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250화 (250/250)

250. 행복이 별거 있나?

가산 디지털단지의 그 가게는 놀랍게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업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당시 서른한 살이던 내가 쉰한 살이 되었고, 재하 형은 60대다.

그리고 가게도 그만큼 나이를 먹어서 점점 노포가 되어 갔다.

전직 대통령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내가, 그런 샐러리맨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출현했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가디는 역시 주말에는 영업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말에는 직장인들이 모두 쉬어서 길에는 사람 구경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

비서실에서 가게 사장님에게 부탁을 했더니, 영광이라면서 흔쾌히 주말임에도 문을 열어주셨다.

“사장님, 혹시 우리 기억나세요?”

“하하하! 그럼요? 우리 가게 단골이셨잖아요? 나중에 대통령에 출마하셨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답니다.”

“하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유! 어쩌다 보니라니요? 전 그때도 크게 되실 거로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더라도 말이지요.”

“네? 아니 뭘 보고서요?”

가산 디지털단지에는 대기업이 거의 없었다.

끽해야 의류 유통으로 유명한 무슨 스코틀랜드인지 잉글랜드인지 하는 회사와 은성전자의 연구 센터가 있을 뿐, 나머지는 죄다 고만고만한 소기업이나 중기업이었다.

그런데 뭘 보고 내가 큰 인물이 될 거로 생각했다는 거지?

“손님을 많이 접하게 되면, 반쯤은 관상쟁이가 되는 법입니다. 근데 대통령님처럼 좋은 인상은 별로 없었어요. 그때는 살이 좀 찌셨잖아요?”

“하하! 맞습니다.”

“인상은 그때가 더 좋았습니다. 뭔가 후덕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회사가 엄청 힘들었는지 항상 울분을 토하다가 가셨는데, 그래도 항상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굉장히 친절하셨어요. 그래서 기억에도 남았고, 아 저 손님은 나중에 성공할 거다, 라고 늘 생각했었습니다.”

“아이고,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요?”

“그럼요? 사진도 같이 찍으시지요. 그리고 이거 홍보에 사용하셔도 됩니다.”

“정말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내가 국내에 잘 없었고,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그럴 기회가 없다 보니, 내 사인이나 사진이 걸려 있는 음식점은 거의 없었다.

이 집, 이제 나름 명소가 될 거다.

갑작스럽게 연락하여 재하 형은 나보다 10분 정도 늦게 달려왔다.

“야이 씨, 갑자기 이러는 법이 어딨냐?”

“흐흐흐! 그래서 싫어요?”

“싫기는 인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 불러주는 건데? 하하하!”

“하하하!”

오랜만에 예전에 즐겨 먹던 안주가 나오고, 이내 소주를 들이켰다.

“캬! 내가 말이유, 세상에서 맛있다는 것은 전부 먹어봤는데 이 집 안주가 왜 이렇게 맛있을까?”

“크! 네 입맛은 원래 좀 저렴하고 초딩스러웠잖아?”

“흐흐흐! 맞아, 맞아.”

“크! 좋다!”

오랜만에 먹는 이 집 안주 맛은 정말 기가 막혔다.

이러니 뻑하면 간판 뜯어내고 주인이 바뀌는 가디에서 20년을 버틴 걸 거다.

“요즘 홍 사장님은 뭐해요?”

“그 양반? 몇 년 전에 소식을 듣기로는 여전히 잘 살더라. 알잖아? 그 양반은 절대 모험은 안 한다는 거?”

“그렇지요. 우리 홍 사장님은 절대로 모험 같은 것은 안 하지.”

“그래서 대성 어패럴을 우리에게 팔고서는 여기저기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잘 사시는가 보더라고.”

“나름 승자네, 승자….”

“나름 대단한 양반이지, 흐흐흐!”

“흐흐흐!”

나도 이젠 추억을 안주로 삼을 때인가?

오래전 대성 어패럴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아니, 디자인실에서 작업지시서 내린 대로 염색했는데, 왜 나보고 난리냐고? 디자인실에서 잘못한 건데?”

“진짜 원형 행거 하나 매장에 집어넣는데, 가운데에 손바닥만 한 나무가 붙어 있다고 세상에 그걸 방염 처리해서 오라는 거 있지? 아니 20만 원짜리 원형 행거 하나 넣겠다고 방염비로 50만 원을 날리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아, 정말 재밌다.

