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231화 (231/250)

231. 한 번은 힘을 빼놓는다고?

“왜 왔어요? 오지 말라니까?”

“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습니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친강 외교부장님이 무슨 거간꾼이에요? 이게 장사로 보입니까? 그리고 친 부장은 중국인이면서 왜 중간처럼 말하고 그래요?”

“아이고, 회장님. 우리 이러지 마시지요. 이러다간 다 죽습니다.”

이 아저씨가 무슨 철 지난 드라마 대사를 읊어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왜 왔어요?”

“제가 어떻게 오지 않겠습니까? 상황이 이 난리인데 말입니다.”

“중국이 먼저 시작한 일입니다.”

“하아! 이거 정말 미치겠네…….”

“무슨 소리예요? 지나가는 사람 이유도 없이 두들겨 패놓고서는 그쪽이 왜 미쳐요?”

“…….”

“나는 사업가예요. 웬만하면 참으려 했지만, 우리 아이들이 비참하게 중국 땅에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이런데 나더러 참으라고요? 어디 한번 끝까지 해봅시다. 나도 내 힘의 끝이 어디인지 이참에 시험 좀 해보지요.”

“…….”

친강은 그저 착잡한 표정으로 내가 쏴붙이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나도 안다.

이번 일은 중국의 외교 라인과는 무관한 일일 것이다.

어떻게 봐도 서해에서의 도발과 우리 아이들의 비참한 죽음은 외교 쪽에서는 도저히 찬성할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외교 라인이 하는 일이 이거다.

다른 쪽에서 사고를 치면 수습하는 것 말이다.

어쨌든 친강은 중국을 대표하여 내게 달려온 것이니, 이런 소릴 듣는 것도 그의 일이다.

한참을 내 분노를 뒤집어쓰면서 묵묵히 있던 친강 외교부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달려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잘못된 것이나 꼬인 것이 있으면 푸는 것이 제 소임이니까요.”

“그래도 잘못한 줄은 아는 모양이네요?”

“제가 뭐라고 말씀드려야겠습니까?”

“대체 왜 그랬어요?”

“무엇을 말입니까?”

“뜬금없이 서해에서 왜 도발했어요? 대체 이유가 뭡니까?”

“…….”

“전에도 말했지만, 솔직하게 말할 생각이 없으면 이만 돌아가세요.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요.”

내 시간은 귀하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는 것이 좀 웃기는 일이기는 하지만, 할 일 없는 어떤 언론사에서 따져보니 나는 1시간에 수억 달러를 버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1년에 버는 돈을 단순히 시간으로 나누면 말이다.

그런 내 금쪽같은 내 시간을 적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와서 허비해?

이건 아니지.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친강이 입을 열었다.

“항상 그랬듯이 제가 지금 말하는 것은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비공식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말이나 해봐요.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휴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반드시 대만을 수복할 것입니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그리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말이지요.”

“누구 맘대로?”

이 망할 인간들은 전쟁을 참 쉽게 입에 담는 것 같단 말이지.

네가 비아냥거리는데도 친강은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뭐라고 하셔도 됩니다만, 이건 우리 모든 중화인의 소망이자 의무입니다. 여기까지는 어떠한 이론도 없어요. 문제는 한국이었습니다.”

“거기서 우리가 왜 나오는 거요?”

“나올 수밖에 없었지요. 느닷없이 한국이 통일되었으니까요. 그것도 남과 북 어느 쪽도 큰 손실이 없이 말입니다. 뭐, 북한이야 원래 잃을 것도 없었지만…….”

“그래서요?”

“너무나 갑작스러운 한반도의 통일, 지금 말씀드리지만 당시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크게 당황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미래에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니까요.”

“그럼 중공 정부가 예상하던 일은 뭐였는데요?”

