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접촉
세상에 좀비와 괴물이 나타나기 시작한 뒤.
나름 긴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살아남은 이들도 가만히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다들 살아 있었군. 다행이야.”
“여기 모인 사람들이 어디 쉽게 죽을 사람들입니까.”
시외의 낡은 건물.
그곳에 몇 명의 인간들이 모여 인사를 나누었다.
갑작스럽게 붕괴한 세상.
생존자들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왔고.
그중 하나가 이것.
“그럼. 이번 정보 교류를 시작하겠소.”
생존자들 간의 정보 교류.
인근에서 활동하는 생존자 그룹들.
그중 서로를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이들이 모여 만든 정기 회의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만드는 일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드는 일.
그리고 이 정보 교류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어지간히 대단한 그룹이 아니고서야.
생존자 그룹의 숫자는 30을 넘지 못한다.
식량 문제, 거주지 문제.
그 외에도 온갖 문제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런 작은 그룹으로는 할 수 있는 일도 한정되는바.
이렇게 교류의 장을 만듦으로써 서로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협력한다.
그것만으로도 생존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니까.
처음 교류를 시작했을 때는 열 그룹이 넘었지만.
이제 남은 것은 다섯 그룹 정도.
“읍사무소 근처에서 활동하던 그룹 있잖습니까?”
“아. 그 각성자가 둘이나 있다던.”
“네. 그 그룹. 북쪽의 대규모 그룹과 합류하기 위해 이동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허어.”
“소문의 그 대규모 생존자 단체인가.”
각 그룹의 리더들은 정보 공유를 시작했다.
“으음. 이걸로 벌써 몇 번째지? 많이들 이동하는 것 같소.”
“믿어도 되는 정보인지 솔직히 의아합니다만.”
“슬슬 군내의 식량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저희도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할 겁니다.”
“끄응…….”
“다음은 제 차례군요. 지난번에 있던 의문의 대폭발 있잖습니까?”
“아아. 엄청나게 거대한 폭발이긴 했지. 소리를 듣고 몰려든 괴물이 그렇게 많지만 않았더라도 폭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야.”
“그때 날아간 파편이, 저 사마귀 같은 괴물들이 점거하고 있던 건물을 파괴해 버렸습니다. 덕분에 그쪽으로 이동하는 길이 조금은 안전해졌어요.”
“허어, 그게 정말인가.”
“그 폭발이 우리한테는 득이 된 셈이로군.”
이곳에 모인 각 그룹의 리더들.
그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하나씩 풀어 나갔다.
“이번엔 제 차례네요.”
그렇게 순서가 돌아.
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여성은 특별할 것 없는 외모였으나.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두 눈을 감은 채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것.
그녀는 맹인이였다.
“저희 그룹이 최근에 확보한 정보는…….”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이란 말인가.”
여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은 생존자들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군부대가 있다니.”
“그것도 이 인근에?”
“너무 사정 좋은 얘기 아니오?”
전멸했다고 알려진 군부대.
그 예외가 나타났다는 정보였으니.
“매번 궁금한 건데 말요.”
그때.
한 남자가 탁자 위에 발을 올리며 입을 열었다.
다분히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의 남자.
“수아 누님은 어떻게 매번 그렇게 희귀한 정보를 가져오는 거요?”
“무슨 의미신지?”
“그 군부대가 있다는 위치, 나도 알고 있는 곳이오. 아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겠지. 나름대로 정보에 밝은 생존자들이라면 발도 안 옮기는 곳이니까.”
그 말에는 다른 리더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긴 하지.”
“군부대가 있던 곳은 대부분 강력한 괴물들이 점거하고 있으니 접근도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고. 하물며 그곳은 탈영병들이 주변을 돌아다닌다고 하던 곳 아닌가.”
그 모습을 확인한 남자는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그런 곳에서 활동 중이라는 군부대? 이런 정보를 대체 어떻게 얻었느냐 이 말이지.”
“정보의 출처가 중요한가요?”
