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 대체 누가 부른 거야?
그때 외교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흠흠, 외교부 장관입니다. 회장님께서도 이미 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중국은 방금 말씀하셨듯이 일단 묻어두는 것으로 미국과 합의했습니다. 아, 물론 비공식 채널로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강력하게 항의는 개뿔.
하나도 강력하지 않았다는 것에 100억 달러 건다.
“외교부 장관님, 그래서 그쪽에서는 뭐라는데요?”
“네, 우리가 오해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예? 어흠, 원래 외교적인 언어는 좀 다른 법입니다.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면 한중관계에 파탄이 올 수 있어서….”
“아니 비공식 채널이라면서요? 비공식인데 무슨 외교적인 언어니 수사니 하는 겁니까? 우리 가족을 노렸어요! 미국에서 내 목숨을 노리는 것을 지원했고요! 현실적으로 빡세게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니 큰소리 하나 못 쳤어요? 아니 젠장 내가 우리나라를 위해서 지금까지 퍼준 것이 얼만데!”
“어, 어….”
“내가 우리나라에 이거밖에 안 되는 사람입니까?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내 목숨을 노렸다고 분노해서 3차대전이라도 벌일 기세였는데, 정작 내 조국인 대한민국이 내게 이래도 되는 거냐고요? 확! 그냥 미국 시민권이나 따버릴까요? 신청하면 30분 이내로 준다던데?”
외교부 장관이라는 사람의 두리뭉실한 태도가 나를 자극하여 마구 쏟아부었다.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가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위해서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건 경우가 아니지!
그렇다고 내가 무슨 무리한 요구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중국에 세게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래도, 이 정도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분노하여 일갈 정도는 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외교적인 언어?
한중관계 파탄?
이 마당에 파탄이 나고 자시고 할 것이나 있나?
중국 혼자 잘났다고 마치 명나라나 청나라 시절의 조공국처럼 대우하는 판국에?
“아니 됩니다!”
“고정하시지요, 회장님!”
“아니 외교부 장관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거야! 당장 사과하세요!”
오늘 회의 참석한 사람 중에서 내 편이 아닌 사람은 없다.
거의 전부가 국방에 관련된 사람들이고, 내가 얼마나 사이드로 돈을 퍼주고 있는지를 알고 있으니까.
당연히 내가 미국 국적으로 바꾼다는 말에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서 외교부 장관을 성토했다.
“죄, 죄송합니다. 나름대로 강력하게 항의했는데, 제가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에이, 관둡시다.”
“네….”
내가 저 양반 붙잡고 열 내면 뭐하냐?
그러자고 모인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참자.
그리고 따지고 보면 외교부 장관도 나름 국익을 생각하여 그랬을 것이고.
“하여간 그래요. 중국이야 현실적으로 묻어두고 간다고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이건 미국 정부도 동의했어요.”
“그럼 정말 보복을 한다는 말입니까?”
국방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 보복이라고 할 것이나 있나요? 지금도 점점 국민 통합정부의 연방군에 점차 밀리는 상황인데요? 그래서 이참에 아주 대대적으로 무기 지원을 하여 올해 안에 미얀마 군부를 축출하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당연히 미국도 동참할 것이고요.”
“그럼 우리도 보복을?”
“제가 그렇다고 해서 무슨 파병을 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서방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재래식 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현재 쓰고 있지 않은 무기 정도는 지원하자는 말입니다.”
“혹시 생각하시는 것이라도 있으신지요?”
“우리나라도 휴전 중인 상황인데,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저는 불곰사업으로 들어온 무기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불곰사업!”
“네, 우크라이나에서 탐을 내고 있지만, 그게 절대로 무리인 것은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아실 겁니다. 그런데 미얀마라면 다른 문제지요.”
“미얀마 연방군에 넘기는 것도 러시아 승인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러시아는 미얀마 군부에 우호적입니다. 절대로 승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불곰사업으로 들여온 무기는 3국으로 재수출할 때 반드시 러시아 승인을 받도록 협정이 되어 있는데, 그걸 지적하는 것이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호적인 정도지 러시아와 미얀마가 특별한 관계는 아니에요. 그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국가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 정도라면 제가 충분히 풀 수 있어요.”
“아….”
현재 지구상에서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나라를 꼽아볼까?
일단 중국을 제외하면 시리아, 북한, 쿠바, 미얀마 등이 고작이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당연히 하나같이 독재에 인권탄압을 하는 데다가, 지지리도 못사는 거지발싸개 같은 나라라는 거지.
그런데 러시아가 겉으로는 자신들을 지지하니까 좋다고는 해주지만, 실제로 신경이나 쓸까?
에이, 그럴 리가 있나?
그놈들도 수준이 있는데.
속으로는 거지발싸개 같은 놈들이라고 욕하고 경멸할 것이다.
한마디로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불곰사업으로 들어온 무기이든, 아니면 다른 무기든 간에 말이다.
재래식 무기가 워낙 많은 나라라 우리가 작심하고 지원하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으니까.
미얀마?
내가 장담하는데, 러시아 국민 중에서 미얀마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거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러시아와는 거의 연관이 없는 데다가, 군부 독재가 워낙 오래되어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서 더욱 그렇다.
러시아인들이 따뜻한 휴양지를 좋아하여 태국으로 엄청나게 관광을 가지만, 미얀마는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럼 불곰사업으로 들여온 무기 중 어떤 것을 원하십니까? 회장님.”
합참의장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먼저 내가 물어보죠. 지금 불곰사업으로 들여온 무기 현황이 어때요? 대부분 퇴역 직전이나 퇴역한 것으로 아는데요?”
