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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계의 취사병-106화 (106/227)

106화 다스무르 공략전 (3)

[큭큭…….]

신전 안의 물속에 누워 있던 존재

녀석이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어디까지 커지는 거야?’

2m……. 3m…….

물속에서 몸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다리를 펴고, 굽었던 허리를 곧게 하고, 고개를 든다.

[눈치가 빠르구나. 벌레 같은 것.]

녀석이 몸을 완전히 일으키자.

그 높이는 전광일 상병의 2배 이상.

거의 5m에 달했다.

‘어쩐지 건물의 크기가 너무 크다 했어.’

저 녀석이 활동하기 위한 크기였나.

거기에, 이 던전을 만든 것은 물론 이상한 방식으로 대화까지 시도해 온 녀석.

덩치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

[더 강한 자가 살아남는 법이라. 옳은 말이다. 다만. 누가 살아남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

꿀꺽…….

거인의 선언에 긴장한 사람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너무 쫄 필요는 없지.

“이 녀석은 우리를 말로 설득하고, 속이려고 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나!”

거인을 향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소리쳤다.

뒤에 선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우리의 존재가 녀석에게도 위협적이라는 뜻이다!”

던전에 입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던전을 만든 괴물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녀석이 정말 초월적으로 강력한 존재라면. 굳이 이런 장난을 칠 필요도 없을 터!”

저 녀석이 정말 이길 수 없을 정도의 강자라면.

이딴 심계를 시도하기보다, 우리를 짓밟아 버리고 끝내면 그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는 괴물이란 거다!”

녀석은.

스스로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만 확인시켜 준 셈이다.

두두두…….

“전투 차량! 준비됐습니다!”

저 거인 녀석이 오갈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일까.

신전의 크기는 유독 거대했고, 정면의 문 역시 그러했다.

‘전투 차량도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물속에서도 활동이 가능하도록 개조를 마친 차량들.

지상처럼 돌격하는 식의 운용은 어렵겠지만, 움직이는 바리케이드의 역할은 충분하다.

“덩치도 큰 녀석이니 대충 쏴도 맞을 거다! 편하게 갈겨!”

“쫄지 말고, 대형 몬스터 상대 연습할 때처럼만 가자!”

고레벨의 선임병들이 다른 병사들을 독려하고.

“저…… 저 개자식이 우리를 속이려고 한 거야?”

“결국 전부 물에 빠트려 죽일 셈이었단 거잖아. 빌어먹을!”

조금 전까지 도주각을 재던 도시 출신의 각성자들.

그들 역시 크게 분노하며 무기를 빼 들고 신전 안쪽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진형을 갖추는 것을 보며 나 역시 칼을 뽑고 전투에 대비했다.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진형.

그 진형이 완벽히 갖춰지기 직전.

[내 신세가 처량하구나. 예전이었다면 가볍게 밟아 죽일 수도 있었을 벌레들을 상대로…….]

거인 녀석이 다소 울적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발버둥을 쳐야 하는 꼴이라니.]

막 물속에서 몸을 일으킨 거인의 몸이.

뒤쪽으로 쓰러져 간다.

‘어?’

콰아아앙!!!

신장 5m가 넘는 거인이 물속에 뛰어들었다.

거대한 파도가 아군의 진형을 덮쳤다.

* * *

콰아아앙…….

“쿨럭, 커허!”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저 거구의 거인이 몸을 던져 일으킨 엄청난 파도.

‘아니. 그 정도가 아니야.’

전투 스킬이 마땅치 않을 뿐.

나는 스탯만으로 따지면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 내가 버티지 못하고 밀려날 정도의 파도라니.

‘뭔가의 능력으로 강화된 거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몸 상태를 살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별다른 상처는 없었다.

위력이 상당하긴 했으나 그냥 파도에 불과하다.

이걸로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겠지.

문제는.

“진형이 붕괴됐다…….”

슬쩍 고개를 들어 올리자.

저 멀리에 파도를 일으킨 거인의 모습이 보였다.

쿠웅……. 쿠웅…….

애초에 몸을 일으킨 것은 저 파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듯.

지금은 넓은 신전을 기괴한 자세로 기어 다니는 거인.

얼핏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지만.

방심하기에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위압감이었다.

그리고.

“사, 살려……!”

[죽어라. 벌레 같은 것.]

