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우리 사정이 너무 급하니까.
2024년 11월 4일.
통일의 흥분이 가라앉으니 이제 닥친 것은 현실이다.
2,500만이나 되는 인구를 덜컥 떠안았으니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데, 정부는 일단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하여 최소한 굶주리는 북한 지역 주민이 없도록 했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밥만 먹고 사나?
최빈국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북한 지역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갈 길이 멀었다.
“정부에서는 일단 우리가 투자하는 자금으로 대규모 인프라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마곡 사옥에서 남정원 부회장이 정부와 협의한 것들을 보고했다.
“당연한 순서 같네요. 당장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대형 공사만 한 것이 없잖아요? 물론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고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 계열사가 우선권을 가지되, 워낙 공사 규모들이 크니 다른 건설사들에도 공평하게 시공권을 나누어 주기로 했습니다.”
“대유건설이 주축이 되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대유건설이 주축이 되어서 그동안 우리가 지분을 인수한 회사들이 대거 참여합니다. 대유건설에서는 유정훈 부사장이 중심으로 가칭 북한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습니다.”
“철도, 도로, 전력, 통신 등 손봐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우리 계열사가 없으면 대승적으로 다른 기업에 시공권을 넘기세요. 괜히 끌어안고 있지 마시고요.”
“물론입니다. 몇 가지 조건과 이익 배분을 협의하여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투자하기로 한 1,000억 달러는 10년 거치 후 10년 동안 상환하기로 협의했다.
이자는 1%만 받기로 했으니, 정부로서는 그야말로 꽁돈이나 마찬가지라서 우리 카르마 계열사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얼마나 투입한다고 합니까?”
“2025년부터 북한 지역 예산을 편성하여 매년 50조씩 10년간 투입한다고 합니다.”
“엄청 빡빡하겠네요.”
“어쩔 수 없지요. 우리 정부로서는 그게 한계니까요.”
2024년 우리 정부 예산이 670조 정도다.
그런데 북한 지역은 50조로 1년을 꾸려나가야 한다.
앞으로 몇 년은 세수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까.
인건비가 저렴하다고 하지만 엄청나게 부족할 거였다.
정말 내가 투자하는 1,000억 달러가 없었다면 북한 지역 투자가 상당히 지연됐을 거다.
그래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고.
“그리고 대규모로 공단을 조성할 거라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는 사성과 현도 등 대기업을 물론이고 중소기업에도 홍보를 시작했고요.”
“당분간은 해외에 생산기지를 둘 필요가 없을 겁니다. 가깝고 인건비 저렴하고 말이 통하는 근로자를 놔두고 나갈 일은 없을 테니까요.”
“물론입니다. 벌써부터 중국에 탈출한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세요.”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남한이 기술력과 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북한 지역 주민들도 우리 민족이니까 당연히 성실할 것이니, 동남아 같은 곳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이건 개성공단 운영 경험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던 사실이었고.
이제 몇 년만 고생하고 남쪽에서 도와주면 북한 지역도 충분히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할 것이다.
조금만 더 힘내자, 대한민국!
***
11월 6일.
마곡 사옥에 국방 관련 자문회의 주재했다.
국방 분야는 내 돈이 워낙 많이 투입되기에, 대통령과 협의하여 적어도 방위력 증강 분야에서는 내 위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대통령 직속으로 국방전력 증강위원회를 만들어서 내가 위원장이 되었다.
방위력 개선 분야에 관하여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였는데, 내가 돈을 때려 박는 상황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국방부 신정만 차관님.”
“네, 회장님.”
“북한군 현황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현재 파악한 것으로는 총병력이 80만 정도 됩니다.”
“흐음, 대외적으로는 지금까지 120만이 넘는다고 했잖아요?”
“그거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사실 인구 2,500만 규모에서 120만은 말이 안 되지요.”
“뭐, 예상은 했습니다만….”
“80만 중에서도 실제로 가용 가능한 병력은 60만 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20만 정도는 거의 어거지로 끼워 맞춘 숫자라서요.”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현황을 완전히 파악하는 대로 부적격 병력은 전부 제대시킬 예정입니다. 다만 한 번에 내보내면 그것도 문제가 발생하니까, 내년인 2025년까지 20만을 내보내고 26년에 20만을 정리하여 최종적으로 2027년에는 40만 정도만 끌고 갈 생각입니다.”
“그럼 우리 군대 50만을 합치면 90만이 되겠네요?”
“90만은 안 됩니다.”
“어째서요?”
“북한도 북한이었지만, 그동안 우리 국군도 너무 많은 부적격자를 징병했습니다.”
“흐음, 맞아요. 현역 징병률이 90%라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이건 뭐, 사지 달려 있으면 끌고 가는 수준이었으니….”
“맞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역 부적격자들이 입영하여 많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부적격자들을 신경 쓰다 보니 오히려 전투력이 떨어지는 현상까지 벌어졌고요.”
“거 참, 어이가 없어서….”
출산율 저하로 병역자원은 없는데 머릿수를 억지로 채우다 보니, 그 부적격자들이 입영하여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게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이, 이른바 ‘폐급’들이 사고 못 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진 거다.
폐급 한 명에 정상적인 병력 두 명이 달라붙어서 케어를 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어떤 부대에서는 아예 폐급들만 따로 모아 관리한다는 소릴 듣고서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하지만 이제는 다행히 통일이 되었기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어느 정도로 줄 것 같습니까?”