“중요하지 그럼. 그 정보를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거기서 결정되는 거 아뇨. 막말로 주변에서 활동 중이라던 그 탈영병들. 그 녀석들이 멀쩡한 군대인 척하고 다닌 거라면 더 큰 문제 아닌가.”
반박하려면 반박해 보라는 태도로 팔짱을 끼는 남자.
그러나.
수아란 이름의 여인은 오히려 덤덤하게 말했다.
“출처는 말할 수 없어요.”
“그럼…….”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거짓 정보를 가져온 적이 있었나요?”
“뭐?”
그녀는 주변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이지 않을 텐데도 그 시선은 사람들을 향해 정확히 움직였다
“찬성 씨?”
“어, 없죠. 저번에는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고.”
“그러면, 중권 씨는요?”
“……수아 양이 가져온 정보가 아니었다면 우리 그룹은 굶어 죽었겠지.”
이 자리에 있는 모두.
수아의 정보 덕에 목숨을 구한 적이 한 번씩은 있었다.
“다른 그룹원의 직업이나 능력에는 관여하지 말자. 이 교류가 시작됐을 때부터 있었던 규칙이죠.”
지금은 평범한 생존자들이지만.
언제 약탈자로 변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럴 경우에 대비해.
각자의 그룹은 정보를 교류하면서도 그룹원들의 능력에 대해서는 묻지도, 알려 주지도 않았다.
이들의 불문율 중 하나였다.
“출처를 말할 수 없는 건 그 이유예요. 하지만 지금까지 가져온 정보는 모두 진짜였고. 거짓 정보를 퍼트릴 이유도 없죠.”
“으음. 확실히.”
“수아 양이 이상한 짓을 할 거였다면 진작에 하지 않았겠어?”
“이번 건은 경수 씨가 너무 의심이 많은 게 아닌가 싶군.”
“……쳇. 미안하게 됐소.”
“사과는 받아들일게요.”
그렇게.
대화의 주도권은 수아란 이름의 여자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제안이 하나 있어요.”
“제안이라니?
“그 군부대와 접촉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뭐?”
그녀에게 큰 신뢰를 보내고 있던 그룹장들이었지만.
그 말에는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수아 양. 그건 너무 경솔한 판단 아니오?”
“저도 좀 위험한 것 같군요. 군부대라 한들 믿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잖습니까. 그쪽의 사정이 우리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구요.”
“더 낫다고 해도 애초에 우리를 받아줄지도 모르는 일이지. 차라리 그 소문의 대규모 그룹 쪽으로 향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잠자코 듣던 여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들의 의견도 이해가 가요.”
“그럼…….”
“그러니, 저희 그룹이 먼저 만나러 가 볼게요.”
“뭐?”
“말씀하신 걱정되는 부분들. 그쪽에 직접 접촉해서 확인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
“수아 양의 그룹이 위험하지 않겠소?”
“그렇긴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요.”
자연스럽게.
군부대와 접촉한다는 쪽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남자.
경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이러면 안 좋은데.’
심기 불편해진 남자는 수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마음에 안 들어.’
뭐든지 알고 있다는 듯한 저 태도도 그렇고.
맹인인 주제에, 앞이 보인다는 듯이 행동하는 저 움직임도 그렇고.
묘하게 소름이 끼친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눈이 경수를 향했다.
“경수 씨? 이견 있나요?”
말을 꺼낸 수아가 눈을 떴다.
감은 눈 안쪽에 있던 것은.
시력을 완전히 상실해 하얗게 변한 눈동자.
두려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어, 없소. 고생해 준다는데 고마울 따름이지.”
“다행이네요.”
그 분위기에 압도된 나머지.
무심코 고맙다는 말까지 해 버린 경수는 속으로 아차 했다.
‘제기랄. 쫄아가지고 안 해도 되는 말까지 해 버렸잖아.’
당황한 그였지만.
냉정을 되찾은 뒤에는 침착하게 생각했다.
군부대와의 교류라.
그런 건.
