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지하철 (4)
“아, 안 빠지시네?”
“신 병장님? 괜찮으신 겁니까?”
“보면 알잖아? 멀쩡해.”
모래 위로 이동하려는 나를 붙잡으려던 병사들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당연히 광일이 녀석처럼 사막에 잡아먹히지 않을까 했는데.
멀쩡하게 서 있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겠지.
“설마 이 모래사막이 다시 정상화된 겁니까?”
“어쩌면 전광일 상병님만 그랬던 걸지도.”
“그럼 나도-.”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다들 정지!”
내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사막이 평범하게 바뀌었다 생각하는 병사들.
녀석들이 나를 따라 들어오려고 하는 모습을 본 나는 급하게 손을 뻗어 녀석들을 막았다.
‘조금 장난쳐 보려고 했다가 큰일 날 뻔했네.’
나야 멀쩡하게 서 있다만.
녀석들이 이 위에 발을 올리는 순간 곧바로 유사에 빠져들 게 뻔했다.
“스킬의 효과야.”
“스킬이라니.”
“요리사의 스킬에 그런 것도 있습니까?”
[절대 미각]
그 두 번째 효과.
[절대 미각이, 요리가 가진 ‘특징’ 한 가지에 집중합니다.]
요리 속에 담긴 재료의 작은 맛 하나도 캐치해 낸다던가.
뭐 이런저런 복잡한 설명이 붙어 있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재료로 쓰인 몬스터가 가진 특성. 그중 하나를 골라서 얻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버프에 불과하나.
특성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도 안 되게 강력한 능력이었다.
“광일이 녀석은 모래에 발만 들이밀어도 빠지는데. 저 괴물 녀석들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었잖냐. 유사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야.
“아, 그래서.”
“뭔가 그걸 가능하게 하는 특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 특성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나 역시 저 괴물들처럼 자유롭게 사막을 이동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바로 이 특성이다.
[검은 모래의 기운]
[활동 영역 일대를 유사로 만드는 종족, 검은 모래 벌레들만의 특별한 특성입니다.]
[몸에서 특수한 기운이 방출됩니다. 이 기운을 품은 개체는, 검은 모래의 영역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검은 모래 벌레 자신들을 제외하고 이 특성을 지닌 개체는 없습니다.]
지금 내 몸에서는 저 몬스터들이 내뿜는 것과 같은 기운이 나오고 있다.
남들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같은 기운을 뿜는 이들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종류의 기운.
이 기운을 뿜고 있는 지금.
사막에 퍼져 있는 기묘한 마력은 나를 아군으로 인식한다는 거다.
사막 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 것.
“생각해 보면, 태준이 녀석의 점괘가 바뀐 이유도 이거 때문인 것 같아.”
처음에는 내가 강해졌기 때문에 점괘가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절대 미각]의 효과로 폭발적인 스탯 성장을 이뤘으니까.
하지만 막상 던전에 들어와 보니, 전력은 기존 전력으로도 충분했다.
문제는 사막의 환경.
내가 그 환경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점괘가 바뀐 거겠지.
“그, 그런 거였어요?”
“다들 놀랐지 않습니까.”
“큭큭. 한 번 놀려 주고 싶었거든.”
“다음에는 미리 말하고 해 줘라.”
물론.
강력한 능력인 만큼 페널티도 많다.
능력치 상승 등.
본래 요리가 가지고 있던 다른 효과는 모조리 사라진다.
이 스킬 효과가 적용 중일 때는 어떤 버프도 받을 수 없기도 하고.
요리사답게 전투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인 내게 버프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은 꽤 치명적이겠지.
거기에 또 다른 단점이 하나 더.
“그런 스킬을 얻으셨다니…….”
“그러면 슬슬 저희한테도 적용시켜 주시죠. 그 능력으로 다 같이 치고 들어가면 이깟 괴물들은 아무것도-.”
“아.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절대 미각은 요리의 실력을 늘려 주거나 그런 능력이 아니다.
말 그대로 요리사의 미각에 관련된 능력.
“이거. 나한테만 적용되는 능력이거든.”
“예?”
아무리 미각이 좋다고 한들.
남이 먹는 요리를 더 맛있게 느끼게 해 줄 수는 없는 법.
절대 미각의 두 가지 효과 모두.
