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전투식량 (2)
정수아.
그녀가 강철 군단이라는 길드에 합류한 지도 이제 꽤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던 군복도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주 업무는 정령을 통한 정찰이다.
정령안을 사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마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그녀는 언제나 전력을 다했다.
‘은인께서 맡기신 일……. 허투루 할 수는 없으니까.’
각성자가 되고, 시력을 대가로 정령안을 얻었을 때.
그녀는 평생을 눈먼 채로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각오는 충분했으나.
그럼에도 잠에서 깨었을 때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면, 모든 게 잘 보이는 꿈속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을 치료해 준 것이 바로 그.
‘위대하신 분.’
사실.
처음 눈을 떴을 때만 해도 그저 감사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맹인의 눈을 뜨게 하는 일.
기적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다.
그런 기적이 자신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눈을 뜨게 해 준 은인에게 어떻게든 은혜를 갚을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생각은 조금 변화해 갔다.
약탈자들에게 잡혀 있던 노예들에게 자유를 되찾아 주고,
한 그릇의 요리로 수백의 사람을 먹이며,
성스러운 요리를 통해 병사들에게 신성을 부여하고 악을 벌하는 위업까지 달성했다.
최근에는 정신을 잃은 채 죽어 가고 있던 사람들마저 일으킨 것은 물론,
마법사조차 아닌 그가 물을 가르는 기적까지 일으켰다.
그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이쯤 되면 오해할 여지 따윈 없다고.
‘메시아.’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던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신앙을 키워 왔다.
그 신앙에 빗대어 보았을 때 지금의 세상은 큰 시련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주께서는 시련과 함께 그 시련을 이겨 낼 방법 또한 내려 주시는 법.
‘군단장님이야말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내려오신 구원자임이 틀림없어.’
마음 같아서는 그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으나, 그녀가 바보는 아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알리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이들에게만 이야기를 꺼내 왔다.
그럼에도 지금 와서는 그녀의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모두 그분의 위업에 감화된 이들.
그만큼 그분이 많은 이들을 구원해 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분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 생각이 그녀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오늘 역시 자신의 한계까지 모든 힘을 소모해 주변을 정찰하고, 위험 요소를 확인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잠시 휴식을 위해 이동하려던 찰나.
-와. 저 진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
병사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엿듣는 것도 취미가 아니기에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그거 요리하는 데 며칠 걸린다고 하는데도, 못 기다리겠다고 아득바득 우기면서 더 높은 사람 불러오라고 하는 거 아닙니까. 정말이지……!
-넌 그렇다고 그걸 신 병장님 선까지 올려 보냈냐?
멈칫.
은인의 이름이 들리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앗…… 그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음다. 너무 당황해서 그만.
-그런 사소한 일로 길드장한테 직접 보고하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옛날이었으면 너 위로 신 병장님 아래로 다 불러도 이상할 거 없었을걸.
-으윽.
-나중에 제대로 사과드려.
-그럴 생각입니다. 아무튼 어이가 없어서. 그 외에도 수수료로 가져가는 양이 너무 많은 게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지.
-확실히. 그런 건 좀 짜증 나긴 해.
후임을 혼내던 선임병도 그 이야기에는 공감했다.
-신 병장님의 요리가 가지는 가치를 생각하면 8할 가져가는 것도 자원봉사급 아닌가? 막말로 그거 안 해주면 다 굶어 죽거나 자기들끼리 식량 두고 싸워야 할 사람들이.
-고마워하긴커녕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불만이라니. 외부인들한테 잘해 줘도 소용없다니까요.
길드원들이 외부인들을 묘하게 싫어한다는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반대로 같은 길드원들 간에는 엄청나게 잘해 주는 게 조금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
그녀는 이미 같은 길드원이었기에 굳이 신경 쓸 일은 아니니 넘어갔다.
-신 병장님이 사람이 착해서 다 봐주시는 거지. 다른 사람 같으면 꺼지라고 했어도 할 말 없을걸.
