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98화 (198/250)

198. 너도 참 어지간하다.

불곰사업으로 도입한 러시아 무기의 미얀마 이전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러시아에 의사 타진을 하자, 우크라이나로 빼돌리지 않겠다는 약속만 하면 어디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아마도 러시아로서는 언제 한국이 돌변하여 우크라이나에 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차라리 동남아 구석탱이에 박힌 나라에서 소모되어 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렇게나 미얀마가 러시아를 찬양하고 빨아주었는데도 알 바가 아니란 거지.

이래서 세상에 믿을 놈이 없다는 게 만고의 진리인 법이고.

다만,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는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눈치였는데 우리가 페이퍼 컴퍼니를 중간에 껴서 조용히 넘기겠다고 하자 이내 수긍했다.

러시아가 이렇게까지 선선하게 나온 이유에 대하여 남정원 부회장은 다른 해석을 하기도 했다.

“가끔 보면 회장님은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네? 내가 나를 과소평가한다고요?”

“네, 회장님. 러시아가 이렇게 동의를 해주는 것은 우크라이나로 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크기는 합니다만, 회장님을 의식하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나를요? 러시아가?”

“러시아도 돌대가리만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물론 푸틴의 잘못된 결정으로 전쟁을 일으키기는 했지만요. 그놈들도 회장님이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을 당연히 알 것인데, 그래도 회장님을 적대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흐음….”

“걔들도 아는 거지요. 회장님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선을 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놈들도 생각을 하겠지요. 회장님이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전후 관계를 고려하여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눈치를 보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서로 은근슬쩍 선을 밟기는 했잖습니까? 회장님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을 넘어서 거액의 자금까지 쥐여주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자금 역시 인도적인 지원이었다고 하지만, 그 돈 대부분이 무기 구입 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지요. 반면에 러시아도 북한과 밀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탄약을 지원했어요. 역시 그놈들도 부인하고는 있지만, 최근에 북한 애들이 갑자기 전투기를 대규모로 출격할 수 있게 만든 항공유가 어디서 나왔을까요?”

“당연히 러시아 놈들이지요.”

남 부회장도 나와 같이 있더니 이젠 제법이다.

이런 생각도 할 줄 알고.

“그런 겁니다. 서로 금까지 밟고는 있지만, 어떻게든 본격적으로 선을 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지요. 그리고, 러시아는 은근히 회장님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나를 두려워한다고요?”

“회장님의 가장 큰 무기가 뭡니까? 돈이지요, 돈! 그것도 천문학적인 돈 말입니다. 회장님이 정말 작심하고 러시아를 돈으로 공격한다면 아무리 러시아라도 상처가 클 수밖에 없어요. 지금 나비올리나 러시아연방 중앙은행 총재가 신기에 가까운 통화정책으로 러시아 경제 멱살을 잡고 버티고 있지만, 회장님이 나서면 그것도 위험합니다.”

“허어….”

엘비라 나비올리나.

러시아 경제의 잔다르크 같은 여자다.

그렇게 서방에서 고강도 경제 제재를 했지만, 이 괴물 같은 여자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었다.

오죽하면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비밀병기라는 등, 푸틴의 최고 부역자라고까지 할까.

덕분에 미국의 제재 명단에까지 올랐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인식이 나쁘지 않았다.

러시아 국민으로서 본인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존이 말하기를 전쟁이 끝나면 우리가 영입할 1순위라고까지 했으니.

하여간 그런 괴물도 내가 작심하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니, 러시아가 내 눈치를 본다는 말이 그리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뭐, 그렇게까지 해서 러시아를 결딴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인접국, 특히 대국에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우세하더라도 원한을 사면 두고두고 골치 아프니까.

물론 중국은 어차피 좋을 수가 없는 사이니 예외지만.

“정 비서, 갑시다.”

“네, 회장님.”

5시가 되었을 때 일찍 퇴근하여 시내로 갔다.

오랜만에 정훈이와 만나서 한잔하기로 한 것이다.

여자가 생겼다고 소개해 준다니 열 일을 젖히더라도 무조건 나가는 거다.

“예약하셨습니까?”

