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 이젠 우리의 전쟁이 될 것이다.
2027년 7월 21일.
중공이 대만을 침공한 지 3일째 되는 날.
나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제1 동맹인 미국과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과도 협의할 것이 많았으며, 유럽 등 서방 정상들과도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중국이 우리 침공하면 적극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당부해야 했다.
그에 더해 우리 국군의 전쟁 준비 태세도 살펴야 했는데, 지난 몇 달간 하도 갈궈 놓아서 그런지 몰라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서 그나마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예비군 소집은 어느 정도나 진행되었습니까?”
“현재 80%를 넘었는데, 오늘 중으로 85% 이상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집에 응하지 않는 예비군은 뭡니까?”
“상병 등의 이유로 소명한 예비군이 절반 정도는 되고, 나머지는 무단으로 불응하는 사람들입니다.”
“시간 끌지 마시고 무단 불응자들은 바로 잡아들이세요.”
“네?”
“잡아들여서 바로 엄벌에 처하세요. 관용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라의 명운이 달린 전쟁을 앞두고 있는 판국에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누가 전쟁터로 끌려가고 싶어 할까?
그것도 중국과의 전쟁이라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 뻔하다.
물론 정말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
하지만 나라를 통치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사안은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 전쟁터로 가고 누군 도망가면 앞으로 누가 소집에 응하겠냐는 말이다.
날 비난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난하려면 전쟁을 일으킨 습근평을 욕하라고.
“소집 불응자들 때문에 문제는 없겠습니까?”
“문제는 없습니다. 어차피 애초에 일정 비율은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것을 예상하여 오버해서 소집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소집률 정도면 오히려 예상보다 높은 편입니다.”
“후우,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럼 2차 소집은 언제 하면 좋겠습니까?”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상황을 보면서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상비군 체제라 무리하게 소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기는, 현재만 110만 대군인데 더 소집하는 것도 그랬다.
그리고 그날 저녁, 드디어 미군의 대만 참전이 결정되었다.
미 의회에서 격론 끝에 참전이 가결된 것이다.
반대는 주로 공화당 의원들이 했는데,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들로 간주하던 의원들이었다.
진짜, 그 망할 트가 놈이 미국을 망쳐 놓아도 엄청나게 망쳐 놓은 것이다.
이상한 헛소리로 미국이란 나라를 두 쪽으로 나눈 장본인이니.
7월 22일 03시 30분.
슈하학! 슈하학!
이미 대만 동남쪽의 요나구니섬 서쪽에 자리 잡고 있던 미 제7함대 소속 이지스 전투함들의 수직발사기에서 SM-2, SM-6 대공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대만을 타격하던 중공의 지대지 미사일들을 격추하기 시작했다.
슈하학! 슈하학!
쾅! 쾅! 콰쾅!
“우와아아!”
“살았다! 미군이다!”
대만인들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보면서 환호했다.
며칠 동안의 공습으로 대공 미사일을 거의 소진하여 조금만 더 공습을 당했으면 그냥 속절없이 두들겨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말 불꽃놀이보다 더 반가웠을 터.
슈하학! 슈하학!
어느 정도 중공이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순항 미사일들이 정리되자, 다시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이지스 전투함과 인근 바닷속에 있던 LA급과 버지니아급 잠수함들이 미사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발사된 수백 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들은 중국을 향하여 곧장 날아가더니 이내 비행장과 레이더, 대함미사일과 대공 미사일 포대 등을 타격했다.
콰쾅! 쾅! 쾅! 쾅!
중국이 대공 미사일에 태반은 격추되었지만, 미 해군 7함대가 토해 놓은 순항 미사일들이 너무 많았기에 중국 남부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제 중국과 미국 양국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다.
7월 22일 14시.
청와대 지하 벙커.
“일단 대만은 한숨을 돌렸습니다. 쉬지 않고 때려대던 중국의 미사일 세례가 멈췄으니까요.”
“뭐, 잠시겠지요.”
“그렇습니다. 미국이나 중국이나 서로 간만 본 것이지요. 조만간 전투는 더 격화될 것입니다.”
“하아, 오늘 밤이 장난 아니겠는데요.”
“…….”
나도 점점 반쯤 점쟁이가 되어가는 것인지, 딱히 염주가 보여준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날 밤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슈하학! 슈하학!
밤이 되자 일부 먼저 합류한 미 해군 3함대 이지스 전투함들과 잠수함들이 수직발사기를 통하여 수백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쏟아냈다.
푸조우를 비롯한 남부 전구 관할 지역이 불에 타올랐다.
거기다 중국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쿠아아앙!
중국의 자랑인 200여 발의 DF-21 대함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어 미 해군 7함대를 향하여 쇄도했다.
이에 대응하여 SM-6 스탠더드 대공 미사일이 발사되어 둥펑 DF-21 대함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시작했는데, DF-21은 너무 빠르고 너무 많았다.
콰아아앙!
“챈스러빌 피격! 챈스러빌 피격!”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챈스러빌이 DF-21 대함 탄도미사일 한 방에 반으로 쪼개지면서 순식간에 격침되었다.
애초에 항공모함을 노리고 개발되었다고 알려질 정도로 대형의 미사일인 DF-21이라, 1만 톤이 약간 넘는 순항함은 한 발로도 그야말로 박살이 날 수밖에 없었다.
슈하학! 슈하학!
7함대는 물론이고 선발대로 합류한 3함대, 그리고 자위대 함대까지 가세하여 미친 듯이 SM-6 미사일을 발사해 DF-21 미사일을 요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콰아아앙!
