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41화 (41/227)

41화 마트의 귀신 (2)

“마치 귀신이라도 나타난 것처럼요.”

수연의 설명을 들은 나와 상아의 표정이 멍하게 변했다.

귀신이라니.

……진짜로?

* * *

수연이 말한 목적지는 이번에 우리가 방문한 곳과 비슷한 마트였다.

차이가 있다면 규모가 더 크다는 점 정도일까.

“사실 저희도 그만한 마트의 물건들이 멀쩡하게 남아 있다는 걸 의아하게 생각하긴 했어요.”

“수상하게 여길 만도 했을 텐데, 굳이 발을 들이밀었다는 건가?”

“수상하다고 해서 돌아갈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았거든요.”

규모가 큰 만큼 위치도 잘 알려진 마트.

생존자들이 그런 곳을 털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는 법.

정확히는 털지 못한 거겠지.

“초입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다들 어느 정도 안쪽으로 진입했다 싶은 순간.”

“사람들이 갑자기 죽어 나갔다. 그거군.”

“네.”

여기까지가 수연에게 들은 이야기.

나는 두 남매에게는 일단 휴식을 권했다.

그리고 부대원들의 곁으로 돌아와 오간 대화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부대에 합류시켜 주는 조건으로 정보를 받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혼자 결정한 셈이라 미안하게 됐네.”

“아뇨. 뭐 신 병장님이 결정하신 일이면 큰 문제는 없지 않겠습니까?”

“막내 늘어나면 좋죠, 뭐. 애들이라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사실상 새로운 부대원을 늘리겠다는 결정.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었나 싶어서 살짝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만.

다행히도 부분은 다들 이해해 주는 분위기였다.

나라는 인간에 대한 신뢰도 조금은 영향을 줬겠지.

하지만 아마 주요인은 그게 아닐 것이다.

부대 일 외에는 꽤 무관심하고 매정해진 병사들이지만.

그 전우애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우리 부대에 소속되어 있느냐, 아니냐.

아예 외부인이면 모를까.

부대원이 되는 방향이라고 한다면 꽤 관대해지는 거겠지.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쪽이란 말이지.

“그…… 영입은 상관없는데 말입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병사들.

그중 한 명이 조금 창백해진 얼굴로 손을 들며 말했다.

“그거. 진짜 귀신은 아니겠죠?”

“…….”

“신 병장님?”

“…….”

“빠, 빨리 아닐 거라고 해 주십쇼! 무섭잖습니까!”

“아니.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사람들이 모두 죽어 나가는 동안 괴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

얘기만 들어보면 정말 귀신이라도 나타났나 싶다.

설마 정말 그러겠나 싶은 마음도 약간은 있지만.

“솔직히 이런 상황이니까. 진짜 귀신이 나타났다고 해도 난 믿길 것 같거든?”

군부대만큼 귀신에 관한 소문이 자주 도는 곳도 없다.

실제로 근무 후 생활관으로 돌아와 자기가 귀신을 봤다고 호들갑을 떠는 병사들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때.

예전의 나였다면.

-니가 잘못 본 거겠지 인마. 무슨 애도 아니고. 귀신이 세상에 어딨냐.

하고 넘겼겠지.

하지만 괴물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금의 나는.

“좀비도 돌아다니는 세상이 돼 버렸으니까. 솔직히 귀신이 나온다고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

“그, 그런…….”

이렇게 된단 말이지.

내 대답을 들은 병사들의 얼굴이 가지각색으로 바뀌었다.

덤덤한 녀석도 있고 살짝 찡그린 녀석들도 있지만.

“크, 크흠.”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하게 변한 녀석들도 있는 게 문제.

“거 뭐냐.”

“거기 꼭 가야만 하겠습니까?”

“……너네 왜 떨고 있냐?”

“누, 누가 떨었다고 그러십니까!”

전투에는 상당히 익숙해진 병사들.

하지만 그것과 귀신이니 뭐니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엄청난 실력의 싸움꾼도 공포영화는 혼자서 못 보고 그런 일도 왕왕 있다지 않은가.

부대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비교적 덤덤한 병사들도 있었지만.

몇몇 병사는 안색이 창백해지고 몸을 벌벌 떨기까지 하는 모습.

어지간히도 무서운 모양이었다.

그때.

“너희들이 그러고도 사내자식이냐!”

한 병사가 소리를 질렀다.

이제는 익숙해진 거대한 덩치.