“유정훈 이름으로 되어있을 건데요?”

“아, 유 실장 손님이시군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짜식, 많이 컸네.

하긴 정훈이도 이젠 사회적인 지위가 있으니까 이 정도 고급 음식점 정도는 우습겠지.

정훈이는 현재 대유건설 기획조정실 실장으로 있다.

말이 기획조정실이지, 실제로는 중간에서 모회사인 카르마 홀딩스와 대유건설의 입장을 조정하고, 대유건설 전반에 걸쳐서 모든 감사를 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다.

사실상 핵심 중의 핵심으로 무려 부사장의 직위.

친구 잘 둔 덕분에 출세한 건데, 이건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어려웠던 시절에 정훈이가 매번 사준 치킨과 삼겹살 맛을 잊지 못하고 있으니까.

하는 거 봐서 얼마 있다가 카르마 홀딩스로 끌어 올릴 생각인데, 다행히 남정원 부회장의 평은 매우 후했다.

뭐, 남 부회장이 내 눈치 보고서 친구라고 과대평가할 사람은 아니니 그게 맞을 거였다.

“여! 친구!”

“왔냐? 제인은?”

“어, 제인은 어머니하고 쇼핑 약속이 있다고 해서 못 왔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음에는 꼭 데리고 나와.”

“알았어, 임마. 근데 여자는 어디 갔냐? 왜 안 보이지? 설마 여자가 그리워서 환상이라도 보는 거냐?”

“미친 새끼! 지랄을 하세요. 잠시 화장실 갔으니까 금방 올 거다.”

“그래? 흐흐흐!”

정훈이와 만나면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내가 너무 높은 위치로 올라가 버리다 보니, 이젠 나를 편하게 대하면서 소주 한잔할 만한 사람들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제프리 형 정도?

그런데 이놈은 한결같으니,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내가 변태인가?

욕 처먹는 것을 좋아하게?

이윽고 정훈이 여자친구가 들어왔다.

호오? 꽤나 미인인걸?

“오오!”

“뭐가 오오야?”

“너같이 누추한 놈에게 이리도 귀하신 분이 어쩌다가?”

“뭐 이 새끼야?”

“푸하하!”

“세은아, 인사해. 내가 말했지? 내 제일 친구 철식이.”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세은입니다.”

“이런! 이름도 이쁘시네요? 하하하! 정말 반갑습니다. 정훈이 친구 강철식입니다.”

“호호호!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철식 씨도 이름 좋으세요. 그 유명한 분하고 동명이인이네요?”

“그 유명한 분?”

“왜 있잖아요. 전 세계에서 제일 돈이 많다는 카르마 그룹의 회장님이요. 알렉스 강이라 알려졌지만, 한국 이름은 강철식이래요.”

“그, 그렇군요.”

“…….”

나는 정훈이를 쳐다봤는데, 이놈 딴전을 피운다.

역시나 나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하긴, 원래 이런 놈이었지.

이렇게 입이 무거우니 남정원 부회장이 좋게 봤을 것이고.

여간 그렇게 음식이 나오고 술판이 벌어졌다.

“푸하하!”

“하하하!”

“호호호!”

참 좋은 여자 같았다.

정훈이보다 일곱 살 어리다는데, 정말 사랑받고 자란 흔적이 역력했다.

일단 사람이 밝아서 좋았고, 유쾌한 데다가 배려심도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새끼, 늦도록 여자도 없이 방황하더니, 다 이 여자를 만나려고 그랬구나.

“하하하! 그럼 세은 씨는 무슨 일을 하세요?”

“아, 저요? 저 의사로 일하고 있어요.”

“오오! 의사?”

“네, 가정의학과 전문의예요.”

“아, 그렇구나! 좋겠다, 돈 말이 벌겠네요?”

“미친놈….”

“험험….”

“오빠는 갑자기 왜 욕이야? 에이, 페닥이라 아직은 많이 못 벌어요.”

“페닥?”

“아, 페이 닥터요. 월급쟁이 의사를 흔히 페닥이라고 하거든요.”

