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생존자들 (3)
“제대로 된 밥을 먹으니까 살 것 같아요.”
“흐흑, 짬밥이 이렇게 맛있게 느껴지다니.”
“아니, 진짜 맛있는데요? 뭐지. 이게 내가 알던 군대 밥이 맞나?”
아침 식사 시간.
나는 부대 식당의 한구석에서 선 채.
생존자들이 배식을 받은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문제는 많지만.
그래도 내가 한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은 좋다.
“어라. 취사병분? 잘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네요. 군대 밥이라는 생각도 못 하고 먹었습니다.”
“아닙니다. 맛있게 드셨다니 제가 더 감사하죠.”
가끔 듣는 말이 있다.
요리사나 취사병은 매일 하는 일이 요리이니.
‘맛있다, 잘 먹었다’ 하는 얘기를 들어도 매일 듣는 얘기라 무덤덤해진다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매번 기분 좋다.
들을 때마다 새롭고 짜릿하다.
“이 맛에 요리하지.”
그렇게 흐뭇하게 식당을 지켜보고 있자니.
식사를 마친 광일이가 스윽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신영준 병장님. 어떨 것 같습니까?”
“응? 뭐가.”
“아시잖습니까. 그…….”
목소리를 낮춘 채, 진중한 얼굴로 물어보는 광일이.
”식량 말입니다.”
흠.
“저희 부대원, 100여 명 기준으로 두 달 치 정도 식량이 남아 있어야 했었잖습니까. 이미 2주 가까이 지났고, 거기에 저 사람들까지 포함되면.”
“뭐, 영향이 적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200명 이상의 인원을 상정하고 부대에 비축하는 비상식량과 전투식량.
사람들이 죽어 나가서 90여 명만 남았을 땐.
넉넉하진 않아도 모자라진 않은 수준이었지만.
100명 좀 안 되던 부대에, 25명이 늘어났다.
‘단순히 비율로 따져도 25%가 늘어난 셈이야.’
식량의 소모도 그만큼 빨라진다.
이미 일반식 재료는 거의 다 소모됐고.
앞으로는 비상식량과 전투식량을 어떻게든 조리해서 내놔야겠지.
“안 그래도 최대한 오래 먹을 수 있게 식단을 조절하고 있었는데, 조금 더 아껴 봐야지.”
“그걸로 되겠습니까?”
“글쎄. 그래 봤자 앞으로 한 달 좀 넘는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은데.”
광일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면 좋겠습니다만.”
뭐?
“너 인마,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야.”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잔소리를 하긴 했지만.
광일이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광일이 녀석은 전투할 때는 광전사가 되지만.
평상시에는 부대의 누구보다도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 광일이까지 자기도 모르게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생존자들의 합류가 우리에게 불안한 요소라는 뜻.
‘부대원들 간의 결속은 단단해졌지만.’
아까 병사들과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 부대원들 사이에는 전우애가 생겨났다.
공통의 적에게 맞서 싸우며 서로의 등을 지켜 주길 반복한 결과물.
그 결과.
부대원들 간의 단합은 괴물의 습격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지만.
그 반대급부로.
전우가 아닌 이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영준아, 나 김 중위 저 자식 죽이고 감방 갈란다.”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진정해 형.”
우리와 계속해서 같은 부대에서 생활했던 김 중위.
그는 우리의 ‘전우’와 거리가 먼 존재였다.
심지어 오늘 합류한 생존자들.
그 이상으로.
“이민재 병장님? 김 중위하고 얘기 나누고 오신 겁니까?”
“어. 화나서 바로 백만 볼트 갈길 뻔한 거 겨우 참고 오는 길이다.”
아.
백만 볼트는 민재 형의 전기 마법을 말한다.
당연히 정식 명칭은 그게 아니지만.
초급 전기 방출 같은 이름보다는 그렇게 부르는 게 편하다고.
“무슨 얘기가 오갔길래?”
“그건 나중에. 다른 병사들도 다 모였을 때 따로 설명해 줄게. 일단은 화를 좀 식혀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식판을 꺼내 들고 밥을 먹으러 가는 민재 형.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몰라도.
