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66화 (66/227)

66화 지하철 (4)

“아, 안 빠지시네?”

“신 병장님? 괜찮으신 겁니까?”

“보면 알잖아? 멀쩡해.”

모래 위로 이동하려는 나를 붙잡으려던 병사들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당연히 광일이 녀석처럼 사막에 잡아먹히지 않을까 했는데.

멀쩡하게 서 있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겠지.

“설마 이 모래사막이 다시 정상화된 겁니까?”

“어쩌면 전광일 상병님만 그랬던 걸지도.”

“그럼 나도-.”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다들 정지!”

내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사막이 평범하게 바뀌었다 생각하는 병사들.

녀석들이 나를 따라 들어오려고 하는 모습을 본 나는 급하게 손을 뻗어 녀석들을 막았다.

‘조금 장난쳐 보려고 했다가 큰일 날 뻔했네.’

나야 멀쩡하게 서 있다만.

녀석들이 이 위에 발을 올리는 순간 곧바로 유사에 빠져들 게 뻔했다.

“스킬의 효과야.”

“스킬이라니.”

“요리사의 스킬에 그런 것도 있습니까?”

[절대 미각]

그 두 번째 효과.

[절대 미각이, 요리가 가진 ‘특징’ 한 가지에 집중합니다.]

요리 속에 담긴 재료의 작은 맛 하나도 캐치해 낸다던가.

뭐 이런저런 복잡한 설명이 붙어 있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재료로 쓰인 몬스터가 가진 특성. 그중 하나를 골라서 얻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버프에 불과하나.

특성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도 안 되게 강력한 능력이었다.

“광일이 녀석은 모래에 발만 들이밀어도 빠지는데. 저 괴물 녀석들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었잖냐. 유사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야.

“아, 그래서.”

“뭔가 그걸 가능하게 하는 특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 특성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나 역시 저 괴물들처럼 자유롭게 사막을 이동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바로 이 특성이다.

[검은 모래의 기운]

[활동 영역 일대를 유사로 만드는 종족, 검은 모래 벌레들만의 특별한 특성입니다.]

[몸에서 특수한 기운이 방출됩니다. 이 기운을 품은 개체는, 검은 모래의 영역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검은 모래 벌레 자신들을 제외하고 이 특성을 지닌 개체는 없습니다.]

지금 내 몸에서는 저 몬스터들이 내뿜는 것과 같은 기운이 나오고 있다.

남들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같은 기운을 뿜는 이들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종류의 기운.

이 기운을 뿜고 있는 지금.

사막에 퍼져 있는 기묘한 마력은 나를 아군으로 인식한다는 거다.

사막 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 것.

“생각해 보면, 태준이 녀석의 점괘가 바뀐 이유도 이거 때문인 것 같아.”

처음에는 내가 강해졌기 때문에 점괘가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절대 미각]의 효과로 폭발적인 스탯 성장을 이뤘으니까.

하지만 막상 던전에 들어와 보니, 전력은 기존 전력으로도 충분했다.

문제는 사막의 환경.

내가 그 환경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점괘가 바뀐 거겠지.

“그, 그런 거였어요?”

“다들 놀랐지 않습니까.”

“큭큭. 한 번 놀려 주고 싶었거든.”

“다음에는 미리 말하고 해 줘라.”

물론.

강력한 능력인 만큼 페널티도 많다.

능력치 상승 등.

본래 요리가 가지고 있던 다른 효과는 모조리 사라진다.

이 스킬 효과가 적용 중일 때는 어떤 버프도 받을 수 없기도 하고.

요리사답게 전투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인 내게 버프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은 꽤 치명적이겠지.

거기에 또 다른 단점이 하나 더.

“그런 스킬을 얻으셨다니…….”

“그러면 슬슬 저희한테도 적용시켜 주시죠. 그 능력으로 다 같이 치고 들어가면 이깟 괴물들은 아무것도-.”

“아.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절대 미각은 요리의 실력을 늘려 주거나 그런 능력이 아니다.

말 그대로 요리사의 미각에 관련된 능력.

“이거. 나한테만 적용되는 능력이거든.”

“예?”

아무리 미각이 좋다고 한들.

남이 먹는 요리를 더 맛있게 느끼게 해 줄 수는 없는 법.

절대 미각의 두 가지 효과 모두.