“아, 그렇구나. 그럼 의사쌤이 우리 정훈이 같이 누추한 놈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알고 보니 난 몰랐는데 정훈이는 체질이 좀 남다른 건지, 유난히 코로나 백신 부작용이 심했다고 한다.

부작용이 거의 없기로 소문난 우리 백신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백신을 1차만 맞고 조심하면서 추가 접종을 하지 않고 버텼는데, 작년 초에 오미크론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가 대유행할 때 덜컥 코로나에 걸린 거지.

그때 병원에 입원했는데 거기서 정훈이를 담당한 사람이 바로 세은 씨란다.

“캬! 역시 누추한 놈답게 어떻게 인연을 만들어도 코로나로 만드냐?”

“시끄러워! 조카 같은 여자와 결혼한 너보단 낫다고?”

“뭐 이 자식아?”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철식이 이놈 와이프는 철식이랑 열다섯인가 차이 나지? 와이프가 중학교 땐가부터 철식이를 삼촌이라고 불렀었고?”

“어머나! 세상에!”

“…….”

괜히 인신공격했다가 한 방 먹었다.

어쨌든 해명해야지, 나를 무슨 패륜아로 볼라.

“그게 아니고요….”

대충 적당히 설명을 해주었다.

같이 일하는 분의 딸인데, 어릴 적부터 날 보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키웠고 그게 결실을 보았을 뿐이라고.

“아, 철식 씨 부인이 정말 대단하네요? 한번 보고 싶다.”

“다음에는 같이 봐요. 우리 제인도 좋아할 거예요.”

“제인이요?”

“아, 미국 사람이에요. 제가 거의 미국에서 일을 하다 보니….”

“어머! 그랬구나? 그런데 철식 오빠는 하시는 일이 뭐길래 미국에서 일을 하세요?”

“나, 나요?”

“네.”

나는 대답하기를 멈추고 두 사람을 봤다.

손에 낀 커플링이 반짝인다.

“대답하기 전에 잠시만요. 두 분, 혹시 앞으로….”

“우리 5월에 결혼할 거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때 청혼했지.”

정훈이가 자랑스럽게 커플링을 낀 왼손을 내밀었고, 세은 씨도 슬그머니 손을 내밀었다.

“하하하! 축하합니다. 그럼 말해도 되겠네요.”

“네? 뭘요?”

“혹시 정훈이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요?”

“물론이지요. 대유건설에서 일하잖아요?”

“그러니까 대유건설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기조실에 있다고 들었어요.”

“그게 다예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이야, 너도 참 어지간하다.”

“임마! 그럼 어떻게 하냐? 내 나이에 그런 직책과 직위에 있다고 하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니 청혼까지 했다면서?”

“얼마 안 되었잖아? 그러지 않아도 말하려고 했어.”

“저기 두 분, 무슨 말씀을 하는지….”

“세은 씨.”

“네.”

“대유건설 일반 직원이 이렇게 비싼 집에서 술을 먹어요?”

“어…. 그, 그러네요.”

여긴 척 봐도 4인 기준으로 돈백 정도는 우습게 나올 고급 음식점이다.

“정훈이, 그냥 기조실 직원이 아니라 기조실 실장이에요.”

“예? 그럴 리가….”

“그것도 부사장급이죠.”

“네에? 오빠!”

“세은아. 계속 설명 들어. 저놈 신분이 엮여 있어서 말하지 못했어. 미안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냐면요, 저놈을 그렇게 높은 자리에 앉힌 것이 저라는 말입니다.”

“대, 대유건설에요? 대체 철식 오빠 신분이 뭐길래….”

“잘 아시잖아요? 아까 제 이름 듣자마자 바로 아시더구먼?”

“네?”

“대유건설이 현재는 어디 계열사죠?”

“그야 카르마….”

“네, 카르마 홀딩스죠? 그 카르마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저입니다. 제 이름이 뭐죠?”

“강철식…. 아, 알렉스 강?”

“빙고! 제가 대외적으로 쓰는 이름이 알렉스 강입니다. 이제 이해가 되시죠?”

“…….”

세은 씨의 작은 입이 한없이 벌어졌고, 정훈이는 옆에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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