‘절대 안 되지.’
최대한 타이밍을 보고 있었지만.
이제 이 정보 교환도 그만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 * *
“군내에 진출한다.”
간만에 열린 조장 회의.
나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군내에 진출하자니.”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뭐, 위험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말이야.”
나는 슬쩍 시스템창을 띄웠다.
그곳에는 아직까지 번쩍거리고 있는 문장이 하나.
[월드 이벤트 : 점령전이 진행 중입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세상은 우리한테 점령전을 수행하라고 하고 있으니까.”
점령전.
기준이 명확하진 않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그 영역에 대한 지배권을 늘려 나가다 보면.
한 지역의 점령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저 상태창 메시지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도 조금은 짜증 납니다만.”
“나도 맘에 들지는 않아. 하지만 일단 이 세상은 게임 같은 룰을 따르고 있거든. 그건 즉.”
서수혁 상병이 중얼거린 말.
솔직히 말해 나도 동감이다만.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보상이 따를 것이란 말이지.”
게임의 대원칙.
미션을 수행하면 보상이 주어진다.
어떤 보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
실제로 우리는 첫 점령전 보상으로 ‘기동 요새’니 뭐니 하는 것을 얻은 적이 있다.
……소환 면적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이유로 한 번도 써보진 못했지만, 아무튼.
‘지상으로 내려온 뒤에는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에만 집착해서 그런가. 시스템 업적을 본 지도 꽤 됐지.’
하지만 나름대로 정착을 마친 지금.
이제 시스템의 인도에 어느 정도 따라 줄 필요가 생긴 셈이다.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하는 건 기정사실이야. 게다가…….”
“지금은 위험도도 조금 줄었을 테니 말입니다.”
내 말을 거들며 나선 것은 전광일 상병이었다.
씨익 웃으며 양손을 겹치는 녀석.
그 손에는, 살벌하게 생긴 철재 글러브 같은 것이 장착되어 있었다.
사실 저것이 바로 내가 군내에 진출하자고 한 계기.
‘부대원들의 개인 장비 무장이 완료됐다.’
박씨 할아버지와 공병들.
그들이 공방에서 만든 무기가 모든 각성자에게 돌아간 것.
부대원들의 전투능력도 순식간에 배가 된 셈.
마경처럼 변해 버렸다는 군내라고 할지언정.
이젠 마냥 못 해 볼 상대는 또 아니거든.
“뭐, 그렇다고 해도 일단 정보가 모자라니까. 가볍게 정찰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만.”
“아. 아예 본격적인 토벌전을 한다든가 그런 건 아닌 거냐?”
“그런 것도 아는 게 있어야 하는 거지.”
어디에 어떤 괴물이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장소.
냅다 들이박는 건 좀 화려한 자살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테니.
“아, 그런 거라면야 뭐.”
“네 말대로. 나쁘지 않을 것 같군.”
그렇게.
군내로의 원정이 시작되었다.
* * *
군내라고는 하지만.
딱히 명확한 경계선을 두고 여기서부터 군내다, 하는 건 아니다.
조심스럽게 이동을 개시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점차 주변에 건물들이 많아지기 시작하고.
-크르륵…….
“저기 쇼핑몰 안쪽. 좀비 무리입니다.”
괴물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쯤 오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군내라고.
“다들 준비하자.”
“예.”
물론.
우리 부대의 준비 태세라 함은.
“식사 맛있게 하십쇼!”
전투식량을 꺼낸 뒤.
한입에 씹어 삼켰다.
그러자 잠시 뒤.
나와 병사들의 상태창에는 한 가지 문구가 추가되었다.
[특성]
[예민한 청각(열화)]
알라우르의 고기로 만든 전투식량.
그 효과로 인한 특성이 적용된 것.
“으, 이거 귀가 너무 아프지 말입니다.”
“큭큭. 그래도 방심하다가 죽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
좀비든 괴물이든.
대부분의 경우 소리를 내기 마련.
물론 예외도 있기야 하겠지만.