그러는 사이에 소주병은 어느새 다섯 병을 넘어섰다.

이젠 나도 재하 형도 얼근하게 취기가 돌았다.

“행님, 기억나요? 우리 여기서 술 마실 때 탁발하시던 정화 스님이 오셨던 거?”

“끄윽! 그걸 내가 어떻게 잊냐? 네가 5만 원이나 하는 거금을 준 것도 처음이고, 그렇게 뭔가 있어 보이는 스님도 처음이었는데? 너 그래서 재단 이름도 정화 재단으로 지었잖아?”

“흐흐흐! 그랬지.”

모든 것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정화 스님이 주신 염주의 빛을 따라갔더니, 덜컥 미국 로또인 파워볼에 당첨되었다.

무려 25억 4,000만 달러, 당시 환율로 한화 2조 8,000억 원이라는 전대미문의 당첨 금액.

그렇게 받은 돈으로 미국에서 굴리고 또 굴렸었다.

투자 성공률?

그런 것을 걱정할 틈도 없었지.

그저 염주의 반응을 보면서 따라가면 되었으니까.

AMD, 엔비디아, 그리고 테슬라.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1등 공신들이다.

모두 수백 배 이상의 수익을 내게 안겨다 주었으니까.

비록 염주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왔지만, 나도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선업을 계속 쌓으라는 정화 스님의 말씀을 잊은 적은 한시도 없었고, 정화 스님이 설립한 양혜원을 지원하면서 만든 정화 재단은 자산이 현재 200조 이상일 정도로 커졌다.

막말로 대한민국에 살면서 정화 재단의 혜택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고,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에도 지부를 설립하여 노력하지만, 기회가 없어서 좌절하는 많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미국은 미국대로 제프리 형이 재단을 맡아서, 미국을 중심으로 중미는 물론 남미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

그것뿐인가?

마적 떼 같은 군부 놈들의 치하에서 신음하는 미얀마를 위해서는 직접 군대를 조직하고 무기를 사주어 결국에서는 군부를 몰아내어 민주적인 정권을 수립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폴란드야 원래 위협을 느껴서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왔지만, 다른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눈치를 보면서 지원을 주저했었다.

그런 상황을 타개한 것도 나였다.

당시에 나는 이미 개인으로서 세계 최고 부자일 뿐만이 아니라, 독일과 일본을 능가하는 강대국급 자금 동원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내 말을 듣지 않았다가 내가 보복이라도 하면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정도를 제외하면 버틸 나라가 없을 정도였다.

나는 그런 내 힘을 아낌없이 사용했고, 결국 푸틴은 자신이 발탁한 요리사 겸 악명 놓은 용병 단체의 수장인 프리고진과의 불화로 지옥에 가버리면서 전쟁은 끝이 났다.

당연히 우크라이나에서는 나를 국가 최대 은인으로 지정하여, 최근에는 매년 ‘알렉스의 날’을 제정해 나를 기릴 정도였다.

막상 가서 거대한 내 동상을 보니 얼마나 민망하던지.

그러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침공하는 꿈을 꾸게 되었다.

원래도 밀덕 기질이 있어서 각종 무기를 국군에 지원했는데, 그때부터는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을 쏟아부었다.

하다 보니 한 다리 건너뛰어 지원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서 결국은 대통령까지 되었고, 기어이 중국 화북지역까지 밀어붙이면서 승리를 쟁취했다.

광대한 북방 영토도 획득했고,

이게 모두 파워볼에 당첨된 후 20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인생이었다.

좃소기업 대성 어패럴의 영업 팀장에게 일어난 일이니까.

아!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내 인생의 반려를 찾았던 일일 것이다.

제인, 내가 내 목숨보다도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은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차이나고 삼촌 같은 존재였다는 이유로 한때는 밀어내려고 했으니, 참 내가 미쳤지.

톰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었다.

톰 형은 뭐 하고 지내지?

궁금하네?

“뭘 그렇게 생각하냐?”

“흐흐흐! 옛날 생각 좀 했어요. 우리 참 그동안 많이 컸지?”

“미친놈! 큰 정도냐? 인류 역사에서 너만큼 많은 부를 가지고, 너만큼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터인데? 솔직히 기적이지, 기적!”

“그래요, 기적이지 기적….”

기적이라기보다는 사기가 맞는 것 같은데?

