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3화 (3/227)

3화 회의

[최하급 요리 비결 - ‘영장류 손질법의 깨달음’]

‘요리사의 눈’은 식재료를 대상으로만 발동한다고 했다.

그게 얘들한테도 발동했다는 건.

“…….”

눈앞의 문구를 보며 어이없어하고 있다 보니.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뭔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자 몇몇 병사들이 나를 꺼림칙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뭐야.’

남들 총 들고 경계 서고 있는데 맨몸이라 그런가?

아니면 혹시 인간 손질 어쩌고 하는 문구가 남들한테도 보이나?

다행이라 해야 할지, 둘 다 아니었다.

“신 병장님?”

“어어, 왜?”

“그 모습은 대체…….”

내 모습이 어떻길래, 하고 몸을 내려다보니.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얼굴은 식당에서 뿌려 댄 기름과 괴물의 피로 징그럽게 번들거리고,

남색이었던 취사복은 괴물 녀석의 피 때문에 푹 젖은 암적색이 돼 있었다.

한쪽 손에 들고 있는 사시미칼에는 괴물 녀석의 살점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고.

‘공포 영화도 아니고.’

이 몰골로 돌아다니고 있으니 꺼림칙하게 볼 수밖에.

‘지금은 어려울 것 같고, 나중에 기회 되는 대로 씻어야겠네.’

그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너희는 뭔 일이 있었던 건데?”

나도 어지간한 몰골이 아니었지만.

여기 모인 녀석들도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다들 핏기가 없는 창백한 얼굴에, 구석에서는 몸을 덜덜 떨고 있는 병사들도 보인다.

내게 말을 건 녀석은 멘탈이 강한 편인지 그나마 정상으로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온몸을 조금씩 떨고 있었다.

“저희는…….”

대충 설명을 들으니, 내가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주말답게 TV나 보면서 잡담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TV가 먹통이 돼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다들 TV를 때려 보던 순간.

갑자기 창문을 부수고 괴물들이 난입.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고.

살아남은 부대원들은 어찌어찌 총기함에서 총을 꺼내 들고 탄약고로 도주.

총알을 보충하고 싸웠다는 것.

“원래는 총기 보관함 열쇠도 본부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우리 부대는 그런 거 신경 안 썼으니까 말입니다.”

“가라 부대라 그나마 다행이었던가.”

본부에서 보관해야 할 총기 보관함 열쇠는 생활관에 있었고, 탄약고 열쇠는 탄약 관리병 군복 주머니에 있었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이게 군대냐’ 하면서 욕하고 그랬지만, 열쇠가 멀리 있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 신 병장님 쪽은 어땠습니까? 나머지 취사병들은 어디에……?”

이야기를 마친 녀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 빼고 다 죽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 뭐, 네가 미안할 필요까진 없고.”

맞후임 준혁이.

막내 용준이.

‘좋은 녀석들이었는데.’

준혁이는 요리하다 온 사람답게 식당 일도 잘하고 성격도 싹싹한 에이스였고.

막내 용준이는 다소 둔하고 일은 못하는 편이어도, 애가 성격은 참 착했다.

식당 일을 할 때야 선임으로서 혼내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지만.

이렇게 죽을 녀석들은 아니었는데.

‘……정말 나밖에 안 남았구나.’

일단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려서일까.

이제야 그 사실이 체감됐다.

괜히 울적해져서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탄약고 안쪽에서 병사 한 명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신 병장님. 김 중위님이 잠깐 좀 와 달랍니다.”

“나? 나를 왜?”

“신 병장님만 부른 건 아니고, 부서별 병사들 수 확인해서 부서별 최고참들 다 와 달랍니다.”

“아, 하긴. 주말이라 부대 내에 간부도 얼마 없으니, 병사들 의견도 들어야겠네.”

평상시라면 이런 비상사태일 때 간부들끼리 의견을 교환한 뒤 병사들에게 전달하겠지.

하지만 사건이 터진 오늘은 마침 주말.

부대에 남은 간부도 얼마 없겠다, 병사들 의견도 참고하려는 거겠지.

“……그게, 얼마 없는 수준이 아니랍니다.”

“응?”

“오늘 부대 올라와 있던 간부님들 다섯 분이었는데. 김 중위님을 제외하고 모두 돌아가셨답니다.”