“자위대 공고 피격! 공고 피격!”
일본 자위대 최초 이지스함인 공고가 피격되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레이건을 지켜야 한다! 무슨 수로 써서라도 레이건을 지켜야 한다!”
오키나와 후방에 있던 니미츠급 항공모함 CVN-76 USS 로널드 레이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 한 척에 탑승하는 승조원만 거의 6,000명.
그리고 인명도 인명이지만, 2차 대전 이후로 단 한 척의 항모도 손실해 본 적이 없는 미 해군으로서는 만약에 항모를 잃는다면 그 상징성으로 인하여 여파가 엄청날 것이었다.
쾅! 쾅! 쾅!
슈하학! 슈하하학!
미친 듯이 수직발사기를 통하여 수많은 SM-6 스탠더드 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성능은 미지수지만 그래도 SM-2 미사일까지 날려댔다.
그런데도 방어망을 뚫고 로널드 레이건을 향하여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히자 이제는 ESSM 미사일이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10여 발이 동시에 DF-21을 향하여 솟아올랐다.
콰아앙!
“하악! 하악! 살았다!”
운이 좋게 10여 발의 ESSM 미사일 중 한 발이 불과 10km까지 다가온 둥펑 DF-21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에 성공했다.
콰아앙!
“시로 피격! 시로 피격!”
하지만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USS Shiloh가 추가로 격침되었다.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만 벌써 2척이 격침되었는데, 아무래도 퇴역이 멀지 않은 구형 이지스함이라 방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았다.
항모 로널드 레이건을 지키기 위하여 신경을 쏟은 영향도 있었고.
미 해군 7함대는 이 한 번의 DF-21 대함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2척,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1척을 잃었고, 일본의 자위대도 일본 최초의 이지스 전투함인 공고급 구축함 초도함 공고를 잃었다.
그리고 3함대가 올 때까지 다시 진용을 정비하기 위하여 후방 300여 km를 후퇴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처맞고만 있을 미군이 아니었다.
7월 23일 02시.
쉬이이잉!
중국 남부 해상 상공에는 가오리 모양의 괴물체들이 중국 대륙을 향하여 조용히 비행하고 있었다.
미 공군의 최신형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Raider)였다.
레이더 폭격기들은 이내 자신들의 목표물 상공으로 가서 신속하게 폭탄창을 열고 JDAM 2,000파운드 유도폭탄을 쏟아냈다.
콰쾅! 쾅! 쾅! 쾅!
중국의 남부가 불에 타올랐다.
미국의 보복은 이제 시작이었다.
슈하학! 슈학! 슈학! 슈학!
대만 남서쪽 200km 수중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이 토마호크 미사일들이 치솟았다.
오하이오급 전략원잠을 개조하여 순항미사일 셔틀로 만든 SSGN-729 조지아가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을 혼자서 쏟아낸 것이다.
슈우우웅웅!
콰쾅! 쾅! 쾅! 쾅!
B-21의 공습으로 정신이 없던 남부 전구 관할의 중국 남서부는 또 한 번 불길에 휩싸였다.
7월 23일 09시.
청와대 지하 벙커.
“대단한 밤이었습니다.”
“휘유! 정말 대단했어요.”
“3함대 본대가 내일 새벽 정도에 일본 남동쪽으로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니, 오늘 밤은 더 대단할 것 같습니다.”
“드디어 항모 전투기가 출격하겠군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미 해군 3함대(United States Third Fleet).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3월에 창설되어 황소 윌리엄 홀시가 초대 함대 사령관이 된 이후로 전후 잠시 해체되었다가 부활한 함대로, 미 해군의 함대 중에서도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보유한 항모강습단(Carrier Strike Group One)만 무려 4개.
그리고 로스엔젤레스급과 버지니아급 공격 잠수함이 20여 척.
타이콘데로가와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전투함이 최소 30여 척 이상.
3함대 단독으로만 출격시킬 수 있는 전투기가 200여 대를 훌쩍 넘었다.
그야말로 웬만한 군사 강국이라도 3함대 단독으로 찜쪄먹을 수 있는 괴물 함대가 드디어 도착하는 것이다.
원래는 샌디에이고를 모항으로 하는데,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시화되자 하와이 등으로 전진 배치했다가 중국의 침공이 확실시되는 순간부터 전속력으로 서진했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 새벽에 도착한다.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으로, 이젠 대만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되어버린 것이다.
7월 24일 04시.
츄아악! 츄아악! 츄아아악!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해상에는 거대한 강철의 괴물들이 모였다.
미 해군 7함대와 3함대가 결집한 것이다.
그리고 7함대의 유일한 항모 로널드 레이건과 3함대의 칼 빈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그리고 신형 제럴드 포드급 1번함 제럴드 포드에서는 F-35C 스텔스 전폭기를 쉴 새 없이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이 5개 항모전단에서 이륙한 F-35C 전폭기만 무려 150여 대였다.
탐재 전투기가 더 있으나, 그 전투기들은 F/A-18 슈퍼 호넷 전투기라 이번 공습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뿐만이 아니라 가데나와 등 일본에 주둔하던 미 공군의 F-35A 전폭기 200여 대가 출격했다.
그들 중에는 점점 중국 대륙을 향할 무렵, 일본으로 대피했다가 전날 저녁에 다시 군산과 오산 공군기지로 복귀했던 F-35A 전폭기들도 다수 포함되었다.
한반도가 본격적으로 전쟁에 끌려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이젠 우리의 전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