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위협 (1)
“저희에게 알려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는 건, 그 초능력 각성에 관한 것인가 보군요.”
“맞아요.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저희끼리 추측한 바에 따르면, 좀비를 죽이다 보면 랜덤으로 각성이 가능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 정보를 알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상아 씨는 그 외에도, 자신은 괴물과도 전투가 가능하니 문제가 생긴다면 언제든 불러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생존자들을 보호하며 이곳까지 안전하게 안내한 사람답다고 할까.
‘저런 사람이 나쁜 짓을 꾸미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아.’
그렇다면 우리 부대를 위협하고 있는 존재는,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이다.
상아 씨가 괴물들에게서 생존자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싸우는 동안.
그 뒤에 숨어서 정체를 숨기고 있었을 이들이.
“그럼 그 외에는…… 혹시 저희에게 요청하실 건 없으십니까? 일단 최소한의 편의는 모두 맞춰 드렸습니다만…….”
“그러면 혹시 남는 의류를 좀 받을 수 있을까요?”
“그거라면 지금은 부대에 없는 병사들의 활동복…… 아니, 추리닝이 남아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 챙길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그 외에는 또 없습니까?”
“당장은 없네요. 반대로, 저희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그렇다면 생활관의 청소 작업이나, 식당의 설거지 보조 작업을 좀 도와주실 수 있다면…….”
“그러면 저희 쪽에서 몇 명씩을…….”
민재 형은 그 외에도 불편한 점이 없는지, 혹시 특이 사항을 가진 인원은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그 와중에도 마냥 우리가 베풀기만 하는 것이 아닌, 민간인도 가능한 부분에 대해선 협력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진행하기까지.
이번 대화의 대표를 맡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돌려 생존자들의 대표들을 바라봤다.
중간중간 민재 형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생활관의 청소 일정 등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이들.
‘숨은 각성자가 있을 거야. 이건 거의 확실해.’
사실, 그게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도 아주 어렵진 않을 것이다.
이미 내게 꼬리를 밟힌 자가 있으니까.
‘나에게 직업을 물어봤던 사내.’
그는 그 후에도 몇몇 병사들에게 직업에 대해 물었다고 하니.
정말 남의 직업이 너무 궁금한 게 아니고서야, 각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정중하게 물어봐야겠네.”
* * *
생존자들과 회의를 마친 후.
다음 날부터 생긴 변화가 한 가지 있었다.
“설거지 지원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아, 어서 오십쇼.”
취사반의 후임들이 죽고, 나 혼자 식당을 담당하게 된 이후 기본적인 요리부터 설거지, 청소까지 모든 식당 업무는 나 혼자 담당해야만 했다.
‘하다못해 설거지만 해도 원래는 병사들이 도와줬는데, 괴물들이 나타나는 시국이니 그럴 바에 정찰조로 돌렸고.’
다행히 각성하며 얻은 ‘최하급 요리 숙련’은, 최하급이란 이름에 맞지 않게 어마어마한 성능을 보여 줬다.
덕분에 요리와 관련된 작업이라면 엄청난 속도로, 큰 힘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게 된 것.
거기에 부대의 인원수가 기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도 있어서, 어떻게든 혼자서도 식당이 굴러가기는 했다.
하지만 병사들의 식사 준비가 업무의 전부라면 모를까.
각성자들의 버프용 음식 만들기.
부대의 온갖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 회의 참가까지.
기본적으로 취사병은 아침 일찍 일어나 조리를 시작하는 만큼 반대급부로 일과 시간에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데, 최근에는 휴식 시간에도 일을 해야 했다.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
그러던 와중에, 생존자들과의 대화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생존자들이 민간인도 가능한 부대 업무의 일부분을 도와주기로 결정됐다.
그것이 식당의 경우엔, 설거지와 청소 지원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
‘덕분에 온전히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지.’
즉, 지금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개꿀…….’
완전 편해졌다는 것.
“설거지 다 끝났어요!”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처음으로 설거지 지원을 온 것은, 아직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두 여학생이었다.
일하면서 심심풀이로 물어본 결과,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던 자매라고.
다소 의아했던 것은, 여동생 쪽은 꽤 의젓하고 싹싹한 반면.
