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튀기면 다 맛있어. (3)
* * *
“부상자, 이쪽으로!”
“한일이가 많이 다쳤다. 녀석 먼저 치료해 줘.”
“옙!”
창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일단 근처의 안전한 장소까지 후퇴했다.
두 힐러가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사이.
다른 부대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어떻게 할 거냐.”
나 역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자니.
이민재 병장이 나를 찾아와 물었다.
“생각 이상으로 강한 몬스터다.”
우리가 빠져나온 창고 쪽을 바라보며 말하는 민재 형.
“확실히, 현 전력으로 토벌은 어려울 것 같군요.”
광일이 녀석도 민재 형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나는 후퇴를 제안하지.”
“후퇴라.”
“자재 확보는 앞으로의 작전을 수월하게 하기 위함이지. 당장 필수적인 일은 아니야. 피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후퇴를 제안하는 민재 형.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군단장님의 눈은 어땠어요? 그. 적을 지켜보면 약점이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고.”
“영준이가 굳이 말하지 않은 걸 보면 스킬이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닌가?”
“아니. 작동하긴 했어.”
그녀의 말대로.
내 스킬 [요리사의 눈]은 대상의 손질법과 특성 일부를 알려 준다.
이 스킬로 많은 몬스터들의 약점을 알아냈었지.
“저 녀석도. 어떤 종류의 몬스터인지 다 파악했고.”
“정말요? 그러면 그 정보를 이용해서 다시 공략에 들어가면-.”
“나도 그러고 싶다만. 이번에는 좀 힘들 것 같네.”
“네?”
스킬은 확실히 발동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정보라는 게.
[하급 요리 비결 - ‘맥 손질법의 깨달음’]
[맥은 단단한 성질의 물건을 몸에 둘러 연약한 본체를 보호하는 종류의 생명체다.]
[그 손질법은 매우 쉬운 편으로, 우선 껍질을 제거한 뒤에 안쪽의 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기만 하면-.]
이렇단 말이지.
괴물의 이름은 ‘맥’.
본체는 연약한 대신 주변의 물건들을 둘러 자신을 보호하는 몬스터라고.
‘소라게 비슷한 거겠지.’
아마도 그 검은 기운 쪽이 본체.
주변에 돌아다니던 철물로 거대한 곰의 형태를 취했을 뿐.
본체는 연약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녀석의 약점.
손질법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인데…….
“어떻게든 껍질을 제거한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라네.”
“…….”
얘기를 들은 병사들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버프를 두른 부대원들이 아무런 피해도 주지도 못한 괴물이다.
껍질.
즉 몸을 두른 강철을 제거하라고 해도 말이지.
“그건 약점도 뭣도 아닌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럴 힘이 있었으면 고생하겠냐고.
몸을 두른 껍질들을 제거할 수 있을 정도면 그냥 때려죽이고도 남았지.
‘내 능력들에 대해 착각하면 안 되는 부분이 이거란 말이지…….’
요리사의 눈은 식재료의 손질법을 알려 주는 스킬이다.
정확히 말하면, 공략법이나 약점을 알려주는 게 아니란 말이지.
대부분의 경우 손질법과 약점은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지금까지는 약점을 파악하는 용도로 잘 사용해 왔다만.
“아닌 경우도 드물게 있다는 거지.”
“그럼 역시 후퇴가 답일까요……?”
다른 조장들은 모두 후퇴 쪽으로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아까 민재 형의 말대로.
자재 확보가 필수는 아니다.
이번 작전에 투입한 비용도 많지는 않고.
게다가 철물 창고는 다른 곳에도 있지 않겠는가.
후퇴 쪽이 올바른 선택이겠지.
하지만…….
내 발목을 붙잡는 점이 하나.
‘이대로는 분해서라도 못 돌아가지.’
게다가.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었다.
“저 녀석. 처음에는 그냥 철 쪼가리로 이루어진 괴물인가 했단 말이지.”
“네?”
“왜 골렘이라든가? 그런 거 있잖아.”
괴물이라고 모두 생명체일 필요는 없다.
철로 된 기계라든가.
