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33화 (33/227)

33화 튀기면 다 맛있어. (1)

관사의 청소가 어느 정도 끝난 뒤.

이곳을 임시 거점으로 만드는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여기도 불 마법 부탁해!”

“옙!”

공터 곳곳에 근처에서 베어 온 나무들로 횃불을 세운다.

관사의 근처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횃불을 통해 밤에도 주변을 밝히자.

“부대랑 얼추 비슷해졌군요.”

“부대에 비하면 약간 모자라지만, 이 정도도 감지덕지야.”

부대와 비슷한 방어 환경.

아군 마법사와 사수들이 적을 요격하기에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었다.

“그러면. 바로 경비 시작하겠습니다.”

“오냐. 잘 부탁한다.”

원거리 계열 각성자 몇몇이 관사의 옥상에 올라갔다.

저들은 저곳에서 주변을 관찰하고 접근하는 괴물이나 좀비들을 요격할 것이다.

몇몇 병사들이 그렇게 옥상으로 근무를 나간 뒤.

“나머지는 잠깐 관사 중앙으로.”

관사 건물들의 한가운데에는 휴식용으로 둔 듯한 작은 정자가 있었다.

그 근처에 나머지 병사들과 생존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모든 부대원이 자리에 앉은 뒤.

회의가 시작되었다.

“일단 어떻게든 지상에 내려오는 작전은 성공했다. 다들 수고 많았어. 박수.”

“와아.”

다분히 의례적인 ‘와아’와 작은 박수가 나온다.

“맘 같아선 부대 떠나기 전에 한 것처럼 파티라도 열고 싶다만.”

“어?”

“설마. 각입니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가 여유가 있지는 않다!”

“으아.”

아쉬워하는 병사들.

나도 좀 놀고먹고 하고 싶긴 하다만.

진짜 여유가 없거든.

그런 건 다음 기회로 미루고.

“중요한 건 이제부터인데.”

병사들을 한곳에 모아 회의를 연 이유.

“우리 길드의 다음 행선지를 정해야 해. 부대원 전원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설명하마.”

내 말이 끝나자 옆에 있던 민재 형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에는 작은 화이트보드 알림판이 들려 있었다.

관사 중앙 복도에 걸려 있던 것을 떼 온 모양.

“다들 알다시피 우리가 지상에 내려온 건 세력을 키우기 위함이지. 하지만 당장은 세력을 키우긴커녕 우리가 살기 위한 자원도 모자라.”

말하면서 들고 있던 화이트보드를 병사들을 향해 보여 주는 민재 형.

“여기 적힌 게 당장 우리한테 필요한 리스트다.”

화이트보드에 적힌 것은 간단했다.

[1. 식량]

[2. 기름]

[3. 총알]

[4. 기타 등등]

“질문 있습니다.”

“말해.”

화이트보드를 본 병사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식량이 적다는 게 무슨 소립니까? 우리, 고기는 엄청나게 확보한 거 아닙니까?”

녀석의 말대로.

산에서 내려오며 사냥한 몬스터들의 사체를 왕창 주워 얼려 둔 덕에 육류는 문제가 없다.

사실 나는 고기만 요리해도 편하긴 한데.

“나야 문제가 없지만. 너희가 문제일걸?”

“예?”

“암만 고기가 좋아도 그렇지. 고기만 먹으면 물리잖냐.”

“아.”

반은 농담이지만.

사실 반은 진담이기도 하단 말이지.

다양한 맛의 메뉴는 꽤 중요한 요소라서.

“사실 맛도 맛이다만. 그보다 중요한 게 영양소 문제야.”

인간에게는 필요한 ‘필수 영양소’라는 것이 있다.

요리를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온갖 다양한 영양소들.

“고기밖에 없어서야. 우리 몸에는 단백질하고 지방밖에 보충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각성자들의 몸에 생겨난 마력이란 게 얼마나 대단한 힘인지는 모르겠다만.

과연 기초 영양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뒤에도 건강을 지켜 줄 수 있는 계열의 힘일지는 미지수.

“한 달 정도는 고기만 먹는다고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만. 그보다 길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정확히 말하면 식량이 아니라 다양한 영양소의 확보가 문제랄까.”

