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69화 (69/227)

69화 마을 (3)

괴물들에 의해 도시가 박살 나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살아남은 인류는 소수의 생존자 그룹을 이루어 이곳저곳에 퍼져 생활하고 있었다.

기존의 문명과 사회는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봐야겠지.

그렇기에.

“저희는, 인간들의 사회를 재건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거기에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군요.”

우리 부대 근처에.

파괴돼 버린 인간들의 사회를 재건한다.

‘내 목표는. 나만의 식당을 만들 때까지 살아남는 거다만.’

그 식당에 올 손님들이 군인들뿐이어서야.

너무 삭막하지 않겠냐.

그동안 우리 부대는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어느 정도 세력을 키우고 힘을 얻은 지금이라면.

그다음 단계도 염두에 둬야 했다.

인간들이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문명과 사회의 건설.

‘우릴 찾아온 생존자들이 부대원이 되길 거부했다고 내쫓자고? 그런 아까운 짓을 왜 해.’

부대를 찾아온 두 개의 생존자 그룹.

그들이 우리 부대 근처에 정착하면서 만들어질 작은 마을.

그것이 재건의 초석이 되어 줄 것이다.

“사회가 형성된다라……. 확실히 그런 흐름이 되겠군.”

“아니, 그거랑 세금을 거둔다는 게 무슨 상관이에요?”

“사회가 생겨난다면 그 안에는 분명 이권 다툼도 생길 겁니다.”

내 목적은 조금이나마 인간 사회를 재건하는 것.

그 과정에서 여러 그룹 간에 이권 투쟁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 이권을 누구에게 넘기느냐 결정할 권한은.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저희 부대가 되겠죠.”

애초에 우리 부대의 보호를 받고자 모인 이들이니 당연한 일.

주변에 모여들 생존자들은 우리 길드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봅니다. 그것마저 비판하지는 못하시겠죠.”

“으음.”

“저희는 기본적으로 군부대입니다. 전투에는 자신이 있습니다만…… 저희가 직접 건들기에는 힘들거나 귀찮은 이권들도 생겨날 겁니다.”

“……그 이익을 받게 되는 건 당신들에게 호의를 보인 이들이 되겠군. 보호의 대가조차 지불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 기회는 없어질 테고.”

“맞습니다.”

인간이 죽는 꼴을 보기 싫으니 보호비를 안 내도 지켜 주긴 할 거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점점 이 사회에서 도태되어 가겠지.

이야기를 모두 들은 생존자들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래라는 거, 조건이 어떻게 되오.”

“간단합니다.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저희에게 보호의 대가를 지불할 것.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죠.”

“대가는 뭘로 지불해야 하죠? 저희는 가진 게 많지 않아요.”

“형태는 뭐든 상관없습니다. 이왕이면 포인트가 좋겠습니다만. 식량도 좋고, 기름이나 생필품 등…… 다른 자원이어도 무방해요. 과하지 않은 선에서 조절해 드리죠.”

당장 우리가 모자란 게 많지는 않으니까.

중요한 건, 저들이 보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사실, 그 자체.

“원하신다면 세금 외에 다른 거래도 가능합니다. 식량 지원은 원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만, 대가만 지불해 주신다면 저희가 보유 중인 식량을 나눠 드릴 수도 있을 테고.”

“그 정도라면. 음.”

“거기에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또?”

“이건 대단한 건 아닙니다만.”

저들 입장에서는 대단하지 않을지언정.

우리에겐 중요한 일.

“누군가가 저희 부대…… 강철 군단에 가입하고자 할 때 그걸 막지 말 것.”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부대를 키우는 일이니까.

사실.

지금은 지나가다 만나는 생존자들을 일일이 설득해서 군단에 합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건 지나치게 번거롭고 힘든 일이다.

오히려 군단에 합류하지 않으면 보호해 주지 않겠다느니 하는 태도는 반발만 일으키겠지.

하지만.

부대 주변에 인간들의 사회를 만든다면?

그리고 그 사회의 정점에 군림하는 것은 바로 우리 길드.

강철 군단이라면.

‘사실 생존자 그룹에 꼭 무언가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

중요한 것은 하나.

사회에 소속된 이들에게서 세금을 거두는 입장이라는 상징성이다.

‘사회의 최정상.’

단체로서의 힘은 물론.

병사들에 대한 대우도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면.

설령 위험한 싸움에 참전해야 한다고 한들.

