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김 중위 (2)
“여, 영준아! 네가 와 줘서 다행이다. 내 말 좀 들어다오!”
지난밤.
정확히는, 내가 부대원들에게 이 부대의 리더로 인정받은 그날 밤.
모든 부대원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였고, 당시의 의제는 두 가지였다.
그중 하나는 다름 아닌 나.
신영준 병장을, 우리 부대원들의 리더로 삼는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한 의제가 바로.
김 중위를, 치워 버리자는 것.
“며, 며칠 전에 갑자기 병사들이 쳐들어오더니. 나를 이곳에 가둬 버리지 뭐냐!”
나를 리더로 삼는다는 의제가 통과된 시점에서.
김 중위를 치운다는 의제 역시 통과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 중위는 묘하게 정치에 능한 양반이다보니.
가만히 뒀으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대를 먹어 치워버릴테니까.
그런 미래를 피하려면.
김 중위를 치우는 것은 필수.
‘김 중위를 치우자는 건 반대다.’
‘아깝잖냐.’
그걸 반대하고 나선 것은 나였다.
‘김 중위를 치우자고 말한 건 나니까, 내가 직접 치울 생각이었다만. 꼭 말려야겠냐?’
‘그 부분은 나한테 맡기고. 형은 좀 도와주기만 해.’
민재 형은 김 중위를 직접 치워 버릴 생각까지 했던 모양이지만.
결국은 내 의견을 존중.
내게 협조해 주기로 했다.
김 중위는 그렇게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민재 형이 부탁을 잘 들어줬네.’
민재 형의 전기 마법.
속칭, 백만 볼트를 뒤통수에 얻어맞고 기절한 김 중위..
‘그대로 이곳의 첫 수감자가 되었지.’
민재 형의 능력.
누군가를 제압하는 데는 최적이더라고.
“혹시 병사들이 내게 서운한 게 있어서 그러는 거라면 사과하겠다고 전해다오!”
“예?”
“저번에 내가 커피를 잘못 쏟아서 레이더 장치 고장 난 거 당직병한테 돌린 것도, 검열 때 내가 실수한 부분 가지고 병사들한테 화풀이한 것도!”
“…….”
“그리고 또 뭐냐, 업무 시간 때 내 업무까지 행정병한테 짬 때려 놓고 창고에서 쉬던 것도! 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에 갇혀 있는 상황.
김 중위도 자신이 왜 갇히게 된 것인지.
나름대로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했나 보다.
그 원인이 원한 관계에 의한 것이라 결론 내린 것일까.
원한 가질 만한 행동을 줄줄이 나열하며 사과하겠다는 모습.
‘아니 근데 많기도 하네.’
이미 병사들 사이에선 유명한 폐급 간부.
내가 알고 있는 얘기도 많았지만.
나는 물론이고 다른 병사들도 몰랐을 폐급 짓들도 많이 저지른 모양.
“저런, 그러셨습니까.”
“그, 그래! 영준이 네가 날 좀 도와다오. 넌 부대원들하고 사이도 좋잖니.”
부대원들하고 사이는 좋지만.
당신하고도 좋지는 않다.
‘라고 할 뻔.’
꾹 참고서 생각해 놓은 말을 입에 담았다.
“저도 나름 설득해 보려 했는데, 아직은 반대하는 부대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김 중위님에게 원한을 가진 병사들이 생각보다 많았으니까 말입니다.”
“그, 그럴 수가…….”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 김 중위.
‘아마 지금쯤 머릿속에는, 전시 상황에서 부대원들에게 살해당한 간부의 사례 같은 게 떠오르고 있지 않을까.’
참고로.
전시 상황에 지나치게 병사들에게 FM을 강요한 간부가 병사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지나치게 폐급이라 격리된 간부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제가 계속해서 설득해 볼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크흡. 영준아…….”
“그보다, 이것 좀 드시죠. 갇혀 지내느라 힘드셨을 텐데…….”
혼자서 감동했는지 훌쩍이는 김 중위 앞에.
