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요하까지만!
한미 연합군의 포격과 폭격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여러 루트로 중국이 휴전을 제의했지만, 중국이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의 영토인 괌에 미사일을 세례를 퍼부었을 때부터 이 전쟁의 이미 결정되었다.
이건 총력전이다.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누군가는 손을 들어야지 끝나는 전쟁이었다.
하물며, 명백히 승기를 잡았는데 왜 거지 같은 조건을 덕지덕지 붙여서 제안하는 휴전 따위에 동의한단 말인가?
전항이 안정되자 이젠 일본까지도 공습에 나섰다.
자국이 미사일 세례로 불바다가 되어 동일본 대지진을 능가하는 희생자가 발생했으니, 일본으로서 열이 받은 거다.
일본은 2023년에 미국으로부터 발주한 토마호크 500발을 이번 전쟁에 모두 소진이라도 할 것처럼 미친 듯이 발사하기 시작했다.
콰쾅! 쾅! 쾅!
한미일 세 나라가 때려대는 미사일과 JDAM 등의 유도폭탄은 연일 중국의 서부 해안 지역은 물론, 내륙까지 폭격했다.
8월 10일 오전 10시.
우리 국군 3개 기동군단의 끊임없는 포격으로 베이징 서쪽이 마지막 중국 방어선이 와해했다.
이제 진격하면 바로 베이징인데, 기동군단들은 진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대통령님, 그럼 진격하겠습니다.”
“조심하라고 하세요. 진격 선두에는 K-31 중장갑 보병전투차를 앞세우고요.”
“허허! 알겠습니다.”
“적들이 시가지를 방패로 삼아서 우리 국군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냥 시가지 자체를 붕괴시키세요. 뒷일은 내가 책임집니다.”
“으허허!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제가 져야지요. 뭐, 그럴 일도 없을 겁니다만. 하여간 진격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네.”
국군의 3개 기동군단이 진격을 시작했다.
쾅! 쾅! 쾅!
미군은 조금만 저항에 부딪히거나 위험하면 공군을 부른다.
하지만 우리는 포병을 부른다.
“저항이 심하다고? 그럼 들어가지 말고 포병 불러!”
“포병!”
“포병!”
쾅! 쾅! 쾅!
진격하는 보병들은 지침에 따라서 조금만 저항이 심해져도 포병을 불렀다.
콰앙! 쾅! 쾅!
8월 11일 오후 2시.
하루 만에 베이징 서쪽의 핑구구와 미윈구가 점령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하루가 지난 8월 12일.
순이구 절반과 퉁저우구가 우리 국군에게 함락되었다.
이젠 천안문과 자금성이 멀지 않았다.
그때 비서실장이 다급하게 나를 찾았다.
“대통령님!”
“네, 비서실장님. 무슨 일이 있어요?”
“중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급하게 대통령님과 화상 연결을 원하고 있습니다.”
“에이, 습근평이가 또 헛소릴 하려나 보지요.”
“그게 아니라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뵙자고 하는 겁니다.”
“응? 리커창이요? 그 사람은 실각해서 은퇴한 사람이잖아요?”
리커창 전 국원 총리.
한때는 후진타오의 후계로 거론되었으나, 갑자기 다크호스로 떠오른 습근평과의 경쟁에서 패하여 존재감이 전혀 없는 국무원 총리를 마지막으로 사라진 사람이다.
심지어 퇴임하면서 인사를 다니는 영상까지 소셜미디어에서 검열로 삭제되는 수모를 당했던 인물.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아니 이제는 일개 민간인인 그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찾는다는 말인가?
“어디 루트로 연락이 온 것인데요?”
“중국 주석 전용 루트입니다.”
“음? 그렇다면?”
“맞습니다. 아무래도 중국 수뇌부에 변고가 있는 모양입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일단 대면을 해봐야지 무슨 내용인지 알겠군요. 바로 준비해 주세요.”
“네, 대통령님.”
잠시 후, 화상이 연결되고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올라왔다.
“강 대통령님, 저는 전 국무원 총리 리커창이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2023년 봄까지던가요? 그 후로는 소식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갑자기 중국 공식 채널로 이게 무슨 일입니까? 습근평 주석은 어디 있고요?”
