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39화 (39/227)

39화 비어 있는 마트들 (3)

강아지 세 마리가 그려진 캔.

그 그림의 의미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펫푸드.

“저 아이들. 이걸 먹고 지냈나 보군요.”

“그런 것 같지?”

마트를 조사할 때 펫푸드 코너마저 싹 다 털려 있는 것에 놀랐는데.

그 행방이 꽤 빨리 발견된 셈이다.

“어린애들 같던데. 괜히 딱하군요.”

내 옆에 선 병사 한 명이 말했다.

우리야 운이 좋아서 그동안 밥을 굶지는 않았다만.

지상에서는 식량이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고 들었다.

오죽하면 생존자들이 가장 많은 장소가 저 군내.

좀비와 괴물, 그리고 식량이 가장 많은 장소일 정도니까.

저 아이들 입장에서는 펫푸드라도 있는 게 다행인 일이었겠지.

“그래도. 괴물이 나타난 지 아직 반년도 안 됐는데.”

세상이 벌써 이 정도로 바뀌다니.

새삼스럽게 놀라게 된다.

정황상 어린애들이 제대로 된 음식도 먹지 못하고 숨어 있었던 모양.

솔직히 인간인 이상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생각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신영준 병장님. 잠깐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서수혁 상병이 나를 불렀다.

무슨 얘기를 할지는 짐작이 된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 구석으로 이동했다.

슬슬 요리의 효과로 부여되었던 ‘예민한 청력’의 효과도 사라진 참.

서수혁 상병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애들, 어떻게 할 생각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예상했던 질문.

지상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마주한 생존자.

우리는 그 처우를 결정해야만 했다.

“네 생각은 어떤데.”

“어린애들이고, 불쌍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한숨을 내쉰 뒤 말하는 그.

“그거랑, 우리가 보호할 수 있느냐하고는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지.”

지상에 내려온 뒤.

우리는 어찌어찌 관사라는 임시 거점에 자리를 잡긴 했다.

하지만.

단적으로 말해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식량이 있다곤 해도 몬스터의 고기뿐이니까. 이마저도 추가로 수급하지 못하면 줄어만 갈 뿐이고.’

이미 먹는 입이 100개 이상.

식량이 줄어드는 속도도 생각보다 빠르다.

임시로 삼은 거점조차 말 그대로 임시.

제대로 된 거점으로써의 안정성은 솔직히 말해 없었고.

오죽하면 합류해 온 생존자들은 아직 각성도 못 하고 있을 정도일까.

‘생존자를 보호한다는 면으로만 따지면. 423대대에 머무르던 시절보다도 환경이 좋지 않아.’

적어도 423대대는 거점으로써의 역할은 충분했으니까.

“게다가. 어린아이들 같더군요. 혹시 이동을 하게 된다고 하면 체력 문제도 생기겠죠. 특히 병에라도 걸린다면 문제가 커질 겁니다.”

“힐러들의 치유 능력도 만능은 아니니까 말이지.”

사제와 치료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도 한계는 있다.

강력한 치료 스킬에는 횟수 제한이 존재하니까.

일반적인 질병 등의 치료는 가능하나 의약품이 없는 지금은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내가 요리 재료가 없으면 요리사로서의 능력을 반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의약품이 모자란 지금은 그들의 치료 능력도 완전하지 못한 것.

그렇게 한 명이라도 질병에 걸린다면.

그건 한 사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의 병으로 인해 단체의 행동에 족쇄가 채워지는 셈.

이미 받아들인 생존자들 가운데에 어린 아이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그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생존자를 수용하고 인원을 늘리는 일은 분명 언젠가 해야 할 일이지만, 꼭 지금 해야 하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흠.”

당장 저 둘은 문제없이 보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다음에 만나는 다른 생존자들은?

상황이 개선된 뒤라면 모를까.

그들 모두를 보호할 수는 없는 일이란 말이지.

“고민 좀 해 볼게.”