들고 온 쟁반을 내려놓는다.
“김 중위님, 면 요리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파스타로 준비했습니다.”
“아아. 영준아…… 정말 고맙다!”
준비한 요리는 크림파스타와 함께 먹기 좋은 간단한 가니시와 음료.
면 요리를 좋아하는 김 중위의 취향을 저격한 요리였다.
‘오랜만에 재료 걱정을 덜 하고 만든 요리인 만큼, 내가 생각해도 꽤 제대로 된 요리가 나왔지.’
자신이 있는 요리였던 만큼.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왔다.
“마, 맛있어!”
“그렇습니까.”
“후루룩…… 근데 이 고기들은 뭐니? 내가 듣기로는 분명, 부대에 식재료가 얼마 안 남았다고…….”
“……아, 그거요? 그냥 그, 뭐냐. 닭고기 같은 겁니다.”
“닭고기가 남아 있었어?”
“으음. 뭐 대충 그런 셈이죠.”
일단 설명에는 ‘닭고기와 비슷한 맛’이라고 되어 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귀중한 재료를…… 고맙다 영준아.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내가 아주 제대로 사례하마.”
원래도 식탐이 강한 것으로 유명했던 김 중위.
입맛을 저격한 정성 들인 요리.
당연히.
효과는 엄청났다.
‘그리고 아마, 내가 기대했던 쪽의 효과도…… 곧 나오겠지.’
내 생각은 곧바로 적중했다.
김 중위의 태도가, 묘하게 변한 것이다.
“흐…… 흐힛…….”
태도라고 해야 할까.
기묘한 웃음을 흘리는 김 중위.
“왜 그러십니까?”
“응…… 아니…… 오랜만에 맛있는 걸 먹어서 그런가…… 기분이 좋네. 헤헤…….”
“기분 좋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김 중위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다.
그가 조금……
아니, 상당히 무능하고, 사소한 죄들이 많다곤 한들.
무언가 큰 죄를 지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필요한 일이다.’
김 중위를 치워야 한다는 얘기가 오갈 때는.
내 손에 직접 피를 묻힐 각오도 했었다.
그에 비하면야.
죄책감에 파묻히는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친 김 중위를 보며.
나는 식기를 대충 정리해 방을 나섰다.
그리고 다음 날.
역시, 정성 들인 요리를 김 중위에게 가져다 바쳤다.
“젠장. 그 녀석들…… 간부인 나를 이렇게 만들다니…….”
“진정하시죠.”
“바깥의 상위 부대와 합류하면, 모조리 영창, 아니 군사재판에 넘겨 버릴 거다. 영준이 너는 특별히 봐주마.”
“감사합니다.”
“그, 그래서. 오늘 메뉴는…….”
“오늘은 국수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사과하겠다느니 어쩌니 한 말은 까맣게 잊은 듯.
나가면 군사재판에 넘기겠다느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는 김 중위.
‘어이가 없긴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걸 신경 쓸 단계도 아니고.’
난 그런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흘리며.
계속해서 그에게 요리를 먹였다.
“흐흐…… 흐힉…… 헷…….”
“…….”
식사가 끝날 때마다.
기괴한 웃음을 흘리는 김 중위.
나는 그런 그를 묵묵히 지켜보다가.
식기를 대충 정리해 들고 자리를 떠났다.
식사는 그 후로도 계속해서 제공됐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
면만 먹으면 질릴 수도 있으니.
다른 요리들도 종종 섞었다.
부대원들에 의해 경질되어 갇혀 있는 김 중위.
이제는 아무런 권력도 없는 그 남자에게.
나는 굳이 요리를 해서 바쳤다.
“흐…… 흐흐…… 영준이, 왔냐.”
“……예.”
그리고 이제.
김 중위는 음식을 먹지 않았음에도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오늘 메뉴는ㅡ 뭐지……?”
“오늘은, 가장 좋아하시는 닭고기 파스타입니다.”
“흐흐…… 좋아, 좋아…… 흐힉…….”
