테러로 간주하는 분위기예요.”
“흐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하여간 여기도 잘 처리되었는데, 좀 미묘한 문제가 생겨서 머리가 아파.”
“예? 미묘한 문제라니요?”
“일단 침투한 미얀마 놈들은 모두 잡았네. 중국이 은닉한 것으로 보이는 무장과 탄약도 모두 회수했고.”
“아, 그래요? 그거 잘되었네요.”
생각보다 쉽게 잡았다.
하긴, 우리나라같이 통제된 사회에 외국인이 침투한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 터무니없는 에러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작전을 진행했는지 한심할 지경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지?
“문제는 중국이네.”
“중국이 왜요? 그놈들은 자금하고 정보, 그리고 퇴로만 지원한 것으로 아는데요?”
“그 퇴로가 문제지. 중국의 탈출선이 우리 당국에 잡혔네.”
“타, 탈출선이요?”
“응, 서해 쪽 전곡항의 전곡 마리나에 대만 국적의 요트로 위장하고 있었다가 잡혔어.”
“대박!”
아니 이게 웬일이야?
미얀마 군부 놈들이야 워낙 병신같아서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중국이 잡히다니?
“그거 확실한 겁니까?”
“확실해. 요트를 수색했더니 총까지 발견되었네.”
“우와! 미친 거 아닌가?”
무슨 북한 간첩선도 아니고, 정말 미친 거 아닌가?
“그런데 정부에서는 뒤처리 때문에 골치가 아픈 모양이네.”
“음?”
“지금 중국과 가뜩이나 사이가 나쁜 상황인데, 우리나라에 테러가 발생하는 것을 지원했다고 해봐.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나?”
“난리가 나겠죠.”
“그래서 문제라는 거야. 한마디로 잡히지 말아야 할 놈들이 잡힌 것이지.”
“헐….”
엿 같은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중국과 경제 교류 규모가 엄청나다.
아무리 국민적인 감정이 반중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중국놈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테러를 지원했다는 것이 언론을 탄다면?
정부로서는 주권 국가로서, 그리고 들끓을 것이 분명한 국민 여론을 봐서라도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파장이 너무 크다는 거다.
이거 정말 고민되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한다고 합니까?”
“일단은 국정원에서 통제하고 있는데, 최종적으로는 미국과 상의하여 처리할 생각인 것 같네. 물론 자네에게도 의견을 구할 것이고.”
“아무래도 묻힐 확률이 높은데요?”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지금 그걸 터트리기에는 엄청나게 부담스럽지.”
제기랄, 나라가 조그맣고 힘이 없으니 당해도 쉬쉬해야 하는구나.
“하여간 그렇게 알고 일단은 걱정하지 말고 쉬게나.”
“고생하셨어요, 장군님.”
“그래, 들어가게.”
얼마 후, 연방 요원들이 들이닥쳐서 시신들을 수거하고 포로들을 데리고 갔다.
LA의 마라 살바트루차 놈들도 모두 잡히거나 사살당했다고 한다.
이젠 집으로 가면 된다.
안심하고 집에 도착하여 쉬려고 하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바이든 대통령이다.
- 알렉스, 나야.
“예, 조.”
- 상황이 모두 정리되었지?
“네,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되었어요. 아, 여러 가지로 지원해 주어서 고마워요.”
- 고맙기는, 당연한 것이지. 그렇게나 미국을 괴롭혔던 살바트루차 놈들도 이번에 와해가 되었고, 덕분에 내 지지율도 급등할 거다.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하나? 으허허허!
“흐흐흐! 그래도요.”
- 뒤처리는 걱정하지 마라. 너에 관한 이야기는 없을 테니까. 살바트루차 놈들이 미쳐 날뛴 것만 보도가 될 거다.
“다행이네요.”
- 그리고 한국에서 연락받았지?
“네, 받았어요. 진짜 그거 어떻게 해야 해요?”
- 일단 중국이 개입한 것은 묻는 것으로 했어. 나중에 터트리더라도 지금 당장 세상에 알리기엔 한국은 물론이고 우리도 부담스럽다는 것이 참모들의 의견이야.
역시나였다.
“뭐 예상대로네요.”
- 하지만 지난번에 네가 말한 것처럼, 이건 중국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거다.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겠지만, 파장이 적지 않을 거라는 말이지.
“거기까지는 제가 잘 몰라요. 하지만, 절대로 잊지 않을 겁니다.”
- 하하하! 그놈들이 미친 거지.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너를 건드렸으니 말이다.
진심으로 잊지 않을 거다.
나와 우리 가족을 노렸어?
두고 보자 습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