전투를 최소화하며 주변을 정찰하기에 이만한 특성이 없다.
물론 단점도 있기야 하지만.
‘끄으.’
엄청나게 증폭되는 소리로 인한 고통.
그래도 이것도 처음에나 괴롭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고통도 줄어드는 편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실 때쯤.
슬쩍 주변을 둘러보자.
부대원들 모두가 긴장한 낯빛으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유는 알 만했다.
[예민한 청각(열화)]로 인해 들려오는 소리.
그 숫자가.
‘너무 많다.’
이 군내에.
대체 얼마나 많은 괴물과 좀비가 몰려 있다는 건지.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지.’
저 많은 숫자가 한 번에 우리에게 몰려오는 것도 아닐 테니까.
“다들. 진입한다.”
“예.”
우리는 조심스럽게.
군내의 건물들을 수색해 들어갔다.
‘저쪽 건물은 들리는 소리만 해도 스물에 가까우니. 일단 피하고…….’
예민한 청각을 통해 교전을 최소화.
수색해 볼 만하다 싶은 건물들을 위주로 조사해 본 결과.
“깨끗하군요.”
“그야 뭐. 시간이 그렇게 지났으니까.”
식당이고 편의점이고.
모두 깨끗하게 털려 있었다.
작은 분식집 안에 들어선 나는 카운터 쪽을 바라봤다.
카운터에 쓰러진 채 썩어가고 있는 시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했지만.
그럼에도 낯이 익었다.
‘분식집 아주머니. 돌아가셨구나.’
솔직히 이 근처 동네에 좋은 기억은 많지 않았다.
우리 부대의 위수지역.
외출이나 면회를 나와도 다른 지역으로 가지 못한단 걸 알고 군인들한테만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가게가 어디 한둘이었나.
오히려 싫어하는 부대원들이 더 많았겠지.
하지만.
이렇게 된 꼴을 보면 아무래도 착잡한 심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남은 건 시체뿐이라.”
지난번.
마트를 공략할 때도 느꼈던 부분이다만.
부대에서 성장을 거치는 동안.
이미 지상의 자원들은 다른 이들의 손에 넘어간 것 같았다.
모든 부대원을 각성시키는 데 성공하는 등.
우리가 보낸 시간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겠지만.
지상의 이들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는 것.
그렇게 어느 정도 수색을 진행하던 중.
우리는.
“다, 다가오지 마시오.”
“…….”
한 무리의 생존자들과 마주쳤다.
그나저나, 다가오지 말라니.
괴물들이 넘쳐나는 세상.
군인들을 봤을 때 나올 만한 반응은 아니지.
‘탈영병 자식들.’
저 반응의 이유를 알고 있으나.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 다가오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도 만만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 주겠소.”
“저 사람들이 듣자 듣자 하니까.”
“그만하자.”
“……영준아?”
짜증 난 이민재 병장이 뭐라 말하려는 듯했으나.
그걸 말린 것은 나였다.
“저 사람들은 우리가 무서운 것뿐이니까.”
“…….”
“우리를 꺼리는 이유도 알고 있으니. 굳이 부담스럽게 다가갈 필요는 없을 것 같거든.”
“하지만.”
민재 형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식이라면, 세력 확장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
문제는 이거란 말이지.
점령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존자의 영입은 필수.
‘하지만 만나는 생존자들마다 군인을 위험분자 취급하고 있으니.’
아예 군부대라는 정체성을 내던지는 게 아니고서야.
우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만 한세월이 걸릴 것 같다.
그렇게 생존자들의 영입이 늦춰지는 만큼.
앞으로의 활동에서 손해를 보게 되겠지.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합류를 강권할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
채엥…….
[예민한 청각]에.
기묘한 소리가 잡혔다.
챙…….
까앙…….
크윽.
전투의 소음.
그리고.
사이사이에 들려오는 인간의 신음 소리.
‘이건.’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인간과 괴물 간의 전투가 아니었다.
인간과 인간.
동족 간의 전투가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