콰직.

녀석이 도시의 각성자를 향해 손바닥을 내려찍었다.

잠시 뒤.

둥둥…….

물 위에 쫓기던 남자의 몸이 떠올랐다.

죽은 건지 정신을 잃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 일격에 전투 불능 상태가 돼 버렸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진형을 붕괴시키고…… 우리 병력을 각개격파할 셈인가.’

저 남자도 본래라면 저렇게 허무하게 쓰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부대원들이 모여 진형을 구축하면 대형 몬스터라고 한들 쉽게 뚫지 못하는 법이니까.

저 괴물은.

그걸 알고 진형을 붕괴시킨 거다.

“제기랄. 뭔 괴물이 그딴 짓까지 하냐.”

“신 병장님!”

“흩어진 사람들부터 챙겨! 진형 복구가 최우선이다!”

그나마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지만.

진형을 다시 갖추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보, 복구하라고 하셔도.”

“저 녀석이 쉽게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하기사.

기껏 붕괴시킨 진형을 다시 원상 복구하는 것을 넋 놓고 보고 있진 않겠지.

‘하아.’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뺑이 좀 쳐야겠네.”

“예?”

“너희는 내 말 믿고 진형 복구에만 전념해. 그리고…… 전광일! 서수혁!”

먼 곳을 보며 소리치자.

각자 병력들을 수습하고 있던 두 명이 내 쪽을 바라봤다.

“너희는 나랑 같이 간다!”

“옙.”

“충성충성!”

따라오는 두 녀석에게 말했다.

“우리 목표는 시간 끌기다.”

“……그럴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서수혁 상병이 총기를 점검하며 말했다.

“진형이 복구될 때까지 셋이서 괴물을 붙잡아 놓는다. 합리적이긴 합니다만……. 세 명이서 가능하겠습니까?”

“카하하. 수혁이 너 이 자식. 뭘 모르는구먼.”

서수혁 상병의 질문에 전광일 상병이 호방하게 웃으며 말했다.

“군 생활이란 게 뭐냐!”

“뭐?”

“안 되면 되게 하는 거다!”

“……어이가 없지만. 틀린 말은 아니군.”

깊은 한숨을 내쉰 서수혁 상병이 덤덤하게 따라붙었다.

“히, 히이이익!”

거인의 추격에 붙잡히기 직전인 사내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를 향해 내리쳐지는 거인의 주먹을.

쿵!

“어딜, 자식아!”

전광일 상병이 받아냈다.

“고, 고맙소.”

“인사는 됐고! 진형에 합류하쇼!”

쫓기던 남자가 급하게 도망치고.

그를 쫓으려던 괴물의 앞에 나와 두 병사들이 섰다.

‘민재 형이 빠진 걸 제외하면…… 우리 부대에서도 최고의 정예들.’

이 셋이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만 한다.

[너희는…… 그나마 큰 벌레들이로군.]

거인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우리도 녀석을 바라보았다.

[식재료 감별(강화)]

[요리사의 눈]

[깊은 자들의 교황]

[신선도 - 중]

[깊은 바다의 세계, 다스무르의 수호 종족인 다스무리안.]

[그들의 종교 지도자이자, 왕으로 군림하던 개체입니다.]

[노화와 부상으로 인해 신선도가 대폭 하락한 상태입니다.]

‘종교 지도자라고?’

가까이에서 보니.

새삼 더 기괴하게 생긴 어인이었다.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피부에는 비늘이 돋아나 있고 얼굴은 물고기의 그것에 가깝다.

크기는 엄청나게 거대하지만, 팔다리는 뼈의 형태가 보일 정도로 앙상했다.

저 가느다란 팔다리로 신전을 기어 다니는 모습은 공포 영화의 괴물을 보는 것 같았다.

‘저딴 게 교황?’

신성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모습.

어디 마왕 숭배교 같은 거냐.

[물론. 조금 커 봐야 벌레는 벌레겠지.]

녀석이 말을 마치자.

그 주변의 물이 조금씩 하늘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허공에서 회오리치며 거대한 창의 모습을 취했다.

“허허. 미친.”

“물을 조종하는 능력인 건가……!”

아까 파도의 위력이 묘하게 강력했던 게 떠올랐다.

몸으로 일으킨 파도에 저 힘을 더한 결과였던 건가.

