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알면은 다행입니다만.
“아니 저놈들이 미쳤나?”
“그, 그러게 말입니다?”
마침 한국에 있다가 비서실에서 TV를 켜주어서 속보를 보던 나는 너무 황당하여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니 중국놈들이 미친 건가?
뜬금없이 왜 우리나라를 건드리는 거지?
우리가 대만인가?
아무리 대만 문제로 진영이 갈라져 전운이 짙어가는 상황이라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은 여전히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이웃 국가이자 정상적으로 교역하는 국가이다.
그런데 인민해방군 해군 초계함을 보내어 도발을 하다니?
이 시점에서 대체 뭘 원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중국이 우릴 도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체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엉뚱하게 왜 우리를….”
“우리가 그렇게나 만만해 보였나?”
“설마요? 중국이 아무리 대국이라도 우리나라도 이젠 인구 8,000만에 가까운 작지 않은 나라입니다. 게다가 회장님도 계시는데요?”
“아니 대체 이유가 없잖아요? 이유가?”
“우발적인 교전이 아닐까요?”
“아무리 영해가 아니라지만 영해 바로 바깥이에요. 저기까지 인민해방군 초계함이 들어온 것 자체가 사실상 도발입니다. 우발적이라 보기는 어려워요.”
“그렇습니까?”
“확실합니다. EEZ 배타적 경제수역이 중국과 겹치는 부분이라면 우발적인 사고로도 볼 수 있지만, 저기는 아니에요.”
“허어! 거 참….”
띠리리링! 띠리리링!
영문을 몰라하는데 내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역시나 청와대 번호다.
아마도 NSC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라는 전화일 것이다.
“여보세요?”
- 회장님, 대통령 비서실입니다. 지금 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해 주셨으면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바로 청와대로 갔더니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았다.
“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 겁니까? 뉴스로 봐서는 뭐가 뭔지 모르겠던데요?”
“합참의장이 곧 설명할 겁니다.”
잠시 후, 합참의장이 굳은 표정으로 대형 스크린에 자료를 띄우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금일 오후 14시 백령도 북서쪽 36km 해상에서….”
합참의장이 보고했지만, 내용은 뉴스 속보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보고가 끝나자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우리 측 피해는?”
“해경 태극급 경비함 518함에 적의 76mm 함포가 적중하여 중상자 1명, 경상 3명이 발생했고, 경비함 함교와 함수 부분이 손상되었습니다.”
“흐음, 함포에 맞은 것 치고는 피해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해경 경비함은 과거 제2연평해전 교훈으로 해경이지만 두껍게 장갑판을 두르고 안쪽에는 케블라 섬유를 깔았습니다. 덕분에 피해가 크지 않았습니다.”
“허 참, 그나마 다행입니다. 중상자 상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도 정말 다행이네요. 중국 해군의 피해는 어떻습니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리보다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마지막에 우리 PKMR 신형 참수리 227함이 발사한 130mm 유도 로켓 비룡에 잔뜩 처맞은 것이 컸는데, 아무래도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을 겁니다.”
“하아, 이거 우리가 이긴 것 같은데, 이겨도 고민이군요. 저놈들이 또 난리를 쳐댈 것 같은데…….”
“…….”
“…….”
참으로 빌어먹을 일이다.
중국 놈들이 먼저 도발했지만, 우리가 이겨도 고민인 것이다.
그것도 너무 이겨버린 것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놈들이 먼저 도발한 증거가 넘쳐나니까요.”
“언제 그런 것이 통하는 놈들이었습니까? 자기들 피해 본 것만 가지고 난리를 치겠지요.”
“…….”
“그런데 어떻게 중국 해군의 초계함이 그렇게 우리 영해 가까이까지 접근할 수가 있었던 겁니까?”
“해당 지역은 중국과 우리나라가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산둥반도 반도 끝에서 우리 백령도까지는 180km밖에 안 됩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요? 너무 가깝게 접근한 것이 아닙니까?”
“180km의 중간이면 90km입니다. 거기서 백령도 북서쪽 36km 해상이라면 불과 60여 km밖에 안 되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네, 게다가 놈들이 평소 자기네들 EEZ라고 주장하면서 수시로 도발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우리 해군은 매뉴얼 대로 쫓아내려 접근했는데, 거리가 워낙 가깝다 보니 놈들이 한발 빨랐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그런데 중국 놈들 배타적 경제수역 주장이 뭐 저러냐?
거의 서해가 자기네들 것이라는 소리잖아?
마치 남중국해의 9단선처럼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네.
중국과의 우리 서해 영유권 문제는 그동안 북한과의 대치로 수면 아래에 있었는데, 통일이 되고 나니 점점 수면 위로 떠 오르는 것 같았다.
아, 피곤해.
진짜 중국 놈들과 이웃한다는 것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구나.
“문제는 도대체 중국이 이 시점에서 굳이 왜 우리를 건드렸냐는 겁니다. 대만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말입니다. 중국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전혀 반응이 없습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요. 중국의 언론은 물론이고 중국 대사관도 마찬가지입니다.”
“허어! 이거야 원…. 미국은 뭐라고 합니까?”
“미국도 황당해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뜻밖이라서 말입니다.”
“휴우! 알겠습니다.”
“저어, 대통령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존재감이 별로 없던 국무총리가 조심스럽게 대통령의 의중을 물었다.
“뭘 어떻게 합니까? 중국 놈들이 느닷없이 쳐들어온 것인 거나 다름없는데요? 있는 그대로 밝히고 대응합시다.”