“으음. 그렇군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고민해야 할 사안이지.”

1번인 식량은 그렇다.

2번은 차량을 움직이기 위한 기름과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들기 위한 기름.

3번은 우리 부대 최대 화력인 사수들의 총알 수급 문제.

사실 뭐 하나 빠짐없이 중요한 부분이다만.

“의견 있습니다!”

“오.”

그때.

한 병사가 손을 들었다.

“패기 좋아. 어떤 의견이냐?”

“저는 4번을 강력 추천합니다!”

“4번?”

나는 고개를 돌려 민재 형이 들고 있는 화이트보드를 보았다.

보드에 적혀 있는 4번은 이거다.

[4. 기타 등등]

“어…… 기타 등등을 추천하고 싶다는 의미니?”

“아뇨. 정확히는 기타 등등이 아닙니다만.”

열의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병사.

“자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아주 강력하게 건의 드리는 바입니다.”

그의 이름은 이공우 상병.

우리 부대의 공병 각성자였다.

“자재 확보라.”

“예. 무조건 도움 될 거라 확신합니다.”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이공우 상병.

그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확실히. 산맥을 내려올 때도 자재 확보에 대해서는 생각했었지.’

부대를 떠나 지상으로 내려올 때.

우리는 차량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물자를 담는 것은 물론 바리케이드의 역할까지 기대했으나.

‘어림도 없었지.’

바리케이드는 무슨.

괴물들의 공격에 일반 차들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그때 이공우 상병이 했던 말이 있다.

‘자재만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네 직업이 공병이랬나.”

“예.”

“자재를 확보하자는 말은 그것과 연계된 거겠지. 자세하게 설명해 봐.”

내 허가가 떨어지자 한껏 흥분한 이공우 상병이 말을 이었다.

“말씀하신 내용들. 물론 전부 중요한 것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 필요하냐의 여부가 아닙니다. 그보단.”

이공우 상병은 단호하게 말했다.

“가능하냐의 여부지요.”

“흠.”

“식량이나, 기름 등의 확보. 물론 좋습니다만, 우리는 지상에 대해 너무 모릅니다.”

그 말은 확실히 틀리지는 않았다.

생존자들이 우리 그룹에 섞여 있다고는 하나.

그들 역시 지상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 우리 부대를 찾아 도망쳐 온 이들이었으니.

“그러니. 가장 먼저 안전하게 지상을 활보할 방법을 마련하는게 필수다, 이겁니다.”

“그게 자재 확보라는건가?”

“예. 제 직업, 공병은 공병이라는 이름을 쓰고는 있습니다만. 하지만 현대전의 공병과는 의미가 좀 다릅니다.”

내가 아는 현대 공병의 주 역할은 장애물의 제거나 설치.

그 외에는 부대 시설들의 유지 보수 정도.

“그런 역할도 당연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만, 거기에 중세의 공병 개념이 추가되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중세의 공병이라니?”

“전쟁 병기의 제작, 그리고 개조 등이죠.”

뭔가 거창한 단어가 나왔다.

전쟁 병기라니.

“중세의 전쟁에서 사용되던 발리스타나 투석기 같은 거 있잖습니까. 그런 걸 현지에서 만들고 개조하는 것 역시 공병의 역할이었죠.”

“……공성 병기를 만들 수 있다고.”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자재만 갖춰지면 충분히 가능할겁니다.”

다소 허무맹랑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공우 상병은 자신이 있는 모양.

“이번 관사 공략전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공우 상병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잘 풀린거 아니였나?’

내 요리를 통해 관사 공략은 무난하게 성공했다.

딱히 거기서 문제로 여길 만한 건…….

“이번 관사 공략전. 거기에 나선 건 세 분대뿐이었죠.”

아.

그렇긴 하다.

괴물과 좀비의 시선을 피하면서 조심스럽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활동 인원 자체를 소수로 제한했었지.

“제대로 생각해 보면 전 병력이 관사에 돌입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었을 겁니다. 이번에는 문제가 없었으니 다행입니다만. 생각해 보면 관사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전 병력이 한 번에 이동하는 게 어디 쉽냐.”

“차량을 동원한다면 안 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차량에 병력을 태워서 이동한다고?

