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돈 앞에 버티나 볼까?
이견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같은 거대 나라를 상대하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 전쟁이다.
그렇게나 오랜 세월 망가져서 무기 산업 기반 또한 망가졌어도 소련 시절의 유산만으로 끊임없이 우크라이나 국토 전체를 두들기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70년 이상을 무기 산업에만 올인한 북한과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며 거의 무한에 가까운 산업 기반을 가진 중국을 상대함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방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기 계신 분 중에서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물론입니다.”
“천궁2는 얼마나 양산합니까?”
“원래는 7개 포대였는데, 21년에 추가 양산을 결정하여 최종적으로 20개 포대는 넘을 겁니다.”
“그거 가지고 되겠습니까? 양산 수량을 늘리세요. 우크라이나 꼴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없습니까?”
“회장님, 그럼 이렇게 하지요.”
“아, 강 청장. 어떻게 말입니까?”
“인제 와서 천궁2를 추가로 더 양산하기는 그렇습니다. 천궁3 계획이 있기 때문입니다.”
“AESA 레이더로 개량하는 것 말입니까?”
“그것 말고도 소소한 개량이 더 있을 겁니다. 하여간 UAE에서 요구하는 바람에 진작부터 개발되어 거의 완료 단계이니 차라리 바로 천궁3으로 넘어가는 것이 낫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천궁은 우리 방공의 기본입니다. 가능한 많은 수량을 양산하세요. LYG 대표님.”
“네, 회장님.”
“아예 대량 생산을 생각하세요.”
“완전하게 대량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현실적으로 무리지만, 일부 공정은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도 충분합니다.”
“알아서 하시고, 수량만 토해내면 됩니다.”
“네, 회장님.”
천궁이 기본이라면 핵심은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요격 체계인 L-SAM이다.
천궁은 개량하더라도 탄도미사일 요격은 제한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천궁 2부터나 가능한 것이고.
“L-SAM의 근황은 어떻습니까?”
“작년 하반기에 대탄도탄유도탄(ABM)과 대항공기유도탄(AAM) 두 종류 모두 발사하여 요격에 성공했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양산이 시작됩니까?”
“현재로서는 2025년부터 양산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돈을 더 투입하면 얼마나 당길 수 있어요?”
“흐음, 그렇다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가능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시험은 충분히 하세요. 시험용으로 사용하는 모의 탄도 표적 미사일이 엄청난 고가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시험할 때 확실하게 하자는 겁니다. 50발이고 100발이고 모의 탄도미사일 사드릴 테니까, 완벽할 때까지 계속 쏘세요.”
“알겠습니다.”
“완벽해지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을 하세요. 5조든 10조든 드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LAMD는요?”
LAMD는 Low Altitude Missile Defense의 약자로, 일명 한국형 아이언돔이라고 불리는 단거리 탄도 요격체계다.
예전에 초기에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 때문에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구입도 고려했던 적이 있었으나, 아이언돔의 기본적으로 한국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무기체계여서 불발이 되었다.
왜냐하면, 아이언돔은 속도가 느린 박격포탄이나 팔레스탄의 하마스가 거의 가내수공업 수준으로 만든 까삼 로켓 따위를 요격하기 위하여 만들어 요구 성능이 낮은 반면에, 우리는 최소한 북한의 240mm 대구경 다연장 로켓을 막아야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400mm나 600mm 같은 사실상 탄도미사일에 가까운 놈들까지 등장하는 실정이고.
이러니, 우리가 요구하는 성능은 아이언돔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상 천궁2에 이어서 제일 하층에 대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방어하기를 요구받았는데, 다행히 기반 기술은 함정 탑재용인 해궁 대공 미사일의 기술을 전용하여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개발 중이다.
“안보 위협이 증대됨에 따라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만, 역시 내년이나 되어야 체계가 완료됩니다.”
“그럼 양산은 또 25년부터이고 전력화는 27년이나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그것도 속도를 올리세요. 제가 돈질의 진수를 보여드릴 테니, 여러분도 그에 상응한 대가를 내놓으라는 말입니다.”
“그럼 내년 하반기….”
“상반기로 하세요.”
“네….”
“그리고 LAMD는 정말 싸게 만들어서 대량 생산해야 합니다. 지금 예정 생산 단가가?”
아이언돔의 타미르 미사일은 한 발에 5,000만 원 정도로 대단히 저렴한데, 그만큼 이스라엘도 저렴하게 만들기 위하여 애를 썼다.
이건 이렇게 소모가 많은 미사일 체계라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최대한 낮추려고 하지만 요구 성능이 높아져서 5억 정도는 할 것 같습니다.”
“대량 생산하면 더 낮출 수 있잖아요?”
“대체 얼마나 생산하시게요?”
“그냥 이건 거의 자동 라인 까신다고 생각하세요.”
“허억!”
“물량은 제발 좀 그만 주문하라고 사정할 정도로 발주할 테니까, 가격이나 낮추세요. 소모가 심한 미사일 체계인 것은 다들 아시잖아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낮추겠습니다.”
그 외에 공군에는 F-35 전투기 40대를 추가 발주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원래 정부가 20대를 추가하기로 했으니, 내가 20대 비용을 추가로 더 내는 것이다.
거기에 AESA 레이더를 탑재하여 BVR 전투가 가능한 FA-50 블록 20 사양 경전투기를 40대 추가하기로 했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E-737 피스아이도 개량을 서두르고 4대를 추가로 발주하기로 했다.