“현명한 선택.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쉽게 정할 일은 아니라 생각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슬쩍 눈을 돌려 마트의 다른 곳들을 둘러본다.

여전히 혹시라도 쓸 만한 게 있지 않을까 뒤지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병사들도 이 녀석과 비슷한 의견이 많을 테지.’

딱히 다른 녀석들이 이기적인 성격이라든가 그래서는 아니다.

그저 최근 지켜본 결과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뿐.

부대에서 함께 싸우며 부대원들 간의 전우애는 꽤 탄탄해졌다.

서로 의견이 갈릴 수는 있어도 동료라는 의식은 확고해진 상태.

이건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아군에 대한 감정이 강해진 반면.

그 외의 것들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

‘지상에 내려온 지도 며칠 지났어. 하지만 병사 중 누구도 다른 사람을 구출하러 가자느니 하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

저 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당장은 안타깝게 여기는 병사들도 있어 보인다만.

굳이 피해를 감수해가며 그 둘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병사는 소수일 확률이 높다.

‘그런 점까지 고려한다면. 두고 떠나는 게 옳아.’

저 아이들은 우리가 오기 전까지도 어떻게든 숨어서 생존해 있었으니까.

우리가 보호하지 않아도 나름의 노하우로 더 버틸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펫푸드들.’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개나 고양이 등을 위한다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가치 있는 음식들이었겠지.

하지만.

‘인간을 위한 음식은 아니야.’

맛은 뭐 둘째로 친다고 해도.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일이니까.

특히나 먹을 것이 중요한 어린 나이.

이대로 두고 가면 남은 사료들로 허기를 채워야 할 터.

……음.

결정했다.

“일단 밥이나 좀 먹여 볼까.”

“예?”

고민을 해 본다며 입을 다문 내가 갑자기 한 말이 저거다 보니.

“밥을 먹인다니, 무슨 소리십니까?”

서수혁 상병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설마. 보호하에 들이자는 얘기를 하려는겁니까?”

“그런 건 아니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보낼 때 보내더라도 밥 한 끼 정도 먹이고 보내자는 거지.”

“으음.”

식재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만.

애들 한 끼 먹일 정도도 없냐고 하면 또 그 정도는 아니니까.

“……애매하게 잘해 주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잘라 낼 거라면 확실히 잘라 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딱히 쟤들한테 잘해 주고 싶다거나 그런 이유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거든.”

“그럼 무슨 이유로-.”

“요리사로서의 자기만족.”

“예?”

안쓰럽기도 하고.

인간으로서 좀 도움을 주고 싶기도 하다만.

“그런 게 중점이었다면 안 이랬을걸.”

사실 그쪽이 메인이 아니란 말이지.

한 끼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은 나도 요리사이다 보니.

‘불편하단 말이지.’

제대로 된 요리가 아닌 펫푸드.

그걸로 배를 채우는 사람을 보니 영 갑갑하고 불편하다는 게 문제였다.

밥 한 끼 먹이고 보내겠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그냥 심기가 불편해진 나.

나의 자기만족을 위한 일.

“자기만족이라니…….”

내 설명을 들은 서수혁 상병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때.

“그럼 어쩔 수 없군.”

“음?”

옆에서 대화에 끼어든 것은.

이민재 병장이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지. 네가 길드장이기도 하고. 식량 관리도 네 업무다. 내가 말릴 권리도 없고. 네가 편한 대로 하는 게 맞겠지.”

이어지는 이민재 병장의 말에.

서수혁 상병은 고개를 숙이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너는 병사들 멘탈 관리한다고 이래저래 고생했다만, 정작 네 스트레스 관리는 잘 안 되던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민재 형은 내게 조언을 해 주는 입장.

나도 조언을 귀 기울여 듣는 편이다만.

“네가 심경 불편해지는 일을 2인분 식사로 해결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딜이지. 편한 대로 해라. 길드장.”

