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47화 (47/227)

47화 탄약대대 (1)

산맥의 부대 막사를 떠난 뒤.

가장 많은 괴물들과 조우한 때가 언제냐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산맥을 내려오던 바로 그때였다.

‘좀비가 된 병사들이 쏜 총. 그 소리를 듣고 온갖 괴물들이 몰려왔었지.’

묘하게 지금 상황과 겹쳐진다만.

그땐 정말 살아남은 게 기적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살아남으며 얻은 것도 없지는 않았다.

부대에서 탈출해 지상에 도착했다는 점 외에도.

‘엿듣는 알라우르’ 등.

유용한 괴물들의 고기를 확보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하급 요리사의 정성이 담긴 가벼운 발 슬레이파의 육포]

‘가벼운 발 슬레이파.’

총소리가 울려 퍼진 뒤.

가장 먼저 우리를 습격했던 괴물 중의 하나였다.

푸른 털의 늑대 같은 외모.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리가 4개가 아닌 6개가 달려 있다는 점 정도일까.

아군 전사들의 방진을 가볍게 뛰어넘었을 때는 정말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지.

그리고.

녀석의 고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너무나도 뻔히 예상이 가는 바 아니겠는가.

[요리를 섭취하였습니다.]

[민첩이 상승합니다.]

[요리에 담긴 ‘가벼운 발 슬레이파’의 마력이 몸 안에 스며듭니다.]

[일시적으로, 특성 - ‘슬레이파의 준족(열화)’을 획득합니다.]

[특성 - 슬레이파의 준족(열화)]

[여섯 개의 다리에 마력의 대부분이 집중된 마수, 슬레이파들만이 타고나는 특성입니다. 오우거만 한 덩치를 가진 우두머리 슬레이파들은 특유의 여섯 개의 다리를 통해 그 덩치에서 나올 수 없는 속도와 움직임을 내고는 합니다.]

[각력이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걸음 속도, 점프의 높이까지. 인간을 초월한 마수의 영역에 근접합니다.]

[다만, 열화된 탓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리가, 너무 가볍습니다!”

“각성하고 나서도 이런 느낌은 처음인데……!”

효과는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 이동 속도가 차원이 달랐기 때문.

단순히 내 요리 하나의 효과는 아니었다.

‘김 중위의 버프와 내 요리의 버프는. 묘하게 상성이 좋단 말이지.’

관사까지 퇴각하는 행위에 보너스가 부여되는 김 중위의 버프.

거기에 내 요리 효과가 겹쳐진 결과.

그 시너지는 버프 중 하나만 적용되었을 때의 두 배 정도가 아니었다.

3배, 아니 4배는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 결과.

전속력으로 달리는 우리의 속도는.

고속도로를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차량들.

그 이상이었다.

“저기, 괴물들이 접근 중입니다!”

건물을 벗어나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멀리서 소리를 듣고 접근 중인 괴물들이 보였다.

그러나.

“괴물들이 멀어지고 있습니다!”

“미친, 벌써!?”

우리의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달려들던 괴물들은 순식간에 따돌려지고 저 멀리 멀어져야만 했다.

“카하!”

그렇게 내달리다 보니.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훅훅 바뀌어 나가는 풍경까지.

‘묘한 해방감.’

세상이 이 꼴이 되었으니.

나도 사람인 이상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만.

달리면서 느껴지는 상쾌함.

그 기분에, 쌓여 왔던 스트레스마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쫓아오는 괴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신 병장님. 이번 요리 진짜 대단함다!”

“나도 알아 인마!”

같이 내달리는 병사들도 나와 비슷한 기분인지.

묘하게 텐션이 오른 듯한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관사까지는 그냥 달려서 복귀한다!”

“예!”

“먼저 가 있을 테니, 병장님은 천천히 오십쇼!”

“뭐 인마?”

아무튼.

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슬레이파의 고기는 꽤 양이 있는 편이니까.

가끔 스트레스 쌓인다 싶을 때는 이렇게 뛰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 * *

같은 생각을 한 내가 미친놈이지.

“끄아아아…….”

부대에 복귀한 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고통에 신음하며 쓰러지기였다.

[슬레이파의 준족(열화)]

요리를 통해 얻는 특성들.

그 효과는 탁월하다만.

뒤에 (열화)가 붙는 게 문제.