군단에 소속되고 싶다고 여기는 이들이 분명히 나타난다.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그걸로 끝.

일일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군단에 합류하라고 설득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찾아오는 이들만 받아들이는 것으로도 길드원을 늘릴 수 있을 테니.

물론 그런 게 가능해지기 위해선.

이 사회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키워야 하겠지만.

“그런 거라면, 알겠어요.”

“상세한 얘기는 천천히 합의하도록 하죠.”

그때.

팔짱을 끼고 고민하고 있던 철욱이 손을 들었다.

“아까. 그 외의 거래도 가능하다고 했던 것 같소만.”

“아아. 예. 맞습니다. 포인트를 지불해서 저희가 가진 식량을 제공한다든가. 그런 거래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죠.”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거래가 오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러나.

철욱이 말한 거래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러면. 나는 아까 당신들이 말한 이권, 그중 하나를 사고 싶소.”

“예?”

그가 바란 것은 식량이 아닌 이권.

그중에서도.

“이 근처 땅을 경작할 권리를 줬으면 하오.”

“경작, 이라니.”

“거래의 대가로는 땅에서 나는 수확물의 9할을 그쪽에 넘기도록 하지.”

그가 말하는 땅이 뭘 말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탄약대대 주변에 넓게 펼쳐진 논밭.

얼마 전.

[교화]를 통해 부대에 영입했던 탈영병들.

그중에 이상하게 농사에 집착하던 녀석이 있었던지라.

그 녀석을 중심으로 경작을 시도해 보려고 하고 있던 땅이었다.

아쉽게도, 농사를 좋아하기만 할 뿐 기술은 없는 녀석인지.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지만.

그나저나.

수확물의 9할이라니.

어지간히 악랄한 중세 영주들도 그 정도의 세금을 요구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잘 이해가 안 가는군요. 식량을 원하신다는 거라면 이해합니다만. 9할을 저희한테 넘긴다니, 사실상 노동력만 제공해 주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만.”

“그렇진 않소. 나머지 1할만으로도 이득을 볼 자신이 있거든.”

“무슨.”

“옆에 정숙 아줌마도 그렇지만…… 난 각성자요.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 능력을 제대로 못 쓰고 있었지.”

그렇게 말한 철욱이 품 안에 손을 집어넣더니.

자신의 손바닥을 펴서 보여 줬다.

굳은살이 박인 손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이름 모를 식물의 씨앗.

그리고.

파아아아-

‘미친.’

그 씨앗에.

갑자기, 싹이 텄다.

“내 직업은 농부요.”

“……맙소사.”

“저 논밭이 내가 농사짓던 땅이었소. 조상님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거든. 바로 옆에 있다 보니 탄약대대의 병사나 간부들과도 친했지. 일이 바쁠 때면 병사들이 대민지원을 나와 줘서 참 고마웠어.”

탄약대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에 우울해졌던 것은 그런 이유였나.

“문명이 박살 난 마당에 저 땅의 원래 주인이라는 권리를 주장할 생각은 없소. 지금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돼 버렸으니까. 아쉽게도 농부라는 직업은 전투직이 아니오.”

“농사지을 땅을 확보하기는 힘들었을 테죠.”

“기껏 가지고 있는 스킬과 특성 대부분이 무용지물이었지.”

즉.

우리가 그의 안전을 보장하고, 그에게 경작할 땅을 준다면…….

“솔직히 말하지. 수확물의 9할을 당신들에게 넘겨도 남을 정도로 생산해 낼 자신이 있소.”

우리 부대의 식단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병사들은 그렇게까지 불만을 보이진 않지만.

요리하는 내 입장에선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재료가 지나치게 육류 위주라는 것.’

최근에야 마트를 터는 데 성공했다지만.

대부분의 채소는 썩어 버린 상태였다.

고기 요리를 한다고 해도 정말 고기만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소스, 가니시 등.

결국 요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땅에서 나는 재료들’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여기서 농부 각성자라고?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부담 없이 말씀해 주십쇼. 전폭적으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어? 어어. 알겠소. 그쪽도 식량 사정이 넉넉하진 않았나 보군?”

이 남자는 모를 것이다.

그가 제공해 줄 식재료들.

그것이 우리 부대의 전력을 얼마나 키워 주게 될지.

* * *

“대단하시군요.”

그렇게 생존자들과의 회의가 끝난 뒤.

