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67화 (67/227)

67화 마을 (1)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인간종 최초로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앞서 나간 이들을 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던전 클리어 보상.

괜히 복잡해진 감정을 풀어 주기에 충분한 메시지였다.

[던전 공략에 참여한 인원들의 공헌도를 조사합니다.]

[1위. 신영준(하급 요리사) - 91%]

[2위. 정홍수(하급 화염 마법사) 0.4%]

[3위 …….]

……그런데.

‘공헌도가 91%라니.’

이해는 간다.

이번 던전 공략, 사실상 솔로 플레이나 다름없었으니.

던전의 장애물이 환경이었던 탓에 정작 전투는 별로 없었고.

‘가장 중요한 보스의 처치만이 공헌도에 영향을 크게 준 것이겠지.’

내가 먹지 못한 나머지 9%는, 던전에 진입한 초반 전투의 공헌도인 것 같았다.

광역 공격에 특화된 데다가, 환경 변화의 영향 때문인지 평상시보다 화력이 강해졌다고 말한 화염 마법사.

홍수가 2위를 차지한 게 보였다.

[공헌도에 따라, 경험치와 포인트가 부여됩니다.]

[당신의 공헌도 - 91%]

첫 번째 보상은, 포인트와 경험치였다.

그리고, 내 공헌도는 무려 91%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포인트를-.]

“크읍…….”

경험치가 부여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내 몸을 향해, 익숙한 기운이 몰아친다.

처음 각성을 할 때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던 기운.

경험치.

몰려드는 경험치의 양이 너무 많았던 탓에 잠깐 숨쉬기가 힘들어질 정도였다.

그 결과.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Lv. 20에 도달하셨습니다.]

[Lv. 21에 도달하셨습니다.]

한참을 10레벨대에 머물던 내 레벨.

드디어 마의 20을 넘겼다.

심지어 거기서 하나 더 올라 21레벨에 도달했다.

[승급이 이루어집니다.]

[하급 요리사 → 중급 요리사]

[중급 요리사.]

[견습 요리사를 거치고, 하급 요리사를 거쳐. 이제는 어엿한 중견 요리사가 된 당신.]

[이제는 어디에서도 무시당하지 않을 훌륭한 요리사가 되었습니다.]

[모든 특성이 중급으로 진화합니다.]

[스킬을 획득합니다.]

[오병이어(new!)]

[빵 다섯 개와 두 마리 물고기로 수천 명을 먹인 기적의 일화를 아십니까?]

[이제 당신에게는 기적이 아닌 현실입니다.]

[적은 요리로 많은 이들을 먹일 수 있게 됩니다.]

[요리를 공유하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마력 소모량이 증가합니다.]

승급과 동시에 진화하는 특성.

그리고 새로운 스킬까지.

보상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인간종 최초로 던전을 공략하였습니다.]

[앞서가는 이들에게 보상이 주어집니다.]

[칭호 - 문을 닫는 자]

[최초의 던전 공략자.]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던전 내부에서 발휘하는 모든 효과가 30% 증가합니다.]

“와우.”

두 번째로 주어진 보상은 칭호.

인간 중 첫 번째 던전 공략이라는 의의가 있어서일까.

보상으로 얻은 칭호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던전 내부에서의 효과 상승은 그렇다 쳐도,

스탯의 10% 상승.

시간이 지나, 기본 스탯 자체가 높아질수록 더욱 빛을 발할 특성.

그것도 나 개인만이 아니고 공략에 참가한 전 부대원에게 주어진 것이다.

[검은 모래 벌레의 무리 어미를 처치하였습니다.]

[한 종족의 수장을 처치하였습니다.]

[업적 - 킹 슬레이어의 조건을 일부 달성하였습니다. (2/3)]

[업적의 부분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 특성 강화권x1]

다음 보상은 익숙한 것이었다.

탄약대대를 점거하던 여왕을 처치했을 때 나타난 것과 같은 내용.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도 특성 강화권으로 같았다.

‘특성 강화권. 이것도 엄청난 보상 같은데.’

이걸 통해 강화한 식재료 감별 특성은 아예 상대의 특성, 스탯까지 보여 줄 정도로 강화되었다.

이런 강화권을 중간 보상으로 주는 업적이라니.

