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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계의 취사병-123화 (123/227)

123화 핵 아니냐 이거?

내 직업.

[요리사]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끝나는 직업이 아니었다.

각성 초기에는 이게 무슨 직업이냐 싶기도 했고.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을 먹는다는 게 꺼려져 평범한 재료들로만 요리했지.

‘멍청했지.’

이 직업.

애초에 괴물을 요리할 때 그 진가가 나타나는 직업이다.

인간이 제대로 섭취할 수 없는 괴물의 신체.

그것을 정제, 가공.

인간의 힘으로 삼을 수 있는 의식이 바로 요리.

요리사는 그 의식을 주관하는 주술사 같은 거다.

-입맛……? 무슨 소리.

그리고.

그 부분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다.

[이상식욕자].

피와 살이 남의 것으로 채워진 끝에.

뒤죽박죽이 돼 버린 인간.

딱 보기에는 괴물처럼 보인다.

오히려 지난번에 만나 처리했던 약탈자 그룹의 이상식욕자보다 훨씬 더.

“하나만 묻자.”

-뭐?

“너.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더 인간에 가까운 건 이쪽이다.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정신을 아슬아슬하게나마 유지하고 있으니까.

-그런 방법이 있을리가 없다. 말했을 텐데. 시스템이 그리 설명했노라고.

“있다고 쳤을 때.”

한동안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벌리고 있던 녀석은.

잠시 뒤.

-……돌아가고 싶다.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내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거면 됐어.”

중요한 것은.

이 녀석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가, 없는가.

그것뿐.

확인은 끝났다.

그렇다면.

“아리엘라.”

“……?”

권속의 이름을 부르자.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다.

“너. 자존심 상한다고 했지? 원래 컨디션이었으면 이 녀석쯤은 쉽게 이길 수 있었을 거라고.”

“……그런 말을 하긴 했죠.”

“그 꼴로 만든 건 나이기도 하니까. 뺏은 만큼 돌려주마.”

“네?”

안 그래도 이 녀석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동안 잡스러운 괴물의 피는 주기적으로 먹여 왔다만.

아무래도 그것만으로는 유의미한 성장이 없었으니.

“이 녀석의 피 정도면 어때.”

엄청난 숫자의 괴물을 집어삼킨 강대한 괴물.

그 피라면 꽤 쓸 만하지 않을까?

“으음. 조금 이거저거 섞여서 질이 좋지는 않은데…….”

“별로인가?”

“아뇨.”

싱긋.

그녀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질은 좀 떨어지지만…… 그런 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마력이에요.”

“다행이네.”

난 몸을 일으키며 그녀에게 명령했다.

“이 녀석의 피를 전부 뽑아라. 질이 안 좋은 건 걱정하지 말고. 내가 직접 요리해 줄 테니.”

“저야 고마운 일이지만요, 전부라 하심은?”

“딱 죽기 직전까지. 절대 죽이진 말고.”

“……죽이진 않으시겠다. 음. 뭘 하시려는지 조금 짐작이 가는데요.”

내가 하려는 짓을 눈치챈 걸까.

“제 팔을 요리해 드실 때부터 느꼈지만. 주인님.”

어이가 없다는 듯.

금발의 뱀파이어가 헛웃음을 지었다.

“제정신은 아니시네요?”

“괴물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니네.”

난 대충 어깨를 으쓱이며 바닥에 쓰러진 거인에게 다가갔다.

내 명령을 들은 아리엘라 역시 녀석의 목덜미 부근에 다가갔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조용히 있으렴.”

촤악.

아리엘라의 손톱이 녀석의 두꺼운 살을 파고들고, 혈관을 잘라 내었다.

쓰러진 녀석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스륵.

바닥에 고이던 피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꺾이는가 싶더니.

내 그림자 안쪽을 향했다.

“이쪽은 준비됐어요.”

그런 것 같네.

다음은 내 준비겠지.

스릉.

난 거인의 근처로 다가간 뒤.

박씨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두 자루의 칼을 꺼내 들었다.

-편하게 죽일 수는, 없다는 건가.

“응?”

작업에 들어가기 전.

숫돌을 꺼내 칼날을 갈고 있자니, 녀석이 말을 걸었다.

내가 든 칼에 시선이 고정된 녀석.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도 같았다.

