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234화 (234/250)

234. 우리 조금 솔직해져 보자.

2027년이 되자 동북아시아에 전운은 점점 더 짙게 깔리는 듯했다.

대만해협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군의 상륙훈련과 무력시위가 있었고, 미군 역시 계속 병력을 증강했다.

특히나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모항을 둔 미 해군 제3대는 하와이와 괌 등으로 전진 배치까지 하게 되어서,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강력한 미 해군의 함대 중에서도 3함대는 단연 최강이다.

휘하에 항공모함 전단 4개를 포함하여 무려 14개의 전단을 가지고 있는 괴물 함대이기 때문이다.

2027년 1월 13일.

바이든 대통령이 보자고 하여 한국으로 가기 전에 백악관에 들렀다.

“오랜만이구나, 알렉스. 요즘 정신없이 바쁘지?”

“네, 제가 미국에 온 이후로 제일 바쁜 것 같네요. 뭐, 요즘은 거의 한국에 매달려 있으니까요.”

“너도 참 어지간하다. 네가 한국 대통령도 아닌데 한국 대통령보다 더 바쁜 것 같으니 말이다.”

“흐흐흐! 팔자려니 해야죠. 어떻게 보면 가진 자의 의무이기도 하고요.”

“차라리 네가 대통령에 나서지 그러냐? 곧 너희 나라 대통령 선거가 있잖아? 주변에서 엄청나게 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들이야 많은데,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바이든 말처럼 올해는 한국의 대선이 있는 해인데, 작년부터 대통령에 나서라는 말이 많았다.

어차피 천문학적인 내 돈을 들이 부어대면서 나라가 해야 할 일의 태반은 내가 떠맡고 있으니, 차라리 직접 나서라는 말이지.

솔직히 내가 나서면 유세할 것도 없이 당선은 기정사실일 거다.

가능한 언론을 피하면서 살았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단 한 사람도 없으니까.

최소한 지금 대통령보다는 잘할 자신도 있었고.

하지만 내가 별로 내키지 않았다.

여태까지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으려 애쓰며 산 것도 전부 시끄럽게 사는 것이 싫어서였는데, 인제 와서 그걸 포기하기가 아쉬운 거다.

성격상 번잡스러운 것도 너무 싫어했고, 무엇보다 내 사생활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것이 제일 싫었다.

그런데 바이든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았다.

“흐음, 이유가 뭐지? 왜 망설이는데?”

“난 정치 쪽은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아니, 원래 그 동네는 좀 싫어한다고 봐야 하나? 하여튼 그래서요.”

“허허허! 너 참, 의외구나.”

“예? 뭐가요?”

“이 녀석아! 네가 지금 하는 것은 그럼 뭔데?”

“무슨 말씀이신지?”

“너, 혹시 정치를 꼭 정당에 가입해서 의원이 되거나 주지사가 되고, 그리고 대통령이 되는 것을 생각하는 거 아니야?”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요?”

“이거, 우리 알렉스에게 이런 어수룩한 면이 있다니 놀라운데?”

“…….”

“자!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잘 들어라.”

뜬금없이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학 강의를 듣게 생겼네.

“정치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데이비드 이스턴이 이런 말을 했다.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인 분배라고 말이야.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은….”

“…….”

한 시간 정도의 정치 강의가 이어졌다.

“…알겠냐? 정치란 이런 것이야. 따라서 너는 이미 어느 정도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지. 한국에서의 너의 위치가 어떠냐? 네 말 한마디에 국회의원들 태반 이상이 벌벌 떤다면서? 게다가 네가 너희 나라 국방에 관여하는 것은 또 무엇이고? 교육, 복지, 국방 등등 네가 개입하지 않는 분야가 있기나 하냐?”

“…….”

그러고 보니 그러네.

바이든의 말을 듣다 보니 어느새 나는 정치를 하고 있던 거였다.

“솔직히 말해서 적어도 최근 몇 년간 네가 순수한 기업인으로서 활동한 시간이 많을까, 아니면 한국의 정치 상황에 관여한 시간이 많을까? 내가 알기로는 네가 2022년도에 에너지로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돈을 번 다음부터는 사실상 기업인으로서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내 말이 맞냐, 틀리냐?”

“마, 맞는 것 같은데요?”

“바로 그거다. 이미 정치를 하는 녀석이 정치를 혐오스럽게 쳐다봐? 그게 무슨 유체이탈이냐?”

“…….”

“알렉스, 우리 조금 솔직해져 보자. 너, 한국에서 이리저리 오만 군데에 관여하면서 답답하지 않더냐? 뭐 하나 하려고 해도 여기 통해야 하고, 너희 대통령에게 말해야 하고. 결국에는 네 의지가 관철되겠지만,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

절대로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특히 최근에는 나도 모르게 공무원들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까지 자주 발생했으니까.

“알렉스야, 네가 번거로움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것은 내가 잘 안다만, 너는 본격적으로 정치하는 것이 맞아. 아니,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를 일군 네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좀 웃기는 일이지만, 너는 내가 보기에 기업인보다는 정치인에 더 맞는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제가요?”

“그래, 너같이 자국의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너처럼 아무런 고민 없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쾌척하는 사람은 없단다.”

“…….”

“알렉스야.”

“네.”

