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누가 대통령인지 모르겠네.
2025년 3월 7일.
“예? 구르카 용병 5만 명에게 영주권을 주자고요?”
“네, 그렇습니다.”
한국으로 들어와 바로 청와대로 향했다.
이건 대통령과 직접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역시나 대통령은 영주권 부분에서 기겁을 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저개발국가에서 들어오는 이민에 대하여 민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사실상 우리나라는 혼인 등의 사유가 아니면 이민이 거의 불가능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강 회장님. 그냥 용병으로 고용하는 것이라면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어떻게든 국회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지만, 영주권은 다른 문제입니다. 반대가 엄청날 거예요.”
“그건 저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포기하기에는 너무 알토란 같은 전력이에요. 우리 특전사에 버금가는, 아니 영국 등에서 최소 4년 이상 복무한 상태에서 우리 이지스 대원들이 훈련 시키고 실전 경험까지 있습니다. 이정도면 특전사 이상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런 병력이 5만이라는 겁니다.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그 많은 병력에 영주권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직계 가족들까지 포함한다면 20만에 육박한다면서요?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이런 정도의 대규모 이민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하아….”
마음이 답답했다.
중국은 반드시 우리나라를 침공한다.
이런 대적을 앞에 두고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국인데 이 모양이라니.
하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관철해야 한다.
“대통령님, 중국은 대만을 침공하면서 반드시 우리나라도 쳐들어올 겁니다. 이거저거 따질 상황이 아니란 말입니다. 아니 5만의 특수부대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걸 마다합니까?”
“저도 회장님 말씀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을 무시할 수는 없잖습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하자는 말씀입니까?”
“거주지를 제한하지요.”
“예? 거주지를요?”
“그렇습니다. 거주지를 북한 지역으로 제한하는 겁니다. 최소한 10년 이상이요. 그래도 북한 지역은 남쪽보다 땅이 넉넉한 편이잖습니까? 그리고 구르카 병력들도 최소 10년 이상 복무할 것을 서약하게 하고요.”
“흐음….”
“어차피 북한 지역 주민들은 당분간 투표권도 없잖습니까? 그들이 반발할 상황도 아니고 말입니다.”
북한 지역 주민들은 최소 15년 이상은 투표권이 없다.
민주주의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그들에게 바로 선거하라고 할 수는 없었고, 어느 정도 경제 수준이나 사회적인 여건이 올라올 때까지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통치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의 거주지를 조성하는 비용도 제가 전부 내겠습니다. 또한, 우리 국민들과 국회 설득도 우리 카르마가 하지요. 그럼 되겠습니까?”
“흐음, 그렇다면야 저도 반대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가능하겠습니까? 쉽지 않을 텐데요?”
“쉽지 않다고 포기할 상황이 아닙니다. 우리 남한 병력은 40만은 줄어들고 북한 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억지로 80만을 맞추는 형편인데, 그런 고급 전투 병력을 포기합니까? 막말로 남북한 통틀어서 실전 경험이나 있어요?”
“…….”
“저들은 미얀마 해방전쟁에서 정글전은 물론이고 시가전까지 모두 경험한 소중한 병력입니다. 절대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젠장, 누가 대통령인지 모르겠네.
그날부터 나와 카르마 홀딩스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여 전방위적으로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핵심은 이거였다.
구르카들이 당신이나 당신의 자식, 또 당신의 남편을 대신하여 피를 흘리리라는 것.
그리고 모든 비용은 카르마가 부담한다는 것, 그리고 북한 지역에 10년간 거주를 제한하여 남한 지역에서는 볼 일도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내 눈치를 보는 언론들이 호의적으로 기사를 다루자 여론은 점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하는 데 반대하면 그것 좀 아니지.
내가 누구 목숨을 구하려고 이렇게 뛰어다니는 건데.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쉬웠다.
아니, 오히려 쉬운 정도가 아니라 너무 쉬워서 허탈할 정도였다.
권력에 대하여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자들이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그런 인간들이 감히 내가 추진하는 일에 반대를 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들은 내가 비록 휘두르지는 않지만, 내가 작심하고 누군가를 밟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
그러니 알아서 기는 수밖에.
결국, 여론과 국회의원들의 지지 아래에 관련 법규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헨리.”
“네, 회장님.”
“완전하게 합의가 되고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구르카들에게 통보하세요.”
“하하하! 그거 잘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얀마 전쟁에 참전했던 우리 이지스 대원들도 잡아 놓으세요. 그들의 힘도 필요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지요. 우리 이지스 직원들은 절대로 퇴사하지 않기로 유명하니까요. 하하하!”
“그럼 다행이고요. 아! 추가로 모집할 수 있으면 계속 모집하세요.”
“알겠습니다. 우리 이지스의 직원 대우는 유명하니까, 꽤 많은 병력을 모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하세요. 돈 아끼지 말고요.”
“네, 회장님.”
그리고 한국에 온 김에 전력 증강사업들을 점검했다.
“현도 로뎀 사장님! 설비 증설이 되었는데 K-2 흑표 전차 생산 속도가 왜 이 모양입니까?”
“네? 현재 매월 30대가 출고되고 있습니다.”
매월 30대라면 년간 360대로 현대 전차 생산 속도로는 엄청난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준전시라는 말이지.
아니 적어도 내게는 전시나 다름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월 50대로 늘리세요. 아니 물량 없다고 난리를 치실 때가 엊그제인데 이거 왜 이러세요? 내가 꼭 장 회장에게 전화해야겠어요?”