말을 이어 갈수록, 병사 녀석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간부들까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병사들 중 일부는 구석에 주저앉아 무릎을 안은 채 흐느끼고 있었고.

심지어 몇 명은 정신이 완전히 나가 버린 것인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길…….’

그렇게 김 중위가 불렀다는 장소로 향하니, 나 말고도 몇몇 부대원들이 먼저 도착해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앉아 있는 남자.

“영준이 왔어? 거기 앉아.”

김현석 중위.

핏기가 전부 빠진 듯 창백한 얼굴의 그가 입을 열었다.

“이, 일단은 앉아서 얘기하자.”

애써 태연한 척하는 표정이었다

* * *

김 중위.

첫인상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인물이다.

아니, 오히려 호감 가는 인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나이도 젊고 키도 큰 편에, 얼굴도 나름 듬직하게 생겨서 믿음이 가는 얼굴이니.

그런 외모에 속아 처음에는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일은 더럽게 못하면서, 욕심만 많은…….’

폐급 간부.

나도 처음에는 나름 잘 보이겠다고 요리를 해다 바쳤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맛없는 메뉴가 나올 때마다 ‘영준아, 나는 이따 다른 메뉴로 해 주라.’ 하면서 주문까지 하던 모습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이 사람이 지금 우리 부대 최상급자다, 이건데.’

두통이 심해지려는 게 느껴졌으나.

어떻게든 티 내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다른 부서의 고참 병사들이 한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송반에선 성호가 왔네? 최고참은 준교 아니었나?”

“아, 그게. 김준교 병장은 죽…… 아니, 돌아가셨습니다.”

“어, 어? 어어. 그래.”

어색하게 말을 삼키는 김 중위.

‘지금 그딴 걸 왜 물어봐……. 분위기 어쩔 건데.’

이곳에 모인 부서별 최고참 병사 중 반 정도는 원래는 최고참이 아니었다.

원래의 최고참 병사는 죽거나,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고.

그나마 이런 상황에서도 제정신을 유지 중인 병사들만이 이 자리에 모인 것.

하지만…….

“우욱…….”

“X발. X발. X발…….”

누군가가 죽는 모습을 떠올렸는지 토악질을 하는 녀석.

머리를 부여잡고 작은 목소리로 욕을 되뇌는 녀석까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대부분이 어떻게든 제정신을 붙잡고만 있을 뿐.

반쯤 미치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보였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역시, 후임 녀석들이 잡아 먹히던 풍경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는다.

“크흠, 그럼 인원 체크부터 하자. 반별로 인원 조사한 것부터 말해 줄래?”

그런 와중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황을 파악하고, 모두가 의견을 맞댈 필요가 있다.

얼추 최고참 병사들이 다 모인 뒤.

회의가 시작됐다.

“수송반은 열 명입니다.”

“레이더반은 일곱……입니다.”

“취사반 한 명 남았습니다.”

나도 대답을 하면서 다른 병사들이 말하는 숫자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 결과 알게 된 사실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살아남은 인원이 100명 정도.’

나는 취사병인 만큼 우리 부대에서 밥을 먹는 인원의 숫자를 잘 알고 있다.

밥을 먹는 인원은 곧 부대에 있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

그리고 내 기억에 의하면.

주말에 부대에 머무는 인원은 200명이 조금 넘어야 정상이었다.

‘절반 가까이 죽었어.’

사상자가 많을 것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저도 보고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손을 든 것은 통신반의 이민재 병장이었다.

나랑은 한 기수밖에 차이가 안 나서 이제는 형, 동생 하는 사이.

대부분의 병사가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민재 형은 그나마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회의에 가장 늦게 출석한 것도 민재 형이었지.

“여기 오기 전에 후임들하고 같이 확인해 봤는데, 아무래도 외부하고 연락이 끊긴 것 같습니다.”

“뭐?”

“일반적인 통화는 전부 권외로 뜨고, 비상용 연락망도 전부 먹통입니다. TV, 라디오는 물론이고. 인트라넷이나 군용 주파수…… 시도해 볼 수 있는 모든 통신 수단은 전부 시도해봤습니다만, 전부 끊긴 듯합니다.”

뭐?

이게 뭔.