“적어도 우리가 대만을 수복할 때까지는 남북한이 그대로 대치하든가, 아니면 우리가 통일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이런 개새끼들이 다 있나! 너희들 때문에 70여 년 전에도 눈앞에 둔 통일을 놓쳤는데, 여기서 또 수작질이야!”

“…….”

진심으로 열이 올라서 쌍욕이 튀어나왔다.

뭐 이런 새끼들이 다 있냐고?

“회장님, 진정하시지요.”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이러면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저는 지금 순수하게 냉정한 국제 정치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 어떤 나라도 주변에 자국을 위협할 만한 강국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게 현실이지요. 막말로 민주주의의 방파제를 자임하는 미국은 안 그랬습니까? 그들이 중남미 국가에 한 짓을 생각하면 우리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실 텐데요…….”

“…….”

이렇게 말하면 나보고 어쩌라고?

솔직히 말해서 미국이, 아니 그 빌어먹을 현실주의 정치학자라는 헨리 키신저 영감탱이가 남미에 저지른 짓은 어떻게 해도 용서가 불가능하니까.

뭐가 현실주의 정치학이고, 뭐가 자국에 이익인 거냐?

망할 키신저 영감탱이가 저지른 짓치고서 지금 잘 된 것이 있나?

남미를 온통 반미 물결이 넘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미국의 이익이야?

게다가 소련을 견제한답시고 중국을 끌어들여서 지금 어떻게 되었나?

오늘날 중국이 이렇게 이상한 공산주의를 유지하면서 초강대국으로 가는 길을 열어 준 것이 그 영감이 아니냐는 말이다.

가만?

그런데 그 망할 영감이 죽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왜 없지?

지금 100살하고도 몇 년이 더 지났을 텐데 말이다.

설마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하여튼 지금 키신저 영감 따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

“그래서요? 미국이 과거에 쓰레기 짓을 했다고 따라 하겠다는 거요, 뭐요? 그것도 우리 한국을 대상으로? 그러니 이해해 달라고?”

“그런 말이 아니잖습니까? 당연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밉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유난히 나쁜 나라라서 그런 것이 아님은 인정하자는 겁니다.”

“아, 됐고요. 그래서?”

미친놈이 이해해 달라고 할 것을 이해해 달라고 해야지.

주변 강대국에 허구한 날 물어뜯기면서 산 우리보고 강대국의 논리를 이해하라는 게 말이야 방구야?

“어쨌든 일은 벌어진 겁니다. 우리의 대만 통일 과업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겨난 것이지요. 남북한이 대치할 때만 하여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옵션이 사라지고, 우리가 전혀 예상 못 했던 통일 한국이라는 인구 8,000만에 80만 이상의 병력을 가진 군사 대국이 생겨난 겁니다. 게다가 그 통일 한국은 사실상 우리 중국을 적대시하는 미국의 동맹이기까지 하고요.”

“계속 해봐요.”

“여기서 우리 중국 정부 지도부에서 약간의 견해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통일 한국은 지금도 부담스럽지만 앞으로는 더 강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지나 다름없던 북한 지역이 발전할 테니까 말입니다.”

“…….”

“그리고 그 시간마저도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한국에는 바로 회장님이 있었으니까요.”

“허! 나 참!”

어이가 없네.

내가 내 나라에 투자하는 것도 시비냐?

“우리 정부의 모든 보고서가 경고했습니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거기에 회장님의 끝을 알 수 없는 자금력이 더해져서 북한 지역은 6년 이내로 1인당 GDP 1만 달러, 10년 이내로 2만 달러에 오를 것이라 말이지요.”

“남의 나라 소득 수준이 올라가는데 왜 댁들이 경고를 하고 난리인지 모르겠네요. 자칭 대국의 속이 그렇게 좁으니까 주변 국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겁니다. 알겠어요?”