[자신에 한해]라는 제한이 붙어 있었다.
즉.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다녀올 테니까.”
저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건.
여기서 나밖에 없다는 뜻이다.
“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쇼!”
당연히 부대원들은 반발했다.
부대의 핵심 버퍼이자 길드장이기도 한 내가 단독으로 적진을 향하겠다는 얘기.
부대원들로서는 반발할 수밖에.
“뭐 어쩌겠냐. 방법이 이것뿐인데.”
어떻게 설득을 해 볼까 하고 머리를 굴리기도 했지만.
대장의 단독 작전을 허락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이렇게 강행을 결정한 것.
이미 사막 위에 발을 올린 이상.
부대원들이 날 붙잡진 못할 테니까.
“다들 몸조심하고.”
“자, 잠시만요 군단장님!”
“다녀올게!”
시끄럽게 떠드는 부대원들을 뒤로한 채.
모래에 뒤덮인 어두운 지하철역.
그 깊은 곳으로 발을 옮겼다.
목표가 어디 있는지는 대충 알 수 있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모래에서 느껴지고 있는 마력.
이 마력이 강해지는 곳을 향해 가다 보면.
이 사막을 만들어 낸 장본인을 마주하게 되겠지.
* * *
사악, 사악.
어느 정도 던전의 깊숙한 곳으로 진입하자.
이제는 나를 부르는 부대원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조용하군.’
어두운 공간 속.
모래를 밟는 내 발소리만이 들려왔다.
마음 같아선 어둠 속에서 시야를 얻게 해 주는 요리 같은 거라도 만들고 싶다만.
다른 요리의 효과를 보려고 하는 순간.
순식간에 사막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겠지.
바닥에서 느껴지는 마력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무작정 걸어왔지만.
슬슬 정말 아무것도 안 보였다.
군복의 주머니에서 만약에 대비해 가져온 조명탄을 꺼내 들었다.
조명탄을 횃불처럼 든 채 터트리자.
파지시시시식…….
붉은빛이 어둡던 지하 공간을 밝혔다.
그렇게 시야를 확보한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은.
‘미친…….’
온 벽면을 검게 물들인 벌레들의 무리.
검은 모래 유충.
우리를 공격했던 그 괴물들이 벽과 천장을 구분하지 않고 도배하듯 붙어 있었다.
숫자를 세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의 무리.
‘벽면뿐만이 아닌가.’
내가 밟고 있는 이 모래.
그 부분 부분이 조금씩 출렁거리고 있었다.
안쪽을 돌아다니고 있는 유충들이 있는 모양.
‘검은 모래의 부화장이라고 했나.’
괜히 부화장이 아니라는 것일까.
그 엄청난 숫자의 유충들을 보니,
아무리 나라도 좀 쫄릴 수밖에 없다.
여기선 저들을 갈아 버릴 아군의 화력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니까.
하지만.
‘역시. 덤벼들진 않는군.’
내가 자살희망자도 아니고.
괴물들의 본진 한가운데를 아무 생각도 없이 뛰어든 건 아니거든.
조명탄의 빛이 파시식 소리를 내며 내 존재감을 과시하는 와중에도.
수없이 많은 괴물은 그저 각자 자신들의 할 일을 반복하기만 할 뿐.
나를 향한 공격은 없었다.
‘예상대로.’
[검은 모래 유충 손질법의 깨달음]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눈알로, 완벽히 퇴화하여 시각기관으로써의 기능을 잃은 눈알은 오직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훌륭한 맛을-.]
손질법을 얻었을 때 알게 된 사실.
이 녀석들.
눈알이 남들 맛있으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어이없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눈이 좋지 않다.
그렇다면 시각이 퇴화한 이들은 무엇으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느냐.
‘지금 내 몸에서 나오고 있는 이 기운이겠지.’
벌과 같은 군집 생활을 하는 곤충들은 적과 아군을 페로몬으로 구분한다지.
이 검은 모래의 기운이란 것.
‘딱 그 페로몬하고 비슷하다단 말이지.’
이 유사 속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막을 만든 존재에게 아군이라고 인식됨으로써 잡아먹히지 않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대놓고 괴물들 사이를 걷고 있음에도 공격해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추측은 정답이란 것이겠지.
저 숫자를 보면 다소 위축되기는 한다만.