아무래도 민재 형이 가장 우선시하는 건 길드장인 내 판단인 모양이다.

‘조금 의외네.’

세부적인 계급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부대원들은 김 중위를 제외하면 모두가 병사 출신이다.

사회 나가면 서로 반말할 관계.

당연히 그 상하 관계가 엄격하지는 않다고 생각해 왔다.

길드장 자리 역시 마찬가지.

그냥 고생만 하는 완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렇지도 않다는건가.’

몇몇 병사들은 길드장의 권위라는 걸 존중하는 모양.

그렇지 않고서야, 내 마음 편해지자고 하는 결정을 존중해 줄 리가 없으니까.

“수혁이도. 상관 없겠지?”

“길드장으로써의 판단이 그렇다면야. 제가 끼어들 여지는 없겠죠.”

뭐 어찌 됐든 상관없겠지.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지해 준다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나는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러 가기로 했다.

요리 준비를 하러.

* * *

잠시 뒤.

나는 한 손에 큰 그릇을 들고 마트의 구석으로 향했다.

“군단장님?”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한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다.

이상아 조장.

그리고 직전에 조우한 생존자 남매.

그들이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나름 분위기를 풀어 둔 것일까.

소소하게 대화가 오가고 있던 듯한 모습.

하지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움찔.

‘허허. 애들은 어렵구만.’

분위기를 풀고 뭐고.

여전히 나를 경계하는 아이들.

내 섬세한 마음에 약간의 스크래치가 생겨났다.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나?

하지만 뭐.

이젠 별 상관없다.

‘이번엔 대책을 마련해 왔거든.’

나는 들고 온 그릇을 그 앞에 내려다 놓았다.

그리고 그 그릇의 뚜껑을 열자.

“배고프지?”

파아아-

진한 고기 향이 마트 안에 퍼져 나간다.

“요리를 좀 가져왔으니. 먹도록 해.”

다행히 조미료는 꽤 남아 있는 상태.

애들이 좋아할 만한 입맛으로 달게 졸인 간장찜이다.

재료가 된 고기가 뭔지는 뭐 밝힐 필요는 없을 테니 넘어가기로 하고.

‘예로부터 애들 꼬시는 데는 먹는 게 최고라더라.’

사탕 준다고 모르는 아저씨 따라가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먹을 것의 유혹이 강력하기에 나오는 말.

“…….”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두 아이는 바로 젓가락을 쥐지는 않았다.

맛이 없어 보이나? 싶기도 했으나 그것도 잠시.

주륵…….

요리를 바라보는 남자아이의 입에서 군침이 줄줄 흐르는 게 보였다.

반짝거리는 눈빛도 그렇고.

엄청 먹고 싶어하는 눈치긴 한데.

아무래도 경계심이 남아 전력으로 자제하고 있는 모양.

“독 같은 거 안 들었으니까. 먹어도 돼.”

“…….”

“안 먹으면 가져간다? 먹을 사람이 없으니, 버리든가 해야겠네.”

“아…….”

그제서야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드는 아이들.

경계심이 장난 아니구만.

조심스럽게 젓가락으로 고깃덩이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그러자.

“……!!!”

말은 없었지만.

맛있는지 없는지는 안 물어봐도 될 것 같았다.

‘아이답다고 해야 하나. 표정이 극적으로 변하는 게, 보는 맛이 있네.’

고기를 한입 물더니 놀라는 표정을 짓는 동생 쪽.

그러고는 계속해서 젓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나 쪽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꽤 놀란 눈치.

‘그럼. 누가 만든 요린데.’

당연히 맛있게 먹어야지.

처음엔 쭈뼛거리던 아이들의 식사가 제대로 시작되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편하게 먹으라고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이상아 조장이 나를 따라 나왔다.

“애들 분위기는 어땠어?”

식사 중인 아이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뒤.

이상아 조장에게 물었다.

“일단 대화를 할 정도는 됐어요. 아무래도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오해라니?”

