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밀림 (1)
“군단장님!”
이상아 조장의 구원 요청.
그걸 확인한 나는 곧바로 부대원들을 이끌고 탄약대대로 복귀했다.
춘천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한 활동을 그만둘 수는 없었기에.
데리고 온 부대원들이 많지는 않았다.
내가 미리 만들어놓은 전투식량의 양도 상당하니, 저쪽은 저쪽대로 돌아가고 있겠지.
도시 간의 이동이 쉽지는 않다만.
그나마 지하철을 확보한 우리는 강행군을 통해 며칠 내로 탄약대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꽤 많이 바뀌었네.’
탄약대대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본래 넓은 부지를 제외하면 낡은 군부대에 불과했던 탄약대대였으나.
누가 봐도 튼튼해 보이는 거대한 방벽 같은 것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나와 부대원들이 던전 공략을 위해 떠난 지도 몇 주가 지났으니.’
탄약대대에 남은 전투 계열 각성자는 많지 않았지만,
공병과 같은 생산 계열들은 꽤 많이 남았었다.
인간을 초월한 작업 능력을 가진 공병들.
그들이 쉬지 않고 일한 결과물이란 거다.
“무슨 일이야?”
나는 마중 나온 병사들을 보며 물었다.
저 웅장한 방벽도 그렇고.
겉보기에는 문제 따위는 없어 보이는데.
“그게…….”
“일단 직접 보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약간 의아했지만.
병사들의 인도를 따라 부대 안쪽으로 진입했다.
“군단장님? 죄송해요, 오신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느 정도 안쪽으로 진입하자.
이 부대의 관리를 맡은 [재봉사].
이상아 대대장의 모습을 보였다.
손에는 커다란 가위를 들고 있는 그녀.
본래 그녀의 주 무기는 한 손에 하나씩 쥘 수 있을 정도의 가위였으나.
저 가위는 엄청나게 컸다.
재봉사인 그녀가 쓸 만한 물건이라기보단.
나무의 가지치기 정도에나 쓸 법한 물건으로 보일 정도로.
그리고 실제로.
“……뭐 하는 거야?”
“보이시는 대로.”
싹둑.
“나무를 자르고 있어요.”
그녀가 그 커다란 가위로 자르고 있는 것은 나무.
정확히 말하면.
“밀림……?”
탄약대대 안쪽, 아니.
탄약대대 지부를 넘어, 뒤쪽의 산맥 전체를 뒤덮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나무들이었다.
* * *
탄약대대, ASP.
다양한 폭발물을 보관하는 부대의 특성상, 유폭의 우려가 있어 건물들 간의 간격이 넓다.
부대의 부지 자체가 일반적인 부대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넓다는 것.
‘후방에 있는 탄약창들은 서울대의 몇 배 정도라던가.’
전방에서 탄약을 보관하는 탄약대대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우 넓은 부지라는 점은 같았다.
그 넓은 영역을 모두 방어하기도 힘든 일.
우리 부대는 탄약대대의 일부 지역만 사용하고 있었다만.
“탄약대대 부지의 3분의 2가 침식되었다?”
“네……. 부끄럽지만.”
우리가 사용 중인 지역을 제외하고, 탄약대대의 부지 대부분이 저 밀림에 침식당해 버렸다는 거다.
“어쩌다 저렇게 된 거지?”
“어쩌다……라기보단. 어느 날 갑자기 저렇게 되어있었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시선을 옮겼다.
본래 탄약대대의 영역 끝에는 낮은 산들이 펼쳐져 있었다만.
‘어쩐지 부대 풍경이 많이 바뀐 거 같더라니.’
원래는 나무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던 산.
그 나무들도 하나같이 메말라서 안쪽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였으나.
지금은 정반대.
허접했던 산의 대부분이 거대한 나무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차라리 천천히 생긴 현상이라면 저희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을 텐데,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저렇게 되어 있었음다.”
“저희가 연락을 드린 것도 바로 그날이에요.”
다른 병사들도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저만한 밀림이 하루아침에 생겨나다니.
그야 말이 되나 싶지.
“저런 일이 가능한 괴물이 있다고 해도. 부대 근처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어요.”