복귀하려던 나를 뒤따라온 서수혁 상병이 말했다.

“대단하다니?”

생존자들을 오히려 끌어들여서 사회를 만들고 그 사회 위에 우리 길드가 있도록 만든다……. 저로서는 생각도 못 했던 방향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서수혁 상병을 보며.

난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은 철저하게 실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녀석이다.’

이민재 병장도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다르다.

민재 형은 실리와 효율을 추구하긴 한다만.

그러면서도 감정적인 부분에 얽매이는 면이 있다.

자신의 입으로는 감정을 배제한 실리를 주장하면서도, 내게 선택을 맡기는 이유가 그것이다.

내심 내가 다른 쪽을 선택해 주길 바랄 때가 있단 말이지.

‘이 녀석은 달라.’

민재 형과 달리.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일말의 고려조차 들어가지 않는 녀석.

근처에 정착하고자 하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녀석이 가장 먼저 한 주장은 ‘쫓아내야 한다.’였다.

말이 쫓아낸다는 거지.

이런 세상에서는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일.

이기적이라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아예 단체 자체가 막장으로 치달은 게 아니고서야.

이기적인 사람이라도 자기 손으로 남을 죽음에 몰아넣는 데에는 꺼림칙함을 느끼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 녀석은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가 결여된 듯한 느낌.

다만.

“도움이 안 될 이들은 쫓아내야 한다고 하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더군요.”

기본적으로 능력은 좋은 놈이고.

내가 잘못된 선택을 내리지 않는 한 말도 잘 들으니.

당장은 문제없겠지.

“그 짧은 순간에 거기까지 생각하신 겁니까?

“대단한 건 아니고. 생각의 방향을 약간 바꾼 것뿐이지.”

“예?”

“난 요리사잖냐.”

내 요리를 먹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게는 이득이다.

다 같이 잘 먹고 잘살면서도 내게 이득이 되는 방향.

그렇게 생각해 보니.

금방 결론이 나왔을 뿐이다.

“뭐든 그렇지만, 너무 효율만 찾다 보면 안 보이는 부분도 있는 법이란 거지.”

“……이해했습니다.”

말꼬리를 늘이며 대답하는 녀석.

‘정말 이해한 건지. 잘은 모르겠다만.’

당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 * *

그렇게 부대 주변에 생존자들이 정착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부대 근처는 허허벌판에 가깝고 그나마 있는 건물도 몇 채 안 되는지라.

우리 공병들이 조금 손을 거들어 줘 가며 근처에 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첫 수확물이오.”

부대 식당에 찾아온 철욱이 큰 바구니를 내려다 놓으며 말했다.

미친.

벌써 수확이 된다고?”

“미안하지만, 양이 많지는 않소.”

“양이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농사를 짓겠다고 한 지 며칠이 됐다고 벌써 수확물이…….”

“스킬이오. 농사도 농사지만 당장 먹을 식량이 중요하니까 말이지. 일단 적은 양이나마 만들고 봤소.”

“그렇다는 건.”

“본격적으로 양을 늘리는 건 지금부터가 되겠지.”

난 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채소들을 들여다보았다.

아마 얼마 전까지 씨앗 상태였을 채소들.

그게 이렇게 빨리 성장해서 수확까지 가능하다니.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된다면.

우리 부대도 식량 수급을 사냥에 의존하던 사회에서 탈피.

농경 사회로 진입하게 되겠지.

“저희 근처에 정착하기로 해 주셔서 고마울 따름이군요.”

“나야말로. 이 정도로 빠르게 농사가 가능했던 건 군인분들이 여러모로 도와주신 덕분이지. 특히.”

그렇게 말하며.

근처에 서 있던 병사 한 명에게 어깨를 거는 철욱.

“이 친구가.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줬거든.”

그 병사의 얼굴은.

조금 익숙한 것이었다.

“그때 그 탈영병?”

“기, 기억하고 계셨군요.”

탄약대대에서 탈영했던 병사 중, 가까스로 살아남아 우리 부대에 합류한 녀석들.

그중에서도, 어째서인지 농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던 병사였다.

“탄약대대 병사들이 전멸했다 들었을 때는 조금 울적해졌지만. 밭에 가니 익숙한 얼굴이 있는 것 아니겠소.”

“아.”

“어찌나 반가웠는지.”

그러고 보니.

탄약대대의 간부, 병사들과 친했다던 철욱.