“괴물과의 목숨 건 싸움도 버텨 내던 녀석들이 맞느냔 말이다! 리자드의 입 안에 칼을 쑤셔 박던 그 깡은 다 어디로 가고!”

“저, 전광일 상병님?”

전광일 상병이었다.

“해병대는 귀신도 때려잡는다고 했다. 유령이고 뭐고 우리의 용기로 물리칠 수 있을 거란 말이다!”

“우리가 해병대는 아니잖습니까…….”

“……저분. 우리가 공포영화 볼 때는 무섭다고 도망치시던 전광일 상병 맞냐?”

“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은데요.”

원래는 부대의 누구보다도 겁이 많던 녀석.

지금 저러는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갔다.

‘크흠. 정신치료의 부작용이…….’

내가 과도한 ‘용기’의 요리를 주입한 게 원인이겠지.

요리의 효과는 분명 끝났을 터.

하지만 그 후유증이라고 해야 하나.

아예 공포가 거세되어 버린 것 같다.

그래도 본래 성격이 유순한 편이라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었다만.

“위대한 대한의 건아가 새끼 사슴같이 쫄아 있다니! 이 무슨 추태란 말이냐!!!”

부대원들이 쫄아 있는 걸 보니 정신치료의 부작용이 제대로 돋아 버린 모양.

광일이의 윽박에 안 그래도 겁이 많던 병사들은 아예 울상이 되어 버렸다.

그때.

“진짜 유령이라고 정해진 건 아니지.”

분위기를 진정시킨 것은 이민재 병장이었다.

“그저 보이지 않게 적을 처치할 수 있는, 유령처럼 보이는 현상을 일으킬 뿐인 괴물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유령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본다.”

“그렇습니까? 설명만 들으면 유령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데요.”

“그건 우리가 가진 상식으로 대상을 보려고 하니까 그런거고.”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려 주머니를 뒤지는 민재 형.

하지만 담배도 다 떨어진 지 오래라.

머쓱해진 듯 헛기침을 한 그가 말을 이었다.

“크흠, 생각해 봐. 이미 나타난 괴물들 대부분이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난 녀석들이다. 애초에 괴물이 나타난다는 상황부터 그렇지.”

“으음. 그건 그렇죠.”

“괴물의 정체를 우리가 가진 상식과 추상적 이미지만으로 확신하려고 들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오히려 진짜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테니까. 녀석들이 우리 상식선에서 나타나 줄 정도로 상냥하지도 않을 테고.”

그 말대로.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들은 이야기만으로 적의 정체를 확신하는 것은 위험한 일.

결국은.

“직접 가서 겪어 보는 수밖에.”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

그 외에 답은 없겠지.

“생각보다 일이 복잡하게 됐지만. 아무것도 없이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바로 차량 시동 걸어 놓겠습니다.”

개조 차량이 있는 덕에 가까운 거리의 이동은 문제가 없었다.

결정했으면 망설일 시간도 아깝지.

부대원들은 신속하게 이동을 준비했다.

합류하기로 한 두 남매 역시 마찬가지.

그들을 차량에 탑승시키기 위해 데리고 나온 순간.

“……히끅.”

“응? 무슨 일이야?”

“아, 아뇨. 생각했던 그런 차가 아니라서.”

“아.”

차량의 비주얼이 좀 그렇긴 하지.

그래도 금방 마음을 추스르고 차량에 탑승하는 남매.

“출발한다.”

“출발하시랍니다!”

수연에게 들은 장소를 향해 차량들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옆자리에 앉은 수연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다.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나?”

“네? 아뇨. 그게…….”

불안한 듯 창밖의 차량들을 보는 수연.

“탱크 같은 건 없나 해서요.”

우리가 군인이다 보니.

당연히 탱크 같은 것도 있는 줄 알았나 보네.

“아쉽지만 그런 건 없어.”

“네?”

“탱크 같은 건 없다고. 저기 보면 레토나라고, 아쉬운 대로 군용 차량은 있긴 한데.”

“그, 그러면. 지금 가는 곳의 괴물은 어떻게 해결하시려고요?”

“음? 정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병사들이 직접 처리해야겠지.”

“네에?”

내 대답에 기겁한 수연이 말했다.

“무, 무리예요!”

무리라니.

“그곳의 정보를 주면서 가 보라고 권한 건 너였는데?”

“그야, 저는 군인분들이시니까 다른 방법이 있을 줄 알고……!”

“다른 방법이라니?”

“탱크라든가, 미사일이라든가…… 안에 귀신이 있다고 해도 장소 자체를 부순다면 귀신도 사라지지 않을까 해서-.”