달성 보상은 어느 정도라는 걸까.

그리고.

던전 공략의 마지막 보상이 주어졌다.

[던전 – 검은 모래 유충의 산란지를 공략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집단 스킬’이 주어집니다.]

[군단의 기운(new!)]

[길드. ‘강철 군단’에 가입한 이들에게만 부여되는 특별한 특성입니다.]

[몸에서 군단의 기운이 방출됩니다.]

[같은 기운을 가진 이들은, 이 기운을 통해 동료임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같은 기운을 지닌 이들이 일정 이상 모여 있을 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됩니다.]

집단 스킬.

개인이 아닌 집단 단위로 적용되는 스킬을 말한다.

우리 길드는 이미 하나 보유하고 있다.

병사들이 모두 달고 있는 군번줄.

그 군번줄에 능력치 증가 효과를 달아 준 ‘군단의 증표.’

[길드 : 강철 군단]

[군단원 : 191]

[길드 스킬 : 군단의 증표, 군단의 기운]

거기에 군단의 기운이 추가되었다.

새롭게 주어진 특성이지만 묘하게 익숙한 내용이었다.

‘이거. 이 던전의 괴물들이 가지고 있던 [검은 모래의 기운]의 효과하고 거의 똑같은 거 같은데.’

공략한 던전의 괴물들이 가지고 있던 특성과 매우 유사한 보상.

이런 게 그냥 우연일 리는 없고.

‘던전을 공략한 보상이라는 건, 그 던전과 관련된 게 나오는 걸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특성의 효과는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몰아치는 보상들을 모두 확인할 때쯤.

저 멀리서.

친숙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신 병장님!”

“괜찮으십니까? 다치신 곳은.”

“보면 알잖아? 멀쩡해.”

괴물들을 정리하며 접근해 온 부대원들이 호들갑을 떨며 내 상태를 확인하려 들었다.

“영준이 너 이 자식…….”

“정말이지, 다신 이런 짓 좀 하지 말아 주시겠어요? 진짜 놀랐거든요.”

“미안. 이번엔 다른 방법이 없었거든.”

내가 무리한 짓을 한 것도 맞고.

이들에게는 미안한 일을 한 것도 맞다 보니.

할 말이 없지 뭐.

그때.

“어, 그런데 저건?”

근처에 도착한 병사 중 하나가 구석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무언가를 보고 놀란 듯한 모습.

“뭡니까. 저 징그러운 건!”

“무슨 벌레가, 사람보다 두세 배는 될 것 같네. 우윽.”

“징그럽기도 하지만. 엄청나게 강해 보이는데. 왜 이런 곳에 죽어 있는 거지?”

뭘 보고 놀란 건가 했더니.

‘무리 어미’의 사체를 말하는 거였다.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야.”

“예?”

“적을 빨아들이는 사막의 마력도 이 녀석이 흩뿌리고 있던 것 같더라고. 이 녀석을 처치하니까 던전이 붕괴하더군.”

무리 어미 사체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병사들이 있는 것 같았기에.

숨길 것도 아니겠다 싶어 정체를 알려 주기로 했다.

그런데.

“…….”

“보스라니. 확실히 그만한 비주얼이긴 한데.”

“저것 봐. 다른 상처는 하나도 없고 목만 깔끔하게 베었어. 일격에 죽인 거다.”

“죽을 때 고통도 없었겠군.”

“……맙소사.”

뭐라 중얼거리며 나를 보는 병사들.

녀석들의 시선이 뭔가 이상하게 변했다.

뭐랄까.

경악에 찬 눈빛.

무리 어미의 사체와 나를 번갈아 보던 이상아가 묘한 말투로 물었다.

“아까. 길드 메시지로 보스를 처치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랬지.”

“……혼자서 적진으로 쳐들어가나 싶더라니.”

허탈하게 중얼거리는 이상아.

“자신이 있어서 그러신 거였구나.”

* * *

그렇게 본대에 합류한 뒤.

본격적으로 전투의 후처리가 시작됐다.

괴물의 사체들 중 요리로 쓸 수 있을 만큼 온전한 것만 골라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그러고 보니 내가 혼자 보상을 독식한 것처럼 됐네. 미안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나서 말했다.