언니 쪽은 묘하게 힘이 없고 주눅 든 모습이었다는 점.
‘뭔가 사정이 있겠지.’
세상이 이 꼴이 되어 버린 상황.
온갖 싫은 일들을 겪었을 게 뻔하다.
그녀 말고도, 생존자들 사이에선 저렇게 유독 기운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흠……. 그렇다면.’
덕분에 일이 편해지기도 했으니, 보답을 해 주도록 하자.
설거지를 끝내고 복귀하려던 자매를 불러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이거, 제가 만든 간식인데. 하나씩 먹고 가요.”
“네? 먹어도 되는 거예요?”
“설거지랑 청소를 도와주셨잖아요? 그 보답입니다.”
“와아……!”
내게는 딱히 새로운 일도 아니다.
부대가 멀쩡할 때도, 식당 업무에 지원 나온 병사들에겐 수고했다며 아이스크림 같은 부식을 하나씩 챙겨 주곤 했으니까.
물론 부식 보급이 끊긴 지금은 그때 같은 기성품을 줄 수는 없지만.
‘부대의 물은 원래부터 지하수를 사용한 만큼 아직도 잘 나오고. 아직은 발전기가 잘 돌아가고 있는 만큼, 얼음도 많아. 기성 제품인 아이스크림은 없지만…….’
아이스크림이 없다?
그럼 만들면 되는 거 아냐?
부대에 남아 있는 재료들만으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간식이 몇 개 있었다.
[행복한 감정의 미숫가루 아이스크림]
부대 내에 그나마 많이 남아 있는 재료인 설탕, 물엿과 후임들이 가져왔던 재료인 미숫가루를 이용해 만든 아이스크림.
미숫가루 아이스크림이라니 그게 뭐냐,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이게 또 의외로.
“맛있다!”
“응……. 그러네.”
맛있단 말이지.
거기에, 주방장의 특별 소스도 약간이나마 첨가되었다.
“어? 언니 지금 웃은 거야?”
“……내가?”
“언니……. 엄마, 아빠가 죽은 뒤로 한 번도 웃은 적 없었는데…….”
특별 소스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동생 쪽은 그렇게 말하더니, 씩씩한 태도는 어디 갔냐는 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최근에 부모님을 잃은 건가.
밝은 척 행동하고 있지만, 동생 쪽도 여러모로 힘들었겠지.
“잘 먹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두 자매와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대화가 오간 후.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슥슥 닦아낸 여동생은 그렇게 말하더니, 해맑게 웃으며 제 언니의 손을 잡고 생활관으로 사라졌다.
식당을 나서기 전 해맑게 웃으며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
조금이지만 마음이 훈훈해졌다.
“……각성하고 얻은 능력들은 버프라든가, 칼질이라든가. 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전투에서 굉장히 유용하게 쓰이는, 강력한 스킬과 특성들.
아마 이 ‘게임’으로 변한 세상에서, ‘요리사’라는 직업은 전투에 유용한 버프 계열 직업에 속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능력은 역시…….”
사람들의 마음에 안정을 줄 수 있는 힘.
[주방장의 특별 소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은 육체의 상처만 입은 게 아니다.
육체보다 더욱 큰 상처가 남은 곳은, 다름 아닌 마음.
우리 부대만 해도, 바로 전날까지 같이 생활하던 부대의 선임, 후임, 동기들을 잃었다.
부대원들만 해도 그 정도일진대, 사랑하는 가족을 눈앞에서 잃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들은 어떨는지.
[주방장의 특별 소스]로 줄 수 있는 감정의 변화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광일이 녀석에게 ‘용기’의 요리를 먹였을 때.
과도한 용기에 이성을 잃은 녀석은 광전사처럼 날뛰었지만, 다음 날이 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온화한 성격으로 돌아간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그 일시적인 감정의 변화가 의미가 없지는 않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광일이는 더 이상 공포에 굴복하지 않았으니까.
‘한 번 용기를 가지고 괴물과 싸운 경험이, 마음의 벽을 부숴 준 거야.’