흠.

군인이 무언가를 해결한다고 하면 그런 이미지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근데 어쩌냐.

“아까도 말했지만, 탱크니, 미사일이니. 아쉽게도 그런 건 없어.”

“……!!!”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소규모 레이더 부대.

탱크 같은 게 있겠냐.

아, 대공포는 있긴 했다만 그걸 가지고 내려올 수도 없고.

“애초에 그런 식으로 공략하면 그 마트 자체가 초토화될 텐데? 우리 목적인 마트의 물건들도 확보하지 못할 것 아냐.”

“앗. 그, 그건.”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는 수연.

“그, 그러면. 제가 꺼낸 얘기라서 미안하지만요, 차라리 들어가지 않는 게…….”

“우리도 여유가 있지는 않거든.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적이라면 모를까, 보기도 전에 물러나긴 아쉽지.”

“……말했잖아요! 각성자가 두 명이나 있었는데 모두 죽었다고.”

“음. 위험하긴 하겠지. 그런데 있잖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것 같다.

남매가 속해 있던 생존자 그룹을 전멸시킨 장소.

자신이 그곳을 안내한 탓에 우리까지 비슷한 꼴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거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적.

정말 귀신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도 자신이 없지는 않거든.”

* * *

수연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3층짜리 대형 마트.

그 마트를 발견한 우리의 첫 감상은 이랬다.

“……오히려 기괴하군요.”

기괴함.

그런 감상이 나온 이유도 간단했다.

“너무 멀쩡하잖아.”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치게 멀쩡한 그 모습이 오히려 기괴하게 느껴졌던 것.

수연이 말했던 ‘털리지 않았다’ 정도가 아니었다.

“불만 켜지지 않은 거지, 이건…….”

“옛날 마트 모습이 그대로군요.”

멸망의 날에 괴물들이 등장한 지 두 달이 넘었다.

그 후로는 붕괴된 사회의 모습만을 봐 왔던 우리.

이 멀쩡한 모습은 오히려 기괴하게만 느껴졌다.

“안에 있는 존재가 어떤 녀석이길래.”

“정말 귀신같은 녀석이라 손도 대지 못하거나,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병사들이 나를 보며 묻는다.

해 줄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

“뭘 어떻게 해? 그땐 튀어야지.”

“예에?”

“꼭 귀신이 아니라도, 공략 불가능한 수준의 괴물로 판단되면 당연히 튈 거다. 혹시 모르니까 운전병들은 계속 시동 걸어 놓고 있어.”

“꽤 치사하심다?”

“전략적이라고 해라.”

‘맥’은 뭘 먹기라도 했으니 공략의 여지가 있었다만.

귀신한테 뭘 먹일 수도 없잖아?

당연히 튀어야지.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고.”

벌써 최악을 생각해서 쫄아 있을 필요는 없지.

“붙어보기 전엔 모른다고 본다.”

“그것도 그렇군요.”

내 말을 들은 병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전투에도 꽤 초연해진 모습.

문제는.

“귀, 귀신이면 정말 퇴각하셔야 합니다……!”

여전히 벌벌 떨고 있는 소수의 녀석들이겠지.

“이, 이 겁쟁이 자식들이……!”

“너부터 좀 진정해, 인마.”

“하지만 신 병장님…….”

그 모습을 본 전광일 상병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저런 정신상태로는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겁니다.”

“그건 그렇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차라리 열외를 시키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만.”

녀석 말대로.

저렇게 쫄아 있어야 전투에 도움이 되진 않겠지.

하지만 화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잖냐.

애초에.

이럴 때를 위해서 지급한 물건이 있으니까.

나는 잔뜩 쫄아 있는 녀석들을 포함.

대기 중인 병사들에게 말했다.

“다들. 전투식량 꺼내.”

“예, 옙!”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전투식량을 꺼내 드는 병사들.

“1번으로 먹는다. 실시.”

“……식사 맛있게 하십쇼!”

우리 부대 고유의 전투태세.

전투식량 취식이 이루어졌다.

이번에 먹도록 명령한 것은 1번.

사실 특별한 건 아니고.

우리에겐 가장 익숙한 녀석이다.

[하급 요리사의 용기가 담긴 리자드 고기 육포]

“큭큭. 귀신 사냥이라.”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육포를 베어 문 병사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바뀌었으니까.

“좀비 놈들도 지겨워지던 참이었는데 잘됐군.”

“그르륵…….”