[다만, 열화된 탓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민한 청각(열화) 때와 마찬가지.

이번에도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전에는 곧바로 부작용이 나타나 뭘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만.

이번엔 몰랐지.

슬레이파라는 괴물은 다리가 여섯 달린 괴물.

그 특성을, 이족보행인 우리가 사용한 결과.

“그, 근육통이.”

“끄아악…….”

“의무병, 살려 줘…….”

“끄으. 의무병도 앓아누웠답니다.”

“미친…….”

특성의 효과가 끝나자마자 몰려오는 엄청난 근육통.

나와 병사들은 죄다 앓아누워야만 했다.

‘그냥 괴물들만 따돌리고 천천히 걸어올걸…….’

다리 근육에 부담이 갈 정도의 속도를 계속해서 낸 결과.

중간부터 천천히 걸어왔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겠지.

제기랄.

앞으로 이 요리는 어지간하면 봉인이다.

* * *

나와 부대원들이 앓아눕고 몇 시간이 지난 뒤.

“커, 커헉.”

몇 명의 탈영병이 우리의 뒤를 따라 관사에 도착했다.

생존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스탯과 달리.

특성은, 평범한 생존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이 녀석들 역시, 우리와 같은 ‘준족’을 가지고 도망칠 수 있었던 것.

“우, 우리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짙은 죄책감]의 요리를 먹은 결과.

죄책감에 휩싸인 채, 우리를 찾아온 녀석들.

‘이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죄책감은. 아마도 내 요리에 의한 것.’

요리의 효과가 끝나는 순간.

저 죄책감 역시, 약간의 잔재만을 남기고 사라질 확률이 높다.

“역시 농사나 짓고 살았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농사? 이건 또 뭔 소리래.”

당장은 진심으로 회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어디까지 진짜 본인의 감정인지는 알 수 없다.

저 모습에 마음이 흔들릴 이유는 없다는 것.

“상태는 어떤 것 같아?”

“이 녀석들. 각성자가 아니더군요. 특성의 부작용도 다른 병사들보다 심합니다. 아마 몇 주는 정신도 못 차리고 누워 있어야 할 겁니다.”

앓아누운 의무병 대신.

병사들을 간호하던 군종병.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신중수 일병이 말했다.

“탈영병들에 대한 얘기는 들었습니다. 이 녀석들. 그냥 탈영만 한 거라면 그나마 봐줄 만합니다만.”

“그래. 사람들한테 총을 들이밀었지.”

그 부분은 용납할 수 없는 죄.

군대의 체계가 제대로 돌아갈 때라면, 이들은 총살감이었겠지.

하지만.

“일단은 치료해 줘.”

“예?”

“그리고. 깨어나면 나 부르고. 밥 한 끼는 먹여야겠으니까.”

“밥이라니. 이 녀석들이 뭐가 이쁘다고 그러십니까?”

“이뻐서 그러는 게 아니거든.”

“……?”

“오히려 반대지.”

그냥 총살이라니?

‘그건 좀 아깝잖냐.’

애초에.

이 녀석들의 죗값을 생각한다면, 평범한 죽음이 오히려 자비가 될 수도 있다.

미안하지만.

나는 성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서.

“그렇게 편하게 보내 줄 수는 없지.”

이 녀석들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벌을 줄 예정이다.

[교화의 요리사]

[짙은 회개심의 특별 소스]

우리 부대의 영구 막내로서.

여생을 개같이 구르게 될 벌을.

생존을 위한 편안한 방법으로 약탈을 선택하고.

그 방법이 막히자, 결국에는 편안한 죽음을 선택한 다른 녀석들과 달리.

‘적어도 이 녀석들은. 살기 위한 노력은 했다.’

살아남기 위한 의지가 있다는 것.

우리 부대에 합류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충족했다고 봐도 될 테지.

“안 그래도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던 참이거든.”

그 인력난을 불러일으킨 장본인들이, 바로 이 탈영병들.

그 책임은 져야 하지 않겠냐.

장담하는데.

‘너희 남은 군생활. 절대 편하진 않을 거다.’

* * *

나와 다른 부대원들이 앓아누워 있는 동안.

모든 부대원이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마지막 각성 작업.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누워만 있어서 미안하네.”

“아뇨. 푹 쉬고 계십쇼.”

원래도 관사의 수비 병력과 각성 작업을 담당하던 병력은 나뉘어 있었으니까.