스킬 자체로 인한 마음의 변화는 일시적이지만, 그 마음의 변화로 인한 사건은 효과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저 자매들 역시, 부모님을 잃은 충격으로 마음에 상처가 났겠지만.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얻은 행복함의 기억이 그 충격을 조금이나마 무마시켜 주겠지.
* * *
그 후로도, 부대의 업무는 별다른 변화 없이 진행됐다.
여전히 한두 마리씩 부대에 쳐들어오는 괴물들은, 사수 각성자와 각성하지 않은 부대원들의 총으로 처리하고.
각성할 차례가 된 부대원들은 생존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죽은 괴물의 시체를 치우러 접근한 척하며 각성을 진행한다.
“내가 끼어들 일이 없네.”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식당 업무에만 집중했다.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은 식재료를 어떻게든 나누고 쪼개어 식사를 배식하고, 각성한 부대원이 먹을 만한 버프 요리를 고안한다.
별다른 일 없는 그런 일상.
그러던 와중에, 특이한 일이 생겼다.
“너, 취사병아.”
“예?”
“너 이름이 뭐냐.”
그렇게 물은 것은, 다름 아닌 박씨 할아버지.
우리에게 계속해서 깐깐하게 굴던 그 노인이, 설거지 지원을 와서는 하라는 설거지는 안 하고 내게 말을 걸었다.
“병장, 신영준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알려 주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니, 별생각 없이 대답해 줬으나…….
“흥……. 그럴 것 같더라니.”
“그럴 것 같았다니, 뭐가 말입니까?”
“네가 쓰고 있는 그 칼, 네 거 아니지?”
“……!”
다음에 이어진 말은,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내가 쓰고 있는 이 긴 사시미칼.
식당을 덮쳤던 괴물들을 사냥하기 위해 처음으로 손에 잡았고.
이후로도 묘하게 손에 착 감기는 탓에, 요리에도 사용하고 있지만…….
‘내 칼은 아니지.’
지금은 죽은, 내 맞후임.
일도 잘하고 성격도 무난해 ‘황준산 엄마’라고 불리던, 이준혁 상병의 유품이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몰라서 묻는 거냐? 한자로 음각이 돼 있잖냐. 빛날 혁? 좋은 의미긴 하지만, 칼에 그냥 붙여 놓을 이름도 아니지. 아마 그 칼의 원래 주인 놈 이름인가 보지?”
손잡이 부근의 날을 보니, 확실히 한자어로 음각이 되어 있기는 했다.
이 칼은 일식 요리를 공부하던 준혁이 녀석이 스승님에게 선물로 받은, 상당히 비싼 칼이라고 했다.
나름대로 제대로 된 일식당에서 공부했다던 준혁이.
그 스승이라는 분이, 제자에게 줄 칼에 애정을 담아 그 이름을 음각해 준 것이리라.
이유를 듣고 보면 눈치챌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엄청난 관찰력이었다.
“……대단하시군요. 맞습니다.”
“쯧, 그런 좋은 칼을 쓰는 녀석이 관리를 그따구로 하고 있으니. 누구라도 이상하다 싶어서 유심히 보게 될 거다. 누구 거냐?”
관리를 그따위로 했다니.
나름 열심히 날도 갈아 주면서 애지중지했는데…….
“제 후임 녀석이 쓰던 칼입니다.”
“과거형이구만?”
“네. 괴물들에게 부대를 습격당한 날…….”
“흥. 뭐, 그렇지 않을까 싶긴 했다만.”
그리 말하곤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한 노인.
‘뭐지.’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리 줘 봐.”
“예?”
“그 칼, 내놓으라고.”
갑작스러운 강탈 선언.
‘이 할아버지가……!’
아무리 좋은 칼이라도 그렇지, 남의 후임이 남긴 물건에 손을 대려고……!
깐깐하게 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우리 부대를 위협하려는 적이 이 할아버지였나?
“허. 이놈 눈빛 봐라. 훔쳐 가려는 것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놔, 이 녀석아.”
그러더니 강압적으로 칼을 뺏어 드는 노인.
나는 혹시라도 가지고 튀려고 하는 건 아닐까 경계하며 노려보고 있는데, 노인은 알 바냐는 듯 칼을 들고 주방 구석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꺼내 드는 노인.
“숫돌…….”
3개의 네모난 돌.
