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200화 (200/250)

200. 미국은 기부의 나라랍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장 비서를 호출했다.

“장 비서.”

“네, 회장님.”

“지금부터 내가 지시하는 것을 초긴급으로 이행하세요.”

“지시만 내려 주세요. 신명을 다하여 이행하겠나이다!”

“…….”

나이다는 뭐야?

몇 건의 내 지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이젠 내 심복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장 비서다.

지난번에 이태원 건을 처리한 이후에는 초스피드로 진급을 시켜서 지금은 상무이사 타이틀을 달고 있었고, 연봉도 눈이 돌아갈 만큼 올려주었다.

그러니 충성할 수밖에.

게다가 내 지시로 장 비서가 움직이면 남 부회장조차도 터치하지 않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이상한 말투 쓰지 말고요.”

“알겠나이….”

“쓰읍!”

“네! 알겠습니다!”

“어젯밤에 우크라이나 젤롄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아! 젤롄스키 대통령이요?”

“네, 그래요. 러시아 놈들의 미사일 세례로 도시 여기저기가 파괴되어 고통이 심한 모양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추가로 도시를 재건하는 것에 도움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음? 그건 지금 조지 패튼 부사장님이 폴란드에서 총지휘하고 있잖습니까?”

“그게 좀 부족한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긴급하게 지원하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크라이나를 팔아먹어야 했다.

그거 말고는 할 말이 없으니까.

“무너진 건물들을 치우고 해야 하니까, 굴삭기와 불도저 같은 건설 중장비를 최대한 수배하세요.”

“최대한 말입니까?”

“네, 최대한! 대형 로로(RO-RO)선 한 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말입니다.”

“대형 로로선이요? 그러면 물량이 엄청날 텐데요?”

“상관없어요.”

“알겠습니다. 다만 긴급하게 물량을 구하려면 일부 중고도 섞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건 상관없어요. 크기도 대형, 중형, 소형 적절히 섞어 넣고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수배해서 우리 태극기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이쁘게 붙여서 보내겠습니다.”

“그냥 태극기만 붙이세요.”

“예? 알겠습니다.”

아무리 우크라이나 핑계를 대더라도 그건 좀 그렇지.

태극기만 붙이는 거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흐음, 잠시만요. 금방 확인하겠습니다.”

장 비서는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더니 내게 대답했다.

“폴란드 그단스크 항까지 항해 기간만 최소한 40일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래 걸려요?”

“아무래도 멀기도 하거니와 중간에 수에즈 운하도 통과해야 하니까요.”

“그럼 수에즈 운하까지는요?”

“네? 잠시만요.”

다시 전화한 후 바로 대답했다.

“24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바로 나오는 터키가 28일 정도 걸리니까요.”

“이거 엄청나게 오래 걸리네요.”

“그만큼 거리가 멀지요.”

“선적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잖아요?”

“선적에는 보통 1주일에서 2주일 정도 걸립니다.”

“어, 이거 그럼 늦는데….”

지금이 1월 10일이다.

튀르키예 대지진은 2월 6일이고.

튀르키예 최대 항만인 메르신 항이 마침 지진으로 피해 본 곳에 가까우니 그리 보내면 될 터인데, 장 비서의 말을 들으면 선적하고 항해하여 도착하는 데에만 한 달이 넘을 것으로 보였다.

그럼 늦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인간이란 쪼아대면 초능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장 비서.”

“네, 회장님.”

“나는 장 비서를 믿어요.”

“…….”

어쭈? 대답 안 해?

내 복심이라고 하더니 이젠 내가 무슨 말을 할 건지 아는 것 같았다.

“믿는다니까? 대답 안 해요?”

“후우! 대체 언제까지 보내면 됩니까?”

“2월 6일까지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합니다.”

“아이고, 회장님! 그건 좀 무리입니다. 물량을 수배하여 부산항에 가져다 놓는 데에만도 아무리 빨라야 10일은 걸릴 것이고요. 선적을 초스피드로 한다고 해도 5일, 중간 경유하지 않고 달리라고 해도 20일은 잡아야 합니다. 우리 카르마의 영향력을 써도 그게 최선입니다.”

“35일씩이나?”

“우리는 보통 그걸 ‘고작’ 35일이라고 부릅니다.”

“시끄럽고, 무조건 2월 8일에는 수에즈를 통과해야 합니다.”

“아오….”

“돈! 더 많은 돈! 로로선 선사에 당근을 제시하세요. 하루 당길 때마다 얼마씩 더 준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수에즈는 통과할 때 대기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거 긴급 물품이라고 하면 순서를 당겨 줄 겁니다. 안되면 이집트 관리에게 돈을 먹여요.”

“…….”

“중장비? 그거 출고 대기 중인 물량들 위약금 우리가 물어주세요. 그럼 되잖아?”

“하아, 그렇게 서둘러야 합니까?”

“네, 무조건입니다. 나는 장 비서의 능력을 믿습니다!”

“좀 적당히 믿으셔도 되는데….”

“쓰읍!”

“…….”

“지금 장 비서 연봉이 얼마지요?”

“상무이사로 승진하면서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남 부회장님이 20억으로 책정해 주셨습니다. 회장님 지시라고 하면서요. 그건 무척이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만….”

“30억!”

“으하하하! 2월 6일이요? 그거 껌이지요! 무조건 완수하겠습니다!”

역시 돈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물리적인 한계도 극복하게 했다.

장 비서의 눈은 필승의 각오로 활활 타올랐다.

“아, 하나 더요.”

“예?”

