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203화 (203/250)

203. 조금 더 열심히 써야 하나?

속속 올라오는 현장의 영상은 정말 처참했다.

진앙지에 가까웠던 가지안테프는 물론이고 북쪽의 카흐라만마라쉬, 하타이 등 터키 동남부 지역의 건물이란 건물은 모조리 폭삭 무너지거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를 황당하게 한 것은 잔해의 모습이었다.

“저게 철근이야? 철사야?”

“거의 철사 수준인데? 터키가 선진국은 아니지만 저건 너무 심하다.”

제프리 형의 말처럼 터키가 선진국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귀 좀 뀌는 나라인데, 어떻게 건물을 저따위로 지을 수 있을까?

내진 설계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제대로 지었다면, 저런 식으로 폭삭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랬다면 그만큼 틈이 생겨서 조금이라도 생존율이 올라갔을 테고.

본인들 스스로 지진 위험 지역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 어쩌면 저리 어리석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자.

저러다가는 정말 다 죽일 것 같았다.

특히나 얼마 안 가서 큰 거 한 방이 또 올 것이고 그럼 피해가 더 심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아무래도 믿을 만한 누군가가 나 대신에 현장에서 지휘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기를 들었다.

“조지야.”

- 응, 알렉스.

“소식 들었지?”

- 들었다. 전화 왜 걸었어?

“전에 이야기한 배 두 척을 터키로 돌렸어. 곧 메르신 항구에 도착할 거야. 아무래도 네가 갔으면 좋겠다.”

- 이거 어쩌다가 내가 재난 구호 전문가가 된 것 같은데?

“미안하다, 조지.”

- 됐어, 자식아. 그러지 않아도 네가 전화할 것 같아서 짐 싸놓았다.

“역시 우리 조지구나. 사랑한다, 조지야.”

- 이만 꺼져 주실래요?

“흐흐흐!”

- 흐흐흐!

“조심하는 것 잊지 말고.”

- 이거 왜 이래? 나 조지야, 조지. 조지 패튼! 이라크의 총알도 피해간 몸이라고?

“알았으니까, 조심하라고.”

- 그래, 가서 연락할게.

역시 친구밖에 없었다.

조지와 통화를 끊고 곧바로 에르도안에게 연락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다음 2차에 넋 놓고 당할 것이 뻔했으니까.

- 미스터 강.

“아니 그렇게 경고했는데 이게 뭡니까?”

- 그, 그게 시민들 반발이 너무 심해서….

“아오! 진짜! 됐고요, 지진정보센터 말로는 큰 거 한방이 곧 온답니다! 날씨가 추워서 무너지지 않은 건물에 남아 있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니, 어떻게든 대피시키세요!”

- 그게 정말입니까?

“아직도 못 믿겠어요?”

- 믿습니다! 믿고 말고요!

“그리고 마침 우크라이나로 보내던 건설 중장비들과 구호 물품을 실은 배 두 척이 수에즈를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 예?

“장비와 구호 물품을 실은 배 두 척이 곧 메르신 항구로 갈 거라고요. 최우선으로 입항하여 하역하도록 지시해주세요!”

- 아, 알겠습니다. 저기 그런데….

“뭐요?”

- 투자하시기로 한 것은….

“아니 지금 그게 문제입니까!”

- 아, 네…. 그럼 나중에….

“아오! 이런 인간이 다 있어?”

“이 와중에 투자 타령이야? 허어! 그 인간도 참 대단하네?”

“누가 아니래요?”

망할 에르도안.

나중?

나중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 투자는 해야겠다.

반대쪽 사람하고 말이다.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다가 진정하고, 이번에는 남정원 부회장과 화상으로 연결했다.

“부회장님.”

“네, 회장님.”

“장 비서로부터 말씀 들으셨지요?”

“네, 들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그 건으로 방금까지 대통령과 통화했습니다.”

“뭐라고 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한국과 터키 관계의 특수성을 생각하여 대규모로 구조단을 파견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 ‘대규모’가 회장님이 생각하는 대규모가 아닌 것 같아서, 제가 좀 더 푸시했습니다.”

