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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233화 (233/250)

233. 보스는 그런 분이니까요.

2026년 12월 11일.

금요일 주말이라 아버지가 오랜만에 판교 집으로 오셨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이 녀석아! 다 잘난 아들을 둔 덕분이 아니냐?”

“그렇게 싫으면 그만두시지요?”

“미쳤냐? 이 일이 얼마나 재밌는데. 내 나이에 이렇게 재미나게 사는 사람은 없을걸?”

“흐흐흐!”

글자 그대로 북한이라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다가 도로를 뚫고 철도를 현대화하고 산업단지를 세워서 기업들을 유치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북한이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때요? 벌써 통일이 된 지 2년이 지났는데요.”

“너, 지난번에 나 보러 평양에 오고 한 번도 오지 않았지?”

“저 바쁜 거 아시잖아요?”

“한번 와 봐. 그때와는 또 엄청나게 달라졌으니까.”

“그 정도예요?”

“가끔은 나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야. 정말 하루가 다르다는 말은 여기에 해당하는 말일 거다.”

“호오?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말은 들었는데, 정말 한번 가봐야겠네요.”

“그래, 그래도 네 돈이 제일 많이 들어갔는데 와서 봐야지. 이게 말이야, 한 번 개발에 속도가 붙으니까 장난이 아니다. 일단 북한 지역 주민들 특성상 오랫동안 통제에 길들어서 그런지 아주 그냥 일사불란해. 게다가 전부 국유지이니 보상하고 수용하고 그런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어서 승인 떨어지면 바로 삽부터 대는 형국이다.”

“하하! 그럴 줄 알았어요.”

“그렇다고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지. 이런 미친 속도가 나오는 게 당연한 거다.”

“하지만 그 미친 일사불란함이 나중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나라라는 것이 개발 초기에는 잘 통제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개발도상국의 초기에는 오히려 독재적인 시스템이 잘 맞는다고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하지만, 이런 식의 개발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능동적이지 못한 사고방식이 계속 몸에 배는 것이고, 지시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니 성장에도 한계가 오는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다지만, 내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개발 방식도 많이 달라질 거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하여간 모든 것이 착착 잘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는 중국인 건 같아.”

“중국이요?”

“응, 네가 제일 잘 알겠지만, 중국과의 전운이 감돌면서 아무래도 국경에 인접한 지역의 주민들 동요가 제법 있는 편이거든. 게다가 우리도 신의주 같은 도시들은 함부로 개발하기가 어렵고.”

“하긴, 전쟁이 예상되는데 어설프게 손을 대기도 애매하겠네요.”

“그래서 국경 도시들은 가능하면 상하수도 같은 인프라 닦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전쟁이 터지더라도 피해가 덜할 테니까. 불안해하는 주민들은 후방으로 이주시키기도 하는 중이고.”

“당분간은 어쩔 수 없어요.”

“그나저나 중국과의 상황은 어떻게 되는 거냐? 확실히 전쟁이 일어나는 거야?”

“네, 전쟁은 분명히 일어날 거예요.”

“젠장! 몇 년만 조금 더 늦게 일어나면 좋으련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이제 올해부터 세수도 제법 들어오기 시작해서 이대로 몇 년 정도 지나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자립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오오! 벌써 그 정도예요?”

“그 정도라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모르냐? 북한 지역 주민들 소득이 올라가면서 소득세도 제법 걷히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슬슬 법인세도 걷히기 시작했어. 게다가 산업단지를 조성해 분양하는 것에서도 돈이 들어오고. 당장 내년부터는 남한 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을 조금씩 줄여나갈 생각이다.”

“푸하하!”

“왜 웃어?”

“남한 정부라고 하니깐 좀 웃기지 않아요?”

“그런가? 하하하!”

아버지는 이제 거의 북한 사람이 다 되신 것 같았다.

하긴, 통일이 된 마당에 북한 사람, 남한 사람을 따지는 것도 좀 우습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1국 2 체제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은 세월이 해결해 줄 것이다.

***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올해는 미국보다 한국에 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연말과 연시는 미국에서 지내기로 한 것이다.

12월 23일.

올해는 크리스마스가 금요일이라 오늘 오후부터 직원들이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연휴를 떠나서, 제프리 형과 존과 함께 오랜만에 술자리를 만들었다.

“이야, 이거 얼마 만이냐?”

“하하하! 그러게요.”

“제프리, 자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도 오랜만이라고?”

“존, 자네는 알렉스와 한 가족이잖아? 내가 가족이랑 같냐?”

“아이고, 그만들 하시고 건배하시죠. 위하여!”

“위하여!”

“크으!”

“역시 소주는 좋구나!”

“하하하!”

한참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즐겁게 술을 마시는데, 존이 살짝 표정을 굳히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보스….”

“응? 존, 왜요?”

“좀 조심스러운 말인데요….”

“에이, 뭔데 그래요? 우리 사이에?”

존이 이렇게 말을 꺼내는 것에 조심스러운 것은 처음이라 나도 약간 긴장했다.

대체 무슨 하려고 이러는 거지?

“혹시 한국으로 언제 돌아가실 생각입니까?”

“흐음, 일단 1월 중순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건 왜요?”

“저기….”

“에이, 편하게 말씀하시라니까?”

“이런 말씀을 드려서 송구합니다만, 제인과 유진이 말입니다.”

“제인과 유진이가 왜요?”

