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8월이 되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보자고 하여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어서 오너라! 알렉스! 으허허허!”
“반가워요, 조.”
바이든이 나를 엄청나게 반가워하면서 맞아 주었다.
아주 그냥 얼굴이 폈네, 폈어.
바이든 대통령은 얼마 전에 재출마 선언을 한 상태였는데, 나로 인하여 좋은 일들이 줄줄이 생겨서 지지율이 올라가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실리콘 밸리 은행을 비롯한 여러 은행이 파산하거나 파산의 위협에 처하여 또다시 2008년의 금융위기가 재림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로 치닫던 상황도 내가 나서자 바로 진정이 되었다.
존의 말을 들어보면 크게 돈이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몇몇 은행의 경우는 정말 헐값에 인수했는데, 그냥 우리 카르마가 인수했다는 것만으로도 뱅크런이고 뭐고 모든 사태가 바로 진정이 된 것이다.
유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가 망한다는 것은 현재 미국 정부가 파산하는 것보다도 더 현실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론은 신용이었다.
잃었던 신용을 우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의 이름으로 덮어 버리니 게임 끝.
여기에 바이든이 숟가락을 얹었다.
언론에다 대고 자신이 직접 친구인 카르마 인베스트먼트 회장 알렉스 강에게 도움을 청하여 사태가 해결되었다고 떠든 것이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바이든의 구원 요청이 없었으면 우리가 뜬금없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건 바이든의 공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고, 당연히 지지율로 연결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미얀마 군부 정권이 최후를 맞이했다.
바이든이 이리저리 지원은 했지만, 정말 미국으로서는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직접 군사 개입을 했다면 돈이 얼마나 깨졌을지 모르고, 미군 장병의 희생이 얼마나 많았을지 모르는데, 정보와 대부분 음성적인 무기 지원으로 깔끔하게 미얀만 군부를 도려내었다.
이에 바이든은 역시 이전의 살바트루차 놈들의 LA 난동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복수가 완수되었다고 선언했다.
본토에 대한 테러나 공격에는 엄청나게 민감한 미국인들이다.
감히 미얀마 군부 따위가 미국을 공격한 것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었는데, 1년도 되지 않아서 복수가 끝난 것이다.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시 바이든의 공으로 돌아갔고, 지지율은 또 올라갔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나가는 것은 엄청난 프리미엄을 가지고 선거에 임하는 것인데, 역사적으로도 트럼프처럼 또라이 짓만 하지 않으면 웬만하면 무난히 당선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나이지.
그것도 미국 대통령 역사상 최고령자라는 타이틀 말이다.
이래서 바이든이 처음에 당선될 때만 하더라도 재선에 나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2025년 1월에 재선 임기가 시작할 무렵에 바이든의 나이는 무려 우리 나이로 84세나 되니까.
정말 당장 내일 아침 일어나지 못하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거다.
따라서, 바이든이 재선하려면 지지율이 다른 대통령이 재선에 나설 때보다 더 높아야 하는데, 내 도움에 현재는 순항 중이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으허허허! 그 망할 놈의 미얀마 군부 놈들 그렇게 속을 썩이더니 아주 속이 시원하구나.”
“하하하! 누가 아니랍니까?”
한껏 업이 된 바이든의 장단에 맞추어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어때요?”
“우크라이나도 아주 잘 싸우고 있지. 돈바스 지역의 잃어버린 땅을 반 이상을 되찾았으니까. 으하하하!”
“하하! 그거참 다행이네요.”
“푸틴 녀석, 아마도 이번 전쟁에 지면 무사하지 못할 거다. 벌써 전쟁이 지지부진한 데다가 전세가 어려워지니 내부적으로 말이 많아.”
“아, 그래요?”
“그럼? 이제 슬슬 모스크바나 상뜨뻬떼르부르그 같은 대도시 지역 젊은이들의 희생이 늘어나고 있잖니. 여론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 불온한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하고 말이다.”
“불온한 움직임?”
“원래 푸틴 녀석같이 어설픈 독재를 하는 놈들이 그래. 아예 북한처럼 독재를 종교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단단해 보이던 정권도 작은 구멍 하나에 얼마 못 가서 무너질 수 있는 법이란다.”
“흐음, 그렇군요.”
“그놈, 말로가 좋지 않을 거다. 바보 같은 놈이 가만히 있었으면 죽을 때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다 갔을 텐데 말이다.”
어설픈 독재의 말로라니.
그럼 북한놈들처럼 독재를 신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놈들은 대체 뭔지 모르겠다.
아예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80년 가까이 세뇌를 시켜서 그런 것인가?
이제 열 살짜리 여자아이가 4대째 왕조를 이어받게 생겼으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4대 100년이면 정말 왕조로서도 손색이 없는 거다.
기가 막혀서.
갑자기 짜증까지 나네.
“응? 표정이 왜 그래?”
“북한이 생각나서요. 대체 그놈들은 정말….”
“그랬구나. 북한은 정말 나도 할 말이 없다. 이건 뭐 역사적으로도 그런 해괴한 체제는 듣도 보도 못했으니 말이다.”
“언젠가는 종말이 오겠지요.”
“내가 상원의원을 시작한 것이 1973년이니 벌써 50년 전인데, 난 당시에도 북한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내가 50년 후에 미국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도 북한으로 골치를 썩일 줄은 정말 몰랐다. 이쯤 되면 그 김씨 일가 수완도 인정해야 해.”
“…….”
진짜, 가뜩이나 조그만 한반도를 두 동강 내서 벌써 이게 몇십 년인지.