“음? 그 ‘대규모’가 아니라니요?”

“공중 급유 수송기 한 대에 해외긴급구호대 50여 명과 특전사 재난대응부대 중 1개 지역대를 보낼 생각이더라고요. 그래서 한 100여 명?”

“꼴랑 100여 명이요? 그게 무슨 대규모야?”

“지금까지 해외로 보낸 구조대 규모로는 최대 규모이기는 합니다.”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지요.”

“그러실 것 같아서 회장님의 강력한 뜻이라고 전하여 좀 압박을 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소방청 소속 100명에 특전사 200여 명을 보내는 것으로 했습니다. 공중 급유 수송기도 1대에서 2대로 늘어났고요.”

“아니 인원이 늘어난 것은 좋은데, 특전사는 거기서 왜 나와요? 그 사람들이 도움이 됩니까?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닌데?”

“아, 그건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특전사 여단마다 1개 지역대를 재난대응부대로 지정하고 구조 작전에 필요한 장비와 응급구조사를 편제했다고 합니다.”

“아….”

이건 몰랐다.

“그래서 충분히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아시안 항공에 지시하여 화물기 두 대를 배정하여 구호 물품을 적재하는 중입니다.”

“잘하셨습니다. 제가 장 비서를 통하여 지시했는데, 아무래도 짬밥이 딸려서 이런 큰일에는 많이 부족할 겁니다. 이번 일은 부회장님이 신경을 좀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저기 성금은 얼마나 할까요?”

“성금이요? 음…. 일단은 놔두세요.”

“예?”

“내긴 낼 건데, 에르도안 하는 짓이 미워서 그놈에게 공적이 돌아가지 않게 지원하려고요.”

“이런, 그 노인네도 명운이 다했군요.”

“무슨 소리예요?”

“회장님 눈 밖에 나서 하는 말입니다. 그 인간 말년이 참 기대가 됩니다.”

“…….”

남정원 부회장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그렇게 나쁜 놈이었나?

아니 나쁜 뜻으로 말하는 것은 확실히 아닌데, 확실히 좀 그렇다.

하여간 내가 중간에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성남 공항에서 KC -330 시그너스 공중 급유 수송기를 타고 출발한 구조대는 지진 발생 후 48시간이 안 되어서 터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리를 고려하면 정말 빨리,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온 구조대 중에서도 최대 규모로 간 것이다.

또한, 이어서 아시안 화물기 두 대가 구호 물품을 잔뜩 적재하고 날아가 구호 물품을 토해내기 시작하여 터키인들을 감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다.

비행기가 빠르기는 하지만 물량으로는 죽었다가 깨도 배를 당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거대한 로로선과 컨테이너선 메르신 항구에 도착했다.

부르릉! 부릉!

로로선의 옆구리, 유식한 말로 현측 문이 열리면서 수백 대의 건설 중장비들이 줄줄이 기어 나왔다.

굴삭기, 크레인, 불도저, 덤프트럭 등등.

그리고 하나 같이 선명한 태극기를 부착한 모습이었는데, 중장비들이 줄을 지어 현장으로 이동하자 연도에 선 시민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꼬레아!”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우릴 도우러 왔다!”

“만세! 만세!”

“오오! 형제여!”

“알라 후 아크바르!”

뒤를 이어서 20,000 TEU에 육박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정박하여 컨테이너를 하역했고, 대기하던 트레일러 실려서 현장으로 출발했다.

이윽고 컨테이너를 개봉하자 나오는 물품들.

하나같이 지금 지진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만 나와서 터키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천막, 텐트, 담요, 난방기구, 타월, 방한복, 응급약품, 그리고 수많은 즉석식품들….

“오! 맙소사! 이건 마치 우리를 위한 물품 같잖아?”

“알라께서 한국의 형제들을 축복하기를!”

“크흐흑! 드디어 살았어!”

“알라 후 아크바르!”

이런 모습들이 방송과 인터넷을 타고 전파되자 터키는 그야말로 한국을 찬양하는 물결로 뒤덮여 버렸다.

그리고 여기에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한 장의 그림.

