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247화 (247/250)

247. 때가 온 것인가?

2027년 8월 20일.

한국, 미국, 일본, 대만 4개국 정상이 서울로 모였다.

그리고 중국의 임시 주석 리커창도 방한했다.

오늘은 길고 긴 항복 협상 끝에 항복조인식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영빈관에 설치된 식장에는 전 세계의 기자들이 모여들어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였다.

나와 바이든, 그리고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일본의 기시다 총리가 먼저 앉아 있는 가운데 중국의 리커창 임시 주석이 친강 외교부장과 함께 침통한 표정으로 입장했다.

“강 대통령….”

“리커창 주석, 이런 일로 처음 뵙게 되어 유감입니다.”

“하아….”

“여기 있기 괴로우실 텐데, 빨리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

우리 외교부 직원이 그를 테이블 앞으로 인도했고, 항복조인서를 내밀었다.

리커창 주석은 약간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항복조인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펜을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주저 없이 항복조인서 두 부에 사인했다.

다음으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인하고, 두 번째로는 내가, 그리고 일본의 기시다 총리가 사인하고 마지막으로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했다.

드디어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이다.

“고생하셨습니다, 리커창 주석.”

“…….”

내가 손을 내밀었지만, 리커창은 그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더니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우리 중국은…. 다시 일어날 겁니다.”

“그러시든가….”

그 한마디를 남기고 리커창 주석은 뒤도 안 돌아보고 항복 조인식장을 빠져나갔다.

패자가 사라진 후, 우리 4개국 정상들은 광화문 광장에 임시로 가설된 전승 축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와아아아!”

“이겼다!”

“중국을 이겼다!”

“대한민국 만세!!”

중국이 다시 일어나든가 말든가, 역시 승리는 좋았고 우리는 그 승리를 만끽했다.

전승 축하 만찬까지 끝난 후, 나는 청와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마주 앉아 차를 마셨다.

“으아! 무지하게 피곤하네요. 조, 안 피곤하세요?”

“왜 안 피곤하겠니? 내 나이가 몇인데?”

하기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는 현재 우리 나이로 86세다.

이런 양반이 젊은 사람도 힘든 일정을 소화한 거다.

물론 워낙 고령이라 틈틈이 쉴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그래도 대단한 일이었다.

“피곤하시면 내일 말씀하시든가요.”

“아니야, 내일은 또 이리저리 바쁘고, 오후에는 미국으로 가야 하지 않니? 아직은 괜찮다. 이 차를 마시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구나.”

“하하! 인삼차 중에서도 최상품입니다. 가실 때 싸드릴 테니까 가지고 가세요. 힘이 좀 나실 겁니다.”

“고맙구나.”

“별말씀을요. 진작 좀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지금 바이든 대통령이 마시는 인삼차는 10지 600g에 1,000만 원이나 하는 최고급 천삼을 우린 것이다.

나도 마셔보니 정말 좋았다.

“그나저나 협상을 아주 잘했더구나. 중국 놈들에게 배상금을 그렇게 많이 뜯어낼 줄은 몰랐거든?”

“하하! 얼마 정도를 예상하셨는데요?”

“나는 잘해야 1조 달러 정도로 생각했지. 그런데 1조 5,000억 달러라니, 이거 꼭 내가 꽁돈이 생긴 기분이야. 하하하!”

이번에 중국에서 받아낸 전쟁 배상금은 1조 5,000억 달러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약 4조 달러 정도 되었는데, 그중에서 뜯어낸 거다.

그렇게 해서 미국에 돌아가는 몫은 절반인 7,500억 달러고, 나머지를 일본과 대만이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했다.

아마도 이번 전쟁에 사용한 전비의 몇 배는 될 터이니, 바이든으로서도 상당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뭐, 목에다가 칼을 대고 있는데 중국놈들이 어쩌겠어요? 더 뜯어낼까 하다가, 중국이 완전히 망가지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해서 숨통을 틔워준 겁니다.”

“잘했다. 자고로 사람이나 짐승이나 너무 구석으로 몰면 끝이 좋지 않은 법이거든. 게다가 중국도 이번에 피해가 너무 커서 그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어떻게든 생존할 수 있을 거다.”

“흐흐흐! 잘 계산해서 딱 그 정도로 한 겁니다.”

“하여간 고맙다. 하여간 너도 정말 대단해! 불과 12년? 13년? 만에 전무후무한 부자가 되고, 너희 나라를 초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으니까.”

“운이 좋았던 거지요.”

“으허허! 그 운 좋은 너를 만났던 나도 참 운이 좋은 것 같은데?”

“하하하!”

“으허허!”

바이든과 그렇게 기분 좋게 담소를 나눈 지 10여 분. 어느새 바이든은 잠이 들었다.

확실히 바이든 연배에 비하면 정력적이기는 하나, 나이는 속일 수 없었나 보다.

“좋은 꿈 꾸세요, 조.”

바이든과 만난 지도 벌써 8년이다.

그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우리 두 사람은 마찰 없이 잘 헤쳐온 것 같았다.

나는 바이든이 춥지 않도록 담요를 덮어주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

전쟁이 끝났지만 내 할 일은 더 쌓여만 갔다.

요하 동쪽의 만주를 다 얻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쿵!

“오늘 결재하실 서류입니다.”

나는 비서실장이 직원과 함께 들고 온 서류를 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이, 이 많은 것을 오늘 다 보라고요?”

“오늘 보지 않으시면 내일이 무척이나 힘들 겁니다.”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요? 대통령은 노동 기본권도 없나?”

