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57화 (57/227)

57화 정령사 (2)

“그 눈 때문 아닙니까.”

“그것까지 어떻게……!”

줄곧 무표정을 유지하던 태도가 무너졌다.

하얗게 실명된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여자.

그리고.

내 시야에는 여전히.

[식재료 감별]

[직업 : 정령사]

[특성 : 정령안]

그녀의 정보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타인의 상태창을 엿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겠지.

‘정령사에, 정령안이라.’

부대에는 마법사들이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고 있으니.

정령사도 뭐…… 있어서 이상할 건 없다만.

실제로 이렇게 보게 되니 기분이 묘하긴 하다.

‘우리 부대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한다면, 그게 가능한 이유는 당연히 저 정령이니 뭐니 하는 거밖에 없겠지.’

물론 정령으로 뭔가를 했겠지 하고 추측할 뿐.

정확히 어떻게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만.

“도, 도대체 그걸 어떻게…….”

“제가 알려 드려야 합니까?”

“윽.”

내 지적에 놀라는 것을 보니.

정답을 맞히긴 한 모양이다.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알아낸 건지 많이 궁금하겠지.

물론.

그렇다고 내 능력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해 줄 생각은 없다만.

“어쨌든, 그 눈으로 우리에 대해 꽤 자세히 알게 되신 것 같은데.”

“…….”

“아까부터 모르는 척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더군요. 저희 입장에서는 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데도 모르는 척하면서 접근해오신 셈인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 팔짱을 낀 채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우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그걸 숨기고 접근한 인물이다.

여기서 나오는 반응에 따라.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터.

‘혹시라도 격한 반응이 나온다면.’

살짝 몸을 움직이며 허리춤의 감각을 확인했다.

허리춤에서 철그럭 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박씨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두 자루의 칼.

언제든 뽑아 들 준비는 되어 있었다.

“후우…….”

그러나.

그 칼들을 뽑을 일은 애석하게도 없었다.

나를 잠시 노려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여인.

“이미 다 알고 계신 모양이네요.”

“뭐, 대충은.”

아니, 사실 잘 몰라요.

[식재료 감별]로 볼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능력치 정도.

거기에 태준이 녀석이 알려 준 정보로 대충 찔러 본 게 전부란 말이지.

그녀가 왜 우리에게 접근했는지, 뭐 그런 건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으니, 대충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자포자기한 듯 입을 여는 그녀.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접근하려 했다는 것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시는군요.”

“……네.”

꽤 순순하게 대답하는 모습.

칼을 쓸 일은 없겠다 싶어진 나는 자세를 편하게 바꿨다.

“설명해 보시죠.”

“하아, 어차피 다 알고 계신 듯하니. 이 아이부터 소개해 드려야겠네요.”

이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람…….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쪽 손을 들어 올리는 여인.

그 손에 허공에서 한 바퀴 빙글 돌아가자.

물컹……

그 손을 중심으로.

물방울 같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반투명한 형체라 잘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저게.

“물의 정령이에요. 이름은 방울이라고 지어 줬죠.”

“정령…….”

정령.

……안 어울리게 귀여운 이름은 일단 무시하고.

난 그 투명한 형체를 향해 시선을 향했다.

혹시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싶었지만.

[식재료 감별]

[신선도 : 최상]

[종족 : 물의 정령(하급)]

[스킬 - 요리사의 눈이 발동합니다.]

[‘최하급 요리 비결 - 하급 정령 손질법의 깨달음’을 획득합니다.]

내 특성은 아무래도 정령도 문제없이 식재료로 보는 모양.

머릿속에 들어오는 정령에 대한 정보.

‘흐음. 정령의 능력치는 이런 느낌이구나.’

처음 보는 존재.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부르르르르……

“응?”

투명한 물방울에 얕은 파도가 치며 떨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네요.”

“무슨 일인 겁니까?”

“이 아이. 방울이가 당신을 무서워하고 있어요.”

아니.

내가 뭘 했다고?

“아무래도. 방금 그 시선이 문제인 거 같아요.”

“시선이 문제라니. 보기만 해도 싫을 만큼 감수성이 예민하답니까?”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나.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빛 같은 게 느껴져서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아요.”

“……아.”

먹잇감.

그 말을 듣고 나니 찔리는 부분이 있긴 하다.

[특성 - 식재료 감별]

[스킬 - 요리사의 눈]

엄청나게.

먹잇감으로 보는 능력들이긴 하지.

그렇다는 건.

‘……식재료 감별로 관찰당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는 건가?’

이름부터 정령이라더니.

마력이나 이능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모양.

이건 내게는 꽤 중요한 정보였다.

특성이나 스킬을 사용한 관찰.

그걸 눈치챌 수 있는 존재들도 있다는 것이니.