공병들의 손이 닿고 시간이 꽤 지난 탄약대대 기지.
나름의 정찰 체계도 완성되어 있었다만, 저 현상은 그 체계를 뚫고 일어났다.
“……허공에서 갑자기 뿅하고 떨어진 게 아니고. 도대체가…….”
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말이 하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은 강대해질 것이라. 대비하는 것이 좋겠지.]
교황이 죽기 전에 적선하듯 남긴 말.
이미 지상에 있는 괴물들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로 이해했었는데.
‘애초에. 괴물들 자체가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났잖아.’
멸망의 날은 물론.
춘천의 던전이 닫힌 순간, 마치 원래 거기 있었다는 듯 나타난 몬스터들까지.
허공에서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났단 말이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몬스터들이 소환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멸망의 날에 나타난 괴물들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후에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괴물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을지도.
저 현상 역시 마찬가지.
애초에 저 산속에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일으킨 현상이라면.
정찰 체계가 뚫린 것도 이해가 간다.
“태워 버리는 것도 고려는 했는데, 아무래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했어요.”
“그야. 부대를 다 집어삼킨 밀림이니까.”
“잘못하면 우리 부대는 물론, 부대 주변에 자리 잡은 마을까지 피해가 갈 것 같더라구요.”
오랜 시간을 들여서 안정화된 부대와 마을이다.
밀림을 불태우는 과정에서 마을까지 피해를 입어 버리면 본말전도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싹둑.
“넓혀져 오는 걸 잘라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었어요.”
“…….”
[가위 숙련]을 가지고 있는 그녀.
지금은 가지치기용 대형 가위를 들고 서서히 접근해 오는 나무를 베어 내고 있었다.
‘가위로 병사들 이발해 줄 때도 그렇고. 이제는 나무를 자르는 용도로까지 쓰다니……. 묘하게 특성 활용을 잘하네.’
근처를 둘러보니.
다른 병사들도 나름대로 톱 같은 걸 들고 영역을 넓혀 오는 나무들을 잘라내고 있었다.
“공격해오진 않는 건가?”
“안쪽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은 것 같아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공격도 한다는 거냐.
살벌하네.
“일단 너희도 도와줘.”
“아. 예.”
데려온 부대원들에게 말하자.
녀석들의 표정이 묘하게 안 좋아졌다.
‘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지금 이거.
부대에 있을 적에 정말 끔찍하게 싫어했던 일하고 조금 비슷하단 말이지.
“제초 작업이라니…….”
“각성까지 했으니 진짜 제초 작업이면 쉽게 했을 텐데. 저건.”
뭐 어쩌겠냐.
뺑이 쳐야지.
* * *
“휴…… 힘드네요.”
각성자들도 각성자들이지만, 잘라야 하는 것도 평범한 풀도 아니었던지라.
제초작업은 상당히 체력을 소모했던 것 같다.
그녀의 얼굴에도 땀이 맺혀 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
“네?”
그림자 속에 손을 집어넣은 뒤.
원하는 재료 하나를 꺼내 들었다.
[사미란의 차가운 뿔]
도시의 각성자들이 가져온 다종다양한 괴물들.
그중 쓸 만해 보이는 건 모두 그림자 속에 넣어 뒀다.
‘이 녀석은 마법사도 아닌데도 얼음 같은 걸 쏘던 괴물이라고 했지.’
그 뿔은 얼음처럼 차가운 것은 물론, 주위로 묘한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콰직.
그걸 칼등으로 내려치자.
뿔의 끝부분이 얼음이 깨지는 것처럼 조각났다.
나는 식당의 컵에 물을 담아 조각난 뿔을 넣은 뒤.
그 위에 시럽을 살짝 추가했다.
그러자.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중급 요리사의 서늘한 한기가 담긴 사미란 드링크]
효과는 다양했다.
체온 조절, 냉기친화력 상승, 피로도 감소 등…….
“마셔.”
“아. 감사…….”
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원하고 달달하다는 것.
“후우!”
춘천에서도 몇 번 이렇게 해서 먹었는데, 영 나쁘지 않았다.