그 말에 이민재 병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불가능해. 괴물이나 좀비들한테 습격당하면 차량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갈 거다. 그럴 바에야 부대원들이 미리 길을 닦아 두는 게-.”

“바로 그 점입니다!”

민재 형은 반박할 생각으로 한 말이었으나.

이공우 상병은 오히려 민재 형의 말에 동의하고 나섰다.

“차량을 사용할 수 없으니 인간들이 맨몸으로 길을 닦아 놔야 하는 상황. 으으음……! 비효율의 극치!!!”

“어, 어어.”

상당히 흥분한 듯 목소리가 올라가는 이공우 상병.

“그리고 이건 괴물들이 문제가 아닙니다!”

팍!

녀석은 손가락으로 관사 구석에 주차된 차량들을 가리켰다.

“괴물들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리는 저 나약한 차량들이 문제죠!”

“…….”

이 자식.

꽤 스파르타식 마인드네.

“차량이 괴물의 공격을 버텨 낼 수 있다면. 조심스럽게 이동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의 활동도 압도적으로 편해질 테죠.”

“너희가 그런 차량을 만들 수 있다. 이거냐?”

“옙! 충분한 자재와 시간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상당히 흥분했는지 열변을 토하는 이공우 상병.

“자재만 주십쇼! 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다 좋은데.

텐션이 너무 높아서 조금 따라가기 힘들다.

“그, 이공우 상병님. 너무 열의가 넘치시는 것 같슴다.”

“앗. 크음. 너무 흥분했나?”

“아니라고 해 주고 싶은데. 좀 그러긴 했슴다. 진정하십쇼.”

“미, 미안하다.”

나만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는지.

옆에 있는 다른 병사에게 지적받자 급격하게 흥분을 가라앉히는 이공우 상병.

조금 민망해하는 녀석을 보며 생각했다.

열정이 넘치는 게 문제긴 했다만.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자재 확보는 필수적인 일은 아니라 생각해서 내심 뒤로 미뤄 둔 일.

하지만.

내가 대충이나마 파악한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생산직이 생각보다 강하단 말이지?’

요리사인 나는 물론.

재봉사인 이상아가 만든 장비 역시 엄청난 방어력과 능력치를 제공한다.

이게 단순히 ‘요리사’, ‘재봉사’가 사기인 게 아니라.

‘생산직’이 사기인 것이라면?

공병.

이 녀석들 역시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되겠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이공우 상병을 바라보고 말했다.

“공우야.”

“예!”

“정말 자신 있는 거 맞냐.”

부대의 중대사를 정하는 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옙.”

“그냥 너희 능력을 써 보고 싶다든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말한 거라면 기각할 수밖에 없어.”

진지하게 질문하자, 그전까지 흥분해 있던 이공우 상병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이게 다른 활동보다 중요하다는. 그런 확신은 있는 거겠지?”

“예.”

그럼에도 대답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재만 확보된다면. 앞으로 지상에서 이뤄질 활동들을 훨씬 쉽게 해 줄 물건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공병들과 짠 아이디어 도안도 꽤 많습니다. 필요하시다면 당장이라도. 보여드릴 수-”

“굳이 보여 줄 필요는 없고. 네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됐다.”

총알이니 기름이니 식량이니, 다른 것들도 물론 중요하긴 하다만.

그걸 얻는 과정을 쉽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쪽을 우선해도 나쁘진 않겠지.

“일단 묻겠는데. 이의 있는 사람 있나?”

조용했다.

다들 이의는 없는 모양.

“그럼 결정됐네.”

우리 부대의 다음 목표가 결정되었다.

* * *

목표가 정해지긴 했다만.

당장 실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 막 관사 탈환에 성공한 참.

임시로 사용할 거점인 만큼 여러모로 정비할 구석도 많이 남아 있으니까.

“그럼 자세한 얘기는 내일부터 하는 거로 하고. 다들 들어가자. 오늘 수고 많았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관사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이유가 좀 그렇긴 해도 빈방이 많이 생긴 관사.

덕분에 부대에서도 못 누린 1인 1실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전기도 안 들어오는 건물이긴 하다만.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끼이익…….

“하암…….”

나는 관사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직 해도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하늘이 보였다.