“배 한 척 더 수배해서, 거기에는 구호 물품으로 채우세요. 텐트와 천막, 담요, 수건, 각종 즉석식품, 의약품과 의료용품, 발전기, 그리고 강추위에 견딜 수 있는 방한용품!”

“끄아아!”

“10억 더!”

“콜!”

***

이틀 후, 나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원래 돌아갈 예정이기도 했지만, 거기서도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제인을 집에 내려주고 간 곳은 버지니아 레스톤에 있는 미국 국립 지질조사국(USGS.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이다.

“반갑습니다.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의 알렉스 강입니다.”

“이거 정말 귀하신 분이 오셨군요! 제가 지질조사국 국장 데이브 애플게이트입니다.”

“사과문?”

“예?”

“아, 아닙니다.”

성이 Applegate라니.

진짜 양놈들 성은 근본이 없었다.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오신다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라는 지시는 받았습니다만, 세계 최고 부자에게 우리가 협력할 일이….”

“있습니다. 왜 없겠어요?”

“예?”

“제가 LA에 살고 있습니다. 아주 멋진 집을 가지고 있지요.”

“부럽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LA 하면 뭐가 생각나십니까?”

“흐음, 할리우드?”

“그거 말고요.”

“멋진 해변?”

“에이, 그것도 말고요.”

“그, 글쎄요.”

“LA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바로 지진이 아니겠습니까? 지진의 본고장!”

“아니 본고장이라고 할 것까지 있겠습니까? 위험 지역이기는 하지만….”

“어허! 본고장 맞아요! 본고장!”

“…….”

사는 놈이 그렇다는데 뭐라고 할 거야?

“그래서 말입니다, 제가 몹시 불안합니다. 언제 대지진이 날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LA는 엄격한 내진 설계를….”

“그거 가지고 되겠어요? 제대로 경보도 해주고 그래야지요!”

“저희도 최선을 다하여 지진정보센터(NEIC)등을 운영하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현대 과학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좀 더 열심히 하셔야지요.”

“그게 인력과 예산에 한계가 있는지라….”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연구에 도움이 되시라고 약간의 기부를 하고자 합니다. 기부해도 되는 겁니까? 명색이 연방기관인데?”

“오오오! 됩니다! 되고 말고요! 미국은 기부의 나라랍니다!”

“그렇지요? 으하하하!”

“으하하하!”

애플게이트 국장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저기 그럼, 얼마나?”

“10억 달러!”

“10…. 10억 달러? 끄아아!”

어이구, 숨넘어가겠다.

하긴, 내가 여기에 오기 전에 조사한 지질조사국의 연간 예산이 대폭 늘었음에도 17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런데 거기에 10억 달러를 투척하겠다니 저리 경기를 일으킬 만도 하지.

“지, 진심이십니까?”

“내가 이런 것으로 헛소리나 하는 사람으로 보입니까? 내 신분이 의심스러우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물어보시든가.”

“아닙니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정말 복 받으실 겁니다!”

“이미 복은 많이 받았어요.”

“그럼 더 받으세요!”

“다만 소소한 조건이 있습니다.”

“네? 조건이요?”

“별것은 아니고요, 터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터키요?”

“네, 터키 말입니다. 제가 어디서 들은 정보인데, 터키에서 조만간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란….”

“헛!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엥?”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렇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터키를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가 지나치게 쌓이고 있어서 멀지 않은 시기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것 같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 그래요? 아니 그럼 경고를 하지 않고요?”

“뭐라고 합니까? 남의 나라에 말입니다. 지진이라는 것이 함부로 경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적중 확률 자체가 높지 않아서, 잘못 경고였다가는 온갖 비난을 뒤집어쓰니까요.”

“아….”

“한마디로 잘해야 본전치기인 것이 지진 경고입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요즘 썩 미국과 좋지 않은 터키에 경고를 해요? 아유! 그런 말씀 마세요.”

“흐음….”

맞는 말이다.

낮은 확률의 지진 경고를 했는데,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피난했다가 지진이 없어 봐라.

온갖 비난을 뒤집어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이번에 해줘야 합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세한 것은 묻지 말아 주세요. 제게 다른 정보가 있는데 밝히기 어렵습니다. 하여간 제 생각에는 터키에 조만간 대재앙이 닥칠 것 같습니다.”

“그건 곤란합니다, 회장님.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그저 두리뭉실하게 하셔도 됩니다. 조만간 터키에 지진이 우려된다는 정도로 말입니다. 그 정도는 상관없지 않습니까? 없는 소릴 하는 것도 아니고.”

“음….”

“10억 달러에 그 정도 조건이라면 한참 남는 장사로 보입니다만?”

“정말 그 정도면 됩니까?”

“네, 제가 원하는 시기에 해주시면 됩니다. 잘 맞춰 주시면,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5억 달러씩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헉!”

“어떻습니까? 되겠습니까?”

“이거 참…. 송구합니다만,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네, 물어보세요.”

“회장님께서는 정말 터키에 대지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터키에 대지진은 반드시 옵니다. 그것도 근시일 안에!”

“죄송합니다만, 회장님 국적이….”

“전 한국 사람입니다. 미국 영주권자고요.”

“그런데 왜 터키에 그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다른 연고가 있으십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왜 그리 터키에….”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핏값입니다.”

“핏값이라니요?”

“70여 년 전에 한국을 위하여 추운 곳에서 싸우다가 전사한 1,000여 명의 터키 장병들 핏값이요.”

“아! 지자스!”

핏값이라는 것이 이리도 무서운 것이랍니다.

대를 이어서 내려가니까.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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