얘기를 모두 듣고 나니, 어떤 상황인지는 알 것 같았다.
‘은인께서 또 누군가에게 은혜를 베푸셨구나.’
동시에 걱정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은인께선 너무 선하시다.’
그렇기에 자신에게도 기적을 베풀어 주신 거겠지만.
병사들이 나누는 얘기를 듣고 나니 머릿속에 안 좋은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여러 이야기 속에서 메시아라고 불리는 이들.
하지만 그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의 선함을 믿고 한없이 베풀다가 배신당하고 마는 이야기가 더 많아.’
은인께서는 선의 집합체 같은 존재.
하지만 다른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
은인이 베푸는 호의를 이용하기만 하다가, 언젠가 배신의 칼날을 뽑아 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은인께서는 지나치게 선한 존재.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도 호구처럼 당해 주기만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묘하게 가슴이 답답해졌다.
‘은인께서도 생각이 있으시겠지만…… 혹시 모르니 한번 말을 꺼내 봐야겠어.’
그렇게 돼서.
“너무 많은 온정을 베푸시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그녀의 말을 들은 은인은 무슨 소리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혜를 베푸는 건 확실히 훌륭한 일이에요. 하지만…… 세상에는 은혜를 은혜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거든요”
“그거야 뭐. 그렇긴 하지.”
“은인께서 베푼 요리를 통해 배를 불리고, 힘을 키운 사람들이…… 나중에 저희를 적대할 수도 있다는 거죠.”
구원자의 행보에 딴지를 거는 건 가슴 아프지만,
혹시 그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한다면 바른길로 나아가도록 고쳐야만 한다.
“은인께서는 너무 착하신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가 착하다고?”
“모든 인간이 은인분처럼 선하지만은 않은 법이에요.”
그 와중에도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은인.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뭐. 맞는 말이야.”
아…… 알아주셨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걸.”
앗.
설마하니 ‘다른 사람들을 너무 의심할 필요는 없다.’ 같은 얘기를 하려는 건가 싶어진 그녀는 다시 가슴이 갑갑해지는 것을 느꼈으나, 은인이 꺼낸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딱히 공짜로 베푸는 건 아니거든.”
“……수수료로 받는 80%를 말하시는 건가요? 은인이 베푸시는 요리에 비하면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은데.”
“그거 말고.”
그 외에 어떤 이득이 있단 말인가.
“지금 이 도시에는 각성자가 넘쳐 나.”
“그렇죠.”
“이건 아마, 우리가 던전 공략해서 얻은 어떤 보상보다도 큰 보상일 거다.”
“……?”
은인이 하시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가는 은인.
“그들의 문제는 식량이 없다는 거지.”
“아, 네.”
“자칫 잘못하면 수천 명의 약탈자가 될 게 뻔한 상황이지만, 그건 내가 대충 해결할 수 있잖아? 쓸모없는 몬스터 고기를 식량으로 바꿔 주겠다는데. 안 바꾸고 배겨?”
그의 얼굴에 악동 같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내 전투식량은 맛도 효과도 최상급이지. 요리사라는 직업 자체가 희귀한 편 같기도 하고, 설령 다른 요리사가 있다고 해도 꿀리지 않을 자신이 있거든.”
“아.”
“내 요리를 맛본 사람들이, 다른 요리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그제서야 정수아는 은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수천의 각성자들.
그 각성자들이 모두 은인이 만든 요리를 맛보게 된다는 것.
엄청난 버프를 간단한 조건으로 제공하며, 그 맛 역시 천상에 닿은 수준의 요리를 말이다.
‘그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건 은인뿐.’
한번 신영준의 요리를 경험하게 된 이상 그 효과와 맛을 포기하기는 힘들다.
수천의 각성자들이, 좋든 싫든 간에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은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정수아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눈앞의 인간을 보는 눈빛에는 자연스럽게 경외감이 담겼다.