그날 밤, 만취하여 집에 들어와서 곧장 잠에 빠졌는데,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아빠! 공 일루 줘요!”

“간다!”

뻥!

“에이, 아빠도 참! 그쪽으로 차면 어떻게 해?”

나는 판교 집 정원에서 어느새 훌쩍 큰 유진이와 공놀이를 하고 있었고, 제인은 수지를 안고서 그런 우리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행복하다.

정말 행복하다.

“아빠! 공!”

“아, 미안.”

행복한 것은 행복한 것이고 아들내미에게 욕먹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달려가서 공을 주워와야 한다.

여기서는 내가 제일 밑이다.

세계 최고 부자고 전직 대통령이고 다 필요 없었다.

“으차!”

열심히 정원 뒤편으로 굴러가는 공을 따라서 뛰는데, 공이 누군가의 발에 의해서 멈추었다.

“아, 공 좀 주세…. 엇?”

공을 세운 발의 주인은 바로 정화 스님이었다.

“스님? 정화 스님?”

“오랜만이어요, 강 시주.”

“네, 오랜만입니다, 정화 스님.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호호호! 이미 입적한 제가 여기에 어떻게 왔겠습니까? 여기는 강 시주의 꿈속입니다.”

“아, 그랬군요….”

어째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오랜만에 꿈을 꾸는 모양이다.

그런데 정화 스님이 날 찾아온 것은 처음으로,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스님, 정말 반갑습니다. 자주 좀 찾아주시지 그랬어요?”

“시주께서 잘하고 계시는데, 소승이 번거롭게 자주 찾아올 이유는 없었지요. 게다가 저승에서 이승으로 찾아오는 것은, 그것이 꿈일지라도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아, 그럼 정말 어려운 걸음을 하신 거로군요. 혹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잘해 주셨습니다.”

“에이, 전부 스님이 주신 염주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뭘 했다고요.”

“호호! 아닙니다, 아니에요. 선업에 대한 보답으로 저는 그저 조그만 선물을 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누구도 이루지 못했을 만큼 큰 선업을 다시 쌓았습니다. 참으로 장하고 장합니다.”

“과찬이십니다, 스님….”

그때 유진이가 달려왔다.

공 주우러 간 아빠가 오지 않다 직접 달려온 것이다.

“아빠! 이 할머니는 누구야?”

“응, 아빠에게 은인이 되시는 분이셔. 거의 친할머니 같은 분이고. 우리 유진이, 할머니께 인사해야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유진이라고 합니다.”

“오호호호!!”

정화 스님은 귀엽게 인사하는 유진이를 보면서 정말 활짝 웃었다.

“그래, 참으로 이쁜 아이로다.”

“흐흐흐! 그렇지요? 스님?”

자식 자랑은 아무리 저승에서 찾아온 분이라지만 못 참지.

“참으로 좋은 가족을 두셨습니다. 착한 아내와 이쁘고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이 너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사시면 계속하여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정진, 또 정진하세요.”

“감사합니다, 스님.”

“그래요, 그럼 소승은 이만….”

“아니, 벌써 가시게요?”

“아무리 저라도, 저승에 속한 사람이 이승에 오래 있으면 좋지 않습니다. 강 시주, 그럼….”

“아, 스님!”

스님을 외치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갈증이 나서 일어나 냉수를 마시고 거실로 나왔다.

무려 20년 만에 오신 스님, 왜 오셨을까?

그저 격려하려고 오신 것 같지는 않은데?

무심코 왼쪽 손목에 채워진 염주를 바라보았다.

왠지 느낌이 전과 같지 않았다.

혹시 염주의 능력을 회수하러 오신 것일까?

며칠 후, 내 예상은 맞았다.

간단한 문제로 혹시나 해서 염주를 대보았지만, 염주는 더는 빛을 내지 않았다.

그래도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후련한 느낌?

사실 지금의 내 위치는 염주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

십수조 달러를 가지고 있기에,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으면 못 하는 일이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때가 되어서 염주의 이능을 회수하러 오셨던 모양이다.

그래, 이제는 오롯이 나의 힘으로 사는 거다.

정화 스님의 말씀처럼 계속 정진, 또 정진하면서.

그러면서 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것이다.

“제인!”

“웅! 오빠!”

“우리 애들 몰래 영화나 보고 올까?”

“그럴까?”

“흐흐흐!”

“호호호!”

행복이 별거 있나?

이게 행복이지.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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