“습근평은….”
“응? 습근평은?”
리커창이 습근평을 부르는데 주석이라는 직책을 붙이지 않았다.
역시 예상대로인가?
“습근평은 실각했습니다. 이번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요.”
“아….”
“그래서 지금은 임시로 제가 중국을 대표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래서요?”
“공격을 중지해 주십시오!”
“항복하겠다는 말입니까?”
“무조건 항복은 곤란합니다만, 원하시는 조건을 말씀하시면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허어….”
이게 무슨 소리야?
수도가 함락 직전인데, 아직도 이딴 개소릴 해?
최대한 맞춰드리겠다니?
이건 마치 용팔이들이 ‘고갱님 어디까지 알아보셨어요?’ 하는 멘트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거 보세요, 리커창 임시 주석님.”
“네, 강 대통령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는 겁니까? 수도가 함락 직전인데 항복은 곤란하다니요?”
“그, 그게…. 그러니까 명목상 항복은 아무래도 좀 곤란하다는 말입니다. 대신에 실질적으로는 거의 항복에 가까운….”
“됐습니다. 무조건 항복이 아니라면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아니, 대통령님! 강 대통령님!”
리커창이 나를 애타게 부르는 것을 외면하고 그냥 끊어버렸다.
“아직도 대국 자존심이 남아 있나 봅니다.”
“누가 아니랩니까?”
“솔직히 지상군을 우리가 맡아서 수도를 포위하여 때리고 있으니 우리에게 먼저 연락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미국에 매달렸을 겁니다. 미국에 항복하는 것은 그리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내 생각도 그렇습니다. 장관님, 이참에 좀 더 때리시지요? 조금만 더 때리면 항복할 것 같은데요?”
“으허허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장관은 바로 남은 화력을 중국에 모두 쏟아부으라는 명령을 내렸고, 나는 바이든에게 연락하여 현재 상황을 알려주었다.
“허허! 그놈들도 참. 그렇지 않아도 네가 연락하기 전에 나도 리커창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러셨어요? 뭐라 그러는데요?”
“뭐라 그러긴? 피해를 보상하고, 대만이 독립국가임을 인정할 테니 제발 한국 좀 말려달라고 하더라.”
“에이,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우리가 나쁜 놈들인지 알겠네요.”
“그러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상군의 핵심인 한국의 동의가 없으면 나도 종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잘하셨어요.”
“그래도 계속 종전을 요구하면 나도 들어줄 수밖에 없어. 우리 미국의 언론이 알면 왜 빨리 전쟁을 끝내지 않냐고 무슨 소릴 할지 모르니까.”
“알고 있는데, 조금만 더 참으세요. 지금 화력을 퍼붓고 있으니까, 얼마 못 갈 겁니다.”
“알았다. 그런데 넌 어디까지 갈 생각이야? 무조건 항복은 중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인데?”
“그건 그렇지요.”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
“무조건은 아니더라도, 영토는 좀 찢어 놓을 생각이에요. 일부는 우리나라도 먹고 말이지요.”
“영토 할양을 요구하려고?”
“네, 조. 북쪽으로 좀 치고 올라가야지 다시는 또 못된 생각할 것을 포기하지요.”
“흐음, 하여간 알겠습니다. 그런데 나도 이틀 정도 이상은 기다려 줄 수는 없으니까, 네 목적을 이루려면 열심히 때려야 할 거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그래 알았다.”
슈하학! 슈하학!
푸슝! 푸슝! 푸슝! 푸슝!
대한민국의 육해공 총 전력이 나서서 중국을 때려댔다.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최대의 화력을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상함과 잠수함들이 남은 미사일을 털털 털어서 발사했고, 공군의 F-35는 물론이요 F-15와 F-16, 심지어는 FA-50까지 나서서 순항미사일과 JDAM, KGGB 유도 폭탄을 쏟아부었다.
여기에 미국도 가세하여 B-21 신형 레이더 폭격기는 물론이고, B-2 폭격기와 노장 B-52까지 동원하여 융단 폭격을 퍼부었다.