각성 작업을 맡은 병사들도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었고.

멀쩡한 상태의 병사들은 계속해서 생존자들을 각성시켜 나갔다.

애초에 막바지에 달해 있었던 각성 작업.

그 마지막에 남은 것은.

일전에 마트에서 만났던 이수연, 이수혁 남매였다.

나름 군부대에 기원을 둔 길드다 보니.

각성도 부대에 합류한 짬순으로 진행됐거든.

“내가 직접 못 도와줘서 미안하지만. 거기 형들, 아니. 아저씨들이 하란 대로만 하면 될 테니까. 끄어. 걱정 말고.”

“푸흡. 오히려 군단장님이 좀 걱정이네요.”

“킥킥.”

다행히 남매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이 보고를 마치고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났을 때쯤.

각성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길드 : 강철 군단]

[군단장 : 신영준]

[부단장 : 이민재, 전광일, 서수혁, 이상아, 박태준]

[군단원 : 128인]

길드 정보창의 인원수가 달라져 있었으니까.

“감회가 새롭네.”

산맥을 떠날 당시의 군단원은 정확히 100인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길드’ 규모에 해당하는 단체.

그 숫자가 이제는 128인으로 늘어났다.

이제 우리 부대에 ‘생존자’는 없는 셈이다.

모두가 군단의 일원으로서 자리 잡았으니까.

그로부터 며칠 뒤.

부대원들의 근육통이 어느 정도 사라졌을 때쯤.

“근무 중인 인원 빼고 전원 집합했습니다.”

“각성자로서 회의에 참가하는 건 처음이라, 좀 떨리는군요.”

“뭐 별 차이 있겠습니까? 편하게 계십쇼.”

아침 점호 시간.

부대원들 전원이 회의를 위해 모였다.

관사의 낡은 정자.

그 앞에 선 나는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흠흠. 일단,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던 생존자들의 각성 작업이 마무리됐다. 다들 수고 많았어.”

말을 하면서 모여 있는 병사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한때는 생존자로서 한구석에 뭉쳐 있던 이들.

그들은 이제 각 조의 조원으로서 곳곳에 퍼져 있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이상아가 만든 군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

“부대의 전력이 순식간에 증가했겠네요.”

“그렇지. 그것도 상당히.”

단순히 사람이 20명 늘었다든가.

그렇게 표현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각성한 직업들도 다양하니까. 더 많은 시너지가 생겼을 거야.”

내 버프와 김 중위의 버프가 서로 중첩되어 더 큰 효과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

다양한 직업의 각성자들은 모이면 모일수록 큰 시너지를 내는 법이니까.

“그렇게 전력이 확충된 지금. 제안하고 싶은 일이 있다.”

“예?”

“뭡니까?”

말을 꺼내기 전에.

슬쩍 서수혁 상병 쪽을 바라보았다.

별다른 기대는 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얘기를 듣고 있는 녀석.

그 표정이 바뀌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탄약 확보다.”

“……예?”

서수혁 상병의 눈이 휘둥그레하게 변했다.

워낙 무뚝뚝한 녀석이다 보니 알 수 있었다.

저 녀석.

지금 엄청 흥분한 상태라고.

“타, 탄약 확보라니. 진심이십니까?”

“하지만, 어떻게.”

서수혁 상병뿐만이 아니었다.

사수로 각성한 병사들.

총의 소음과 더불어 탄약이 고갈되어 가는 상황이라.

영 힘을 못 쓰고 있었지.

탄약 보충에 대한 소식을 듣고 흥분할 만도 하다.

‘그러고 보니 다들 근육통에 앓아누운 터라 설명을 못 해 줬나?’

생존자들과 탈영병들에게 들은 정보.

의아해하는 사수들을 향해 그 이야기를 해 주기로 했다.

“이 근처에 탄약 보급소가 있거든.”

“예?”

“탄약 보급소라니…….”

내 말을 이어받아 설명을 시작한 것은 김 중위였다.

“ASP라고도 한다.”

Ammunition supply point.

탄약 보급소.

혹은 탄약대대라고 불리는 부대.

“부르는 명칭은 많지만 역할은 단순해. 인근 부대에 보급하기 위한 탄약들을 보관하는 부대지.”

각자의 업무만 하던 병사들은 모르는 경우도 많았지만.