“헙! 합니다! 5개월 내로 월 50대 체제로 가겠습니다.”
“합참의장님!”
“네, 회장님.”
“기존 K1 계열 전차들은 모두 과거 북한군에게 넘기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K2전차가 납품되는 족족 넘기고 있습니다.”
K1 계열 전차는 A1 계열과 A2 계열을 합쳐서 모두 약 1,500대가량이다.
120mm 활강포를 가진 A2 계열 480여 대는 여전히 주력 전차로서 손색이 없고, 105mm 주포를 탑재한 A1 계열은 약간 화력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보병지원용으로는 쓸만하다.
다만, 과거에 한국인들이 작은 신체를 가졌을 때를 기준으로 하여 평균신장이 174cm나 되는 우리 국군이 탑승하기에는 너무 작아 신체를 전차에 욱여넣어야만 했다.
특히 조종수가 그랬는데, 몸집이 훨씬 작은 과거 북한군 출신들에게는 넉넉하여 그들이 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2027년이 되기 전까지 K2전차 3,000대 체제로 가야 합니다. 다들 바짝 긴장하도록 하세요.”
“네, 회장님.”
“K9자주포는 어떻게 되고 있어요? 화나 사장님!”
“저희는 현재 매월 20대를 출고하고 있는데, 하반기부터는 40대를 출고할 수 있습니다.”
“그 약속 꼭 지키시기 바랍니다.”
“주당 70시간을 일하더라도 반드시….”
“에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말고 사람을 충원하세요. 사람이 무슨 기계입니까?”
“송구합니다.”
“그리고 KH -179를 차량 화하는 작업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현재는 저율 생산 중인데, 역시 하반기부터는 매월 50대씩 차량화 시킬 예정입니다.”
현대전에서 견인포의 생존확률이 극단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게다가 인력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155mm 견인포 1문에 어떻게 8명, 9명씩을 매달리게 하나?
그래서 10톤 트럭에 KH-179 견인포를 105mm K105A1 풍익처럼 자주화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공군!”
“네, 회장님.”
“두 달 뒤부터 F-15C/D 중고 전투기 100대가 순차적으로 들어올 겁니다. 받을 준비는 하고 있지요?”
“네, 알고 있습니다.”
“내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말해서 어렵게 받아 내는 거니까 잘 사용하세요. 40대만 보잉에서 AESA 레이더를 탑재하는 개량를 하고 들어올 겁니다.”
“그 정도면 엄청난 전력입니다. 잘 사용하겠습니다.”
“그리고 철벽 대공미사일 생산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철벽 대공 미사일은 한국형 아이언돔인 LAMD 사업의 결과로 대공미사일의 제식 명칭으로, 얼마 전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생산 초기라 월 100여 발 정도로 저율 생산 중입니다만, 하반기부터는 월 1,000발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좀 더 박차를 가하세요.”
“네, 회장님.”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씩 쪼아대면서 점검했다.
KF-21전투기는 물론이고 과거 북한 공군에 사용할 F-50 전투기까지.
그리고 FFX 3 충남급 호위함부터 KDDX 구축함까지 정신없이 점검했다.
이제 2027년까지는 불과 2년이 남았을 뿐이다.
시간이 없다.
이러는 와중에 중국의 대만 위협은 날로 더 심해졌다.
과거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이례적으로 대만 상공으로 각종 미사일과 다연장로켓을 발사했던 중국은 이제는 예전에 북한이 동해안으로 툭하면 미사일을 쏘는 것처럼 쏴댔다.
1만 톤이 넘는 이지스급 구축함을 거의 붕어빵 찍어대듯이 건조하던 중국은 이제 자신감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점차 목표했던 전력이 완성되고 있었으니까.
전력 증강과는 별도로 경제계도 다그쳤다.
“이정룡 회장님.”
“네, 강 회장님.”
“중국의 반도체 공장들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현재 북한 수복지역에 조성하는 반도체 공단으로 이전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서두르세요. 중국 공장에서는 내년 안에 철수해야 할 겁니다.”
“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중국이 방해는 하지 않아요?”
“왜 안 하겠습니까? 공장을 이전할 기미를 보이자마자 바로 태클이 들어왔지요. 그래도 생산 방해는 하지 않습니다. 자신들도 생산되는 반도체를 사용해야 하니까요. 다만, 공장을 이전하더라도 생산 설비는 모두 놓고 가라고 합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흐음….”
역시나 치사하게 나오는구나.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폭파하는 수밖에.”
“네? 폭파요?”
“정부의 승인을 받아서 우리 요원들을 보내겠습니다. 중국 공장의 설비는 포기하세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손실은 제가 막아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TK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지고 나오지 못하지 장비는 모두 망가뜨리거나 폭파하겠습니다.”
“저기, 그렇게 되면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 이참에 그게 문제입니까? 어차피 중국과는 단절된다고 생각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도 역시….”
“네, 그 손실분은 내가 보전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은성이나 화나는 중국에 뭐 걸리는 거 없어요?”
“없습니다. 중국 시장 철수한 지 꽤 됐습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그럼 내년까지 영업망도 모두 철수하세요. 불필요하게 중국에 인력을 두지 마시란 말입니다.”
“네, 회장님. 저기, 회장님.”
“음? 김 부회장. 왜요?”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겁니까?‘
”네, 전쟁은 분명히 일어납니다. 분명히요.“
불행히도 그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