“네가 직접 대통령이 되어라. 특히 올해는 엄청난 일들이 있을 것인데, 너희 나라인 한국을 위해서라면 네가 직접 통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흐음….”

역시 늙은 생강이 맵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내게 출마를 권유했지만, 바이든의 말처럼 나를 흔들어 놓았던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알았어요, 조.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게요.”

“너희 나라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결정해야 할 것이야.”

“하하! 빨리 결정할게요.”

“그래, 좋은 소식을 기다리마.”

“네, 그리고 고마워요.”

“이 녀석아! 우리가 남이냐?”

“커헉….”

갑자기 무슨 복집 사건이 생각나서 숨이 막혀왔다.

그날 밤, 나는 제인에게 한국 대통령에 출마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뭘?”

“내가 한국 대통령이 되는 것 말이야.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자기도 아주 번거로워질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심지어 한국 국적도 취득해야 할 것이고….”

“오빠.”

“응.”

“한국 대통령이 되면 내 남편이 아닌 거야?”

“엥? 그건 당연히 아니지.”

“그런데 무슨 고민을 해? 오빠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해. 난 솔직히 번거로운 것은 싫지만, 그래도 그게 뭐 어때서? 오빠가 카르마의 회장이든 한국의 대통령이든 내 남자인 것은 변함이 없는데? 난 그거면 돼. 오빠의 부인이자 유진이의 엄마 말이야.”

“제인, 넌 정말….”

“어머? 왜 그래?”

“일루 와! 넌 좀 혼나야겠다.”

“꺅!”

그날 밤, 제인은 내게 밤새도록 혼이 났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내 인생의 최고의 행운은 로또에 당첨된 것이 아니라, 바로 제인을 내 아내로 맞이한 것일 터였다.

다음 날.

회사로 나가서 제프리 형과 존에게 내 결심을 밝혔다.

“잘 생각했다. 답답하게 옆에서 돈이나 박지 말고, 차라리 네가 직접 하는 것이 백번 낫다. 정말 잘 생각했다.”

제프리 형은 두 손을 들고 환영했다.

“존은요?”

“하하! 제인이 좋다고 하는데 제가 뭐라고 합니까? 저도 한국에는 중요한 시기이니, 보스가 직접 통치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동안 한국에 보스를 뺏기는 것 같아서 유감이지만요.”

“에이, 우리 한국은 대통령 임기가 딱 5년이에요. 더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요. 5년만 참아주시란….”

“하하하! 알겠습니다.”

며칠 더 미국에 남아서 신변을 정리했다.

21대 대선이 3월 초라, 지금 한국에 가면 당분간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월 20일에 한국에 가서 남 부회장과 재하 형, 장영동 이사장, 박홍렬 변호사, 그리고 이상철 장군 등등 내 최측근분들을 모아 놓고 내 결심을 밝혔다.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난 찬성이네. 나라가 조만간 크게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럴 때 자네 같은 인물이 이 나라를 통치하는 것이라면 안심할 수가 있지.”

장영동 이사장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나도 마찬가지네. 진작에 출마해야 했을 것을. 이제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이상철 장군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평소에 나보고 직접 대통령으로 하라고 권유하던 분이기도 했고.

“찬성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동의합니다. 나가기만 하면 당선은 기정사실이니, 늦었다고 볼 수도 없어요.”

“동감입니다.”

“찬성입니다.”

모두가 좋다고 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우리 카르마와 재단의 중추를 맡고 계시는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시니,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일단은 무소속으로 출마해야겠군.”

“네, 그리고 앞으로도 무소속으로 있을 생각입니다.”

“하하하! 이건 정말 자네니까 할 수 있는 일이네.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 누가 자네 뜻에 거역할 수 있을까?”

“그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지요.”

“하하하하!”

다음 날 마곡 사옥 대강당.

카르마의 주인인 내가 처음으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발표를 하겠다고 하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천여 명이 넘는 기자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휴우! 많이도 모여들었군.”

“하하하! 회장님께서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당연한 겁니다.”

“쩝! 이젠 포장마차도 끝이네요.”

“이런, 이런. 대통령이 되실 분이 고작 포장마차에 연연하시다니요?”

“그게 제일 아쉬운 걸 어쩌란 말입니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입니다. 그럼 시간이 되었으니 나가실까요?”

“남 부회장님은 어째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만?”

“그럴 리가요? 사실은 조금 즐기고 있지만요.”

“…….”

드디어 나갈 시간이다.

이제부터 내 본격적인 정치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성큼성큼 걸어서 단상으로 나아갔다.

파파파파파파!

플래시 세례에 눈이 다 부실 지경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정면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미국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와 한국 카르마 홀딩스 회장을 맡고 있는 강철식입니다. 지금까지는 알렉스 강이라 알려진 바로 그 사람이 저입니다.”

“…….”

“제가 이렇게 처음으로 언론 앞에 나서게 된 것은,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입니다. 저는….”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뜸을 들이다가, 결국 내 결심에 대하여 말했다.

“…이에 따라서, 저 강철식은 다가오는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와아아!”

“속보다! 속보야!”

“윤전기 세우라고 해! 카르마 강철식 회장!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

“호외 만들어! 호외!”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고, 후보 등록 기간에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대한민국 최고 거물인 내가 대선 참가를 선언한 것이다.

아마도 여당이고 야당이고 이미 대선 후보로 선출되어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일 것이다.

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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