절대 좋은 얘기는 아니었을 테지.
‘김 중위라…… 머리가 복잡해지네.’
식량 문제에, 김 중위에.
리자드 치프틴을 잡아내고 그나마 좀 상황이 안정됐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아이고, 잘 먹었습니다.”
그런 생각이나 하며 한숨을 내쉬던 찰나.
또 다른 생존자가 인사를 해 왔다.
“잘 드셨다니까 다행입니다.”
“어휴, 그냥 맛있는 정도가 아니던데요.”
“하하…….”
그래도 잘 먹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좀 풀리는데.
그 생존자가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직업이 어떻게 되십니까?”
“직업이요?”
직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른 것은, 내 상태창에 떠올라 있는 문구.
[직업 : 신입 요리사]
그 문구대로, 요리사라고 대답하려던 나는.
“대학생, 이였습니다. 지금은 보다시피 취사병이구요.”
“아하, 그렇군요. 아무튼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 식당을 나서는 생존자.
그 등을 보며.
머릿속에 차오르는 생각들.
‘군인한테 뜬금없이 직업을 물어본다고?’
병사들의 직업이 군인이면 군인이지.
직업을 물을 이유가 있나?
그냥 대화의 소재로 입대하기 전의 직업을 물어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우리 부대에서 말하는 ‘직업’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직업 : 신입 요리사 Lv. 9]
각성자들만 볼 수 있는.
상태창에 나타나는 직업.
‘병사들끼리 직업을 물을 때는, 전사니, 마법사니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지.’
내 경우에는 그나마 요리사라지만.
저 질문을, 다른 녀석들이 들었다고 한다면.
실수로라도 ‘전사입니다’ 하는 답변을 꺼내게 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어젯밤.
태준이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내일, 손님이 찾아올 거다.’
‘그리고…… 발톱은 숨기는 게 좋을 거야.’
소름이 등을 타고 내달린다.
“제기랄…….”
발톱을 숨겨야 한다?
태준이 녀석도 자기는 그저 천기를 읽었을 뿐.
그 상세한 의미까지는 모른다고 답했지만…….
하나는 확실한 것 같았다.
이 생존자들 사이에,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 * *
그날 밤.
“이민재 병장님? 모일 사람들은 다 모인 것 같습니다.”
부대의 병사들 대부분이.
생활관 옆의 작은 건물 옥상에 모였다.
“회의라니, 굳이 이렇게 숨어서 해야 하는 거야?”
이곳에 모인 것은 이민재 병장의 요청이었다.
생존자들이나 김 중위에게 들키지 않도록.
병사들끼리 회의를 하자고.
생활관에 남아 김 중위나 다른 생존자들을 관리할 병사 몇 명을 제외.
모든 부대원이 이곳에 모였다.
“우선 하고 싶은 얘기에 앞서서. 오늘 김 중위하고 나눈 얘기를 좀 들려주마.”
그렇게 운을 뗀 민재 형이 알려 준.
김 중위와 오간 대화는 대충 이러했다.
‘김 중위님, 이게 뭐 하시는 겁니까?’
‘이민재 병장, 갑자기 무슨 소리지?’
‘저희랑 상의도 없이 생존자들한테 나서신 것 말입니다.’
갑작스러운 김 중위의 난입.
우리로써는 당황스럽기 그지 없는 일이었으나.
‘그게 뭐가 어때서? 오히려 내 덕에 잘 정리되지 않았나? 아니면, 내가 생존자들을 받아들인 게 문제인가? 너희들은 저 사람들을 내치기로 결정했고, 뭐 그런 거야?’
‘그런 얘기가 아니잖습니까. 그래도 저런 자리에 나서실 거면, 부대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저희랑 최소한 상의라도…….’
‘뭐 인마? 야, 이민재. 너 미쳤냐?’
우리의 항의에.
김 중위는 오히려 분노한 듯 반박했다.
‘난 지금 이 부대의 유일한 장교고, 최고 지휘관이다.’
‘하…….’
‘내가 너희의 의견을 참고하는 건 내 자유지, 병사 따위가 강요할 일이 아니야.’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말을 하고 있는 게, 저 김 중위만 아니었더라면.