“아무튼. 이 아이가 제가 계약한 정령이에요.”

“흐음.”

“그리고 제 특성이, 말씀하신 이 눈.”

자기 눈을 톡톡 건드리는 그녀.

“보이시는 대로 아시겠지만, 실명된 상태예요.”

“원래도 그러셨던 겁니까?”

“아뇨. 실명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계약의 대가 같은 거죠. 대신, 전 다른 눈을 얻었죠.”

“다른 눈이라는 건.”

“방울아.”

그녀가 정령의 이름을 부르자.

투명한 물방울의 모습을 한 정령이 허공을 날았다.

그러고는 창문 밖으로 나가 버리는 녀석.

그와 동시에.

여인이 감았던 눈을 떴다.

하얗게 백화된 눈동자가 허공을 향했다.

약간은 기괴한 느낌도 드는 풍경.

놀라운 것은 그다음.

그녀가 꺼낸 말이었다.

“이 주변에는 신기할 정도로 괴물이나 좀비가 없네요.”

“무슨.”

“아. 저기 주변을 돌아다니는 군인분들이 보이네요. 저분들이 정리한 덕분인가 봐요?”

지금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은 건물의 안쪽.

주변을 돌아다니는 괴물이니 병사니.

보일 턱이 없는 장소다.

그게 보일 만한 존재가 있다고 한다면.

방금 창문 밖으로 뛰쳐나간 정령 정도.

즉.

“정령과 시야를 공유한다는 겁니까?”

“네. 한계도 많은 능력이지만요.”

맙소사.

하늘을 날아서 이동할 수 있는 정령.

그런 정령과 시야를 공유한다고?

설명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이 하나.

이거 완전.

‘드론이잖아?’

저런 식으로 우리 부대의 모습도 관찰했다는 건가.

정령안이라는 특성명을 봤을 때 어느 정도 비슷한 능력일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능력이다.

“방울이는 주변에 물이 흐르는 곳이 있다면 약간은 멀리서도 활동할 수 있어요. 덕분에 여러분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구요.”

그 말을 듣고 우리가 머물렀던 장소들을 되새겨 봤다.

‘탄약대대 안에는 냇물이 흐르지. 아니, 관사에서 식수를 얻을 때부터인가?’

우리가 거점 삼은 장소는 모두 물이 흐르는 곳 근처였다.

우연이라기보단, 애초에 식수의 확보가 쉽다는 점에서 거점 삼기 좋은 조건이니까.

덕분에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단 거겠지.

“비교적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군부대를 발견했을 때는 솔직히 놀랐어요.”

그녀가 말을 이어 갔다.

“보아하니 다른 인간을 공격하는 것 같지도 않고. 뭣보다 이곳을 탈환하고 나서는 무기도 충분해지셨잖아요?”

“그래서 우리에게 접촉하려 했다?”

“네. 몇 가지 거래를 제안해 볼 생각이었죠.”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는 그녀.

“여러분들의 상황은 보고 있었으니, 짐짓 모르는 척 필요한 물건이나 정보를 제공하면서 좀 유리하게 거래를 이끌어 나가는, 그런 걸 계획했는데 말이죠.”

“아하.”

“……도대체 어떻게 아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물거품이 되어 버렸네요.”

과연.

나름 이해되는 이유다.

악의를 가지고 접근한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겠다.

조금 유리하게 거래를 진행하려 했다는 점은 괘씸하긴 하지만, 나쁜 건 아니니까.

그러나.

조금 의아한 게 한 가지.

“정상적인 부대란 걸 알았다면, 저라면 거래를 제안하기보다는 합류하는 쪽을 생각했을 것 같은데요.”

“아. 그건…….”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뭐하지만.

우리 부대는 아마 꽤 건실한 편에 속하겠지.

이미 점령전을 한 번 성공하기도 했고.

각성자도 많고.

자원도 당장은 나름 풍족하니.

그러나.

“그 생각도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뭡니까?”

우리 부대에 문제가 있다니.

그건 주의 깊게 들어야 할 일.

그녀에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까 했는데.

“그쪽이요.”

“예?”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

내가 문제라고?

“정확히는. 그쪽이 만든 요리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아.”

“당신이 만든 요리를 먹은 사람들을 봤어요.”

말을 하던 그녀는 두려운 듯 몸을 떨었다.

“병사들의 인격이 순식간에 변하는 모습도 몇 번.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변하더군요.”

“…….”

“솔직히, 많이 무서운 광경이었어요.”

[요리사의 특별소스]

내가 가진 스킬과 특성을 모두 통틀어 아마 가장 강력하고.

가장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 능력.

부대에서 활용할 때는 다 같이 버프의 효과를 받는다.

때문에, 대체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한다.

버프가 끝난 뒤.