이 시간부터 나온 건 내가 워낙 성실해서…….

는 전혀 아니고.

그냥 취사병의 직업병 같은 거다.

“쯧. 새벽 4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단 말이지.”

그래도 이왕 빨리 깨 버린 것.

앞서 말한 ‘여러모로 정비할 구석’ 중 하나를 해결할까 싶어서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읏차.”

무거운 쇳덩어리 몇 개를 공터의 중앙으로 가져다 놓는다.

예전이었다면 두세 명은 붙어서 옮겼던 물건들.

각성을 거친 지금은 혼자서도 거뜬했다.

“어디 보자.”

공터 바닥에 모아 놓은 물건들을 바라본다.

커다란 가마솥.

대형 불판.

그리고 불판과 가마솥을 얹기 위한 받침까지.

“요리용은 이 정도면 됐고. 테이블은 나중에 애들한테 부탁해야겠네.”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의 정체는 간단하다.

‘간이 식당.’

일단 임시 거점이 생긴 셈이니까.

식당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관사의 주방을 쓸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안 되는 걸 붙잡고 있을 수도 없으니 뭐.’

전기, 수도, 가스까지 전부 끊긴 상황.

관사의 주방은 모양만 그럴싸할 뿐 주방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직접 만드는 수밖에.

혹시 몰라 부대에서 사용하던 야전 조리용 장비들은 모두 차량에 실어 놨었다.

사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커다란 가마솥과 불판 정도가 전부.

꽤 열악하긴 하다만.

“또 기본적인 요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단 말이지?”

부대에서도 훈련할 때는 주로 이거로 요리를 하고 그랬다.

당장 주방 시설은 이 정도면 됐겠지.

‘그럼. 일단 아침 식사 준비부터 할까.’

식사 준비의 1단계.

재료 준비다.

공터에 주차된 트레일러 중 하나를 열었다.

안쪽에는 살얼음이 낀 몬스터의 사체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꽤 기겁했을 비주얼이다만.

이제는 익숙해진 탓에 그냥 식재료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요리사의 눈]

“이건 쓸모가 있을 것 같으니까 두고. 흠. 이거 괜찮네.”

스킬을 사용해 트레일러에 쌓여 있는 몬스터들의 손질법과 특성을 파악.

혹시라도 쓸 만한 특성이 있는 괴물들은 일단 아껴 두고.

특성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은 것들을 선별해 밖으로 꺼냈다.

[붉은 캉갈 손질법의 깨달음]

슥슥.

머릿속에 떠오른 손질법에 따라 고기들을 손질한다.

순식간에 뼈와 살이 분리되는 몬스터들.

그중에서도 뼈와 가죽은 재봉사가 사용할 구석이 있을 것 같아 따로 빼 뒀다.

고기에서도 영 사용하기 애매한 부위나 지방 등의 부위 역시 따로 분류.

그러자 남은 것은 살코기뿐이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고기들에 소금과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 준다.

아직 완전히 해동되지 않은 고기들.

천천히 녹으면서 안에 간이 스며들 테지.

‘재료는 이 정도면 됐고.’

화로 겸 받침대 위에 불판을 올린 뒤.

아래에는 주변에서 대충 주워 온 장작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관사에 붙어 있던 종이 몇 개를 뜯어 와 라이터로 불을 붙여 장작 안으로 던져 넣었다.

새벽의 습기에 살짝 젖어 있는 장작들.

쉽게 불이 붙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오.”

걱정이 무색하게도 금세 연기를 내뿜으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운이 좋구만.”

준비가 얼추 끝나자 슬슬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어, 신 병장님. 뭐 하십니까.”

“아침 식사 준비.”

취사병이 아닌 보통의 병사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

몇몇 병사들이 눈을 뜨고 관사 밖으로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예? 한동안 식사는 육포로 때우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럴까 했는데. 그래도 직접 요리해 주는 게 마음이 편하겠다 싶더라고.”

“와, 신 병장님…….”

“감동임다.”

“징그럽다 이것들아. 마침 잘됐네. 관사 창고에 테이블이랑 천막 같은 거 있었지? 애들이랑 그것 좀 꺼내 줘라.”

“옙!”

병사들이 천막과 테이블 등을 가져오는 사이.