‘개소리야?’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주변의 다른 병사들도 웅성거리는 게 느껴졌다.

“외, 외부하고 연락이 아예 안 된단 말씀이십니까?”

“뭐야 그게, 북한이 EMP라도 터트린 건가?”

“아니지. 군대는 EMP 터져도 안전하게 차폐막 같은 거 해 놓잖아! 대체 왜……!?”

안 그래도 모여 있던 병사들 사이에 은은하게 퍼져 있던 혼란.

그나마 병사들에게 남아 있는 한 줌의 이성이 그것을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외부와의 연락이 끊겼다는 소식을 불씨 삼아 혼란이 급격하게 번지기 시작했다.

“제길, 이러다 여기서 다 죽는 거 아닙니까!?”

“바깥이랑 연락이 안 된다니, 그럼 우리 가족은…….”

혼란에 빠진 병사들은 그렇게 소란스럽게 떠들다가.

이내, 김 중위에게 시선을 보냈다.

“김 중위님……. 우리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인간은 불안하면 기댈 곳을 찾게 되기 마련.

부대에 남아 있는 유일한 간부.

즉, 현시점에서 우리 부대의 지휘관인 김 중위.

나도 내심 유일한 간부인 그가 이 혼란을 정리하고, 냉정하게 지시를 내려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뭘 해야 한다는 목표가 확실히 정해진다면.

병사들의 불안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한 것인데.

“그, 글쎄. 나도 잘…….”

냉정한 지시는 무슨.

김 중위에게 그딴 걸 바라는 게 무리였다.

“……당신이 모르면 어쩌자고!”

“히익!”

“야, 야! 진정해!”

흥분한 병사 한 명이 김 중위에게 달려들려는 것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외려 혼란만 가중되는 와중.

머리를 싸매고 있던 김 중위가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입을 열었다.

“그, 그래. 연락이 끊겼다고 했지? 병사 몇 명만 상위 부대로 보내서 연락을 시도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상위 부대의 명령을 받아야 뭐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기껏 의견을 꺼냈는데 미안하지만.

거기에 초를 친 것은 나였다.

우리 부대는 해발 1,400m의 고산지대에 있는 레이더 기지.

산의 입구에서 부대에 도착할 때까지 한 시간은 걸리는, 제1급 격오지 부대다.

“차를 타고 나간다 해도 산을 빠져나가는 데만 한 시간에, 상위 부대까지 도착하려면 두 시간은 걸릴 텐데, 그동안 괴물이 습격하기라도 하면.”

통신이 괜히 끊긴 건 아닐 터.

괜히 상위 부대와 연락하겠다고 사람을 보냈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차라리 총기를 가진 부대원들과 뭉쳐 있는 게 안전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위험하긴 하겠지만…… 그, 그래도 필요한 일이니까! 대신 지원자만 뽑아서 가는 거로 하자.”

김 중위는 상위 부대에 연락하는 걸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기가 명령권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건가.’

평범한 상황이면 모를까, 괴물들이 인간을 습격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단의 고삐를 쥐었다가 잘못된 선택을 하기라도 하면 후폭풍이 엄청날 테니.

그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지 않다는 생각 자체는,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긴 하다만…….

‘지휘관이 보일 태도는 아니잖아.’

나를 비롯해, 그나마 판단력이 남아 있는 몇몇 병사들은 영 꺼림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간부가 그러자는데 거절할 수도 없으니.

결국 자원자를 모아 상위 부대에 보내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좋아, 좋아……. 그럼 상위 부대와 연락이 될 때까진 부대에서 대기하는 게 원칙이니까……. 영준아, 우리 부대에 식량이 얼마 남았지?”

나를 지목하는 질문에 급하게 머리를 굴려서 대답을 꺼냈다.

“어, 부식이 금요일에 들어왔으니까 기본 식단으로는 5일 치 정도고, 그 외에도 부대 비상식량이 6주 치 정도 있을 겁니다. 부대 인원이 줄어든 것까지 고려하면 두 달 치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만.”

“그래? 그럼 식량은 그렇다 치고, 부대에 탄약은 어때?”

그 말에는 다른 병사가 대답했다.