‘위대하신 분은…… 몇 수 앞을 더 바라보고 계셨던 거야.’
그가 일으킨 기적들은 하나하나가 성서에 기록될 법한 일이었으나.
몇 수 앞을 읽어 내는 혜안 또한 앞선 기적들에 꿇리지 않을 정도였다.
“뭐, 여기까지가 민재 형이랑 수혁이 녀석이 얘기해 준 이유다. 난 거기까진 생각도 못 했지만.”
“겸손까지 겸비하시다니.”
“엉? 뭐가?”
공을 남에게 돌리는 겸손한 모습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뭐. 거기에 하나 더 이점이 있기는 해.”
“네?”
“사람들이 많이 죽었어. 살아남는 것도 힘겨운 세상이다 보니 각성이 쉽지도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 5명당 각성자가 한 명은 될까 싶을 정도지.”
인간과 몬스터들 간의 전쟁.
인간들은 승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수적 열세에 처해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그렇겠죠.”
“우리 길드가 나설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지역까지 신경 쓰기는 쉽지는 않고. 그러니…….”
씨익.
“저 사람들한테 먹을 거 두둑하게 챙겨 주면서 사방으로 퍼트리면 다른 지역 사람들한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냐.”
“아…….”
“원래라면 우리 부대원들을 파견해서라도 해야 할 일인데. 밥 좀 챙겨 주는 것만으로도 공짜로 일해 줄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 거야. 개꿀이잖아?”
“후후. 그렇네요.”
농담처럼 말했지만
이내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
“말마따나 내 요리를 챙기고도 잘못된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나올지도 몰라. 하지만.”
품 안의 권총을 툭툭 건드리는 은인.
“그런 녀석들에게 군단이 질 리가 없잖냐.”
* * *
신영준과의 대화를 마친 정수아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뒤, 방으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양손을 모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아. 위대하신 분.
군단의 병사들은 남을 배척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그분은 다르다.
‘은인께서 바라보는 것은 전 인류의 구원.’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은인께선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깊은 혜안을 발휘하고 계셨다.
‘내 신앙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안 그래도 확고했던 믿음이 더욱 깊어져 갔다.
* * *
띠링.
[조건이 충족됩니다]
[1. 신성의 파편 (1/1)]
[2. 일정 이상의 신앙을 가진 신도 (1/1)]
[조건 달성의 보상으로, 새로운 스탯 : 신력이 개방됩니다.]
“……?”
정수아와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뒤.
저녁 준비를 위해 냉장고를 열자, 갑자기 이런 문구가 나타났다.
“뭐야 이건.”
너무나도 뜬금없는 메시지.
당황하며 상태창을 열어보자.
[신력 : 1]
아예 새로운 스탯이 생겨난 것이 보였다.
신력이라니.
‘교황의 살점을 먹어서 그런 건가?’
교황의 살점을 회로 요리해 먹었을 때.
뭔가 효과가 적용된다는 문구가 있긴 했다.
뭐가 적용된다는 건가 했는데, 이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 조건 같은 게 충족된 모양이다.
설명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신성력 비슷한 게 아닐까 싶은데…….
우리 부대의 사제 각성자한테 말을 걸어 보았다.
“신력……? 아. 신성력 말씀하시는 거군요. 당연히 있죠. 제 신성력은 무려 30이 넘는…….”
“아니, 가운데 성 빼고. 신력.”
“글쎄요. 그런 능력은 들어본 적이 없군요.”
사제조차 정체를 모르는 스탯이라니.
특성이나 스킬을 얻은 적은 있어도 새로운 스탯을 얻은 건 처음이라 영 당황스러웠다.
설마 나쁜 건 아니겠거니 싶다만.
‘재생력도 그렇고. 이 정체 모를 스탯도 그렇고.’
뭐랄까.
요즘 들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어 버린 느낌이 든단 말이지.
막 각성자를 늘리기 시작했을 때.