자신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는 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전투 중의 흥분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갔기 때문.

‘하지만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그야 많이 다르겠지.

멀쩡하던 인간들의 성격이 순식간에 개조되는 셈이니까.

‘이 스킬은 이게 문제라니까.’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능력.

그 효과를 알게 된다면.

그야 껄끄럽게 느껴질 수밖에.

“그래서. 합류는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거래를 트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죠. 지켜본 바로는 식량 거래만 하지 않는다면 안전할 것 같았으니.”

“……이해했습니다.”

“그게 전부예요.”

말을 마친 여자가 긴장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제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어떻게 되냐니.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니. 제거하실 건가요?”

“제거라니.”

“여기서 도망치는 건 제 능력으로는 불가능할 테니. 어떻게 될지 정도는 알려 주실 수 있잖아요?”

제거라.

어떤 이유에서 저런 말을 한 것인지는 알겠다.

‘남들이 알게 된다면 꺼릴 수밖에 없는 능력이니까.’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요리사의 특별소스]의 가치는 높아진다.

지금까지 특별소스에 대해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하고 있던 것은 이민재 병장 한 명.

거기에 이 여자가 추가된 셈이다.

이민재 병장과 달리 믿을 수 없는 인물.

치워 버릴 수 있다면.

그야 치워 두는 편이 편하긴 하겠지만.

“안 죽입니다.”

“목숨만 살려 주신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 네?”

“안 죽인다고.”

며칠 전에 본 탄약대대 대대장의 일지를 떠올렸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군인으로서 일지를 작성했더랬지.

일개 취사병이라곤 해도 그들보다 훨씬 상황이 좋던 나다.

군인으로서의 정신을 잃을 생각은 없다.

내 이익을 위해 죄 없는 민간인을 죽인다든가.

그래야만 할 정도로 몰린 상황은 아니니까.

“뭐, 말씀하신 대로 능력을 말하고 다니면 곤란하니, 어느 정도 제약은 있어야겠지만요.”

“저, 정말인가요?”

살려준다고 해도 못 믿네.

“제가 무슨 미치광이 살인마도 아니고. 그런 것 때문에 멀쩡한 사람을 죽일 놈으로 보입니까?”

“네? 아, 음. 그게.”

도통 믿지를 않길래 한 말이었으나.

그 말에 묘하게 대답을 못 한 채 말꼬리를 흐리는 그녀.

……이거.

그럴 만한 놈으로 보인다는 거지?

“죄, 죄송해요. 그쪽이 만든 요리의 효과를 보고 좀 겁먹었던 게 큰 것 같네요.”

“그거 때문에 그 정도로 겁을 먹습니까?”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인상도 좀 더럽…… 날카로운 편이시고 그러다 보니. 제가 사람을 좀 오해한 것 같네요.”

“…….”

요즘 가끔 느끼는 거지만.

내 인상이 그렇게 더럽나?

약간 상처받았다.

“후우. 뭐, 괜찮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한테 접촉하려다가 운 나쁘게 약탈자에게 습격당했다. 설명은 그 정도겠죠?”

“그건, 글쎄요.”

약간 어이가 없어진 내가 대화를 정리하려 했으나.

그녀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약탈자들에게 갑자기 공격당한 건 맞아요. 하지만 운이 나빠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무슨 의미입니까?”

“나름대로 방울이의 힘을 써서 주변을 열심히 확인했거든요. 저희가 향한 경로 근처에서 활동하는 약탈자는 없었어요.”

음.

내가 모르는 얘기가 좀 있나 본데.

“저희 그룹을 습격한 그 약탈자들. 아는 얼굴도 몇 명 있었어요. 그쪽은 절 모르겠지만.”

“그 정령안으로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나 보군요.”

“네. 이 일대에서 가장 큰 약탈자 그룹에 속해 있는 녀석들이에요. 하지만 원래는 좀 더 멀리서 활동하던 녀석들이죠.”

“음.”

“주변에서 활동하던 것도 아닌 약탈자들이 갑자기 공격해 오다니. 그것도 마치 우리가 어디로 향할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건…….”

잠깐 눈을 감고 고민하던 여자가 이내 말했다.

“배신당한 것 같네요.”

“배신이라니. 누구한테?”

“정보를 공유하는 그룹들이 몇 곳 있어요. 언젠가 그들의 도움을 얻고 싶어서 방울이를 통해 알게 된 정보들로 슬쩍 은혜를 베풀어 뒀죠. 며칠 전에 군부대의 위치랑 그쪽으로 향할 거라는 얘기도 전했고요. 우리 그룹의 위치나 행선지를 알고 누설할 수 있는 이들은 그 그룹 중 하나일 테니.”

이를 까드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약탈자 놈들한테 그룹원 몇 명이 끌려가기까지 했어요.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잘은 모르겠지만.