땀 흘리고 난 뒤에 체력 보충용으론 적당하겠지.
“간만에 군단장님 요리를 먹어 보네요.”
“요리라고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음료를 마시고 나니 조금은 기분이 상쾌해진 듯한 그녀.
저 밀림도 밀림이지만.
내가 없는 동안 궁금했던 일들을 먼저 묻기로 했다.
“그때 그 남자는 아직도 누워 있나?”
“아. 네. 몸 상태는 많이 나아졌다고 보고를 받았는데, 아직 정신은 못 차린 것 같아요.”
던전에서 탈출해 우리를 찾아왔던 남자.
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같았다.
묻고 싶은 게 많긴 한데, 그건 나중에 해야겠네.
“벙커나, 이 근처에 만들어진 마을도 꽤 커지고 있어요. 그쪽에서 길드에 가입을 문의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구요.”
“다행이네.”
그 외에도 근황을 물어봤다만.
여기도 나름 잘 돌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저 밀림이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지.
“크흠. 취사병 총각……이 아니라. 군단장님이라 불러야 하나?”
그렇게 이상아에게 부대의 근황을 듣고 있자니.
누군가 다가와서 내게 말을 걸었다.
익숙한 얼굴.
“철욱 아저씨.”
“하하. 이제 편하게 불러 주십쇼.”
내가 이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우리 부대의 채소류를 공급해 주는 인물.
농부 각성자였기 때문.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편하게 부르라는 것도 그렇고, 복장도 그렇고.
특히 내가 군단장이라는 것은 마을 사람들은 모르는 일.
“아. 방금 말씀드렸죠? 가입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철욱 아저씨도 그중 한 분이세요?”
“어. 정말?”
이건 좀 의외인데.
우리 부대에 합류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합류를 꺼리는 건, 우리 부대는 괴물과의 최전선에서 싸워야 한다는 것 때문.
사람들은 약간의 보호비를 내더라도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을 원했다.
농부인 그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한동안 지내다 보니까 생각이 조금 바뀌더군.”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철욱.
“군부대에 징용된다는 생각을 하니 꺼려진 게 컸는데, 지내다 보니 군인 양반들 얼굴빛이 나쁘지 않더구려. 어차피 합류해도 난 농사일이나 할 테니 위험할 것 같지도 않고.”
“이끄시던 그룹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쪽 사람들은…….”
“마을도 안정화가 됐으니까.”
굳이 리더인 그가 없어도 다들 문제없을 정도라는 것 같다.
우리를 꽤 경계했던 그가 합류했다는 건, 부대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뜻.
좋은 일이지.
그런데.
“실은…… 군단장님이 오셨으니 말씀드리는 건데.”
그가 말을 걸어온 것은 단순히 인사를 위한 게 아니었나 보다.
“저 밀림. 평범한 밀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니. 보이는 것 이상으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가 했는데.
“[하급 농부]로서의 감이 말하고 있단 말입니다!”
“대체 무슨.”
“저 안에, 농부의 혼을 불타오르게 할 만한 것들이 자라나고 있다고!”
……그건 좀.
“구미가 당기네.”
* * *
“후우.”
“조심해.”
부대원 한 명이 슬쩍 밀림 쪽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콰직……!
“으어어.”
주변을 천천히 침식해 오던 나무뿌리들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다리를 붙잡힐 뻔한 병사가 급하게 몸을 빼며 뒤로 넘어졌다.
식은땀을 흘리며 나무뿌리를 바라보는 녀석.
이상아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쪽에 사람을 보내 볼 생각도 해 봤지만 저런 느낌이네요.”
“흐음.”
침식해 오지 못하도록 끝부분부터 정리하는 것에는 반응이 없지만.
안쪽에 몸을 들이미는 순간 공격이 시작된다는 거다.
“나무를 베면서 파고 들어간다면 어느 정도는 전진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저 나무들은 몬스터의 본체도 아닌 것 같단 말이죠?.”
“그건 어떻게 알았지?”
“경험치를 획득했다는 문구가 안 나왔거든요.”
과연.
나무를 베면서 파고 들어가 봐야 부대원들의 체력만 소모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흠.”