“지금의 현역 징집률 90%를 70% 이하로 낮출 생각입니다. 이게 최소한이고 장기적으로는 65%가 베스트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국군 병력도 40만 정도로 줄어든다고 보셔야 합니다.”
“그럼 남북한 병력 합쳐서 80만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최근의 중국 위협을 생각하면 최소한 80만은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80만은 유지하도록 하세요.”
“네, 회장님.”
병력이 80만이다.
손바닥만 한 한반도에 말이다.
정말 엄청난 병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상대가 그 빌어먹을 중국이라는 거지.
중국의 상비군은 무장경찰을 포함하여 무려 390만이다.
14억 인구 중에서 가리고 가려서 뽑은 병력이다 보니 질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안경잡이는 무조건 신체검사에서 탈락시킨다니 말 다 한 거지.
만약에 중국이 우리처럼 8,000만에서 1% 수준인 80만 비율로 징집한다면?
무려 1,40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중국도 저출산 기조로 예전 같지가 않다지만, 그래도 1,000만 정도 유지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말이다.
정말 징글징글할 정도로 많은 인적 자원이다.
하필이면 왜 이런 나라가 이웃에 붙어 있는지 모르겠다.
“과거 북한 병력도 인젠 우리 국군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우리 국군화 시키세요. 내보낼 병력은 서둘러 정리하시고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나저나 북한 무기나 장비 중에 쓸만한 것이 있나요?”
“반 이상은 버려야 합니다. 아니, 이것도 좋게 본 것이네요. 60%에서 70%는 버려야 합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먼저 공군부터 말씀드리면, 미그-19 계열인 J-6까지는 즉각 폐기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허어! 미그-19라니. 이건 똥파이브보다 더하잖아요?”
미그-19.
무려 1955년에 실전 배치된 유물이다.
세상에 그런 고물이 아직도 현역이라니.
“우리 F-5는 양반인 셈이었지요.”
“하여간 그래서요? 남기는 장비는?”
“일단 미그-21은 조종사들 기량 유지용으로 남길 생각입니다. 150대 중에서 상태가 좋은 것으로 100대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요?”
“미그-29가 그나마 쓸만한데, 40대 중에서 가동 가능한 것은 30대입니다. 다행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끝나서 부품 수급이 가능합니다. 어떻게든 개수하고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밖에 미그-23 전투기는 50여 대 중에서 40여 대를 유지하기로 했고요.”
잘도 이런 고물들을 가지고 공군을 유지했네.
“미그-21은 최대한 빨리 다른 전투기로 교체하는 것으로 합시다. 조종사 기량 유지용 말고는 전력이 안 되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미그-29와 23은 KAI에서 국산 AESA 레이더 등을 달 수 있는지 확인하고요.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네, 회장님.”
“대체 기종들은 내가 알아보겠습니다. 일부는 단좌형 F-50으로 대체하고, 모자라면 미국에도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이 몇 년 전부터 F-15C 전투기를 거의 다 퇴역시키고 있어서 중고 물량이 있을 거예요. 그런 거라도 가져올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은 해군인가요?”
“해군은 뭐….”
신정만 차관이 말끝을 흐렸다.
북한 해군?
“건질 것이 있어요?”
“전혀 없습니다. 그나마 병력을 확보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잠수정은요?”
“몇 대 정도 훈령용이나 침투용으로 건질 수는 있습니다. 물론 대규모로 개수해야 하고요.”
“FFX 3 충남급 호위함 몇 척을 더 건조하고, 초계함도 건조해서 대체해야겠습니다. 그것도 내가 따로 알아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한 해군은 정말 배에 탈 병력을 건진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우리 해군이 승선할 병력이 없어서 난리인 상황이니, 선별하여 훈련시키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였다.
그다음으로 북한 육군인데, 역시나 고물들 잔치라 구형 장비들은 전부 도태하고 우리 국군 장비로 대체하기로 했다.
다만 그 많은 다연장 로켓들은 나중에 일회용으로 쓰고만 버려도 상당한 전력이 될 거였기에, 최대한 정비하여 가지고 가는 것으로 했다.
“내가 지원할 겁니다. 돈 걱정하지 마시고 북한군을 빨리 국군화 시키세요. 급여로는 당연히 우리 기존 국군과 차이가 크겠지만, 다른 것으로는 차별하지 마시고요. 먹는 것, 입는 것 모두 우리 국군과 똑같이 대우하세요.”
“알겠습니다.”
“북한군은 아직도 부조리가 심한 것으로 아는데, 그것도 철저하게 근절하시고요.”
“네, 회장님.”
***
2024년 11월 7일.
미국 시각으로 11월 5일부터 시작한 미국 대통령 대선이 끝났다.
결과는 역시 바이든이다.
워낙 고령이라 선거 유세 초반에는 흔들렸지만 결국 이겨낸 것이다.
“조, 재선 축하드립니다.”
- 으허허! 고맙다, 알렉스! 네 덕분이 커.
내 덕분이 아니라 돈 덕분이겠지.
“이번에도 4년 동안 잘 부탁드려요.”
- 하하하! 나도 잘 부탁한다.
“그래서 말인데요, 남는 전투기 좀 주시죠?”
- 뭐? 결국, 당선 축하로 시작해서 전투기로 끝난 거냐? 너도 참….
“흐흐흐!”
어쩌냐고?
우리 사정이 너무 급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