‘병사 따위가…… 계급이 병장이라고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거기까지 들은 후.
백만 볼트를 날릴 뻔한 충동을 겨우 참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고.
얘기를 듣던 병사들의 표정 역시 좋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저 대화를 바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첫 번째 제안은 다음과 같다.”
한 차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입을 여는 이민재 병장.
“김 중위를 치워 버려야 해. 그게 내 생각이다.”
“예에!?”
극단적이기까지 한 발언.
병사들 사이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그런 분위기에.
일단은 이민재 병장에게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내가 나서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니, 형. 진정하라니까.”
“냉정하게 하는 말이야.”
“냉정이라니. 김 중위가 무슨 물건도 아니고, 치우자는게 무슨 소리래.”
내 말에.
민재 형은 생존자들이 쉬고 있을 생활관 3층을 흘깃 살펴본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 김 중위가 나서서 생존자들을 정리한 덕에, 생존자들은 김 중위가 우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건 뭐, 그렇지.”
나도 화나긴 한다.
“하지만 그게 사실인 건 아니잖아? 김 중위가 우리한테 이상한 명령을 해도. 우리는 우리끼리 상의하고 결정하면 되는 거고.”
“글쎄다.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날까?”
“뭐?”
팔짱을 낀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가는 민재 형.
“잘 생각해 봐. 어쩌면. 이렇게 다른 생존자들이 점점 합류하면서. 우리 집단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
한 번 찾아온 생존자들.
그런 이들이 두 번은 안 오리란 보장은 없다.
“그런 합류 때마다, 김 중위가 매번 대표로 나선다면?”
“…….”
“언젠가. 우리보다 ‘김 중위가 우리의 대표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숫자가 더 많아질 거다.”
“……!”
확실히.
그런 순간이 오면.
‘우리의 의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되겠지.’
김 중위가 정말로 우리를 대표하는.
대장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
“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겉보기만 그럴싸할 뿐 능력은 처참한 놈이란 거, 다 알고 있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그 말에는 모두가 공감하는지.
병사들 사이에서도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긴 해.’
‘김 중위가 우리를 지휘한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
‘난 김 중위랑 같은 사무실 썼었는데, 진짜 지옥이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도 속으로 생각했다.
‘김 중위가, 병사 따위, 라는 말을 썼다고?’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런 말을 한 이가 우리의 대장이 되었을 때.
과연 우리를 어떻게 대우할지.
“다들 알겠지만. 김 중위가 우리의 대장이 되는 날이 우리 부대가 망하는 날이 될 거다.”
“큼.”
“그 전에 김 중위를 어떻게든 해야 해.”
민재 형이 하고자 하는 말은 알겠다만.
“그래도…… 저희는 일단 군대 아닙니까.”
얘기를 듣던 광일이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바깥에는 아직 군대의 체계가 남아서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잘은 몰라도, 하극상은 현대전에서도 극형 감 아닙니까?”
하지만.
그 얘기를 들은 이민재 병장은, 오히려 예상한 지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오히려 그러니까 치워야 하는 거고.”
“예?”
“우리 부대의 유일한 장교인 김 중위가 없어지면. 최고 계급자는 말년 휴가 직전이었던 박태준, 신영준. 두 말년 병장이 되겠지.”
부대원들의 시선이 나와 태준이.
두 사람에게 몰렸다.
“그러면 혹시라도 바깥의 군대들과 마주했을 때,”
그리고 그 중.
특히 나를 바라보는가 싶더니.
강하게 말을 이어가는 민재 형.
”영준이. 네가 우리를 지휘하고 있어도 문제가 없게 되니까.”
“뭐?”
“김 중위를 치운거는 뭐.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거고.”
갑작스럽게 내게 몰리는 시선들.
그 시선에 조금 당황스러워 하던 찰나.
“다들 모여 달라고 한 건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민재 병장은 이번엔 다른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모두가 함께 모여 있을 때 해야만 하는 말이니까. 내 두 번째 제안이자, 사실상 오늘 이야기의 본론이지.”
내 쪽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며.
“우리를 지휘하는 건, 신영준 병장이어야 한다.”