“우리가 괴물인 줄 알았나 봐요.”

“뭐?”

괴물이라니.

“우리…… 아니, 내가 그렇게 험악하게 생겼나?”

“푸흡. 그런 게 아니라. 인간형 괴물이나, 남의 모습을 훔치는 괴물 같은 것도 있을 수 있잖아요?”

“아.”

“그런 류의 괴물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다른 인간을 경계하는 것치고도 묘하게 날카롭다 싶더라니.

그런 이유였나.

“왜, 군단장님 능력으로 부대원들의 청력이 귀신같이 강화됐잖아요? 그 아이들 위치도 소리로 감지한 거였구요.”

“그런 청력을 가진 인간이 있을 수가 없다, 뭐 그런 건가.”

“네.”

인간형의 괴물이라니.

우리 부대에 찾아왔던 범죄자들이 떠올랐다.

‘아니, 녀석들은 직업이 좀 그럴 뿐 일단 인간이긴 했지.’

그런 이들도 내부의 적으로 섞여 들어온다면 엄청난 위협으로 자라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까지 존재한다는 건가.

“상아 조장은 그런 괴물은 만난 적 없겠지?”

“그렇죠. 소문으로 들은 적도 없네요.”

우리 부대에서는 그나마 지상의 정보에 자세한 게 그녀와 생존자들.

하지만 그것도 한 달은 전의 이야기.

“저희가 산을 오른 것도 한 달은 지난 일이니까요. 그 사이에 생존자들 사이의 정보도 꽤 갱신됐나 보더라구요.”

단 두 달 만에 문명이 파괴되었다.

한 달이며 그 기간의 절반이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분명 유용하다만.

조금은 구버전인 부분이 있다고 이해해야겠지.

“아무튼, 어떻게든 얘기를 하고 나니 지금은 적어도 괴물은 아니라고 믿어 주는 것 같아요. 아예 경계하지 않는 수준까진 무리였지만요.”

“그 정도라도 어디야. 수고했어.”

슬쩍 식사 중인 아이들 쪽을 바라보니.

-누나, 이거 너무 맛있다! 그지?

-으응. 그러네.

이제는 눈치도 안 보고 식사 중인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편안한 마음의 특별 소스]

긴장해서야 밥도 잘 안 넘어갈 것 같아서 넣은 약간의 소스.

그 영향도 꽤 크겠지.

그때.

여전히 신나서 고기를 씹고 있는 아이들.

그중 동생 쪽과 눈이 마주쳤다.

“어때. 맛있냐.”

“마, 맛있어요.”

눈이 마주쳤는데 그냥 무시하기도 뭐해, 말을 걸었더니 대답이 나왔다.

대답을 들을 정도라니.

이 정도면 장족의 관계 개선인걸.

“그거 사실 이 형이 한 요리다?”

“아저씨가요?”

아, 아저씨?

이 자식이.

그렇게 시답잖은 얘기를 하자니 누나 쪽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맛있어요.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이 조금 늦긴 했지만, 이 정도라도 어디인가.

그렇게 말하는 누나 쪽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간 힘든 일도 많았다는 거겠지.

크흠.

“혹시 모자라면 말해. 재료가 고기뿐이라서 미안하지만. 당장은 고기는 꽤 넘쳐 나니까.”

멋쩍어진 나는 그렇게 말했다.

애들 둘 배불리 먹일 정도는 문제없으니까.

“고기만 많다뇨……?”

그런데 내 말을 들은 누나 쪽은 조금 의아한 듯한 얼굴이었다.

“보통은 육류를 못 구해서 고생하던데. 여러분들은 반대인 건가요?”

“뭐.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

먹을 거로 꼬신 게 성공한 덕에 나름 편안해진 분위기.

나도 편하게 답해 주기로 했다.

“사실 이 마트에 온 것도 육류 외의 다른 식재료나 필요한 물건들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거든.”

“아…….”