통일만 되어도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텐데.
젠장! 그 돼지 새끼가 죽더라도 이제 열 살짜리 독재자가 탄생할 판국이니.
“그건 그렇고, 알렉스.”
“네, 조.”
“이번에도 날 지원할 거지?”
“당연한 말씀을 뭘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봐요? 선거비용 걱정 같은 것은 아예 하지도 마세요. 제프리가 벌써 준비하고 있어요.”
“으하하하! 고맙다, 고마워!”
미국에서 선거비용 제한법 따위야 이미 오래전에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법이 되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내가 돈이 많다고 하여도 그냥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나 내 이름으로 막 지원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쪼개고 우회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미 제프리가 진행 중이었다.
하여간 미국은 변호사 씨가 마를 날은 없을 것 같았다.
모든 일이 변호사를 통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으니 말이다.
“조,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재선에 성공하시면 중국을 좀 더 쥐어짜셔야 할 겁니다. 얼마 전에 친강 외교부장 놈하고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잖아요.”
“그건 걱정하지 마. 대중국 정책은 이젠 내가 유화적으로 나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단계야. 우리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가리지 않고 일치하여 모두 강경하니까. 아마 내가 중국과 친하게 지내겠다고 하면 암살이라도 당할 거다.”
“에이, 농담이라도 무슨 말을….”
“농담이 아니야. 그 정도로 강경하다는 말이다. 중국과 우리 미국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어. 당장이야 아직은 경제적으로 밀접한 부분이 있어서 서로 극단적으로 가지는 않지만, 중국 놈들을 우리 생태계에서 완전히 내쫓으면 걸림돌도 없어지는 거다.”
“역시 결론은 다시 2027년입니까?”
“내가 괜히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군요.”
“한국도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 같던데?”
“얼마 전에 갔을 때 돈 좀 쓰고 왔어요.”
“그래? 잘했다. 얼마나 쓰고 왔는데?”
“뭐, 대충 2,000억 달러 정도요.”
“하아…. 진짜 한국은 네가 한국에서 태어났음을 감사해야 할 거다. 세상에 일개 개인이 2,000억 달러라니….”
“뭐, 더 필요하다면 더 부을 겁니다.”
“잘났다.”
“…….”
***
어느새 12월.
제인의 배가 남산만 해졌다.
“으어어! 또 배를 찼어!”
“호호호! 오빠도 이젠 호들갑 좀 그만 떨어. 어떻게 매번 그러냐?”
“흐흐흐! 너무 신기해서 말이지.”
나는 제인의 배를 쓰다듬다가 아이의 움직임이 느껴지면 그렇게 경이로울 수가 없었다.
세상에, 제인의 배 안에 생명체가 들어있다니.
그것도 내 피를 이은 아이가.
틈만 나면 제인의 옆에서 배를 쓰다듬는데, 매번 호들갑을 떨어대니 제인이 그만하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신기한 것을 어쩌라고.
그렇게 2023년도 며칠 남지 않아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둔 어느 날 밤.
나는 정말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터키의 대지진 이후로는 처음으로.
콰왕! 쾅! 쾅!
“으아아악!”
“꺄아아악!”
서울의 하늘에 미사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국 놈들이 우리나라에 미사일을 퍼붓는 것이었다.
방공 미사일들이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막기 위하여 수도 없이 화염을 뿜으며 상공으로 치솟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대공 미사일이 소진되자 서울은 불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판교의 우리 집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엄마! 아버지!”
“철식아! 아아악!”
놈들이 우리 집을 노렸음이 틀림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대체 판교에 뭐가 있다고 저리 집중적으로 탄도미사일이 떨어진다는 말인가?
결국, 우리집은 탄도미사일에 직격을 당했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소미가 불길에 휩싸여 사라졌다.
“습근평! 이 개자식아!”
나는 피눈물을 흘리면 그 장면을 지켜보아야 했다.
빌어먹을 새끼!
가만두지 않으리라.
“으허억!”
꿈에서 깨니, 다행히 제인은 깨지 않았다.
살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와서 위스키를 들이켰다.
“아직도 부족하단 말인가?”
부족하다는 계시일 거다.
그렇다면 더 때려 박아야지.
200조가 부족하다면 500조, 500조가 부족하면 1,000조를!
남은 시간은 4년도 남지 않았다.
서둘러야 한다.
곧장 한국으로 날아가려고 했지만, 제인의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일단은 LA에 있었다.
그리고 1월 1일.
출산 예정일이 하루 남았을 때다.
“오, 오빠.”
“어? 제인? 왜 그래?”
“아기가 나오려나 봐.”
“그, 그래? 헨리! 헨리!”
“네, 회장님!”
“비상이다! 아기가 나오려고 해!”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비상 상황으로 돌입합니다!”
제인의 출산을 대비하여 우리는 수 없는 도상 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집안 내에서 대기 중이던 의사들이 바로 나타났고, 곧장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날아갔다.
분만실 앞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얼마 후에는 존과 에이미가 달려왔다.
“보스!”
“존! 나 떨려요.”
“하하하! 안심해도 됩니다. 모든 아버지가 겪는 과정이니까요.”
존과 에이미를 부둥켜안고 한참 꼴값을 떨어대고 있을 때였다.
“응애! 응애! 응애!”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분만실 밖으로 터져 나왔다.
“나왔다!”
잠시 후, 의사가 웃으며 나왔다.
“왕자님이 무사히 나왔습니다. 산모도 이상 없고요.”
“오오오!”
“들어가 보시지요.”
잠시 후, 아기는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으하하하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