위협은 없다고 확신한 나는 우글거리는 괴물들을 애써 무시하며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걸어가던 중.
바닥에 퍼져있는 마력이 급격하게 짙어지기 시작했다.
‘목표가 가까워졌다.’
그 생각대로.
약간 더 안쪽으로 진입하자.
-키륵…….
사람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크기의 벌레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바로.’
이 모래사막에 마력을 퍼트리고 있는 존재.
즉.
[요리사의 눈]이 발동합니다.
[하급 요리 비결 - ‘검은 모래 무리 어미 손질법의 깨달음’을 획득합니다.]
무리 어미라.
이곳은 던전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저 녀석이야말로,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
‘내가 처치해야 할 목표.’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던전 내의 적의 전멸.
혹은 보스의 처치다.
현실에 생겨난 던전이라고 한들, 이 규칙을 벗어나진 않겠지.
저 녀석을 처치하면 아마도 던전 클리어로 인정될 터.
어떤 버프도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
결코 쉬운 전투는 아니겠지만.
‘해내야만 해.’
각오를 다진 나는, 허리춤의 칼집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한번 심호흡을 한 뒤.
[독고 구식]을 뽑으려던 바로 그 순간.
쉬익!
“……!”
무언가가 눈앞으로 날아왔다.
‘무리 어미’의 머리.
몸뚱어리는 저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뱀처럼 길어진 목과 얼굴만이 나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선공을 뺏겼다!’
안 그래도 불리한 전투.
그 전투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는 직감과 함께.
나는 급하게 팔을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공격이, 없어?’
예상했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예상했던 공격 자체가, 날아오지 않았다.
공격은커녕.
오히려.
-끼륵. 끼륵.
자신의 머리를 내 팔에 부드럽게 비비는 [무리어미]
그 입에서는, 괴물의 구강 구조에서 나온 것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운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거 설마.’
무슨 일인지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는 이 무리 어미가 아이를 낳는 부화장.
‘이 녀석, 설마.’
그리고, 요리의 효과로 인해.
내게는 녀석의 동족만이 내뿜는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을 테니.
‘나를 자기 자식으로 여기고 있는 건가.’
* * *
-끼륵…… 끼륵끼륵.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주변을 맴도는 ‘무리 어미.’
그 행동에 적의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다른 의미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모성애가 있다는 건가……. 이 괴물들이.’
괴물들에게도 지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저 리자드들만 해도 작전을 구사해 가며 우리를 공격해 왔으니.
하지만.
지능과 감성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자식을 낳기만 할 뿐. 보살피지는 않는 생물들도 많으니까.’
던전은, 괴물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맞춰 환경을 개조한 결과라던가.
우리 인간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 그대로 침략 행위.
이 녀석 역시.
인간의 대지를 마음대로 침범하고 개조한 침략자다.
하지만.
부화장이라.
‘그 침략은 결국 자식을 위한 일이었다는 건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녀석의 자식들을 학살했다.
그런 내가.
이제는 나를 자식으로 여기는 이 괴물의 목을 베어야 한다니.
‘차라리 그냥 덤벼들었으면. 전력을 다해 죽였을 텐데.’
내 앞에 목을 들이밀고 있는 괴물이지만.
칼을 쥔 손에는 쉽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엄마.’
지금까지 애써 잊고 있었던.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부모님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 * *
그렇게 한참을 칼을 휘두르지 못한 채 서 있자.
-끼륵? 끼륵끼륵.
그런 내 모습을 의아하게 여긴 것일까.
무리 어미의 태도가 약간 바뀌었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무슨 일 있니?’라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는 녀석.
‘죽이긴 해야겠지.’
영 꺼림칙하긴 하지만.
이 녀석을 처리하지 않으면 죽는 건 우리가 될 테니.
칼을 쥐고 휘두르려는 그때.
길게 늘어난 무리 어미의 머리가 몸통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더니.
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장소로 향했다.
-케륵!
그곳에 있던 무언가를 물고 와 내 앞에 던지는 녀석.
기운 없는 자식에게 선물을 건네는 듯한 모습.
하지만.
녀석이 떨어트린 물건을 본 나는, 선물을 받은 아이 같은 반응을 보일 수는 없었다.
바싹 마르고, 비틀어져 있지만.
원래의 형태는 온전히 남아 있는 그것은.