바이든도 이제 다 온 것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8월 12일에는 바이든이 희소식을 알려왔다.
중국의 전략원잠 모두를 격침했다는 소식이다.
이제는 중국의 핵무기도 사실상 걱정할 염려가 없어졌다.
지상 발사 핵미사일 기지는 이미 우리와 미국에 의해서 모두 초토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살아 있기는 하겠지만, 핵보복 능력을 상실한 이상 걱정할 거리는 아니었다.
8월 13일 오전 10시.
리커창과 연락한 이후로 거의 이틀을 맹폭했더니, 중국 전역이 불바다가 된 상태다.
결국, 리커창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강 대통령님! 우리 중국 인민을 전부 죽일 생각입니까!”
“먼저 침공한 것은 그쪽입니다만?”
“아흑! 제발 공격을 중지해 주십시오!”
“그럼 항복하세요. 항복하면 공격을 멈추겠습니다.”
“항복하면 우리 중국을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뭘 어째요? 이번 전쟁뿐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중국이 저질렀던 짓을 생각해 보세요. 중국은 이미 너무 커졌습니다.”
“너무 커졌다니요? 그 말씀은?”
“너무 크면 좀 줄여야 하지 않겠어요?”
“어디까지 말입니까?”
“티벳과 신장을 독립시키세요.”
“…….”
“그리고 대만의 독립도 인정하고, 홍콩과 그 인근 지역도 포함해서 할양하세요. 또한, 센카쿠 열도, 스프래틀리 열도 등도 손을 떼고, 9단선 같은 헛소리도 더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 그거면 되었습니까?”
“그럴 리가 있나요? 지상군을 동원하여 피땀을 흘린 것은 우리나란데, 그냥 이대로 끝내라고요?”
“그럼 무엇을?”
“지린성,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즉 동북 3성을 우리에게 할양하세요.”
“말도 안 됩니다! 그건 있을 수가 없어요!”
“말이 왜 안 됩니까? 말 됩니다.”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충분한 배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뭘로요? 돈으로요? 지금 내 앞에서 돈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어쩌지요? 돈은 넘치는데요?”
“…….”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막말로 감히 내게 돈으로 배상하겠다니?
돈이라면 썩어날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말이다.
“제발 재고하여 주십시오! 동북 3성에 사는 우리 인민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2년 이내에 국적을 선택하는 것으로 하고, 한국인으로 살기 싫으면 나가야지요. 아! 그들이 나갈 때 재산은 뺏지 않을 테니까, 걱정은 하지 마세요.”
“다시 한번 더 생각해 주세요! 동북 3성 전체를 할양하는 것은 너무하는 처사입니다! 국제 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국제 사회는 무슨 국제 사회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물론이요, 러시아도 내 편인데 그쪽에서 국제 사회 걱정을 왜 합니까?”
“크흐흑! 그래도 그건 안 됩니다!”
“그럼 계속 처맞으시든가. 분명히 경고합니다. 중국이 여기서 더 부서지면 재기할 수 없을 겁니다. 알고 있겠지요?”
“…….”
알고 있으니까 저리 매달리겠지.
“그럼, 생각이 바뀌면 다시 연락해주세요. 나는 폭격 명령을 내려야 해서요.”
“저기! 강 대통령님!”
애타게 부르는 소릴 뒤로하고 다시 깔끔하게 화상을 끊어버렸다.
“이 장관님, 계속 폭격하시고 3개 기동군단도 진격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콰! 콰쾅! 쾅!
다시 맹렬하게 맹폭을 가한지 3시간 만에 리커창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뭡니까?”
“랴오닝성은 빼주십시오! 지린과 헤이룽장성까지는 할양하겠습니다!”
“이거 왜 이래요? 그만합시다.”
“강 대통령님!”
전화를 끊고 두 시간 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요하! 요하까지만 만족해 주십시오!”
“흐음….”
“제발 부탁입니다! 요하까지만!”
“그럼, 거기다가 내몽골자치구 후룬베이얼까지! 그러면 요하 서쪽으로 만족하지요.”
“…….”
“싫으면 마시고요. 이젠 전화 안 받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그렇게!”
전쟁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