가끔 부대원들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각성자가 강할까, 총 든 군인이 강할까?
당시의 결론은 당연히 총 든 군인 쪽이었다.
아무리 각성자라고 한들 총 맞으면 죽는 건 똑같았으니까.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비슷한 얘기가 오갈 때면 붙게 된 말이 있었다.
-‘지금은’ 말이지.
언젠가는 맨몸으로도 총을 든 군인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가정이 붙게 된 것이다.
재생력까지 얻은 지금의 나라면 실제로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
슬슬 나 자신이 평범한 인간의 영역을 넘어 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종종 들곤 했다.
“뭐. 상관없나.”
지금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여러 능력들을 통해 수명이 조금은 늘어났다.
그게 중요한 거니까.
‘이 스탯도, 언젠가는 쓸 일이 있겠지.’
* * *
그 후로도 비슷한 나날이 이어졌다.
오늘도 부대 급식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를 꺼내려 그림자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주인님의 주인님이시여.
안쪽에서 물건을 옮겨 주던 뱀파이어가 말했다.
보통은 내가 시키는 대로 물건만 옮기는 녀석들이 갑자기 말을 걸다니.
무슨 일인가 했는데.
-당근, 양배추, 파, 마늘 등등이 거의 다 소진되었나이다.
“아.”
-무도 거의 다 떨어져 가고, 감자는 그나마 여유가 있습니다만 이것도-
무려 ‘뱀파이어’라는 녀석이 내뱉기에는 지나치게 현실감 넘치는 말.
냉장고 야채칸이 비어 가고 있다는 거다.
탄약대대를 떠날 당시에는 넉넉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가져왔던 재료들.
[오병이어]까지 동원한다면 부대원들을 몇 년은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 양이었다만.
‘[오병이어]는 마력을 동원하는 스킬이니까.’
혹시 마력이 소모된 상태에서 불의의 습격이라도 당하면 큰일.
급식을 만들 때는 굳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채소가 벌써 다 떨어졌나.”
고기야 도시의 각성자들이 가져오는 것들로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채소도 뭐.
탄약대대에 한 번 더 들러서 보충하면 될 일이긴 하다만.
불현듯 드는 생각.
‘고기류에 비해서…… 채소류의 질이 너무 떨어진단 말이지.’
질이 떨어진다는 말에는 조금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채소들을 제공해 주는 것은 탄약대대 근처의 마을에 있는 농부 각성자.
그는 나름대로 재배한 물건들 중에서도 신선한 재료들만 보내 주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평범한 취사병 시절의 질 떨어지는 채소들에 비하면 엄청나게 싱싱한 것들뿐이고.
문제는.
[거완 혼마르의 전지살]
[앞발을 통해 큰 힘을 발휘하는 거완 혼마르의 앞다리살입니다.]
괴물의 고기들은 기본적으로 마력을 품고 있어서 요리해서 먹으면 [요리에 담긴 마력이 몸 안에 스며듭니다.] 같은 문구가 붙는다.
평범한 소고기, 돼지고기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반면 채소들은…….
“신선하긴 한데. 고기하고 비교하면 여엉.”
요리의 실력이 올라갈수록.
평범한 채소들에서 재료의 한계를 조금씩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채소를 안 먹일 수도 없는 일이니까.”
조만간 한번 인제군에 들러서 채소류를 보충해 와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차.
[재봉사 : 저기요, 군단장님?]
양반은 못 된다는 것일까.
길드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
인제군의 탄약대대는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그곳을 관리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부대원으로 만드는 등의 작업을 맡은 것이 바로 우리 부대의 재봉사, 이상아 대대장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훌륭하게 탄약대대 기지를 관리해 주었다.
본진이 안정적으로 버텨 준 덕분에 원정군인 우리가 던전 공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곳 춘천에 정착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만.
[제봉사 : ……좀 도와주셔야겠는데요?]
그 든든한 본진에서.
구원 요청이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