그런 괴물도 있을 수 있겠지.
“그래서 내 요리를 쳐 낸 걸까 했고.”
그런 괴물이라면 내가 던진 고기를 먹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애초에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없는 몬스터라면.
요리가 안 통해도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아니었다.
“내 스킬로 본 설명을 보면 일단은 유기체가 맞는 것 같단 말이지. 그렇다면 뭘 먹기는 해야 할 텐데, 내 요리를 거절한 이유가 뭘까.”
사실.
이게 내가 후퇴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내 요리를 거부한 괴물.
그 이유라도 알고 넘어가야 속이 풀릴 것 같단 말이지.
그때였다.
“뭘 먹기는 해야 한다…….”
“응?”
내 말을 들은 이공우 상병.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공우야? 뭐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예? 아. 사실 별거 아닙니다만.”
“뭐든 좋으니까 말해 봐. 도움이 안 되는 정보라도 상관없으니까.”
내가 재촉하자.
“그…… 저 안에 널브러져 있던 철물들 있잖습니까.”
그제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이공우 상병.
“그중 몇 개에, 마치 무언가가 갉아 먹은 것 같은 흔적이 있었거든요.”
“갉아 먹은 흔적이라고?”
“예. 멀쩡한 철물들 몇 개가 조금씩 깎여 나가 있었다고 할까요.”
이공우 상병의 말을 들은 이민재 병장이 말했다.
“녹을 잘못 봤다던가 그럴 가능성은?”
“으음, 아마 아닐 겁니다. 공병들은 기본적으로 자재 감별이라는 특성이 있거든요. 그 특성으로 봤을 때 절대 일반적으로 생기는 흔적은 아닙니다.”
“정말이라면 신기하긴 한데.”
“별 도움은 안 될 것 같죠?”
다른 사람들은 큰 도움이 되는 의견은 아니라는 듯한 태도.
심지어 말을 꺼낸 이공우 상병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갉아 먹은 듯한 흔적.
“그거였나.”
“예?”
“아무래도 내가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애초에 저 녀석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
그렇다면.
고기가 주식이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뒀어야지……!
‘철을 먹는 거다.’
채식주의자에게 고기 요리를 대접해 놓고 안 먹었다고 화낸 꼴.
명색이 요리사라는 녀석이 이런 기본적인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니.
‘그래 놓고 내 요리를 버렸다고 짜증이나 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확신한 나는 쉬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홍수야! 거기 있냐!”
“예, 일병 장홍수!”
내가 부른 병사.
장홍수 일병의 직업은 ‘화염 마법사’.
“여기, 불 좀 붙여 줄 수 있겠냐.”
“예……? 아. 옙. 알겠습니다.”
녀석의 도움으로 바닥에 작은 불을 지핀 뒤.
군장 가방을 열어 작은 웍 하나를 꺼내 그 위에 올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가방에서 한 가지 물건을 더 꺼냈다.
노란색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
그 내용물을…….
기름으로 달궈진 웍 위에 뿌렸다.
“영준아?”
“뭐 하시려는 겁니까……?”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며 묻는 사람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왜,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고 하잖아.”
그렇다면.
“철판때기도, 튀기면 맛있지 않을까?”
“……그거 맞습니까?”
“어. 글쎄?”
어이없다는 듯 되묻는 병사들.
나도 이게 맞는지 아닌진 모르겠다.
튀긴 철판 같은 걸 먹어 본 적이 있어야지.
어디까지나 ‘잘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것뿐.
“잘될지 어떨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당장 전투로 해결하기 힘든 괴물이잖아?”
“그건 그렇죠.”
“그럼 후퇴하기 전에 뭐라도 해 봐야지.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잖냐.”
“어어…… 그것도 그렇긴 하네요?”
이윽고.
자리에 모인 모든 병사가 내 요리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음. 문제는 재료인데.”
“아, 그거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괴물이 나타난 것은 내가 자재 회수 명령을 내린 후였다.
“여기 있습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거라 좀 더럽습니다만.”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바닥에 굴러다니던 물건들을 주운 병사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비교적 상태가 좋은 물건을 하나 골라 깨끗하게 씻어 냈다.