[자신에 한해]라는 제한이 붙어 있었다.

즉.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다녀올 테니까.”

저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건.

여기서 나밖에 없다는 뜻이다.

“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쇼!”

당연히 부대원들은 반발했다.

부대의 핵심 버퍼이자 길드장이기도 한 내가 단독으로 적진을 향하겠다는 얘기.

부대원들로서는 반발할 수밖에.

“뭐 어쩌겠냐. 방법이 이것뿐인데.”

어떻게 설득을 해 볼까 하고 머리를 굴리기도 했지만.

대장의 단독 작전을 허락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이렇게 강행을 결정한 것.

이미 사막 위에 발을 올린 이상.

부대원들이 날 붙잡진 못할 테니까.

“다들 몸조심하고.”

“자, 잠시만요 군단장님!”

“다녀올게!”

시끄럽게 떠드는 부대원들을 뒤로한 채.

모래에 뒤덮인 어두운 지하철역.

그 깊은 곳으로 발을 옮겼다.

목표가 어디 있는지는 대충 알 수 있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모래에서 느껴지고 있는 마력.

이 마력이 강해지는 곳을 향해 가다 보면.

이 사막을 만들어 낸 장본인을 마주하게 되겠지.

* * *

사악, 사악.

어느 정도 던전의 깊숙한 곳으로 진입하자.

이제는 나를 부르는 부대원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조용하군.’

어두운 공간 속.

모래를 밟는 내 발소리만이 들려왔다.

마음 같아선 어둠 속에서 시야를 얻게 해 주는 요리 같은 거라도 만들고 싶다만.

다른 요리의 효과를 보려고 하는 순간.

순식간에 사막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겠지.

바닥에서 느껴지는 마력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무작정 걸어왔지만.

슬슬 정말 아무것도 안 보였다.

군복의 주머니에서 만약에 대비해 가져온 조명탄을 꺼내 들었다.

조명탄을 횃불처럼 든 채 터트리자.

파지시시시식…….

붉은빛이 어둡던 지하 공간을 밝혔다.

그렇게 시야를 확보한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은.

‘미친…….’

온 벽면을 검게 물들인 벌레들의 무리.

검은 모래 유충.

우리를 공격했던 그 괴물들이 벽과 천장을 구분하지 않고 도배하듯 붙어 있었다.

숫자를 세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의 무리.

‘벽면뿐만이 아닌가.’

내가 밟고 있는 이 모래.

그 부분 부분이 조금씩 출렁거리고 있었다.

안쪽을 돌아다니고 있는 유충들이 있는 모양.

‘검은 모래의 부화장이라고 했나.’

괜히 부화장이 아니라는 것일까.

그 엄청난 숫자의 유충들을 보니,

아무리 나라도 좀 쫄릴 수밖에 없다.

여기선 저들을 갈아 버릴 아군의 화력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니까.

하지만.

‘역시. 덤벼들진 않는군.’

내가 자살희망자도 아니고.

괴물들의 본진 한가운데를 아무 생각도 없이 뛰어든 건 아니거든.

조명탄의 빛이 파시식 소리를 내며 내 존재감을 과시하는 와중에도.

수없이 많은 괴물은 그저 각자 자신들의 할 일을 반복하기만 할 뿐.

나를 향한 공격은 없었다.

‘예상대로.’

[검은 모래 유충 손질법의 깨달음]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눈알로, 완벽히 퇴화하여 시각기관으로써의 기능을 잃은 눈알은 오직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훌륭한 맛을-.]

손질법을 얻었을 때 알게 된 사실.

이 녀석들.

눈알이 남들 맛있으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어이없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눈이 좋지 않다.

그렇다면 시각이 퇴화한 이들은 무엇으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느냐.

‘지금 내 몸에서 나오고 있는 이 기운이겠지.’

벌과 같은 군집 생활을 하는 곤충들은 적과 아군을 페로몬으로 구분한다지.

이 검은 모래의 기운이란 것.

‘딱 그 페로몬하고 비슷하다단 말이지.’

이 유사 속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막을 만든 존재에게 아군이라고 인식됨으로써 잡아먹히지 않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대놓고 괴물들 사이를 걷고 있음에도 공격해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추측은 정답이란 것이겠지.

저 숫자를 보면 다소 위축되기는 한다만.