위에는 한국전쟁 당시에 터키 군인이 우리 아이를 돌보는 그림이고, 밑에는 대비적으로 우리 한국의 구조대가 터키 아이를 돌보는 것이 그려져 있었다.

내가 봐도 참 감동적이었는데, 터키 시민들이 보면 오죽할까?

이거 그린 사람 찾아내서 후원이라도 해야겠다.

이렇게 우리 한국과 터키는 먼 거리를 떠나서 진정한 형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에르도안 영감은 지진 현장을 방문하여 삽질을 열심히 했다.

“이렇게 큰 재난에 준비돼 있기는 불가능하다.”

이게 할 소리야?

가뜩이나 1999년 대지진 이후에 걷은 지진세의 행방이 묘연하여 민심이 폭발 직전이었는데, 아주 그냥 휘발유를 끼얹는구먼.

에르도안은 1999년 대지진으로 전 정권이 민심을 잃어서 비교적 쉽게 집권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지진을 정치 생명이 끝이 나는 것 같았다.

지진으로 일어선 자, 지진으로 망할지어니.

터키 형제들아, 제발 투표 좀 잘하자.

마지막으로 한국의 카르마 홀딩스가 정화재단과 공동으로 지진 성금으로 100억 달러를 순차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에르도안과는 1도 상의하지 않고, 오히려 유력한 대권 주자인 현재 이스탄불 시장인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맘오을루와 상의하여 공동으로 발표한 거다.

마치 에크렘 이맘오을루가 천문학적인 성금을 유치(?)하는 것에 큰 공이 있는 것처럼.

분노한 에르도안 영감이 내게 연락하려고 온갖 난리를 피웠지만, 이젠 내가 그를 상대할 이유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

깔끔하게 무시하고 심지어는 에크렘 이맘오을루에게 1억 달러를 비밀리에 전달했다.

혹시라도 꼬투리 잡힐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이젠 에르도안도 끝장이다.

음? 그러고 보니 갑자기 남정원 부회장이 한 말이 생각나네?

‘이런 그 노인네도 명운이 다했군요.’

‘무슨 소리예요?’

‘회장님 눈 밖에 나서 하는 말입니다. 그 인간 말년이 참 기대가 됩니다.’

남 부회장이 나를 제대로 보기는 했네.

정말 기대가 되었다.

에르도안의 말년이 말이다.

***

3월 초, 터키 대지진의 악몽에서 벗어나 다시 평화롭게 일상을 영위했다.

한동안 예지몽을 꾸고 나서도 대재난을 막지 못한 것 때문에 약간의 자괴감이 들었지만, 객관적으로 나는 할 만큼 한 것이다.

아니, 애초에 염주가 기대한 만큼은 하지 않았나 싶었다.

이런 대지진 자체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보스, 이거 참….”

“응? 존, 왜요?”

“돈을 써서 줄이려고 하는데, 자꾸 늘어나지 뭡니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번에 테슬라로 푼돈 좀 벌었습니다.”

“응? 테슬라? 아!”

이런 천상 투자가 같으니라고.

일전에 테슬라 주가가 분할 이후 100달러 근처까지 폭삭했는데, 그때 내게 한 말대로 들어갔던 모양이다.

그런데 테슬라 주가는 지금 다시 회복하여 200달러 초반대이다.

아마 거의 따블은 먹었을 거였다.

그걸 자랑하려고 내게 음흉을 떠는 것이고.

“존, 얼마나 벌었어요?”

“흐흐흐! 소소합니다.”

“에이, 솔직하게 말해 봐요.”

“그저 1,300억 달러 정도 벌었습니다. 푼돈이지요.”

“진짜 푼돈이네?”

“그렇지요?”

“네. 하하하!”

“하하하!”

우리도 참, 1,000억 달러가 넘는 돈이 푼돈처럼 느껴지다니.

그런데, 존의 말이 농담이 아닌 것이, 그렇게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려는데도 돈은 계속 불어났다.

존의 보고로는 1/4분기를 정산해 보면 아마도 내 자산의 15% 정도 더 늘어났을 것이라 하니 말이다.

조금 더 열심히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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