‘어디 보자. 온도는 이 정도면 됐고.’
그사이에 장홍수 일병은 계속해서 기름의 열을 올려 주고 있었다.
재료가 탈 걱정은 없으니 적당히 온도가 오르기만 해도 되겠지.
조심스럽게.
잘 닦은 철판을 기름 속에 집어넣었다.
퐁.
기름에 요리를 집어넣으면 으레 들리기 마련인 튀김 소리는 없었다.
튀김가루도 안 입히고 냅다 집어넣은 거니까.
‘사실 튀김이라고 하기도 애매한가?’
그렇다고 튀김가루를 입히자니.
고기도 안 먹는 괴물이 빵가루 같은 것에 매력을 느끼기나 할까 싶단 말이지.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요리’로써의 구색을 최대한 갖추는 것 정도.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크지는 않겠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밑져야 본전.
시도해 볼 가치는 분명히 있다.
“…….”
침묵 속.
기름을 둥둥 떠다니는 철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이 정도면 됐겠지.”
기름 속에 집게를 집어넣어 철판을 꺼냈다.
기름에 푹 절인 철판.
그리고 그 위에 손가락을 살짝 비벼 준다.
철판 위에 ‘특별 소스’가 뿌려졌다.
“일단은 이걸로 완성……이긴 한데.”
“으음.”
“바뀐 게 없어 보입니다만.”
완성된 철판 튀김.
하지만 겉으로 봤을 때는 조금 더 광택이 더해졌을 뿐.
그저 기름 먹인 철판에 불과해 보였다.
“실패……입니까?”
“어쩔 수 없지 뭐.”
“군청 근처에도 철물점이 하나 있어요. 위험하긴 해도 나중에 그쪽을 통해서라도-.”
다들 실패를 점치고 있었을 때.
띠링.
“아니.”
“예?”
익숙한 소리와 함께.
내 눈앞에 나타나는 문구들.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하급 요리사의 패배감이 담긴 기름 철판 튀김]
[혼합된 마력이 섞여들어 더욱 깊은 맛을 내게 된 합금 요리입니다.]
[간단하게 만들어진 요리입니다. 효과가 소폭 감소합니다.]
씨익.
“성공이다.”
“……!”
눈앞을 가득 메우는 메시지.
완성된 요리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온다.
내가 만든 요리답게 잡다한 버프들도 포함되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하나.
이 기름진 철판이 요리로써 인정받았다는 것!
[기존 요리의 개념을 넘어선 요리입니다.]
그런데.
메시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강종 최초로, 요리의 새 지평을 발견하였습니다!]
[많은 요리사들이 깨닫지 못하는, 요리사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재료의 한계!]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라고 한들. 먹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재료로 요리를 시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법.]
[끝없이 펼쳐진 요리의 가능성이, 작은 편견으로 인해 빛을 잃은 셈입니다.]
[수많은 훌륭한 요리사들이, 그 한계에 얽매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채 좌절하고는 했습니다만.]
[당신은 아닙니다.]
[앞서가는 자를 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 식재료의 한계가 사라집니다.]
‘……?’
뭔가 거창한 메시지가 나온 것 같은데.
그에 반해 보상이란 건 한 줄.
‘한계가 사라진다는 게 무슨?’
그 보상의 의미를 확인해 보려던 찰나.
“맙소사…….”
누군가가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보인 것은 이공우 상병.
그가 내가 들고 있는 철판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이공우 상병님?”
“뭔가 달라진 게 느껴지시는 겁니까?”
“응? 아, 어어.”
그의 감탄을 들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몇몇 병사들이 이공우 상병에게 질문을 던졌다.
넋 놓고 철판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녀석이 대답했다.
“그.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공병들은 ‘자재 감별’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자재 감별이라.
아마 내가 가진 ‘식재료 감별’과 비슷한 특성이겠지.
식재료에 한정해 감별이 가능한 나와 비슷하게 녀석은 자재들의 감별이 가능할 것이다.
“그걸로 봤을 때, 저 철판.”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 이공우 상병.
“기름에 들어가기 전의 철판이랑 아예 다른 물건이나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아예 다른 물건이라니.”
