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213화 (213/250)

213. 아마 죽을 맛이겠지?

“오빠.”

“응? 왜 소미야?”

주말에 소미가 나를 불렀다.

눈치가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나 이제 회사 그만둘까 하거든?”

“음? 무슨 일이 있었어?”

“아니, 이제 조직 생활도 알 만큼 안 거 같고 해서 그만하려고. 또 은근히 내 신분에 대해 말들이 돌기 시작해서 불편하기도 하고 말이야.”

“하긴, 그만하면 오래 했네.”

“아니, 일은 재밌었어. 하여간 이제는 다른 일을 해보려고.”

의외로 오래 다니기는 했다.

한 1년 정도 다니면 그만두겠다는 소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래, 그래서 그만두고 뭐 하려고?”

“일단 여행 좀 다니고 쉬면서 생각하려고.”

“여행? 어디 가려고?”

“그냥 발 닿는 곳으로 가는 거지.”

“혼자서?”

“그럼 내가 혼자지 누가 있나? 이렇게 오빠가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남자가 생기겠어?”

“내가 언제?”

“칫! 됐어. 하여간 그럴 거니까 그리 알아.”

“혼자는 못 가는 거 알고 있지?”

“압니다! 알아요! 아유! 내가 못 살아!”

“야야! 소미야!”

토라져서 휙 하고 사라지는 소미를 불렀지만, 그냥 가버렸다.

“저 계집애가 대체 왜 저래?”

아무래도 내가 결혼한 이후로 좀 소원해진 느낌이 있었다.

남매간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다고는 하지만, 소미는 내게 거의 큰딸 같은 아이라 속이 상했다.

언제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달래주든가 해야지.

***

6월 12일.

월요일에 미얀마의 헨리로부터 낭보가 들어왔다.

“회장님, 양곤이 해방되었습니다.”

“아! 그거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이젠 수도 네피도만 공략하면 이 전쟁도 끝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스크린에서는 헨리가 밝게 웃고 있었다.

벌써 2년을 넘게 끌었던 미얀마의 일이 이제 끝이 보이고 있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한 달 내로는 군부 놈들을 끝장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얀마 군부 놈들이 마지막으로 네피도에서 항전을 준비 중인데, 시가전은 부담스러워서 최대한 압박하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항복하지 않아요?”

“그놈들도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복하더라도 살아남기 쉽지 않으니 저항하는 겁니다.”

“허어! 미친놈들….”

“게다가 중국에 희망을 거는 것도 있습니다.”

“중국이요?”

“네, 중국이 본격적으로 개입한다는 정보가 있기는 합니다. 인민해방군의 남부 전구 병력이 이동하는 징후도 있기는 하고요.”

이 망할 새끼들이 정말.

“내가 해줄 것은요?”

“회장님이 바이든 대통령께 말씀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중국이 개입하면 상황이 다시 복잡해지니까요.”

“하아, 알겠어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헨리는 잘 마무리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곧장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락해서 사정을 설명했다.

- 중국이 개입하려는 징후가 있다는 것은 나도 보고 받았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 중국이 정말 개입할까요?”

- 우리도 50 대 50으로 보고 있는데, 확실히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혹시 조가 좀 압박할 수 없을까요?”

-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는 하고 있는데, 솔직히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야.

“아니 조의 말도 안 듣는다고요?”

- 알렉스, 정치적인 압박도 사이가 좋을 때나 통하는 거란다. 지금같이 미·중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는 압박해도 말을 듣지 않을 공산이 큰 법이지.

“이거야 원….”

미국 대통령의 말도 듣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이거 난감하구먼.

하긴, 지금 미국과 중국은 총만 안 들었지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경제적으로 워낙 엮인 것이 많아서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았다.

미국이 동맹국까지 동원하면서 서서히 중국이란 나라를 세계 경제 생태계에서 지워버리는 중이니까.

“휴우! 하여간 알았어요. 그래도 압박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물론이지. 그런데 그건 그렇고 알렉스야.

“네? 하실 말씀 있어요?”