나는 슬쩍 몸을 돌려 뒤로 물러난 뒤.
부대 안쪽에 원래부터 나 있던 가로수용 나무에 다가갔다.
빠직.
나무의 가지 하나를 뜯은 뒤.
“군단장님?”
“잠시만.”
그 나무가지를 밀림 안쪽에 던져 보았다.
최대한 스핀을 주어서.
그 결과.
“…….”
“뭘…… 하시려는 겁니까?”
반응은 없이 잠잠했다.
과연.
“움직이는 물체에 반응하는 건 아니고.”
다음으로는 그림자 속에 손을 집어넣은 뒤.
안쪽에서 고기 덩어리 하나를 꺼냈다.
휙!
아까운 식량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나뭇가지와 비슷하게 회전을 주어서 던지자.
꽈아아아악……!
고깃덩어리에 몰려드는 나무뿌리들.
대충 알겠다.
나뭇가지에는 반응이 없고, 고깃덩어리에는 반응한다라.
“살아 있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 식물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같네.”
“아……!”
그제야 내가 하는 행동의 의미를 파악한 듯한 부대원들.
저 밀림이 적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공격 조건을 알아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습니까?”
우리 부대원들 중에 식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하지만 달라지는 게 없지는 않다.
‘움직이는 걸 모두 공격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나름대로 방법이 있거든.’
[파란의 물방울 젤리]
[절대 미각의 두 번째 효과를 적용하시겠습니까?]
[일시적으로, 특성 - 환경 동화를 획득합니다.]
“아!”
입안에 젤리를 집어넣는 것을 본 이상아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설마 또 위험한 짓을 하시려고……!”
“정답이다.”
철욱의 말에 의하면.
저 안에 무언가 특별한 존재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마도 이 사태의 원인이 될 만한 존재.
밀림을 모두 태워 버리는 방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둬야 할 테니.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잖냐.
[환경 동화]
주변 환경에 맞추어 녹아드는 몸.
기본적으로 잘 보이지 않게 된다는 은신 스킬로써의 효과도 있지만.
이 특성의 이름은 [환경 동화].
내 몸이 주변 환경과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저벅.
밀림 안으로 군홧발을 집어넣었으나.
타인을 배척하는 나무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구, 군단장님!? 잠깐! 위험하다니까요!”
밀림에 동화된 몸.
나는 밀림의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바스락…….
나무들이 공격해 오지는 않는다고 하나.
밀림 안쪽을 이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습……. 맘 같아선 다 잘라 버리면서 이동하고 싶은데.’
지나치게 울창한 나무들.
인간을 위한 길 따위 있을 리가 없다 보니,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칼을 꺼내 마체테처럼 잘라내며 이동할까 생각도 들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선 넘는 거겠지.’
환경동화가 되었다고 하나.
그런 적대 행위까지 그냥 넘어갈 것 같진 않으니까.
“허억…….”
탄약대대의 넓은 부지를 지나, 산 쪽으로 향해야 한다.
그 와중에 길은 없고 죄다 나무로 막혀 있다 보니.
아무리 나라도 조금은 지친다.
중간에 잠시 근처 나무에 걸터앉은 나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절경이구만.”
사진으로나 보던 거대한 나무들.
그 나무들로 둘러싸인 밀림.
이 산에 있던 나무들은 모두 영 힘이 없어 보였다만.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지금이야 그냥 풍경에 감탄할 따름이다만.
‘이만한 밀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괴물이라.’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 걸까.
잠시간의 휴식을 끝낸 뒤.
어떻게든 나무 사이로 몸을 욱여넣어 가며 밀림의 중심부를 향했다.
그 대단한 녀석이 있다고 한다면, 분명 중심부 근처일 테니.
그렇게 얼마나 긴 거리를 이동했을까.
‘연기?’
저 멀리.
나무 사이로 무언가 흐릿한 연기 같은 것이 보였다.
아니.
연기가 아니군.
[전투력 측정기]
몬스터들이 품고 있는 마력.
그것이 시각화되어 피어오르는 기운.
그 기운을 본 순간.
멈칫.
나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야.
“……파란색이라.”
그 연기의 색이.
꽤 살벌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