그 대답을 들은 병사들의 표정도 아연해졌다.
그들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철판을 향했다.
겉으로 봤을 땐 그냥 좀 반질반질해진 철판인데 말이지.
‘잠깐.’
그렇다면 설마?
“그럼 더 튼튼한 철판이 된 거냐?”
만약 그렇다면.
이 능력으로 모든 자재를 강화해서-.
“예? 아뇨.”
“아.”
“자재로서의 효율은 오히려 떨어진 것 같습니다. 도저히 못 쓸 수준인데요.”
“그, 그러냐.”
혹시 내 요리로 철판을 강화할 수 있는 건가 했는데.
기대와 달리 그런 건 불가능한 모양.
“그러냐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기름에 넣었다 뺀 것만으로 물질이 변한다니? 이건 정말 기적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는 일이란 말입니다! 아마 신 병장님의 직업이 직업이라 가능한 일이겠지만, 정말이지…….”
녀석이 놀란 것은 어디까지나 그 부분이었던 모양.
흥분한 녀석은 횡설수설하며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도움 안 되는 얘기.
녀석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생각했다.
‘요리로 장난치면 안 된단 건가.’
요리는 어디까지나 요리.
다른 용도로 장난질은 할 수 없다는 거겠지.
“뭐. 상관없나?”
애초에 그런 부분을 바라고 한 요리도 아니고.
요리로서의 역할만 잘하면 그걸로 그만.
나는 완성된 요리를 병사들에게 넘기며 말했다.
“이걸 괴물한테 먹이면 될 거다.”
“저번에 보여 주셨던 그 디버프 음식인 겁니까?”
참고로.
대부분의 병사는 아직 내 요리가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공개적으로 밝혀져서 좋을 게 없는 능력이다 보니.
덕분에 병사들은 묘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산맥을 내려올 때 몬스터들에게 먹인 요리.
그걸 디버프를 주는 요리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사실 음식이라고 해도 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음식 맞아. 그. 디버프 음식인 것도 맞고.”
대충 결과물은 비슷하니 오해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어찌 됐든 요리는 완성되었다.
그러니.
“작전. 시작하자.”
* * *
저벅…….
우리는 다시 창고 안으로 발을 옮겼다.
다만 이번에는 직전과 달리 소수 인원.
나를 제외한 대부분이 방어력이 특출한 방패 계열의 전사들이었다.
어차피 요격은 불가능할 것이라 판단.
수비 능력이 뛰어난 전사들만 만약을 대비해 따라와 준 것이다.
“이건.”
“원상 복귀됐군요.”
창고에 재진입하자마자 보인 것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철물들.
처음 왔을 때와는 배치만 다를 뿐 엉망으로 뿌려져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처음 왔을 때 왜 이렇게 엉망이 되어 있었나 했더니.”
적을 발견했을 때 자재들을 모아 거대한 형태를 이루는 괴물.
하지만 저 형태 자체가 힘을 소모하기라도 하는 걸까.
적을 격퇴한 뒤에는 모였던 자재들은 아무렇게나 흩뿌려지는 모양.
우리는 입구 근처에 서서 창고 안쪽을 자세하게 살폈다.
“녀석의 본체는?”
“으음. 안 보이는군요.”
찾아야 하는 것은 녀석의 본체.
철물들을 움직였던 그 검은 그림자.
하지만 저 어딘가에 파묻혀서 숨어 있는 것일까.
아무리 살펴봐도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쯧. 우리가 조금만 더 접근하면 그때서야 모습을 보이려나.”
“아까 같은 거대 괴물의 형태를 취하면서겠지만요.”
가급적이면 이 상태에서 위치를 파악하고 싶었다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그럼 어쩔 수 없나.”
나는 당당하게 발을 옮겼다.
창고 안쪽으로 몇 걸음을 더 들어가자.
구우우…….
‘왔다!’
이미 한 번 들었던 진동음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이 소리는 자재들이 진동하면서 나는 소리인 모양.
소리와 함께 창고 곳곳에 퍼져 나가는 검은 그림자.