- 이거 좀 미안한데….

“뭔데 그러세요?”

- 실리콘밸리 은행 좀 어떻게 안 될까? 이거 자꾸 일이 커져서 말이야.

“…….”

어째 그냥 넘어가나 싶었다.

실리콘밸리(SVB) 은행은 미국에서 16위쯤 하는 대형 은행인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자금 경색이 심해지더니 결국 3월에 파산했다.

문제는 이게 점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는 것인데,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나서 주길 원하는 것이다.

이거 잘못되었다가는 바이든의 재선도 물 건너갈 테니까.

그나저나 내가 무슨 국제 호구도 아니고, 우리나라 챙기는 모자라서 이젠 미국도 챙겨야 하는 거야?

그래도 별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젠 바이든과 나는 거의 공동운명체니까.

점점 세계정세가 이상해지는 판국에 나의 가장 강력한 카드 중의 하나를 잃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알았어요, 조. 존에게 말해서 개입하라고 할게요.”

- 으허허허! 고맙다, 알렉스.

“됐고요, 미얀마나 좀 제대로 신경 써주세요.”

- 알았다. 장담은 못 하지만 최대한 압박해 보마.

“알겠어요.”

바이든과의 전화를 끊고 존과 영상으로 통화했다.

“실리콘밸리 은행 말입니까?”

“네, 존.”

“끄응! 바이든 대통령이 부탁했어요?”

“어떻게 알았어요?”

“뭐, 뻔하지 않습니까? 우리와 별 상관도 없는 은행이 보스의 입에서 거론되면 말입니다.”

“흐흐흐! 존은 이제 나를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요.”

“하여간 알겠습니다. 즉시 개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습될 것 같아요?”

“안 될 리가 없잖습니까? 그까짓 자산이 3,000억 달러도 안 되는 은행 정도야 우리가 개입한다는 소문만 들어도 어느 정도는 진정이 될 겁니다.”

“…….”

이거 내가 바이든 대통령보다도 세진 건가?

뭐가 이렇게 쉬워?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이것 때문에 몇 달째 속을 썩이는 것 같더구먼.

“그렇게 쉬운 거예요? 바이든은 미치려고 하는 것 같던데?”

“하하하! 우리 민간인이잖습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해결하려면 세금을 써야 하니 절차도 복잡하고 여론과 의회 눈치도 봐야 하는데, 우리는 그냥 보스의 승인만 떨어지면 그만이잖아요? 이건 시스템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렇군요.”

“하여간 그럼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잘하면 이번에도 용돈 좀 만질 수 있겠네요.”

“이걸 가지고서요?”

“우리 영업방침 아니었습니까? 망하는 곳에 돈이 있다? 하하하!”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

이걸 가지고 돈을 벌 생각을 하는 존이.

어쨌든 알아서 잘하겠지.

존의 말처럼 우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가 실리콘밸리 은행에 개입하겠다는 발표가 있자마자 미국 증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웬만한 서방 국가 시장이 바로 안정되었다.

이거 내가 이렇게나 거물이 되었다니.

***

오랜만에 다사다난한 한 주를 마치려는 금요일 오후.

뜬금없이 외교부의 국장 한 명이 마곡사옥으로 찾아왔다.

“누구? 친강?”

“네, 그렇습니다.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이 이번 주말에 한국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하는데, 반드시 회장님을 뵙게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허어! 이거 그 인간도 양반은 못 되는구먼….”

“예?”

“아닙니다. 그래서요?”

“가능하면 만나주셨으면 싶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된 겁니다.”

“저기, 윤 국장님이라고요?”

“네, 윤일수 국장입니다.”

“네, 윤 국장님. 혹시 이야기 못 들으셨어요?”

“무슨 이야기를 말입니까?”

“내가 친강 그 자식하고 좀 사이가 안 좋다는 말이요.”

“드, 듣기는 들었습니다만,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 양반하고 할 이야기는 아니다.

하여간 우리나라 공무원은 이게 문제다.

사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다시 리셋되어버리니까.