[극상의 행복이 담긴 리자드 로제 파스타]
[삶의 모든 고통과 근심, 모든 것들을 잊고, 그저 행복함만이 남게 될 파스타입니다.]
[인류 역사상 사용된 적 없는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했습니다. 경험치 상승량이 증가합니다.]
이 이상 행복할 수가 없을 것 같은 웃음을.
* * *
[리자드의 허벅다리 살]
[파충류 계열의 이족 보행형 종족, 리자드의 고기.]
[식재료 감별 - 닭고기와 비슷한 맛이 날 듯하다. 전사종의 고기로, 잦은 운동 탓에 지방이 적어 담백한 맛이 다소 떨어졌다.]
리자드의 고기.
오늘 부대원들이 사냥한 녀석으로, 다른 리자드들처럼 태우기 전에 부탁해 식당으로 가져온 것이다.
“……몬스터를 재료로 요리를 해 본 건 처음이지만.”
리자드의 고기.
말로만 하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녀석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지난날.
부대를 습격한 녀석들에 의해 부대원들의 절반이 죽었다.
그들의 사체는 리자드들의 한 끼 식사가 되어 처참하게 손상되었고.
“그런 괴물의 고기를 맛있게 먹자고 대령할 수도 없고.”
안 먹어 본 요리라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을 먹어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
부대원들이 과연 리자드를 식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들의 생각을 확인하기 전까진 리자드 고기를 식용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덕분에 식사는 부대에 남아 있던 식재료만을 이용해야 했고.
그 양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식용으로 활용했을 때 어떤 맛이 나는지는 확인해 둘 필요가 있어.’
정말로 먹을 게 없을 때는 몬스터라도 먹어야 할 테니까.
마침 그 실험대가 생기기도 했겠다.
나는 곧바로 리자드의 고기를 사용해 요리를 해 봤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극상의 행복이 담긴 리자드 크림 파스타]
[삶의 모든 고통과 근심, 걱정을 잊고 그저 행복감만이 남게 될 파스타입니다.]
[미량의 마력이 포함되었습니다. 요리의 전체적인 맛과 성능이 향상합니다.]
몬스터의 고기를 이용한 탓인지.
마력이 포함되어 요리의 맛과 성능이 향상됐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효과였지만…….
[인류 역사상 사용된 적 없는 식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였습니다.]
[해당 요리를 통해 얻는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업적 - 이, 이 맛은!]
[요리사로서, 최초로 몬스터를 이용해 요리를 제작하였습니다.]
[역사에 획을 긋는 자들은, 모두가 기괴한 도전 정신을 지닌 법!]
[요리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당신에게, 업적에 대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칭호 - 길을 개척하는 자.]
[자신의 분야에서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 인물에게 주어지는 칭호.]
[직업 관련 스킬, 특성의 효과가 50% 증가한다.]
업적의 달성.
그리고 보상으로 주어진 칭호.
‘칭호라는 건 처음 받아 보는데?’
혹시나 싶어 상태창을 열어 보니.
각성자 이름의 아래 칸에 [칭호(new!)]라는 항목이 추가되어 있었다.
이런저런 정황을 봤을 때.
우리 부대가 이 세상에서도 특출나게 앞서 있는 건 확실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모르고 있던 요소가 등장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라웠다.
‘……어쩌면 우리가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는 지금 이 단계조차, 이 게임에선 프롤로그에 불과한 건 아닐까?’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고민해 봐야 쓸모없는 부분.
그보다는 당장 얻은 칭호의 효과를 확인하기로 했다.
“……훌륭해.”
모든 스킬과 특성의 효과가 50% 증가.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는 효과다.
그 분야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이, 그만큼 대단하게 평가된 것이겠지.
“그렇다면, 나쁠 건 없지.”
나는 그렇게 요리를 들고 김 중위에게 향했다.
김 중위에게 내 요리를 가져다준 첫날의 일이다.
* *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오늘.
김 중위에게 요리를 가져다준 지 3일째가 되었다.