“다름이 아니라 제인과 유진이는 미국에 계속 머물렀으면 싶어서요.”

“음? 아….”

내가 내년에는 중국이 반드시 대만을 침공할 것이며, 우리 한국도 미국과 일본과 함께 거의 자동으로 전쟁에 끌려들어 갈 것이라 틈만 나면 말했다.

그리고 내 말이라면 트럼프가 개과천선했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존이고.

그러니 사랑하는 딸과 외손자가 한국에 있는 것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전쟁 때문에 걱정이 되는 거군요.”

“네, 저도 그렇지만 에이미가 특히 심하게 걱정합니다. 사실 중국과 한국이 서해에서 충돌한 이후로는 미국인들의 한국 입국도 많이 준 상태고요. 아직은 국무부에서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요. 그런데 그게 참….”

“…….”

이게 나도 참 난감하다.

솔직히 내가 미국에 머무른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난 영주권자고 미국에서 모든 부를 이루었으니까.

하지만 한국에서도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전쟁을 눈앞에 두고서 미국에 있을 수는 없었다.

난 무조건 한국에 있을 생각이다.

남들이 그게 무슨 쉰내 나는 생각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건 내 양심이다.

비록 예비군 시기는 지나서 소집되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중국에 대고 칼을 세운 사람으로서 어떻게 미국에 있을까?

그렇지만 제인과 유진이는 다른 문제다.

제인은 완전한 미국 시민권자고, 유진이는 아기인 데다 미국과 한국 복수 국적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처자식이지만, 내 소유물도 아닌데 모두가 위험하게 생각하는 한국에 있으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제인은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하고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만약이란 것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전쟁이 나면 중국의 제거 대상일 거다.

그것도 거의 최고 순위로.

그런데 내 양심 때문에 제인과 유진이를 위험에 노출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보스 성격상 고민이 많으실 것인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존. 존은 제인의 아빠이자 유진이의 할아버지잖아요? 걱정하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내 위치가 위치라서 고민이에요. 일단 난 무조건 한국에 있을 겁니다. 요즘 젊은 애들이 들으면 웬 미친놈인가 하겠지만, 이게 내가 살아왔던 방식이에요. 내가 선동하여 남의 자식들을 전쟁터로 보내 놓고 미국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건 우리도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보스는 그런 분이니까요.”

“후우! 이거 참….”

그때 가족의 일이라 침묵을 지키던 제프리 형이 입을 열었다.

“이거 가족 일에 내가 끼어들 것은 아닌데….”

“에이, 형도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지.”

“그래, 나도 반 정도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말할게. 이번 건은 존의 말을 듣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방금 존의 말처럼 넌 무조건 한국에 있을 거니까 그건 거론하지 않으마. 하지만 제인과 유진이는 미국에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제인은 미국인이고 미국에서 살아왔어. 네 아내가 되었다는 이유로 불필요하게 위험에 노출되면서 한국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 막말로 네가 무슨 한국 대통령이냐? 제인이 영부인은 아니잖아? 영부인이라면 당연히 한국에 있어야겠지만….”

“…….”

“넌 가끔 보면 지나치게 책임감을 가지려는 경향이 있는데, 적어도 이번 건은 그러지 마라. 한국인이 전쟁 난다고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원래 미국인이 미국에 있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까?”

“흐음….”

“네가 말했지?”

“뭘요?”

“그거 왜, 우크라이나의 애국노 말이야.”

“아,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요?”

“그래 그 페트로 뭐시기 말이다. 그 양반도 전쟁이 터져서 자신은 우크라이나에 들어와 헌신하여 오명을 많이 씻었지만, 가족들은 전부 외국에 있었잖아? 그걸 누가 뭐라고 하디? 오히려 칭송만 했지?”

“…….”

“내가 존경하는 유일한 박사도 일제 강점기에 CIA 전신인 OSS에서 특수훈련을 받고 한국에 잠입하려 했지만, 중국계 미국인인 부인 호미리 여사와 아이들은 미국에 있었어. 설마 네 애국심이 유일한 박사를 능가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공헌도로 따지면야 넌 거의 이순신 장군급이니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유일한 박사가 그랬어요? OSS 훈련까지?”

“그 양반이 생전에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나중에 알려져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그분은 그랬어. 하여간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유 박사님 이야기를 꺼낸 것은 너와 비슷하기 때문이야. 미국인 와이프와 아이들이잖아?”

“…….”

역시 제인과 유진이는 미국에 있게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 듯싶었다.

나도 결코 내 처자식이 약간의 위험에라도 노출되는 것은 싫으니까.

“알겠습니다, 존. 그렇게 할게요.”

“고맙습니다, 보스.”

“에이, 할아버지로서 당연하다니까 그러시네?”

“그런데 자꾸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지 마시죠. 제가 할아버지 소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엥?”

“저보고 할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유진이밖에 없습니다.”

“나 참, 어이없어서….”

“하하하!”

“하하하!”

그날 밤, 제인에게 내년에는 미국에 있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주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다.

죽어도 나와 같이 있을 거라나?

대체 이 사랑스러운 아내를 어찌해야 하나?

결국은 유진이 때문에라도 미국에 있도록 설득하는 것에 성공했다.

다만 3월까지는 같이 한국에 있고 그 이후로만 떨어져 미국에 있는 것으로.

하여간 중국 놈들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처자식과도 이별하게 생겼네.

망할 습가 자식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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