위협은 없다고 확신한 나는 우글거리는 괴물들을 애써 무시하며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걸어가던 중.

바닥에 퍼져있는 마력이 급격하게 짙어지기 시작했다.

‘목표가 가까워졌다.’

그 생각대로.

약간 더 안쪽으로 진입하자.

-키륵…….

사람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크기의 벌레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바로.’

이 모래사막에 마력을 퍼트리고 있는 존재.

즉.

[요리사의 눈]이 발동합니다.

[하급 요리 비결 - ‘검은 모래 무리 어미 손질법의 깨달음’을 획득합니다.]

무리 어미라.

이곳은 던전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저 녀석이야말로,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

‘내가 처치해야 할 목표.’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던전 내의 적의 전멸.

혹은 보스의 처치다.

현실에 생겨난 던전이라고 한들, 이 규칙을 벗어나진 않겠지.

저 녀석을 처치하면 아마도 던전 클리어로 인정될 터.

어떤 버프도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

결코 쉬운 전투는 아니겠지만.

‘해내야만 해.’

각오를 다진 나는, 허리춤의 칼집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한번 심호흡을 한 뒤.

[독고 구식]을 뽑으려던 바로 그 순간.

쉬익!

“……!”

무언가가 눈앞으로 날아왔다.

‘무리 어미’의 머리.

몸뚱어리는 저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뱀처럼 길어진 목과 얼굴만이 나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선공을 뺏겼다!’

안 그래도 불리한 전투.

그 전투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는 직감과 함께.

나는 급하게 팔을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공격이, 없어?’

예상했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예상했던 공격 자체가, 날아오지 않았다.

공격은커녕.

오히려.

-끼륵. 끼륵.

자신의 머리를 내 팔에 부드럽게 비비는 [무리어미]

그 입에서는, 괴물의 구강 구조에서 나온 것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운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거 설마.’

무슨 일인지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는 이 무리 어미가 아이를 낳는 부화장.

‘이 녀석, 설마.’

그리고, 요리의 효과로 인해.

내게는 녀석의 동족만이 내뿜는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을 테니.

‘나를 자기 자식으로 여기고 있는 건가.’

* * *

-끼륵…… 끼륵끼륵.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주변을 맴도는 ‘무리 어미.’

그 행동에 적의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다른 의미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모성애가 있다는 건가……. 이 괴물들이.’

괴물들에게도 지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저 리자드들만 해도 작전을 구사해 가며 우리를 공격해 왔으니.

하지만.

지능과 감성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자식을 낳기만 할 뿐. 보살피지는 않는 생물들도 많으니까.’

던전은, 괴물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맞춰 환경을 개조한 결과라던가.

우리 인간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 그대로 침략 행위.

이 녀석 역시.

인간의 대지를 마음대로 침범하고 개조한 침략자다.

하지만.

부화장이라.

‘그 침략은 결국 자식을 위한 일이었다는 건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녀석의 자식들을 학살했다.

그런 내가.

이제는 나를 자식으로 여기는 이 괴물의 목을 베어야 한다니.

‘차라리 그냥 덤벼들었으면. 전력을 다해 죽였을 텐데.’

내 앞에 목을 들이밀고 있는 괴물이지만.

칼을 쥔 손에는 쉽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엄마.’

지금까지 애써 잊고 있었던.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부모님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 * *

그렇게 한참을 칼을 휘두르지 못한 채 서 있자.

-끼륵? 끼륵끼륵.

그런 내 모습을 의아하게 여긴 것일까.

무리 어미의 태도가 약간 바뀌었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무슨 일 있니?’라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는 녀석.

‘죽이긴 해야겠지.’

영 꺼림칙하긴 하지만.

이 녀석을 처리하지 않으면 죽는 건 우리가 될 테니.

칼을 쥐고 휘두르려는 그때.

길게 늘어난 무리 어미의 머리가 몸통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더니.

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장소로 향했다.

-케륵!

그곳에 있던 무언가를 물고 와 내 앞에 던지는 녀석.

기운 없는 자식에게 선물을 건네는 듯한 모습.

하지만.

녀석이 떨어트린 물건을 본 나는, 선물을 받은 아이 같은 반응을 보일 수는 없었다.

바싹 마르고, 비틀어져 있지만.