식당에서 쓰던 칼갈이용 숫돌이었다.
“나름대로 관리를 하겠답시고 손질을 하긴 한 것 같은데,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녀석이 손질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법이지.”
그리 말하며, 숫돌들과 칼을 물에 담그는 노인.
그러고는 숫돌의 수평이 맞는지.
칼의 상태는 어떤지.
이런저런 확인을 거친 후.
샤각, 샤각.
숫돌에 비스듬히 칼날을 가져다 대고, 날을 갈기 시작했다.
나 역시, 숫돌을 꺼낸 시점에서 노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칼 갈아 주려는 거면 그렇다고 말을 하시지.’
괜히 무안해진 나는 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 저도 나름 취사병이라. 칼 가는 법은 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른이 일하는데 말 시키는 거 아니다.”
“….”
“그리고 너 칼 가는 법 모르는 게 맞다.”
“…….”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칼갈이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좋은 칼이야.”
무려 한 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칼을 내게 돌려주는 노인.
“단단하고, 균형도 잘 잡혔어. 덕분에 손질에도 시간이 걸리고, 힘든 편이지만. 이런 칼은 한 번만 잘 관리해 놔도 오랫동안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법이지.”
빛이 날 정도로 날카롭게 갈린 칼.
슬쩍 들어보니, 날에서는 차가운 예기가 흐르고, 옆으로 돌려 보니 칼의 면에 내 얼굴이 비칠 정도였다.
‘……안 그래도 좋은 칼인데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을 줄이야.’
뭐라 할 말이 없다.
이 결과물을 보고 나면, 내 칼갈이가 ‘개못함’ 수준인 것을 인정할 수밖에.
“……감사합니다.”
“흥. 현지랑 혜지한테, 아이스크림 만들어 줬다며?”
“네?”
현지, 혜지?
그게 누구지.
“언니가 웃는 모습은 영영 못 보게 될 줄 알았다고, 혜지가 그러더구나. 얼마 만에 먹어 본 달달한 음식인지 모르겠다고도. 뭐 얼마나 맛있었길래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만. 이건 그 값이라고 생각해라.”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현지와 혜지.
그것이 얼마 전에 설거지 지원을 왔던 자매의 이름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할아버지, 일단 생존자들 대표 중 한 명이었지.’
생존자들은 호실별로 대표를 정했었다.
이 할아버지가 대표를 맞았던 호실에, 두 자매가 포함되어 있었던 거겠지.
“……칼갈이 아저씨한테 아이스크림 하나 주고 값이라고 하면 길길이 화내실 텐데. 이게 값이 맞나 모르겠습니다.”
“큭큭. 그럼 아이스크림은 선불이라 쳐라. 나머지는 천천히 갚고.”
“아이스크림 더 있는데, 할아버지도 드시죠?”
“나는 이 시려서 못 먹는다. 대신…….”
힘이 많이 들었는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 말하는 박씨 할아버지.
“앞으로도 사람들을 위한 요리를 해. 잔금은 그걸로 퉁치는 걸로 하고.”
그렇게 말하고는, 생활관으로 돌아가시는 할아버지.
‘설거지는 안 해 놓고 가셨지만…….’
사시미칼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날카롭다 못해 반짝거리기까지 하는 칼을 보면,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하라고.’
[주방장의 특별 소스]는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힘.
그 힘은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을 치료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내 힘을 악용하지 말고, 이로운 쪽으로 사용해달라는 얘기겠지.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박씨 할아버지가 말한 잔금 지불은, 조금은 미뤄야 할 것 같다.
‘내가 지금부터 할 요리는, 그다지 좋은 요리는 아닐 테니까.’
그날 저녁.
설거지 지원조가 생긴 후.
내가 가장 기다려 왔던 사내가, 식당을 방문했다.
“……오랜만입니다.”
“하하, 그러게요. 설거지는 어디서 하면 됩니까?”
아무런 의심도 없이 열심히 설거지를 하는 사내에게.
나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간식을 건넸다.
[초보 요리사의 심혈을 기울인 솔직한 마음의 미숫가루 아이스크림]
“간식 하나 만들어 놨는데, 드시고 가시죠.”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달콤한 자백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