녀석이 손에 쥔 창을 강하게 내리꽂았다.

“크윽……!”

전광일 상병이 양손을 교차해 창을 막아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일격에 전투 불능이 되지는 않았지만.

“쿨럭……. 커허……. 카하하. 그래. 이 정도는 돼야 할 만하지……!”

피해가 상당해 보였다.

우리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타다다다다당……!

[흐음!]

서걱-

[큭……!]

광일이 녀석이 창을 받아내는 순간.

서수혁 상병은 자랑하는 화력을 쏟아내고.

신체 능력만은 자신 있는 나는 녀석에게 접근해서 살점을 베어냈다.

‘쯧. 약점을 노릴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녀석의 약점은 다른 어인들과 마찬가지로 가슴 부위의 아가미였다만.

5m에 달하는 덩치.

약점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 강함. 평범한 벌레들의 규격을 아득히 넘어섰구나. 정상은 아닌 게 분명하군.]

약점을 노리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피해는 컸던 걸까.

녀석도 조금은 고통을 느끼는 것 같았다.

엄청나게 강한 괴물이긴 하지만.

이대로 어떻게든 시간을 끈다면-

[과연. 원인이 뭔가 했더니. 요리였는가.]

“……뭐?”

그런데.

녀석의 입에서 나온 말이 뭔가 이상했다.

[괜찮은 수준의 요리사가 있나 보구나.]

뭐야.

이 녀석.

‘어떻게 요리에 대한 걸 알았지?’

그리고.

그냥 아는 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았다.

[원인을 알아냈다면. 대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살짝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드는 녀석.

녀석의 복부가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고오오오오오오오오!!!

[‘깊은 자들의 교황’의 피어가 울려 퍼집니다!]

[‘다스무리안’ 종족의 전투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다스무리안’ 종족을 제외한 모든 종족의 능력치가 저하됩니다.]

[‘다스무리안’ 종족을 제외한 모든 종족의 버프가 해제됩니다!]

피어.

몸이 무겁고, 물의 저항이 크게 느껴졌다.

요리의 효과가 사라진 결과.

능력치가 떨어지고, [환경 적응 - 수]의 특성 또한 사라졌다.

[이걸로 요리의 효과는 없어졌음이라.]

“…….”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여기서 다시 요리를 해보겠나?]

우릴 내려다보며 비웃는 녀석.

녀석은 버프를 잃은 우리 따위는 나중에 정리해도 된다는 듯.

진형을 복구하려 하는 아군을 향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아야 한다.’

애초에.

버프가 사라질 상황 정도는 예상했었다.

“전투식량 꺼내!”

“예!”

[음?]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음식을 꺼내 들었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전투식량] 스킬이지.’

버프가 해제되었다고?

다시 먹으면 그만이거든.

[중급 요리사의 다스무리안 아성체 어묵]

이런 일도 있을 줄 알고.

[환경 적응] 특성이 부여되는 종류의 전투식량을 미리 만들어 놨다.

[효과가 보존 가능한 요리라니? 말도 안 되는 물건을……!]

요리에 대해 아는 것 같긴 하지만.

전투식량 스킬까진 몰랐던 걸까.

거인 녀석이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아니. 잠깐만. 방금 입에 넣은 그건……?]

다른 병사들이 요리를 입에 넣고 버프를 얻는 걸 확인한 뒤.

나 역시 전투식량을 입에 담으려던 순간.

[그 고기. 아이들의 것이구나.]

“……아.”

기괴하게 생긴 거인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린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아무렇지 않게 요리하긴 했는데.’

이 요리.

저 녀석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동족.

그것도 동족의 어린아이를 재료로 만든 요리란 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런 상황이긴 한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괴물 녀석이 그렇게까지 동족을 신경 쓰겠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무언가 공격을 당한 것도 아니지만.

고통에 찬 괴성을 지르는 거인.

……아무래도 엄청 신경 쓰는 녀석이었나 보다.

[아이들을 살해하는 것도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거늘…… 네놈들……! 그 아이들을 잡아먹고 있었단 말인가!]

눈앞에서 동족의 어린아이가 다진 고기가 되어 버린 것을 보고만 교황.

그가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분노에 찬 교황이 더욱더 격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너! 네가 요리사렸다!]

그것도 하필이면.

정확히 나를 향해서.