이들과 교류하던 다른 그룹들이 있고.

그중 하나가 이들을 배신하고 약탈자 측에 붙었다, 그런 거 같은데.

‘흠.’

이거.

우리한테는 꽤 쓸 만한 얘기가 될 수도.

난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그룹원들이 잡혀갔다고요?”

“네. 아까 마주쳤던 약탈자 녀석들이 말했잖아요? 자원은 넘겨줄 수 있으니 우리만 넘겨 달라고. 녀석들은 사람들을 잡아다 노예로 쓰거든요.”

“노예라니.”

평범한 사회에서 고작 몇 달이 지났다고.

노예 같은 단어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지.

“그럼 그룹원들을 되찾고 싶지 않으십니까? 배신자들한테는 복수도 하고 싶으실 거고.”

“그건 그렇지만…… 아마 힘들 거예요. 꽤 큰 세력을 이룬 약탈자들이라서, 저희 힘으로는 도저히-.”

“힘이 모자란 거라면, 우리가 도와드릴 수 있는데.”

“……?”

무슨 소리냐는 듯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힘이 모자란 게 문제라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조건이라니.”

“아까. 제 요리가 무서워서 부대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셨죠?”

“그……렇죠?”

“그 말 취소하고 저희 부대에 합류하시죠.”

우리 부대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규모를 키워 나가야 하겠지만, 문제는 군인들에 대한 인식이 나락에 가 있다는 것.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생존자들을 회유하기 힘들지만.

이런 거래라면 어떨까.

내 제안을 들은 여자는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야 엄청 찜찜하겠지.

부대에 합류하면 내가 만드는 요리를 먹게 될 테고.

그 효과로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하지만 내 입장에서 이 거래는 이득만이 넘친다.

일단 그녀를 부대 안에 들여놔야, 내 능력에 대해 떠벌리고 다니지 못하도록 관리할 수 있을 것이고.

이 근처에서 활동하는 약탈자들이라면 언젠가는 충돌해야 하는 적이니 미리 만난다 생각하면 그만.

거기에 또 한 가지.

‘아까 본 정령안.’

생체…….

아니, 정령체 드론이라니.

지금처럼 [예민한 청각]에 의존해 위험한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정령이 하늘에서 시야를 밝혀 준다면?

활동이 훨씬 쉬워질 터.

솔직히 탐난단 말이지.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망설이던 그녀가 결심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잡혀간 동료들을 구할 수 있다면…… 좋아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오른손을 건네며 말했다.

“좀 늦은 것 같습니다만. 취사병 병장 신영준입니다.”

“아. 정수아라고 해요.”

“좋은 거래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군요.”

짧은 악수와 자기소개를 마친 뒤.

“그 약탈자들의 위치만 알려 주시죠. 저와 부대원들이 향해서 동료분들을 구출해 올 테니.”

“네? 아.”

“뭐 문제 있습니까?”

“그게, 그 약탈자들 위치는 저도 잘…….”

어?

이게 무슨 소리야.

“아까 꽤 멀리서 활동하는 그룹이라느니 하지 않았습니까? 위치를 알고 있던 게…….”

“거대한 약탈자 그룹이라 유명하긴 한데, 활동하는 지역은 근거지까지는 몰라서요.”

“그 방울이? 정령한테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닙니까?”

“말씀드렸다시피 한계도 많은 능력이거든요.”

그녀는 허공에 떠 있는 투명한 물방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아이는 흐르는 물이 있는 곳 근처에서만 활동할 수 있어요. 아마도 녀석들의 근거지는 물가 근처가 아닌 거죠.”

“그래도 물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것도 아닐 텐데.”

“그건 이 아이가 아니라 제 문제예요.”

눈을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는 수아.

“눈의 컨디션에 따라서 정령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도 달라져요.”

“아.”

“최근에는 이쪽 부대의 모습을 관찰하느라 정령안을 남발하다 보니, 오히려 예전보다 볼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들었죠.”

흠.

그렇다면.

“그 눈의 컨디션이 엄청나게 좋아진다면. 약탈자들의 근거지를 찾는 것도 가능합니까?”

“네? 아마 가능하긴 할 거예요. 대충 활동하는 지역은 알고 있으니 그 근처를 뒤진다면…… 하지만 무리예요. 정령안의 상태라는 게 그렇게 마음대로 나아지고 그런 게 아니라.”

“가능한 거라면 됐습니다. 방법은 따로 있으니.”

“방법이라니.”

“제 요리. 무서워서 못 먹겠다고 하셨죠?”

“……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의아해하는 그녀를 향해.

난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디, 요리를 먹어 보고도 그 말을 할 수 있을지. 한번 봅시다.”

“……히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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