“적은 어디인가! 나를 만족시킬 만한 녀석은 있는가!”

“끼요오오옷!”

“그래, 그래. 다들 열의에 찬 모습 보기 좋아.”

용기가 그득그득 들어찬 병사들.

“누나……. 군인 아저씨들이 이상해…….”

“워, 원래 저런 분들이었나요?”

“음. 위험한 전투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전에 정신을 고양시키는 거지.”

전투식량을 먹지 않은 두 남매가 조금 의아해했지만.

대충 둘러대자 그런 건가? 하고 넘어가는 모습.

나는 한껏 달아오른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들어가자.”

“끼에에에에에엑!!!”

“전장으로!!!”

쾅!

용기백배한 상태로 문을 박차고 진입한 병사들.

하지만 그 기세가 무색하게도.

“조용하군.”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마트.

주변에서는 우리 병사들의 거친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일단 더 진입한다.”

“예!”

그러던 중.

“앗.”

“……?”

“뭔가 이상해요.”

“뭐가?”

뒤에서 따라오던 남매 중 동생 수혁이 말했다.

“여기, 철이 형이 쓰러졌던 곳인데…….”

“뭐?”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여기서 죽었다던 생존자들

그들의 시체도 보이지 않는다니.

명백한 이상 현상.

“다들 잠깐 정-.”

정지 명령을 내리려고 했으나.

다른 병사들은 두려움 없이 안쪽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딨느냐. 내 적은 어디에…… 커헉.”

내 바로 앞을 걷고 있던 병사.

녀석이 갑자기 고통에 찬 소리를 냈다.

‘습격!’

파악!

나는 급하게 팔을 뻗어 녀석의 어깨를 잡은 뒤.

내 뒤쪽으로 내던졌다.

“의무병, 군종병!”

“예!”

뒤로 던져진 녀석의 허리 부근에는 무언가에 찔린 상처.

그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뭐 하냐! 빨리 치료 안 하고!”

“알겠습니다!”

“나머지 병사는 그대로 정지! 습격에 대비해라!”

“정지, 정지!”

“다들 정지하라십니다!”

명령에는 충실하게 따르는 병사들.

“크읍…….”

“조금만 참으십쇼.”

내 뒤에서는 허리에 구멍 뚫린 병사가 상처를 치료받고 있었다.

녀석의 바로 뒤에서 걷고 있던 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똑똑히 봤다.

문제는.

‘분명 적은 없었는데도…… 무언가에 찔렸어.’

그게 무엇이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는 것.

“똑같아…….”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수연이 말했다.

무슨 말인지는 더 듣지 않아도 알만했다.

‘생존자 그룹이 전멸할 때랑 똑같다. 그런 거겠지.’

정말 같은 상황이라면.

공격이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터.

나는 긴장한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

.

.

“……뭐지?”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아까 한 말.”

“네, 네?”

“다시 설명해 봐.”

나는 주변의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은 채.

수연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 있었던 일. 더 자세하게 설명해 보라고.”

“아, 그게, 더 자세하게 말하라고 하셔도…… 정말 그게 다예요. 앞서가던 순이 아줌마가 공격당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급하게 도망가면서 다들 무언가에 공격당해서.”

흠.

하지만 우리에게는 추가적인 공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도망치지 않고 정지했다는 점 정도인가?’

공격이 이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나는 침착하게 상황을 살폈다.

내 바로 앞이 병사 녀석이 찔린 자리.

바닥에는 밑에는 피가 약간 튀어 있었다.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특징이라면.

근처 선반과 많이 가깝다는 것 정도……?

그때.

[특성 - 식재료 감별이 발동합니다.]

주변을 유심히 살피고 있어서 그럴까.

특성이 발동했다.

[식재료 감별]

[알루미늄]

[폴리아미드]

녀석이 찔린 장소는 과자 코너.

지난번 일로 내게 요리 재료의 한계는 사라졌고,

식재료가 아닌 과자 봉투의 성분 또한 감별이 가능해졌다.

물론 과자 봉투에 대한 정보를 안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삼나무]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파란의 물방울]

[알루미늄]

.

.

.

……어라?

뭔가.

‘이상한 게 섞여 있었는데?’

다시 한번 그 주변을 살폈다.

이번엔 내가 적극적으로 특성을 사용하며.

그리고 보이는 문구.

[파란의 물방울]

그 문구가 나타나는 대상은.

두 눈 씻고 봐도 평범해 보이는 과자 봉투 하나였다.

과연.

“그런 거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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