“네, 없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만 일에 치여 사는 것이 아닙니다. 제 책상에는 이거의 2배가 쌓여 있습니다만?”

“…….”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도망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니 어쩌냐?

죽어라 일해야지.

우선 전쟁으로 획득한 영토를 통치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우리나라가 얻은 영토는 동쪽으로 헤이룽강 성과 길림성, 그리고 서쪽으로는 랴오닝성의 60% 정도다.

동쪽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계선도 성 단위 행정구역 전체를 가져왔기에 분란이 생길 염려도 없었고 워낙 중원에서는 먼 곳이라 천천히 안정시키면 될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요녕성.

성 단위 행정구역을 요하강을 경계로 구분하기로 하고 항복조인식이 있기 전의 세부 협상에서 결정한 것인데, 이때 정말 치열하게 싸워야 했다.

특히 문제가 된 곳은 요하 하구에 있는 판진시(盘锦市)다.

판진시는 랴오허 유전(辽河油田) 외에도 슈광 유전(曙光油田), 싱룽타이 유전(兴隆台油田), 가오성 유전(高升油田) 등이 잔뜩 있는 유전 도시로, 리커창이 끝까지 놓고 싶어 하지 않던 곳이다.

물론 결국에는 우리 측에 넘기기로 했지만.

넘기지 않으면 북경을 가루로 만들겠다는데 어찌할 거냐고?

하여간 새로 획득한 북방 영토에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일단은 약간 강압적인 통치에 들어갔다.

그리고 중국으로 이주할 사람은 전부 나가라고 했다.

내가 준 시간은 딱 2년.

그 안에 이주하면 재산을 가지고 가는 것도 허용하고, 심지어 거주하던 주택이나 부동산도 모두 카르마에서 구매해 주는 것으로 했다.

물론 전쟁으로 부동산값이 똥값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로 폭락해 있으니 할 수 있는 말이었고, 어차피 중국은 토지 소유가 불가능하고 토지사용권만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게다가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은 장기 채권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하여 일시에 대규모 달러가 나가는 것을 방지했고.

일각에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잡음이 나왔지만, 중국인들의 이주를 활성화하려면 이 정도는 해주어야 했다.

전 재산을 놓고 나가라고 한다면 나갈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말이다.

더불어 중국으로부터 획득한 북방 영토 지역의 주민들은 최소 30년 동안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질 수 없으며, 그 후에도 30년에 걸쳐서 순차적으로 조금씩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우리 기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북방 지역에서는 중국에서 사실상 폐지했던 산아제한 정책도 적극적으로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

뭐, 원래 이 지역도 출산율 저하로 고민이 많았던 곳이라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그래도 법으로 강제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이런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정책이 중국 공산당 치하에서 있던 시절과 별반 다를 것이 없겠지만, 이런 것이 쌓여서 미래가 불안해 보여야지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강압적인 정책만 펼치면 경제가 둔화하여 우리나라 전체에 부담이 되기에 그렇게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중국 공산당 시절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자유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오랜 기간 1국 2 체제를 유지해야 하기에 한반도 지역과는 확실하게 차별을 받겠지만, 적어도 중국 공산당 통치 시절처럼 당이 법 위에서 군림하던 세상은 이젠 없을 테니까.

어쨌든 내가 해야 할 일은 통합의 기틀만 다지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일은 다른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벌써 헌법이고 나발이고 내가 계속 대통령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가 미쳤냐?

이 짓을 5년이나 더 하게?

임기가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청와대에서 나갈 것이다.

2027년 12월 23일.

만사를 제쳐놓고 오랜만에 제인과 함께 미국 집으로 휴가를 떠났다.

이젠 제법 일에 이골이 나서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휴가를 낸 것이다.

“으아! 좋구나!”

나는 우리 집 수영장에 몸을 담그면서 좋구나를 연발했다,

아 얼마나 평화로운 일상인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일에 찌들어 살았더니, 이런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유진아! 옳지! 옳지! 으하하하!”

“아빠! 아빠!”

“아이고, 내 새끼!”

낮에는 유진이와 놀아주면서 오랜만에 아빠 노릇을 제대로 했다.

그리고 밤에는….

“어흥!”

“오빠! 오빠!”

한동안 제대로 못 했던 제인과의 밤놀이를 실컷 했다.

그렇게 정말 격동의 2027년이 지나고 2028년의 첫날이 밝았다.

“으랴차!”

“껑!”

1월 3일이다.

오늘도 거의 새벽까지 제인을 괴롭히면서 떡실신을 시키고 난 후,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이틀 후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미친 듯이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좀 더 가열차게 사랑했다.

그런데….

띠리리링! 띠리리링!

엥? 이 시간에 웬 전화?

“뭐지? 이 시간에?”

어쨌든 내 휴대폰은 철저하게 소수의 사람에게만 번호를 알려주었기에, 이 시간에 전화할 정도면 시답지 않은 전화일 리는 없었다.

“응? 질?”

바이든 대통령도 아니고 영부인 질이 이 시간에 내게 전화를 하다니?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얼른 전화를 받았다.

“네, 질. 접니다.”

- 알렉스?

“네,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 그이가….

“예?”

- 그이 상태가 좋지 않아.

“조가 말입니까?”

- 응,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아. 그리고 알렉스를 찾고 있는데, 바로 지금 와줄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바로 출발하지요.”

전화를 끊고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오빠, 무슨 일이야?”

“조가 위독한가 봐. 나를 찾고 있다고 하고.”

“어머! 어떻게 해?”

“제인도 같이 가자.”

“응.”

바이든은 중국과의 전쟁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최근에 급격히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졌다.

아무래도 때가 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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