“어떻게 말입니까?”
“합참의장!”
“네, 대통령님.”
“놈들이 도발한 증거는 확실하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해경은 물론이고 해군의 카메라에 모든 영상이 담겨있습니다. 교전 지역이야 말할 것도 없는 우리 해역이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모든 영상을 공개하세요. 증거 하나하나 모두 언론에 공개하고 외교부와 국방부는 강력하게 성명을 발표하세요.”
“네, 대통령님.”
“외교부는 주한중국 대사를 초치하여 강력하게 해명과 피해 보상, 그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우리 교민들 안전도 각별하게 점검하고, 경제 분야에 끼치는 영향도 확인합시다. 나중은 나중이고 적어도 지금은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서로 교역해야 하는 상황이잖습니까?”
“물론입니다.”
“또한, 다친 우리 해경 대원들을 위로하고 빨리 낫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마세요. 해양수산부 장관님.”
“네, 대통령님.”
“나도 일간 위문하러 갈 테니까, 신경 좀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뭐가 남았지요?”
“저, 대통령님.”
합참의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것을 보니 뭔가 원하는 것이 있나 보다.
“교전한 해군 장병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외교적이고 정치적인 부분을 떠나서 논의하면 명백히 승전한 것인데요.”
“아! 당연히 포상해야지요. 특히나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장병들의 사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합참의장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신형 참수리 227은 정말 잘 싸웠습니다. 물론 마지막에 대공 미사일로 참수리 227을 보호한 충남급 호위함도 잘했고요.”
“흐음, 참수리 227은 을지무공훈장을, 그리고 충남함은 충무무공훈장이면 적당할까요?”
“네, 감사합니다.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참 잘 싸워주었습니다. 정치적인 부분이야 우리가 해결할 일이지요. 제대로 포상하도록 하세요.”
“네, 대통령님.”
“저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습니다. 그럼 이만합시다. 아, 강 회장님은 저 좀 잠시 보고 가시지요.”
“네, 대통령님.”
얼마 후, 나는 대통령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회장님께서는 혹시 짚이는 것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저도 너무 뜻밖이라서요. 솔직히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중국이 그런 짓을 벌여서 얻을 실익이 없거든요.
“끄응! 그러게나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만만해 보여서 한 번 건드렸나요?”
“설마요? 우리나라가 무슨 필리핀 같은 동남아 국가도 아닌데요? 제가 해군 출신이고 국방전력 강화도 관여하고 있어서 잘 압니다만, 우리나라 해군은 강합니다. 중국이 함부로 건드릴 나라는 아니란 말입니다.”
중국이 아무리 함정을 붕어빵 찍어내듯이 하고 있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았다.
내가 개입하면서부터 우리 해군도 조선소 도크가 모자랄 정도로 미친 듯이 함정을 건조하면서 해군 전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해외에서도 동북아시아는 미쳤다라는 말이 나올까?
특히나 우리나라는 해군이 지켜야 할 영해가 중국에 비하면 크지가 않아서 전력 증강의 효과가 더 큰 편이었다.
중국이야 땅덩어리가 워낙 크다 보니 베트남 동쪽의 해상부터 발해만에 이르는 광대한 해역을 관할하지만, 우리는 사실상 서해와 남해만 잘 지키면 그만이다.
아니, 남해도 먼바다는 미 해군과 일본 해군이 있으니, 실제로는 서해만 잘 지키면 되는 거였다.
이러니 전력 증강은 총합은 우리가 중국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실제로 중국에서 서해를 담당하는 중국 북해함대 처지에서는 우리 해군을 절대로 우습게 볼 수 없는 것이다.
2020년대 들어서 내가 우리 해군에 때려 박은 돈이 얼마인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줘야지.
어느새 우리 대한민국 해군은 전 세계 해군 서열 8위권에서 이제는 대부분 4위나 5위권으로 보고 있었다.
1위는 물론 미국이고, 그다음이 중국, 3위가 일본 해군이고 4위를 우리나라로 치고 발표가 점점 늘어났다.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는 영국과 프랑스 때문에 애매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뭐, 그런 식으로 따지면 우리도 비밀리에 원자력추진 공격잠수함을 보유 중이니, 특별히 꿀릴 것도 없었고 말이다.
“그럼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우리끼리 있으니 말합니다만, 내년에 아무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여 우리와도 싸울 확률이 높다고 하지만, 이렇게 기정사실화 시키는 것은 중국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제 생각도 같은데……. 흐음, 기정사실이라. 혹시 그것을 노린 것이 아닐까요?”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시다시피 중국 내부에서도 우리 한국을 부담스러워하는 세력이 제법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맞습니다. 특히 통일이 되고 나서는 더하지요. 대만이야 당연히 침공해야 한다지만, 굳이 한국까지 건드려서 위험을 늘릴 필요가 있냐는 주장들이 있지요.”
“그렇다면 혹시 그런 세력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네요.”
“보여주기요?”
“네, 어차피 한국과는 이런 상황까지 왔으니, 미련 가지지 말자는 거지요.”
“흐음….”
“그거 말고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전쟁 전에 내부 단합용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봐도 종종 있었으니까요.”
“그럴까요?”
“그냥 제 추측입니다.”
“저도 솔깃하기는 합니다만,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신경 좀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이거, 이젠 제 염치가 너무 없어졌나 봅니다. 매번 회장님께 부탁만 드리니 말입니다. 하하하!”
“…….”
알면은 다행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