“끄응! 어쨌든 그렇습니다, 몇백만짜리 소국도 아닌 인구 2,500만짜리 나라가 1인당 GDP 1만 달러에 오르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한지 아십니까? 그런데 그걸 단숨에 이룰 뿐만이 아니라, 성장이 정체되었던 남한 지역까지 동반 성장을 한다고 했습니다. 국내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고, 통일에 따른 특수가 이어집니다. 거기에 군사력은 날로 강해질 것이고요. 우리 중국 정부가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뭘 말이요?”

“회장님이 한국군 성장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

이거 뭐야?

혹시 전부 알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한국 국방비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전력 증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위성에는 한국 조선소마다 군함들이 건조되고 있는 것이 보인단 말입니다.”

“통일로 지켜야 할 영해가 늘었으니 당연한 건데, 그게 불만이요? 해군 함정을 붕어빵 찍어내듯이 하면서 주변국을 위협하는 것이 누군데?”

“우린 대국이니…….”

“쓰읍!”

어디서 또 대국, 소국 타령을 하려고.

“험험, 하여간 통일 한국은 우리 중국에 부담스럽고, 앞으로 더 부담스러워질 것이 명확했습니다. 그래서 이견이 생겼지요. 미국과 일본을 적으로 둔 마당에 한국까지 확실하게 적으로 간주할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회유하여 최소한 대놓고 적대시는 못 하게 할 것인지 말입니다.”

“우리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에요. 70년 이상 말입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통일 한국으로서도 우리 중국과 지상으로 국경을 접한 이상, 우리와 완전히 적대 관계가 된다면 물 건너서 있는 미국이나 일본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

“그래서 회유를 주장하는 편에서는 최대한 회유를 주장하자고 한 겁니다. 미국의 동맹인 이상 미국을 지지하고 한국에 있는 미군 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승인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로서는 그 정도에 그치게만 하여도 훨씬 부담이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그럼 강경파는?”

“무조건 한국은 미국편을 들어 좋지 않은 길을 선택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아니, 우리가 대만을 수복하는 것에 걸림돌이 되는 것 이상으로 통일 한국을 우리 중국의 위협으로 간주하여, 차라리 한 번은 힘을 빼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한 번은 힘을 빼놓는다고? 대만 수복과는 상관없이? 허어!”

한 마디로 국경을 접하게 된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것이 싫다는 말이냐?

힘을 빼놓아?

침공해서 한바탕 휘젓겠다는 말이잖아?

“거 참, 우리나라를 너무 우습게 봤네요? 그래, 그래서 당신네 주석 입장은 뭐요? 어차피 밑에서 이러고저러고 해봤자, 지금 중국은 일당 독재가 아니라 일인 독재잖아요?”

“말씀이 좀…….”

“사실이잖아요?”

“끄응!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당 지도부가 분열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셨습니다.”

“그래서? 단합하게 하려고 우리를 쳤다? 간도 한 번 볼 겸?”

“…….”

친강 외교부장이 장황하게 떠들었지만, 결론은 우리가 예상한 것이 맞았다는 소리다.

어차피 내년에는 침공할 거, 그전에 딴소리가 안 나오게 한 거다.

그런데 생각 외로 우리 해군이 선전하여 망신을 당하게 생긴 것이지.

“그럼 우리 애들은 왜 죽였어요? 우리 애들 피가 필요하지는 않아 보였는데?”

“결단코 그건 사고였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통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방화범이 불 질러 놓고서 하는 말하고 똑같군. 그래서 어쩌라고요?”

“지금 보복을 중단해 주십시오.”

“내가 왜요?”

“지금 이런 식으로 충돌이 계속된다면, 회장님이나 한국에도 좋지 않습니다. 언젠가 한국이 중국과 충돌한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잖습니까? 미국과 일본이 짊어져야 할 짐을 한국이 지는 꼴입니다.”

“…….”

빌어먹게도 이건 친강의 말이 맞았다.

남의 나라 전쟁에 말려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메인이 되는 형국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애들이 죽고 많은 교민들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한 것을 용서할 수가 없다.

받아낼 것은 최대한 받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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