김 중위는 그래도 나름 중대장이었다는 걸까.

“이번에 얘기가 나온 탄약대대는 우리 대대의 탄약 보급을 맡던 곳이기도 해서 말이지. 난 몇 번 가 본 적도 있다.”

“예?”

“그런 곳을 알고 있었다면 왜 진작에 말씀을 안 하시고.”

“지금까지 탄약을 구할 만한 여유는 없었으니까. 안 그래도 각성이 마무리되면 한번 건의해 보려 했지. 가까운 부대와 합류하는 건 어떠냐는 식으로 말이야. 설마하니…….”

한숨을 내쉬는 김 중위.

“그 부대가 전멸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전멸이라니.”

“탄약대대뿐만이 아니야. 우리를 제외한 부대들은 대부분 전멸했다는 것 같다.”

추가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 부대에 쳐들어온 리자드.

그것과 비슷한 괴물들이 다른 부대들도 공격한 것 같다는 이야기.

“그러고 보니…….”

부대원들 사이에서 가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며칠 전에 각성한 남매 중 하나.

이수연이였다.

‘그러고 보니 쟤는 이상아 조장보다도 최근까지 생존자로 활동했지.’

그 덕분일까.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군부대가 전멸했다는 얘기?”

“아, 그 연장선 같은 얘기지만요. 규모가 큰 부대일수록, 강한 괴물들이 나타난 것 같다던가. 뭐 그런.”

흠.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다.

‘강한 부대일수록 더 강력한 괴물이 나타나야만 부대를 전멸시킬 수 있을 테니까.’

우리 부대를 습격한 리자드들도 강력하긴 했다만.

그들이 습격한 게 군단 본부 같은 곳이었다면 어떻게든 막아 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좀 이상한 부분이 있다.

‘아니, 애초에 중간에 마주쳤던 생존자들이 해 줬던 얘기부터 말이 안 되지.’

모든 군부대가 유독 강력한 몬스터 무리의 습격을 받았고.

덕분에 모든 군부대가 전멸했다고?

거짓말이거나 헛소문으로 치부하기엔.

실제로 지상에 내려와 맞부딪친 몬스터들 대부분이 리자드 무리에 비하면 강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저 ‘맥’ 정도가 더 강했을 수준.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서.

강한 군사력을 지닌 부대일수록 더 강력한 괴물들이 나타났다고?

‘몬스터들이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는 전투광일 리도 없고.’

유독 군대에만 강한 괴물들이 나타난다니.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없지.’

결코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현상.

난 여기서 어떠한 의도를 느꼈다.

인류를 공격하기 위해.

그 무력의 핵심인, 군부대를 먼저 제압하고자 하는.

‘뚜렷한 악의.’

머리가 아파지는 얘기다.

갑자기 나타난 괴물들이나, 각성 같은 것도 그렇고.

그 원인이 분명히 존재할 터.

당장 그 원인에 대해 알 수는 없었다.

그나마 힌트가 있다면.

[월드 이벤트 - 점령전이 진행 중입니다.]

저 점령전.

이 세상이 우리에게 점령전을 수행하라고 하고 있으니.

그걸 해 나가다 보면, 뭔가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하는 것 정도.

점령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힘을 키워야 한다.

탄약 확보 역시 그 일환.

“탄약대대의 위치는 이곳이다.”

김 중위가 군사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그 위치를 본 몇몇 병사들이 의문을 표했다.

“음?”

“뭔가, 영역이 좀 넓은데요?”

군사지도에 나타난 면적이 상당히 넓었기 때문.

“에이. 설마 저기가 다 군부대겠-.”

“군부대 맞다.”

“…….”

“ASP는 실제로 면적이 상당하거든. 험한 산 위에 있어서 규모도 작은 편이던 우리 부대하고는 비교하기도 어렵겠지.”

김 중위의 말을 들은 병사들이 아연했다.

“어. 조금 전에 부대 규모가 클수록 나타난 괴물들도 강하다든가, 그런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여긴 얼마나 강한 괴물이 있다는 겁니까.”

“음. 그건 모르는 일이지.”

병사들과 달리.

김 중위는 비교적 태연한 얼굴이었다.

“말했잖아? 여기는 ‘탄약대대’라고. 우리 부대는 ‘방공대대’고.”

“그건.”

“부대 편제상으로는 우리 부대하고 같은 대대급이란 거야.”