“흐헷…… 헷…… 영준이…… 왔어?”
이제는 요리를 먹지 않았음에도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침을 흘리는 김 중위.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슬슬 다음 단계로 나갈 때가 왔음을 확신했다.
“예.”
“그래…… 오늘 아침 식사는 뭐지?”
오늘도 당연히, 내가 맛있는 식사를 제공할 것이라 믿고 있는 김 중위.
하지만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해 줄 생각이 없다.
“죄송합니다만, 오늘은 그냥 전투식량입니다.”
“……뭐?”
무언가 잘못 들은 거겠지,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김 중위.
‘미안하지만, 잘 들으셨습니다.’
나는 김 중위의 앞에, 요리 대신 가져온 물건을 내려다 놓았다.
사각형의, 노란 박스.
대한민국 군대의 보급형 전투식량이다.
“그래도 전투식량 중에서 김 중위님이 좋아하시는 제육 맛으로 골라 가져왔습니다. 조리법은 당연히 아시죠? 여기, 이 플라스틱 끈을 당겨서…….”
“자, 잠깐! 그게 무슨 소리냐! 오늘 그럼 이거 말고는 요리가 없다고?”
“예. 그렇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당연히, 매일같이 제공되던 양질의 식사가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하는 김 중위.
나는 이유를 설명해 주기로 했다.
물론 진짜 이유는 아니지만.
“부대에 식재료가 얼마 남지 않아서요. 앞으로는 저번 같은 식사 제공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슨, 그럼 난 뭘 먹으라고…….”
“뭘 먹냐니. 거기, 전투식량이 있지 않습니까.”
전투식량 하면 끔찍한 맛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전투식량은 또 나름대로 개량이 많이 된 것들이라.
입맛이 관대한 병사들에 한해,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는 된다.
“그동안 요리를 해 드린 것도 김 중위님을 배려해서 무리한 거, 아시잖습니까.”
“이…… 이익…….”
“앞으로는 이걸로 버티셔야 할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크게 문제가 될 일도 아니다.
그냥 식사가 한동안 좀 맛없어졌다 정도의 일.
전투식량도 못 먹을 수준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미 내 음식에 혀와 뇌가 절여져 버린 김 중위에겐 아니지.’
그에겐 내 요리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중대사가 되어 버렸으니까.
“영준이, 너 이 새끼…… 내게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냐?”
“…….”
“상위 부대와 합류해도, 너만은 좋게 보고해 줄 생각이었는데. 이래 봐야 네게 좋을 것도 없어!”
“하아, 김 중위님. 사정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런 건 내 알 바가 아니고! 빨리 요리나 해 와!”
이제는 소리를 질러대는 김 중위.
나는 그를 무시한 채, 전투식량만을 던져두고 창고 방에서 나왔다.
전투식량은 식기를 정리할 필요도 없으니, 새삼 편했다.
“너 이 새끼!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내게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나도 생각이 있어!”
방을 나왔음에도 김 중위가 소리 지르는 것이 들려왔지만, 무시한다.
지금의 김 중위는 상식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니까.
“흐음. 내 예상대로라면…….”
아마 한 끼도 못 버티지 않을까.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흐…… 흐으윽…….”
“…….”
“이, 이 맛이 아니야…… 이 느낌이 아니라고…….”
다음 식사 시간이 되어 찾아오자마자 이 꼴이다.
좁은 창고 방의 한구석에서 흐느끼고 있는 김 중위.
구석에는 차갑게 식은 전투식량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김 중위님.”
“여, 영준아!”
내가 찾아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듯, 하염없이 흐느끼던 김 중위가 내 목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들었다.
“새, 생각이 바뀐 거냐? 점심 식사는 제대로 된 요리인 거지?”
“…….”
“하, 하긴. 부대의 사정이 어려우니까.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전투식량으로 때울 수도 있는 거지. 나도 원래 아침은 대충 먹는 스타일이었고! 그래, 점심 메뉴는…….”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가 내민 것은.
이번에는 불고기 맛 전투식량.