원래의 형태는 온전히 남아 있는 그것은.

인간의 시체였다.

‘…….’

-케륵!

내가 반응하지 않자.

사체를 계속해서 내 쪽으로 미는 무리 어미.

행동의 의미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보고 자식이 기운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힘내라고 식사를 권한 것이리라.

이것 또한.

온전히 모성애에서 비롯된 행동.

나는 무리 어미의 몸이 위치한 저 깊숙한 곳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몸통에 가려져 완벽하게 보이진 않지만.

구석구석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수분이 모두 사라진 인간의 신체 부위.

뼛조각.

해진 작업복.

헬멧을 쓴 인간의 머리통.

‘공사 중이던 지하철역…… 인부들이구나.’

서수혁 상병의 말이 떠올랐다.

공사 중이던 역인 만큼, 멸망의 날에 죽은 인부들이 있을 터.

그들의 좀비가 습격해 오지 않을까 했지만.

이상하게도 역 근처에 좀비는 한 마리도 없었지.

우연히 공사를 쉬었던 건가 생각했었지만.

아니었다.

‘먹이로 삼기 위해 죽인 거다.’

이들 또한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인간들.

나를 자식처럼 대하는 모습에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 녀석들의 본질이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들이라는 사실을.

그 행위가 모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들.

이 녀석이 나를 제 자식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들.

가장 중요한 건 바뀌지 않는다.

나는 인간으로서.

이 녀석을 용납해선 안 된다는 것.

‘선이니, 악이니. 그런 문제는 아니다.’

녀석이 인간을 먹은 것은 악행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과 자식들의 생존을 위한 행위.

살아남기 위한 투쟁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니.

‘나 역시 그랬고.’

살아남기 위해 이 녀석의 자식을 먹어치웠다.

그 능력으로 여기까지 도달했다.

먹는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행위.

내가 녀석의 자식을 먹고 이곳에 온 것처럼.

녀석은, 인간을 먹음으로써 자식들과 생존하려고 한 것일 뿐.

선이니 악이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하나.

‘살아남는 것.’

이 녀석도.

나도.

결국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어야만 하는 관계라는 거다.

그러니.

“너무 미워하진 마라.”

-케륵?

괴물들에게 먹히는 입장이 될 바에야.

괴물들을 잡아먹고, 살아남는 쪽이 되리라고.

한참 전에 각오했던 일.

나는 한 손으로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칼을 꺼내 쥐었다.

커다란 중식도, [독고 중식].

두껍고 무거운 날은 어지간히 단단하고 두꺼운 재료도 쉽게 손질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콰직!

나를 전혀 경계하지 않는 괴물의 목 정도는.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잘라 버릴 수 있었다.

띠링.

[‘검은 모래 무리 어미’를 사냥하였습니다.]

[‘검은 모래 무리 어미’의 스킬, ‘검은 모래의 대지’가 취소됩니다.]

[던전이 붕괴됩니다.]

무리 어미의 목이 잘린 채로 바닥을 뒹굴자.

땅에 퍼져있던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모래사막은 이 무리 어미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

그녀가 사망하자.

던전의 환경이 급격하게 붕괴하기 시작했다.

-키야아아아아아악!?

벽면에 도배되듯 붙어 있던 유충들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어미의 죽음과 부화장의 붕괴를 눈치채고 당황한 것이겠지.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길드 메시지창을 열었다.

[셰프 : 보스 몬스터를 처치했다. 바닥도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을 거야.]

[광전사 : 신 병장님! 괜찮으십니까!?]

[마법청년 : 영준이 너 이 자식……!]

[셰프 : 보스를 잃은 괴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지금이야말로 기회야. 남은 몬스터들 처리는 그쪽에 맡길게.]

길드 메시지를 통해 본대에 명령을 내린 뒤.

나는 무리 어미의 사체 위에 걸터앉아 반응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콰아아아앙…….

저 멀리서부터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본대의 병사들이 전투를 개시한 것.

이 던전의 몬스터들은 숫자는 많을지언정 강하지는 않다.

부대에는 광역 공격에 특화된 마법사들도 많으니.

군단의 화력 앞에 가루가 되어 쓸려 갈 일만 남았겠지.

그리고.

그 사실을 시스템 또한 인정했다.

띠링.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인간종 최초로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앞서 나가는 이들을 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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