인간의 시체였다.
‘…….’
-케륵!
내가 반응하지 않자.
사체를 계속해서 내 쪽으로 미는 무리 어미.
행동의 의미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보고 자식이 기운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힘내라고 식사를 권한 것이리라.
이것 또한.
온전히 모성애에서 비롯된 행동.
나는 무리 어미의 몸이 위치한 저 깊숙한 곳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몸통에 가려져 완벽하게 보이진 않지만.
구석구석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수분이 모두 사라진 인간의 신체 부위.
뼛조각.
해진 작업복.
헬멧을 쓴 인간의 머리통.
‘공사 중이던 지하철역…… 인부들이구나.’
서수혁 상병의 말이 떠올랐다.
공사 중이던 역인 만큼, 멸망의 날에 죽은 인부들이 있을 터.
그들의 좀비가 습격해 오지 않을까 했지만.
이상하게도 역 근처에 좀비는 한 마리도 없었지.
우연히 공사를 쉬었던 건가 생각했었지만.
아니었다.
‘먹이로 삼기 위해 죽인 거다.’
이들 또한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인간들.
나를 자식처럼 대하는 모습에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 녀석들의 본질이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들이라는 사실을.
그 행위가 모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들.
이 녀석이 나를 제 자식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들.
가장 중요한 건 바뀌지 않는다.
나는 인간으로서.
이 녀석을 용납해선 안 된다는 것.
‘선이니, 악이니. 그런 문제는 아니다.’
녀석이 인간을 먹은 것은 악행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과 자식들의 생존을 위한 행위.
살아남기 위한 투쟁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니.
‘나 역시 그랬고.’
살아남기 위해 이 녀석의 자식을 먹어치웠다.
그 능력으로 여기까지 도달했다.
먹는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행위.
내가 녀석의 자식을 먹고 이곳에 온 것처럼.
녀석은, 인간을 먹음으로써 자식들과 생존하려고 한 것일 뿐.
선이니 악이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하나.
‘살아남는 것.’
이 녀석도.
나도.
결국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어야만 하는 관계라는 거다.
그러니.
“너무 미워하진 마라.”
-케륵?
괴물들에게 먹히는 입장이 될 바에야.
괴물들을 잡아먹고, 살아남는 쪽이 되리라고.
한참 전에 각오했던 일.
나는 한 손으로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칼을 꺼내 쥐었다.
커다란 중식도, [독고 중식].
두껍고 무거운 날은 어지간히 단단하고 두꺼운 재료도 쉽게 손질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콰직!
나를 전혀 경계하지 않는 괴물의 목 정도는.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잘라 버릴 수 있었다.
띠링.
[‘검은 모래 무리 어미’를 사냥하였습니다.]
[‘검은 모래 무리 어미’의 스킬, ‘검은 모래의 대지’가 취소됩니다.]
[던전이 붕괴됩니다.]
무리 어미의 목이 잘린 채로 바닥을 뒹굴자.
땅에 퍼져있던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모래사막은 이 무리 어미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
그녀가 사망하자.
던전의 환경이 급격하게 붕괴하기 시작했다.
-키야아아아아아악!?
벽면에 도배되듯 붙어 있던 유충들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어미의 죽음과 부화장의 붕괴를 눈치채고 당황한 것이겠지.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길드 메시지창을 열었다.
[셰프 : 보스 몬스터를 처치했다. 바닥도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을 거야.]
[광전사 : 신 병장님! 괜찮으십니까!?]
[마법청년 : 영준이 너 이 자식……!]
[셰프 : 보스를 잃은 괴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지금이야말로 기회야. 남은 몬스터들 처리는 그쪽에 맡길게.]
길드 메시지를 통해 본대에 명령을 내린 뒤.
나는 무리 어미의 사체 위에 걸터앉아 반응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콰아아아앙…….
저 멀리서부터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본대의 병사들이 전투를 개시한 것.
이 던전의 몬스터들은 숫자는 많을지언정 강하지는 않다.
부대에는 광역 공격에 특화된 마법사들도 많으니.
군단의 화력 앞에 가루가 되어 쓸려 갈 일만 남았겠지.
그리고.
그 사실을 시스템 또한 인정했다.
띠링.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인간종 최초로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앞서 나가는 이들을 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