“이. 이건…….”
“제육 맛을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요. 다른 맛으로 가져왔습니다.”
당연히, 김 중위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신영준 병장…….”
“예. 병장, 신영준.”
“이건, 이 부대 최고 지휘관으로서 하는 명령이다…… 당장 제대로 된 요리를 가져와!”
이젠 지위를 사용해서 명령까지 하는 모습.
명령이라.
“하아……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김 중위님.”
“뭐?”
“정말 요리를 먹고 싶으시다면, 태도가 잘못됐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세상에. 다짜고짜 명령이라뇨.”
“이, 이익…… 이건 간부로서의 명령이다! 내 명령이 우습나!”
얼굴이 시뻘게진 채 따지는 김 중위였지만, 약간의 위협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녁 식사 때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는…… 어떤 태도가 좋을지, 잘 생각해 두시길 바라죠.”
아침 식사부터 점심시간까지의 텀은 5시간.
반면 점심부터 저녁 시간까지의 텀은 7시간이다.
생각할 시간도 많을 거고.
고통에 몸부림칠 시간도 많겠지.
[극상의 행복이 담긴]
김 중위가 저렇게 부족함을 호소하는 이유.
내가 그에게 먹인 요리마다 붙어 있던 저 수식어 탓이다.
‘요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감정 변화는 일시적이지. 하지만……’
그 감정의 변화가 준 여파는 오래 간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전광일 상병을 비롯해 겁먹어 각성하지 못하던 병사들.
그들에게 ‘용기’의 요리를 먹였을 때.
용기를 얻은 이들은 광전사처럼 날뛰며 리자드를 죽였지만, 다음 날에는 아무렇지 않게 원래의 성격으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그 변화가 의미가 없던 것은 아니야.’
그렇게 한 번 용기를 얻은 이들은.
각성 후에 리자드와 싸울 때는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요리의 효과인 용기가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용기를 가지고 괴물과 싸운 경험이, 공포를 물리친 것이다.
감정의 변화 자체는 일시적이지만.
그 감정이 남긴 경험과 기억은, 그 후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김 중위가 요리를 먹고 느낀 행복감 역시 마찬가지.
‘지나치게 커다란 행복은…….’
그 행복이 끝났을 때.
더욱 크게 다가오는 법이니까.
‘거기에 효과를 최대로 끌어낸 요리를 하루 세끼, 이틀 이상을 먹였지.’
광일이 녀석은, 효과가 강해진 용기의 요리를 먹자마자 광전사가 되었다.
한 끼만 먹어도 그 정도의 효과.
그걸 며칠 동안 먹었으니.
그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의 공허함은, 아마도…….
“……제, 제발 부탁드립니다…….”
“흠.”
“이, 이런 걸로는 모자랍니다.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아요…… 제발, 뭐든지 할 테니…….”
단 하루.
그나마 정신력으로 버티던 점심부터, 저녁까지의 7시간.
“제게, 요리를 만들어 주십시오…….”
김 중위가 굴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뭐. 그러죠. 요리. 해 드리겠습니다.”
“아아…….”
“단, 조건이 있습니다.”
“뭐든지, 뭐든지…….”
사실, 김 중위에게 이렇게 공을 들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다른 병사들도 감금하고 방치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고.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김 중위를 굴복시킨 이유.
“제가 하는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것.”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럼, 첫 번째 명령입니다. 따라오세요.”
각성자들이 얻는 직업의 경향을 봤을 때.
‘김 중위는, 복권일 수도 있다.’
나는 김 중위를 데리고 식당 지하를 나와, 병사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방어선으로 향했다.
때마침 부대를 공격하던 리자드 한 마리가 제압당하는 모습.
“저 괴물을, 죽이시면 됩니다.”
김 중위는, 내 말에 복종해 괴물을 죽였다.
그리고…….
[초보 지휘관]
[특성 : 최하급 지휘]
[지휘하에 놓인 병사들의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퍼센트 증가……!’
혹시나 싶어 긁어 본 복권은.
당첨 복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