“저번 주 사격훈련 때 교탄은 전부 써 버려서 상비해 두는 전투용 탄약밖에 없습니다. 적은 양은 아니긴 합니다만, 추가 보급이 없다 치면…….”

“많지는 않구나. 그래도 괴물이 더 안 나온다면 문제는 없지 않을까?”

“그야 그렇지만, 더 나오기 시작하면 엄청 문제 되는 거 아닙니까?”

그 후에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당장 부대 내의 남아 있는 괴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전기나 식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상위 부대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부대를 어떻게 지키고 있어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들.

‘그래도 상위 부대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목표가 정해진 덕인가.’

당장의 목표가 생겨나자.

혼란스러워하던 병사들도 어느 정도 진정된 상태로 회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나머지는…… 뭐, 그때그때 임기응변에 맡기는 걸로!”

……좀 믿음직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럼, 이만 해산하자.”

얘기들이 얼추 끝났다 싶은지, 김 중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병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를 뒤로 빼고 있었다.

나만 빼고.

‘응?’

회의가 이렇게 끝난다고?

가장 중요한 얘기를 안 하지 않았나?

“저기, 각성에 대해서는 말씀 안 하십니까?”

“?”

기껏 손을 들고 말했더니.

다들 무슨 소린가, 하는 눈치.

‘뭐야, 내가 이상한 거야?’

괴물을 죽였더니 이상한 힘을 얻은 상황이다.

당연히 이에 관해서도 얘기가 오갈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렸는데, 얘기가 오가기는커녕.

다들 각성이 뭔지조차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다들, 괴물을 사냥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어떻게든 총으로 무장한 뒤에 사냥하긴 했지.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야?”

뭐지?

이 자리에 각성자는 나뿐인 건가?

나는 분명 괴물을 사냥하자마자 각성에 성공했다.

‘……각성이 랜덤하게 이뤄지거나, 아니면 총으로 사냥한 게 문제거나.’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각성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음,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아직 미처 닦지 못해 피 묻은 칼을 꺼내 들었다.

주변에서 칼을 향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대충 무시하고.

내 앞에 있는 테이블을 바라봤다.

이렇다 할 특별한 점 하나 없는, 평범한 나무 테이블.

‘이건, 된다.’

이 자리에 앉은 순간부터.

가능할 거라는 묘한 직감이 있었다.

‘야채를 자르는 감각으로.’

손에 든 식칼을 테이블에 대고, 쓱 하고 밀었다.

그러자

서걱.

피가 좀 묻은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특징도 없는 사시미칼.

그 사시미칼이, 단단한 나무 테이블을 무처럼 썰고 지나갔다.

“미친……?”

“뭐, 뭐야…….”

주변의 모두가 경악하며 나를 바라본다.

전기톱도 아니고.

평범한 식칼로 나무 테이블을 베어 버렸으니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하겠지.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특성 : 최하급 단도 숙련]

‘이게 최하급이라고?’

다른 부대원들과 만나기 전에 만났던 괴물.

그 괴물의 살점을 가볍게 뚫고 들어가던 감각.

그리고 나무를 무처럼 가볍게 베어 버리는 일까지.

‘평생 검을 단련한 달인들도 될까 말까 한 일이야.’

이런 게 최하급이라면.

중급, 고급은 어느 정도라는 걸까.

나를 바라보며 놀라고 있는 부대원들을 보며 말을 잇는다.

“식당에 들어온 괴물을 죽인 뒤, 각성이라는 걸 겪으면서 이런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사시미칼을 든 손으로 김 중위를 가리켰다.

“아까, 괴물들이 더 나오면 탄약이 모자랄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그랬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최우선 목표는 바로 이겁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듯이.

탄약이 없다?

탄약 없이 싸울 수 있는 군대를 만들면 되는 일 아닌가?

각성 직후 눈앞에 보였던 문구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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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세력을 만들거나, 세력에 소속되어 보세요.

가장 빨리 세력을 일궈 낸 이들에겐, 특별한 특전이 주어질지도 모릅니다!

‘맞는 말이야.’

난 살아남을 거다.

무사히 전역하고, 레스토랑도 열거다.

내가 살아남으려면 뭉쳐야 하고.

‘너희들은 내가 먹여 살린다.’

이 집단을 먹여 살려야 한다.

“전 부대원들을, 각성자로 만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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