저만한 면적의 부대가 고작 대대급이라니.

“탄약창이나 탄약 보급소의 특징이라고 보면 된다.”

김 중위의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여긴 전방에서 쓰이는 온갖 화기의 탄약들이 거쳐 가는 곳이거든. 보관하는 양도 상당하지.”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탄약들은 폭발할 가능성이 크고, 혹시라도 잘못하면 연쇄 폭발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보관할 때도 각 탄약 간의 거리가 가까우면 안 되거든. 덕분에 건물 하나하나가 크고, 다른 건물들과의 거리도 먼 편이야.”

오호.

그럼 저 면적은 그저 넓기만 할 뿐.

건물 밀도는 오히려 낮다는 건가.

“아마 탄약대대에 상주하는 인원수를 생각하면 우리 부대랑 비슷할 정도일 거야. 우리가 비교적 작은 대대란 걸 감안해도 큰 차이는 없겠지.”

“그렇다면.”

“탄약대대에 나타난 괴물들도 우리 부대에 나타난 괴물들하고 비슷한 수준일 확률이 높겠지. 아. 물론 생존자들 사이에 돌았다는 ‘강한 부대일수록 강한 괴물’ 설이 사실일 경우의 얘기지만.”

김 중위의 설명이 끝났으나.

부대원들은 영 석연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저 강철 리자드 같은 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건데.”

“방어전도 아니고. 우리가 공격하는 측이라면. 흠…….”

“위험하다 판단되면 후퇴하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사실 탄약을 얻으려는 이유가 전부는 아니거든.”

“예?”

이쪽은 실용적인 목적과는 거리가 멀긴 하다만.

큰 이유 중의 하나긴 하다.

“우린 여전히 군인이니까.”

다른 군부대가 어떤 식으로 전멸했는지 확인하고.

빼앗긴 군부대를 탈환해야지 않겠는가.

‘쯧. 탈영병 녀석들에게 부대에 나타났다는 괴물에 대해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한참 심문을 진행하던 중에 그 사달이 나 버린 탓에.

가장 중요한 정보를 못 물어본 게 아쉽게 됐다.

지금은 ‘열화된’ 특성의 부작용으로 영향으로 기절해 있는 녀석들.

의무병의 말에 의하면 몇 주는 누워 있을 것 같다던가.

녀석들을 깨워서 묻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몇 주의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하루하루가 중요한 시기다.

“흠. 탄약대대에 방문한다면 한 가지 제안이 있는데.”

김 중위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몇 번 방문해 본 적도 있다고 했지.

“여기. 이 산 있지?”

“예. 이 산이 뭐가 어떻길래 그러십니까.”

지도를 가리키면서 말하는 김 중위.

그 입에서 나온 말은 꽤 놀라운 것이었다.

“사실. 여기서 내려다보면 탄약대대의 일부가 보이거든.”

“……정말입니까!?”

“확실해. 우리 부대에서 탄약대대로 갈 때는 이 산길을 거치는데, 그때마다 보였던 풍경이니까. 착각할 리가 없지.”

사실이라면 굉장히 유용한 정보다.

부대 안쪽의 사정을 대충이라도 볼 수 있다면 위험이 대폭 감소할 테니까.

거기다가.

“으음. 안쪽을 보고 갈 수 있다면.”

“바보야, 그게 전부가 아니잖아.”

“뭐?”

“신 병장님 눈!”

“……아!”

내가 가진 스킬.

[요리사의 눈]을 통해 괴물의 약점을 미리 파악할 수도 있을 테니.

“어? 그렇게 생각하면.”

“충분히 할 만하겠군요.”

위험하다고 생각하던 병사들의 의견도 바뀌었다.

“누구 다른 의견 없나?”

“…….”

“좋아.”

타 군부대와의 연락이 두절된 지 3달 가까이 된 시점.

드디어.

다른 부대에 방문할 때가 왔다.

* * *

공병들에 의해 개조된 차량에 탑승한 우리는 탄약대대 근처로 이동을 개시했다.

김 중위가 말했던 대로.

탄약대대의 풍경이 눈 안에 들어왔다.

그런데.

“……어.”

“뭐랄까.”

거기서 보인 풍경은

조금 의외의 것이었다

“너무 조용한데요?”

괴물에 의해 점거당했다던 부대.

그 안쪽은.

이상할 정도로 텅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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