나는 달궈진 불판에 고기들을 올려 굽기 시작했다.

치이익…….

고기 굽는 소리와 냄새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관사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냄새를 맡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야. 아침부터 고기입니까?”

“응. 고기가 의외로 아침 식사에도 괜찮은 법이거든.”

“오오. 과연 요리사.”

병사 대부분이 공터로 나오고.

“테이블이랑 의자, 다 깔았습니다!”

“수고 많았스.”

식사를 위한 자리도 모두 마련되었을 때쯤.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하급 요리사의 안정감이 담긴……]

첫 번째 고기가 완성되었다.

“다들 줄 서. 배식은 선착순이다.”

“예!”

“아, 몇 개는 근무 서고 있는 애들용으로 빼둘 테니까. 먼저 식사 끝낸 애들은 이것 좀 가져다주고.”

다 구워진 고기를 가져가는 녀석들을 보며 다음 고기를 계속해서 굽는다.

그러던 와중에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이 느껴진 곳을 보니 몇몇 병사가 고기는 안 먹고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왜 안 먹어? 아. 혹시 아침밥 안 먹는 스타일이냐? 고기가 너무 헤비한가?”

“아니, 그게 아니라.”

메뉴에 불만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

“신 병장님이 일하시는데 저희가 먼저 먹어도 되나 싶어서요. 그래도 최선임이신데…….”

“아. 난 또 뭐라고.”

이놈의 군대 문화.

“난 구우면서 간이 잘됐나 볼 겸 하나씩 주워 먹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먹어.”

“그래도.”

“사실 이렇게 주워 먹는 게 가장 맛있기도 하거든.”

“그, 그렇습니까?”

그제야 식사를 시작하는 녀석들.

그래도 맛있게 식사 중인 병사들을 보니 내심 흐뭇해진다.

한동안 재료 부족을 이유로 ‘안정감’ 등의 요리를 배식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애들 멘탈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었지.

재료가 고기뿐이라곤 해도.

이렇게 식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되었으니 조금은 안심해도 되겠지.

‘그럼. 아침 식사는 이 정도면 됐고.’

사실.

새벽부터 나와서 고생한 것은 부대원들의 아침 식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부터 할 일이 진짜 목적에 가깝지.’

나는 고기를 굽던 불판을 들어 옆으로 치운 뒤.

불타는 장작 위에 가마솥을 가져다 올려놨다.

어제 병사들이 냇가에서 떠온 물을 가마솥 안에 살짝 부어 준다.

“어, 벌써 점심 준비하시는 겁니까.”

“응? 그런 건 아니고.”

그 모습을 본 몇몇 병사들이 흥미로운 듯 말을 걸어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물이 살짝 잠긴 가마솥.

그 안에, 미리 따로 빼 뒀던 괴물들의 지방을 투척했다.

지방 덩어리.

즉 비계다.

‘식재료라는 게, 고기만 말하는 건 아니니까.’

비계만 먹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지만.

그래도 버리긴 아깝잖냐.

마침, 부대에 조금 남아 있던 것을 다 소진해 버린 재료가 하나 있었다.

요리에서 치트키라고 불리는 재료가.

나는 물에 잠긴 괴물들의 비계를 계속해서 저어 주었다.

비곗덩어리들이 시간이 지나며 갈색으로 변해 간다.

그에 따라 물의 색도 조금씩 변화했다.

정확히는 물이 아닌 다른 게 주가 되었겠지만.

그렇게 몇십 분가량을 저어 준 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한 나는 가마솥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안에 있던 비곗덩어리들은 모두 꺼내서 따로 보관한 뒤.

관사에서 구한 유리병들을 가져왔다.

그리고 솥을 기울여 내용물들을 유리병 안에 조금씩 따랐다.

‘크, 냄새 죽이고.’

몇 개의 병에 가득 채워진 노란색의 액체.

그 병을 바라보자 [식재료 감별]이 발동했다.

[혼재된 마력의 동물성 기름]

[다양한 종류의 마력이 혼재된 동물성 기름입니다.]

[요리에 사용 시, 요리에 걸맞은 마력으로 변화합니다.]

뭘 튀겨도 맛있어진다는 요리계의 사기 재료.

기름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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