“네, 정확하게 아시네요. 들여올 때부터 가능한 우리 서방 무기체계와 충돌하지 않는 것들로 들여오기는 했습니다만, 도입한 지 세월도 많이 지났고 유지 보수도 어려워서 대부분 퇴역했거나 퇴역 예정입니다.”
“그렇죠?”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 T-80U 전차 35대와 BMP-3 보병전투차 70대도 거의 전력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카모프 KA-32 헬기들은 군에서는 물론이고 산림청 등에서 쏠쏠하게 사용했는데, 전쟁으로 사실상 유지하기가 어려워졌고요. 그 밖에 메티스-M 대전차 미사일은 현궁으로 교체 중이고, 이글라 맨패즈 미사일도 국산 신궁이 워낙 많이 양산되어서 의미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용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지요?”
“물론입니다. 국산 같았으면 수십 년은 더 사용했을 겁니다. T-80U 전차도 그렇고 BMP-3 보병전투차도 그렇고 모두 쌩쌩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괜히 달라고 조르는 것이 아니지요.”
“미사일들은 어때요?”
“전지 등을 민간용으로 교체하면서 상태를 유지했기에, 당장 쓰기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불량률이 약간 올라가겠지만, 미얀마 연방군 입장이라면 고맙다 하면서 잘 사용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군에서는 없어도 된다는 거지요?”
“하하하! 네, 그렇습니다. 정치적인 걸림돌만 해결하신다면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아! 다만 메티스-M과 이글라는 절반 정도만요.”
“그건 왜요?”
“아직은 국산 현궁으로 밀어내기 중이라 전부 빼는 것은 좀 곤란합니다. 하지만, 워낙 막대한 물량이 있어서 절반이라도 충분할 겁니다. 이글라는 신궁이 사실상 견착식이 아니라서 일부는 필요하고요.”
“흐음, 알겠습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다.
그렇다면 내가 가져가야지.
“그럼 이렇게 하시죠. 불곰사업에 따른 협정이나 정치적인 걸림돌은 제가 알아서 제거하고 가능한 모든 물량을 가져가겠습니다. 아! 물론 정당한 대가는 주고 말이죠.”
“회장님께서 그동안 우리 국군에 해주신 것을 생각하면 그냥 드리고 싶지만, 그게 나라 재산이다 보니 절차와 규정이 있어서요. 민망합니다.”
“아닙니다. 그건 당연한 거지요. 그럼 얼마예요?”
“예?”
“얼마냐고요?”
“…….”
“…….”
너무 직설적이었나?
이게 무슨 시장에서 콩나물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사실 퇴역 중이거나 퇴역 예정인 무기에 가격을 매기는 것도 좀 그렇죠? 그것도 제게 요구하기는?”
“네, 맞습니다. 좀 민망하네요.”
“그럼 제가 알아서 성의 표시 좀 하고 가져가는 것으로 할까요?”
반은 농담으로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양반들 대부분은 내가 이렇게 말하면 돈벼락이 쏟아진다는 것을 알 것이기에.
그런데, 모르는 사람이 있었나 보다.
역시나 외교부 장관.
“저기 그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래도 제대로 감정 평가를 하여서….”
“저! 저! 저!”
“김 장관님! 우리 국방부와 무슨 원수라도 졌어! 당신 왜 그래!”
“다, 당신이라니?”
“시끄러워요! 회장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잘 쳐주실 건데, 당신이 뭔데 나서냐고!”
“맞습니다! 이건 반역이에요! 반역!”
외교부 김 장관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난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여간, 가만히나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쯧쯧!
“자, 자! 그만들 하세요. 잘 모르셔서 그러실 겁니다.”
“네, 회장님. 우리 국군은 오직 회장님께서 알아서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어쩌냐?
나를 위하여 큰소리 한번 제대로 못 내주는 조국이지만, 그래도 조국은 조국이다.
내가 이해하고 가야지.
어차피 불곰사업으로 도입한 무기를 미얀마로 돌릴 생각을 했을 때는 뭔가 해주려고도 했었고.
“제가 알아서 정하겠습니다.”
“네, 회장님!”
“각 군별로 하나씩 드릴게요. 육군은 지난번에 전차는 되었으니까, 그럼 한국형 레드백은 어때요? 중장갑 보병전투차가 필요할 것 같은데?”
“조, 좋습니다!”
“오케이, 그럼 내가 화나에 연락하여 욱군과 상의해서 견적을 뽑으라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공군은 뭐가 좋을까? 아! 공중급유 수송기 정말 잘 사용하던데?”
“그건 지난달 말 방위사업 추진위원회에서 확정되었습니다.”
“그래요? 얼마나?”
“예산이 1조 2천억 정도입니다.”
“에게? 그럼 잘해야 3대 정도나 도입할 수 있을 텐데?”
“네, 맞습니다. 더 필요한데 예산 사정상….”
“2조 정도 더 드릴 테니까, 5대 정도 더 사요. 내가 예산을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해군입니다!”
“아, 우리 해군. 에이 거긴 모르겠다. 다른 군과 공평해야 하니까, 2조 정도 예산 내에서 호위함이든 구축함이든 맞춰서 알려주세요. 검토해서 예산을 드릴 테니까.”
“감사합니다! 회장님!”
“하하하!”
산타 할아버지가 따로 없구나.
뭐 이런 맛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겠나?
그런데 여기에 초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
“저희 외교부는….”
“저 입 막아!”
“대체 누가 부른 거야!”
누가 아니래.
대체 누가 부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