“언제 오는데요?”

“토요일 6시에 도착합니다. 회장님은 바로 9시에 뵙고 싶다고 하고요.”

“내가 그 인간이 보자고 하면 봐야 하는 사람이에요? 어디 건방지게 시간을 지정하고 지랄이야? 그것도 가족과 함께 있는 주말 저녁에?”

“아, 아니 저….”

“가서 전하세요. 날 보고 싶으면 토요일 오후 4시까지 내가 지정한 장소로 나오라고.”

“아니, 저 회장님. 친강 외교부장은 6시에 공항에 도착합니다.”

“그거야 그쪽 사정이고요. 중국 외교부장이면 전용기를 타고 다닐 텐데 비행기 시간이 무슨 문제예요? 안 그래요?”

“이, 이거 참….”

“윤 국장님!”

“네?”

“안절부절하지 마세요. 아쉬운 놈은 그놈이니 틀림없이 내 말을 따를 겁니다. 좀 당당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깟 중국놈이 무슨 상전이라도 됩니까?”

“…….”

좀 당당하시란 말이다.

결국, 내 의사를 친강에게 전달한 모양인데, 예상대로 비행기 시간을 당겨서 토요일 4시에 내가 만나자는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봐? 얼마나 쉬워?

“오랜만입니다, 알렉스 강 회장님.”

“그러네요, 친 대사님.”

“이젠 미국대사가 아니라 외교부장입니다.”

“그래요? 이거 축하해야 하나요?”

“끄응, 됐습니다.”

친강, 이놈도 내가 어지간히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나를 만나기 위하여 한국에 온 것은 아마도 이놈보다 윗선의 지시가 있어서였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무슨 일입니까? 까놓고 말해서 빈말이라도 우리가 좋은 사이는 아니잖아요? 아니 좋은 사이가 아니라 원수 아닌가? 당신네 중국 정부가 나와 내 가족을 죽이려 했잖아? 안 그래요?”

“무, 무슨 오해를…. 오해입니다, 오해요. 우리 중국 정부는 결코 그런 테러를 지원한 적이 없습니다.”

“누가 테러라고 했는데요?”

“예?”

“아니 누가 테러라고 했는데 테러라고 하냐고요?”

“…….”

“그리고 지원? 난 지원이란 말도 꺼낸 적이 없는데? 그 말은 당신이 내용을 알고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어, 어….”

“쯧쯧! 헛소리나 늘어놓을 생각이면 돌아가요. 어설픈 협박 따위는 내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 터이고””

“휴우! 회장님. 일단 진정하시고….”

보아하니 이놈은 그저 메신저인 모양이다.

이런 놈하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여간 할 이야기나 빨리하고 얼른 꺼지라고 해야겠다.

마주 앉아 있을수록 테러 생각이 들어서 불쾌해졌다.

“10분 줄 테니, 할 말 있으면 빨리하고 가세요.”

“하아, 알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미얀마 일에 대하여 의논을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미얀마 일은 내가 왜 중국하고 논의해요? 이상한 사람들이네?”

“회장님, 그러지 마시고 제 말 좀 끝까지 들어주십시오. 회장님께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말해 보세요.”

“미얀마는 우리 중국이 크게 관심을 가지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미얀마 군부와도 오랜 세월에 걸쳐서 유대 관계를 가져왔고요.”

“그래서요?”

“아니 그런데 갑자기 회장님이 지원한 반군 놈들이 정권을 뒤엎으면….”

“쓰읍! 국민 통합정부!”

“예?”

“반군은 무슨 얼어 죽을 반군이야! 쿠테나 일으킨 놈들은 군부 놈들이잖아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 가세요. 최소한의 상식도 없는 사람들하고는 말도 하기 싫습니다.”

“하아….”

친강의 얼굴이 땀으로 덮였다.

환장할 것이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와 지금의 나는 또 달랐다.

한방에 수조 달러를 동원할 수 있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지난번처럼 내 앞에서 소국이 어쩌고 같은 개소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죽을 맛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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