민재 형은 그렇게 말했다.
내가 지휘를 해야한다고?
아니.
“무슨, 취사병이 무슨 대표성이 있다고……!”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인사 처리.
당황한 나는 손사래 치며 그렇게 말한 뒤.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녀석들도. 취사병 따위가 대장을 맡는다는 얘기를 수긍할리가-”
주위에서도 당연히 나하고 같은 생각일 거라는 예상에.
동의를 구하려고 한 것이었지만…….
“어.”
“…….”
“얘들아?”
다른 병사들은 그저 나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
이렇다 할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그걸 보고 깨달았다.
‘다른 병사들하고. 어느정도 얘기가 되어 있구나!’
하긴.
민재 형이 이런 말을 돌발적으로 할만한 양반은 아니다만.
“반대는 없는 것 같네.”
“아니, 잠깐만.”
하나 있는 반대 의견.
정확히 말하자면 당사자의 의지따위는.
“그럼 이 안건은 통과한 거로 하자.”
가볍게 무시당했다.
“이제부터 우리의 대장은, 신영준 병장이다.”
그 순간.
눈 앞을 가득 매우는 메세지.
띠링!
[조건이 충족됩니다.]
[30인 이상의 인원(30/31)]
[과반수의 인원에게 인정받는 리더(1/1)]
[클랜 결성!]
‘클랜, 이라고?’
[최소의 공격대 단위, [클랜(30인)]을 결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클랜은 임시 모임에 불과한 파티를 넘어, 본격적인 집단이 형성되는 첫 단계입니다.]
[과반수의 인정을 받는 리더와 그 지휘에 순응하는 다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클랜은 평범한 파티의 모임과는 차원이 다른 결속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대지역 - ROK의 두 번째 클랜입니다.]
[소지역 - ROK. 17의 첫 번째 클랜입니다.]
[업적 달성 - 전우! 전우!]
[남들보다 빠르게 클랜을 결성하는 데 성공한 당신들!]
[앞서가는 이들을 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2위 보상 - 집단 스킬(증표)]
[당신은 이제부터, 423 클랜의 리더입니다.]
[각성자 : 신영준]
[직업 : 신입 요리사 Lv. 9]
[소속 : 423 클랜]
[직위 : 클랜 리더]
눈 앞에 나타난 상태창은.
나야말로 이 집단의 리더라고, 확실히 명시하고 있었다.
‘어차피 다른 병사들하고는 다 얘기를 끝마친 것 같고.’
제기랄.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오오!”
“하하, 고생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병장님!”
대놓고 신나서 떠드는 병사들.
도대체 왜 나를 지휘관으로 삼고자 한 건지.
아직도 이해는 안 간다만.
어차피 맡게 된 일이라면.
제대로 해야겠지.
“그럼, 대장으로서 첫 번째 제안이다.”
“예! 말만 하십쇼!”
“김 중위를 치운다는 건 반대야.”
“……예?”
이 녀석들.
자기들이 대장으로 만들어 놓고, 첫 제안부터 불만이냐.
“일단 하나 약속하자.”
나는 병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는,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어어, 예?”
“음. 명령이라면 따르겠습니다만,”
의아해하는 병사들.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부대를 위한 일이야.”
서수혁 상병의 질문에.
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이득이 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면.
우리는 몸만 살아남을 뿐.
‘정신은 죽고 말 거야.’
이 규칙을 가장 먼저 제시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부대가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어. 그럼 김 중위는 어떻게 합니까.”
“저희끼리 신 병장님을 대장으로 삼아도, 김 중위가 건재하면 의미가 없는데…….”
“아, 그 부분은 사람을 죽이는 거랑 별개다,”
“예?”
“원래부터 김 중위를 치우는 건 반대였거든.”
김 중위 같은 사람을 치우다니.
“아깝잖냐.”
“……?”
김 중위.
당장은 쓸모가 없는 것은 물론, 피해만 끼칠 뿐인 인간이지만.
‘그렇다고 치워 버리는 건, 조금 아깝지.’
쓸모가 없는 인간이라면.
해결법은 간단.
“쓸모 있게 만들어 주면 될 일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