“아쉽게도 실패해 버렸지만 말이야.”

어깨를 으쓱하며 얘기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누나 쪽.

방금 얘기를 듣고 생각하는 바가 있는 것일까.

젓가락 속도가 느려진 모습이었다.

‘동생도 좀 그렇지만, 누나 쪽은 생각이 많은 스타일 같네.’

이런 세상이라 저런 태도가 필요해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도 저런 성격이었을지는 모르겠다만.

* * *

그렇게 식사는 무난하게 끝났다.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불편했던 부분도 잘 해결되었고.

이제는 진지한 얘기를 할 때.

“이름이 어떻게 되니?”

“저는 이수연. 동생은 수혁이에요.”

“그래. 수연이. 잠깐 오빠…… 큼. 아저씨랑 얘기 좀 하자.”

나는 허리춤의 주머니를 열었다.

그리고 그 내용물들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받아.”

“네? 이건……?”

“이상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녀에게 건넨 것은 육포였다.

내가 만들어 둔 전투식량.

“뜯어보면 알겠지만. 간단하게 만든 육포들이야. 나름 맛도 좋을걸.”

“식량을 그냥 주신다는 건가요?”

“아까도 말했지만, 당장 고기는 넘쳐 나서.”

다른 병사들에게서도 조금 받아 와 육포의 양은 많은 편이었다.

전투식량으로써 제조된 만큼 유통기한도 없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니까 잘 들어.”

“네? 아, 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이 육포들은 다른 걸 먹다가 도저히 버티기 힘들 때 먹도록 해. 크기는 작지만, 열량은 높은 음식이거든. 반 개만 먹어도 충분할 거다.”

내가 가리킨 쪽은 전투에 도움이 되는 특성이 달린 육포들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스탯 증가는 적용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저 펫푸드만 먹기 도저히 힘들 때.

혹은 식량이 다 떨어졌을 때 먹어 버리는 편이 좋겠지.

“그리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이 육포들은 평상시에는 먹지 마. 아예 어디다 숨겨 놔도 좋아.”

“그러면 언제 먹으란 건가요?”

“여기를 떠날 때.”

이쪽은 능력치 증가나 전투력과는 별개.

생존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특성이 담긴 육포들이었다.

청력을 증가시켜 주는 알라우르의 요리가 대표적인 예.

“여기서 숨어 지내다가 더는 버틸 수 없게 돼서 이동해야 할 때. 그때 먹도록 해. 도움이 될 거다.”

“군인분들이 저희를 보호해 줄 수는 없는 건가요?”

이 말이 나올 것 같았지.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

“왜죠?”

“군인이라곤 해도 우리도 다른 부대와의 연락이 모두 끊긴 상황이야. 지상에 마련한 거점도 불안정하지. 여기서 다른 불안 요소를 추가하긴 어려워.”

“…….”

“미안하지만, 일단은 그 식량들과 함께 최대한 버티도록 하렴. 언젠가 우리의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이 근처를 찾을 테니-.”

조금 가슴 한구석이 찔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그렇게 말을 이어 가던 찰나.

“아는 곳이 있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수연이 입을 열었다.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가는 그녀.

“무슨 소리를.”

“다른 식재료를 구하고 싶어서 여기에 오셨다면서요. 결과는 실패였구요.”

“흠.”

그 얘기를 듣고 나서야 그녀가 하려는 말이 예상이 갔다.

“원하시는 재료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거리도 멀지 않아요.”

“갑자기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위치를 알려 드리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라.

즉.

“거래를 하자?”

“……네.”

허.

갑자기 거래를 제안하다니.

마냥 애라고만 생각하고 대하던 아이.

하지만 평범한 꼬마는 아닌 것 같다던 느낌이 적중했나 보다.

갑자기 이런 당돌한 모습을 보여 올 줄이야.

조금은 황당하다만.

피식.

“재밌네.”

약간은 흥미롭기도 하다.

나는 일단 대화에 응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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