그리고 저 녀석은 바로 그 탄약대대 출신이니.

아무래도 두 사람은 구면이었던 모양.

“탄약대대가 어떻게 전멸했는지는. 이 녀석에게 대충 들었소.”

“……네가 그걸 말했다고?”

나는 조금 의외라는 눈빛으로 그 병사를 바라보았다.

탄약대대 전멸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탈영.

그 당사자가 전멸에 대해 입에 담았을 줄이야.

“……탄약대대가 전멸한 건. 아마도 저 때문일 테니까요.”

하지만.

녀석은 자신이 당사자기에.

더더욱 설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철욱 아저씨는 친한 사람들도 많았으니. 꼭 말해 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철욱 씨는. 괜찮으십니까?”

“음? 그야. 이 녀석이 잘못한 건 명백하지. 나야 그 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처지도 아니고. 하지만.”

허허, 웃으며 말하는 철욱.

“얼굴을 알던 사람들 대부분이 죽어 나간 시대잖소. 나로서는 반가운 얼굴이 하나라도 있다는 게 기쁠 따름이야.”

“철욱 아저씨…….”

“이 녀석은 대민지원을 나왔을 때도 농사를 적극적으로 도와줬거든. 지금도 뭔가 모자란 게 있다 싶으면 바로 달려와서 도와주니. 고마울 수밖에.“

논밭 쪽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걸거리는 철욱.

“그냥 고향 근처라는 이유로 선택한 거였지만. 그리운 얼굴도 보게 되고.”

“…….”

“역시. 이쪽으로 오기로 한 게 정답이었어.”

그러고 보니.

나는 철욱에게 궁금한 점 하나를 물어보기로 했다.

“어쩌다가 저희 부대 근처에 정착하기로 하게 된 겁니까?”

“음. 최근에 근처에서 패악질을 부리던 약탈자들이 토벌됐다는 소문을 들었소. 그 토벌을 진행한 게 군인들이고, 그 군부대는 비교적 멀쩡한 곳이라고 말이지.”

정수아가 퍼트린 소문이다.

생존자들 사이에서 잘 퍼져 나가고 있는 모양.

“우리 그룹에 각성자는 나 한 명뿐이오. 그런 나도 전투직은 아니다 보니, 숨어 지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지.”

“그랬군요.”

“이 부대에 대한 소문을 들은 시점에서 우리에게 선택지는 두 개밖에 없었소.”

두 개?

“북쪽의 대규모 생존자 그룹에 합류하느냐. 혹은 남쪽의 군대에 찾아가느냐.”

“아.”

“내가 원래 살던 곳이 이 근처기도 하니, 여길 선택했을 뿐이오. 결과적으로는 잘됐으니 정말 다행이지.”

대규모 생존자 그룹.

그들에 대한 얘기는 이미 몇 번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어디 벙커라도 털었는지 무기도 식량도 넘쳐난다던 그룹.

“사실. 이건 내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날이 갈수록 괴물의 숫자가 늘고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소.”

“그렇습니까?”

“음. 지금까지는 소규모 생존자 그룹끼리 숨어 지내는 것으로 생존해 왔지만, 앞으로는 한계를 느낀 이들이 점차 큰 세력에 몸을 의탁하지 않을까 싶소. 그중 우리는 이쪽을 선택한 것뿐이지.”

이 근처의 단체 중 가장 큰 곳이 둘로 나뉜 셈이다.

인제군의 남쪽에 자리 잡은 우리 부대.

그리고.

생존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북쪽의 대규모 생존자 그룹으로.

* * *

철욱을 보낸 뒤.

식당에 남은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우리 주변에 사회를 만들고. 이런 건 나쁘지 않아. 장기적으로 세력을 키우기에는 최선의 방법이겠지.’

하지만.

이 방법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지 빛을 발한다.

슬쩍 군내 방향을 바라봤다.

저 안쪽을 정벌할 만큼의 힘을 키우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만약 그 대규모 생존자 그룹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하다못해 우리보다 약간 못한 정도의 세력을 이룬 상태라면?’

그들을 흡수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과 동맹을 맺을 수 있다면.

군내의 괴물들을 정리해 버릴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부대 주변에 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한 이상.

굳이 내가 터치하지 않아도 앞으로 자연스럽게 부대 크기는 커져 갈 터.

결론을 내린 나는 몸을 일으키며 생각했다.

북쪽이라.

“선물이라도 들고 가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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