허공을 부유하는 철물들을 경계하며 전사들이 방패를 들고 나섰다.
“다들 조심해!”
“실패하더라도 신 병장님만은 지켜야 한다.”
나를 보호하듯 경계 태세를 취하는 전사들.
보호받는 입장에서는 꽤나 든든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 보호 속에서 검은 그림자를 유심히 바라봤다.
특히나 시선을 준 곳은 그림자의 중심부였다.
그림자들이 뭉쳐 가장 짙어진 공간.
외적에게서 보호하려는 듯 가장 먼저 철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곳이 있었다.
‘저기인가.’
아마도 저곳이 녀석의 본체가 있는 장소.
거대한 괴물의 형태가 거의 완성되어 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들고 온 철판을 매만졌다.
기름기로 반들거리는 철판.
아직도 열기가 남아 뜨거웠다.
화염 친화 특성이 없었다면 내 손에도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렇게 뜨거운 상태로 가져온 이유는 하나.
‘따뜻할 때 먹어야지 맛있을테니까.’
철판을 쥔 손은 오른쪽.
오른손을 뒤로 쭉 빼며 ㄴ자를 만들었다.
왼손은 앞을 향해 쭉 뻗는다.
야구 같은 걸 해 본 적 없는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투척 자세.
수류탄 투척 자세였다.
‘투척!’
훈련과는 달리.
이번 목표는 호 안이 아닌, 녀석의 본체 근처.
번들거리는 철판이 허공을 가른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저번에는 가차 없이 쳐 냈지?’
덕분에 자존심에 상처가 제대로 나 버렸다.
하지만 이번은 그때와 다르다.
녀석의 본체 주변으로 떨어지는 철판.
그곳을 향해 검은 그림자가 향했다.
그리고.
착.
철판에 달라붙는 그림자.
철판은 그림자를 따라 본체가 있으리라 추정되는 곳으로 빨려들어 갔다.
“됐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튀어!”
“후퇴, 후퇴!”
“임무 성공했답니다, 다들 후퇴!”
목표는 달성했다.
망설임 없이 뒤돌아 도망치는 나와 병사들.
슬쩍 뒤를 돌아보니 그런 우리를 넋 놓고 지켜보는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약간 어이없어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과연 기분 탓일까.
‘너랑 싸워 주겠냐?’
병사들은 모두 만약에 대비해 데려온 것일 뿐.
전투는 애초에 작전에 없었거든.
완전한 형태를 이룬 괴물이 우리에게 덤벼들기도 전에.
우리는 퇴각을 완료했다.
창고를 떠나지 않은 채 멀리서 나와 병사들을 지켜보고 있는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이 우리를 추격하지 않으리란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
‘이유도 어느 정도 짐작은 가.’
녀석은 아마도 창고의 철물들을 먹는 생명체.
창고의 철물들이 몸을 보호하는 도구임과 동시에 식량이나 다름없다.
‘철물이 넘쳐 나는 창고야말로 녀석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보금자리인 셈.’
자리를 비웠을 때 누군가 식량을 털어 갈 가능성도 있을 테니.
굳이 도망가는 침입자를 추격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녀석에게 인간은 먹을 수도 없는 쓸모없는 존재일 테니.
“어떻게든 따돌리긴 했군요.”
“잘됐으면 좋겠습니다만.”
괴물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난 뒤에 병사들이 말했다.
작전이 잘될지 어떨지 우려스러워하는 병사들.
괴물한테 내가 만든 요리를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다만.
결국은 녀석이 먹어서 효과가 제대로 발동해야만 작전이 성공할 수 있으니.
걱정도 이해는 간다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잘될 거다.”
“예?”
불안해하는 병사들과 달리.
나는 잘될 거라고 확신했다.
“잘될 거라니.”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씀하실 수 있는 겁니까?”
“응? 그야…….”
병사들의 질문에.
내가 해 줄 답변은 간단했다.
성공할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누가 만든 요린데.”
“아.”
당연히 잘되겠지.
* * *
그리고.
내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끼잉…… 끼이잉…….”
뭐야.
이렇게 보니까.
“꽤 귀엽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