“크윽!”

일단은 다급하게 손에 쥐었던 어포를 집어삼켰다.

[요리에 담긴 마력이 몸 안에 스며듭니다.]

[절대 미각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본인에 한해, 요리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다른 이들보다 더 크게 증폭되어 적용되는 버프.

제대로 된 요리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양의 능력치와 [환경 적응 - 수] 특성을 획득했다.

콰아앙!!!

덕분에 어떻게든 녀석의 공격을 피할 수는 있었으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고오오오오오오!!!]

“제기랄!”

“저 녀석. 신 병장님만 노리잖아!?”

계속해서 나만을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

두 상병들이 나를 돕기 위해 달려왔으나,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신 병장님! 조금만 참으십쇼! 광일이가 갑니다!”

“……아니. 잠깐.”

그렇게 나와 교황의 술래잡기가 이어지던 도중.

서수혁 상병이 전광일 상병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이렇게 된 게 오히려 좋을 수도 있어.”

“뭐 인마!? 신 병장님이 위험하다는데. 그게 무슨!”

“잊어버린 거냐? 우리 목표는 시간 끌기다.”

진형을 붕괴시킨 채로 우리를 각개격파하려던 거인.

우리 진형의 복구를 막으려 들 것은 뻔했다.

그런 녀석을 어떻게든 제지하고, 진형 복구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게 우리 목표였으나.

“저 녀석. 지금은 진형 붕괴 따윈 관심도 없고, 신 병장님만 노리고 있군.”

“그게 뭐가…….”

“오히려 잘됐다는 거다.”

복구돼 가는 진형에는 관심을 끈 채.

동족의 아이를 다진 고기로 요리해 버린 당사자, 신영준 병장.

즉.

나만을 쫓아오는 교황.

냉정하게 판단을 마친 서수혁 상병이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나를 향해 소리쳤다.

“신 병장님! 저희는 진형을 수습하러 가겠습니다!”

“뭐!?”

“최대한 빨리 수습해 볼 테니, 버텨 주십쇼! 신 병장님 정도의 강자라면 충분히 가능하실 터!”

“너, 갑자기 무슨 개소리-”

거인 녀석의 공격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던 와중에 들려온 말.

어이가 없어져서 반문하려 했으나.

“그럼! 뺑이치십쇼!”

“야 이 미친……!”

뒤돌아서는 녀석들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괴물 앞에 선 나만을 둔 채 진형을 복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녀석들.

‘작전 수행에 망설임이 없는 건 좋은 거긴 한데……!’

문제는.

‘신 병장님 정도의 강자라면 충분히 가능하실 거라고?’

전제 조건부터가 잘못된 작전이란 것.

[동료들에게도 버려졌는가.]

혼자 남은 나를 간단하게 찢어발기려는 듯 다가오는 거인.

내가 저 녀석을 상대로 혼자 시간을 끌어야 한다니.

‘셋이서도 힘들었는데, 그딴 게 되겠냐?’

나 정도의 강자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니.

애초에 난 후방 지원직인 요리사.

전투 관련 특성은 거의 전무하다.

‘부대원들이 묘하게 나를 강자로 착각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일도 바쁘고 해서 오해를 풀 시간이 없었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결과가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동족의 아이들을 다진 고기로 만들었으니…… 너 또한 그렇게 되는 게 순리일지라.]

하지만.

날 다진 고기로 만들 생각에 신나서 다가오는 괴물 녀석.

이미 이긴 싸움이라는 듯 의기양양하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니, 뭐랄까.

‘열받네.’

내가 성격이 그렇게 좋지는 못한 놈이라.

녀석이 원하는 대로 당해주기는 싫단 말이지.

“쯧. 어쩔 수 없지.”

안 되면 되게 하라.

내가 후임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고.

될 때까지 발버둥 쳐보는 수밖에.

‘게다가…… 아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시스템 창의 로그를 약간 거슬러 올라갔다.

[랜덤 스킬이 강화됩니다.]

[랜덤 스킬 선정 중-.]

[‘절대미각’ 스킬이 강화되었습니다!]

[‘절대미각’ -> ‘절대미각(강화)’]

스킬이 강화된 직후에는 창수가 말을 걸어와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 후에 따로 효과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효과가 내 예상대로라면…….

‘조금은 비벼 볼 만할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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