던전 공략은 우리 길드의 성장을 위한 선택이었다.

부대원들이 던전 공략이라는 위험한 일에 주저 없이 동참해 준 것도 본인들의 성장을 위해서였겠지.

그런데 막상 보상은 나 혼자 누린 셈이니.

“무슨 소리야?”

“저희도 엄청 성장했지 말입니다.”

그러나.

민재 형과 광일이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보상으로 얻은 칭호나. 특성만 해도 엄청나잖습니까.”

“그것도 그거고. 부대원들이 얻은 경험치가 상당하거든.”

“부대원들 대부분이 레벨이 몇 개는 올랐을 겁니다.”

던전 공략의 보상으로 주어진 경험치와 포인트는 공헌도에 따라 차등 분배되었다.

그 대부분은 내가 독식했을 텐데.

어떻게?

“괴물이 저렇게 많으니 레벨이 안 오르기 힘들죠.”

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갔다.

지하철역의 벽과 천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모래 안에도 우글거리던 유충들.

“한 마리 한 마리가 주는 경험치는 많은 편이 아니었습니다만, 무기를 한 번만 휘둘러도 세네 마리씩은 잡히더군요.”

“거의 몰이 사냥이었지. 특히 마법사들이 엄청나게 성장했을 거다.”

던전이 붕괴하며 폭주하는 녀석들을 전부 제거한 것은 내가 아니라 부대원들.

그 경험치가 엄청나게 쏠쏠했다는 것.

‘[절대 미각]을 얻지 못했다면, 절대 공략하지 못했을 던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난이도가 높은 만큼 보상 역시 확실했다는 거지.

그리고.

더 중요한 성과가 아직 남아 있었다.

“여기, 방 같은 게 있습니다!”

“화장실 같은 걸 지으려던 공간인가?”

사막으로 변해 있던 공간이었으나.

그 공간을 조성한 무리 어미가 사망한 뒤.

바닥에 모래가 잔뜩 깔렸을 뿐인 평범한 지하철역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래 봐야 공사 중이던 역.

우리에게 별로 유용한 구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준아.”

“민재 형? 무슨 일이야.”

“잠깐 이리로.”

나를 부르는 민재 형을 따라 이동하니 거대한 공동 같은 공간에 도착했다.

“여기는?”

“저기. 안쪽을 봐.”

민재 형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공동의 끝부분.

거대한 원통 같은 통로가 보였다.

전차가 몇 대는 지나가도 남을 것 같은 거대한 통로.

“지하철의 통로다.”

공사 중인 역이긴 하나.

공사는 꽤 많이 진척된 상태였던 것 같다.

“다른 역으로 이어지는 길은 뚫려 있다는 건가.”

“그래. 철로는 깔려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야.”

민재 형이, 내게 이 통로를 보여 주려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저번에 내가 한 말. 기억하냐?”

“……철로는 전통적으로 군대의 이동 경로로 쓰였다고 했지.”

“그래.”

우리는 계속해서 세력을 키워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위치한 인제군은 군 단위의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

‘사람을 늘리기 위해서는 언젠가 다른 도시로 세력을 확장해야만 해.’

그런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딜 가나 몬스터나 좀비의 습격이 이어지는 세상.

많은 차량이 오가던 고속도로 같은 곳은 사고 난 차량들로 인해 막혀 있을 가능성이 크겠지.

반면 지하철은 역을 제외하면 폐쇄된 통로.

오픈된 도로와 달리 몬스터의 습격을 받을 확률이 적은 것은 물론.

직선 경로가 대부분인 철로는 목적지를 향한 최단루트이기도 하다.

‘다른 도시로 향하기 위한 길.’

비단 세력 확장의 얘기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우리 가족들.

언젠가 그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갈 때.

직선으로 뚫린 철로는 가장 빠른 길이 되어 줄 터.

어쩌면.

이 지하철을 확보했다는 것 그 자체가 다른 보상들에 꿇리지 않는 가장 큰 성과가 될지도 모른다.

* * *

그렇게.

던전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복귀했을 때.

“병장님. 보고 드릴 게…….”

부대를 지키고 있던 소수의 병사들.

그들이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며 내게 다가왔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부대 주변에 생존자들이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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