보잉 놈들이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가릴 때가 아닌 것이다.
그 밖에 무인기는 육군용과 공군용 가리지 않고 역시 최대한 발주하는 것으로 했다.
“휴우! 이제 하나만 남았군요.”
“네? 뭐가 더 있습니까?”
“그러게요? 할 것은 다 한 것 같습니다만….”
내가 하나가 더 남았다고 하자, 다들 머리를 갸우뚱했다.
“사람 말입니다, 사람. 무기만 잔뜩 있으면 뭐합니까? 운용할 사람이 없으면 꽝인데?”
“헉!”
“험험!”
이건 급소다.
아무리 첨단 무기라도 사람이 운용하는 법이다.
그런데, 최근에 들려오는 소식은 영 좋지 않았다.
“제가 전부터 누차 말씀드렸지요? 사람에게 신경 좀 쓰시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예 대탈주가 벌어지더군요. 그냥 간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도망을 치더란 말입니다. 부사관이고 장고고 할 것 없이 말입니다.”
“…….”
“제가 오늘 지른 금액이 아마 200조 가까이는 될 것 같은데요? 안 그래요?”
“마, 맞습니다.”
“아니 200조씩이나 무기를 사드리면 뭐하냐고? 그걸 운용할 사람이 없는데요? 국방부 장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왜요?”
“그게…. 심각성은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면 출산율 저하로 인한 영향이 크기 때문에….”
또 출산율이냐?
“그럼 이대로 내버려 둬요?”
“그건 아닙니다.”
“아니 간부들 탈주를 어떻게 막으실 건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결국은 처우 조건인데, 그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아이고….”
“…….”
결론은 돈이라는 말이다.
물론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불합리한 인사시스템도 크게 한몫을 했고.
어쨌든 핵심은 돈인데, 국방부 장관도 더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하겠다.
현실적으로 돈이 더 나올 구석은 없는데, 무기처럼 내게 기대려니 입이 열리지 않는 걸 거다.
막말로 인건비까지 지원해 달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쪽팔린 일이니까.
하지만 어쩌냐?
이러다가는 숙련된 간부들이 전부 탈주하게 생겼는데?
“국방부 장관님.”
“네, 회장님.”
“상황이 급하니 일단 내가 개입하겠습니다.”
“부, 부끄럽습니다.”
“간부들을 안정시키는데 필요한 재원을 산출하여서 우리에게 알려주세요. 최소한 당분간은 지원하겠습니다.”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단! 이건 어디까지나 2030년까지입니다. 그 이후에는 지원을 끊을 것이니까, 지금부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세요.”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간부들이 단순히 돈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군 내의 불합리한 요소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하여도 붙어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인사시스템부터 해서 전방위적으로 대책을 세워서 알려주세요. 이게 내 조건입니다.”
“송구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어디 가서 말하기도 쪽팔리니까, 조용히 처리하는 것으로 합시다.”
“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돈이 없어 내게 손을 내밀었다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을 거였다.
뭐, 군대 기피 현상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그럼 이만합시다. 아! 오늘 일은 역시 되도록 조용히 진행하는 것으로 합시다. 특히 내가 돈을 대면 외부에 노출이 안 될게 할 수 있어요. 옛말에 실력의 일부는 숨기라고 했습니다. 가능하면 조용히 처리합시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
감사하겠지.
아니 감사해야 마땅하다.
내가 오늘 하루에 지른 돈이 무려 200조가 넘으니 말이다.
물론 5년 이상에 걸쳐 연분 하여 지급하는 것이라 내게는 전혀 부담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내가 한국인이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말이 나온 김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났다.
국방부 장관이 말한 것처럼 근본적인 문제인 출산율 저하에 대하여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거, 이런 상태로 계속 가다가는 중국 놈들에게 맞아 죽기 전에 아이들을 낳지 않아서 나라가 없어질 것 같았다.
아니 얼마 전에 한 방송에서 여론조사를 한 것을 보니, 우리나라 젊은 여성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한다.
정말 나라가 없어진다는 말이 이젠 농담이 아니라는 말이다.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장관님.”
“저는 밤에 잠이 안 옵니다. 지구사에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출산율이 수직 낙하하는 나라는 없어요. 2015년 44만 명이 가깝게 태어나던 것이, 작년인 2022년에는 겨우 25만도 안 되는 아기가 태어났을 뿐입니다. 무려 절반 가까이나 아기가 없어진 것이라고요?”
“기가 막히네요. 그래서 어떻게 대책을 세우시는 중인가요?”
“별짓을 다 하는 데도 이건 정말 약이 없어요. 젊은 사람들 인식 자체가 아기는 귀찮게 뭐하러 낳느냐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거든요. 회장님 말씀은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아, 그래요?”
“네, 아마도 출산율을 물어보시는 것을 보니 경제적인 지원을 하시려나 본데, 제 생각에는 소용이 없어요. 돈 몇 푼을 가지고 젊은 사람들 인식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요.”
“그럴까요?”
“주무 장관의 생각을 물으신다면, 저는 몇 번을 물어보셔도 같은 대답을 할 겁니다.”
“호오?”
이 양반이 은근히 나를 자극하네?
몇 푼의 돈이라니?
그리고 해봤어?
몇 푼의 돈으로 안 되면 더 많은 돈을, 그래도 안 된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돈 앞에 버티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