-……역시. 내가 죽인 인간들 때문인가? 편하게 죽이기에는, 그 죄가 너무 크다는 건가.

“뭔 개소리야?”

-그래……. 나 역시 알고 있다. 편안한 죽음 따위, 나 같은 녀석에겐 과한 바람이었겠지.

아.

그제야 무슨 착각을 하는 건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야.

편하게 죽여 달란 말을 거절한 직후.

갑자기 칼을 갈기 시작했으니.

‘어딜 편하게 죽으려고? 그냥은 못 보내 준다.’

뭐 이런 의미로 오해했나 본데.

“그런 거 아니다.”

-뭐라?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말로 하자니 조금 복잡한데.

칼 손잡이로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있잖아. 네 피와 살이 괴물의 것이 되면서, 너도 괴물로 변한 거라고 했지?”

-……그렇다.

피와 살이 괴물의 것으로 채워진 결과.

괴물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 피와 살을 모조리 제거해 내면, 어떻게 될까?”

-……뭐?

크게 지친 듯 반쯤 눈을 감고 있던 녀석이었으나.

내 말을 듣자 상당히 놀란 듯.

크게 떠지는 눈.

그제야 녀석도 내가 하려는 짓을 깨달은 모양인지.

이성에 관련된 음식을 먹었음에도 흥분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미, 미친놈.

“뭐. 그런 반응이 정상이긴 해.”

슥.

칼날 손질이 잘 마무리된 것을 확인한 뒤.

[중급 요리 비결]

[영장류 인간종 - 이상식욕자 손질법의 깨달음]

녀석의 살점 위에 부드럽게 가져다 댄다.

“죽이진 않을 거야. 죽이진 않을 건데.”

그리고 경고했다.

“조금…… 아니. 많이 아프긴 할 거다.”

-너, 너는…… 광인이다!

서걱!

괴물의 살점이 베어져 나갔다.

* * *

-커허어……!

이제는 꽤 익숙해졌지만.

생명체를 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손질한다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처음 직접 요리를 손질할 때는 아무리 나라도 식은땀 꽤 흘려야 했지.

-끄…… 끄륵…….

보는 쪽에서도 조금 고통스러울 정도인데.

그 손질을 당하고 있는 쪽의 기분은 어떨까.

어두운 지하 공동에 고통스러운 신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뭐랄까. 기분 좀 묘하네.’

요리한다기보다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된 듯한 느낌.

마취를 안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상적인 의사는 아니겠지만.

삼국지의 화타는, 관우를 마취도 없이 수술했다던가.

딱 그런 꼴이다.

‘맘 같아선 진통제용으로 요리를 좀 먹여 둘까 싶기도 했는데.’

하필이면 이미 먹인 요리가 있어서 그것도 힘들다.

나를 제외한 이들은 요리의 효과가 제거되기 전까진 새 요리의 효과를 받지 못하거든.

하필이면 그 요리 덕에 이 녀석의 이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있어서.

요리 효과가 끝나길 기다렸다간 힘을 회복한 녀석이 다시 날뛰고 말 터.

결국, 마취는 없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 그 요리 효과도 [차분한 정신]이라.’

마음 편하게 기절도 하지 못한 채.

맨정신을 유지한 채로 고통을 생생히 느끼고 있겠지.

미안하긴 하다만.

“벌 받는다 생각해라.”

이 녀석은 수백의 인간을 살해한 괴물이다.

사람들을 죽인 것은 본의가 아니었다고 한들.

그 행위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난…….

그런 짓을 한 괴물 놈을.

쉽게 용서해 줄 생각은 없거든.

-끄륵…… 차, 차라리, 죽여다오 제발…….

-어, 어머니. 아버지…….

이 고통이.

그 대가가 되겠지.

* * *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여기는 끝났어요.”

“이쪽도 거의 마무리다.”

[이상식욕자의 혼재된 마력의 살점]

[여러 몬스터의 마력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이며 혼재된 살점입니다.]

[혼재된 마력의 질은 결코 높지 못하나, 절대적인 마력량이 상당한 만큼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우러집니다.]

괴물의 피와 살점.

그 모두를 잘라내고, 뽑아내는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지하 공동의 바닥에 남아 있는 것은.

-커. 커허.

고통에 신음하는 인간의 형체.

최대한 죽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박박 긁어냈다 보니.

그 모습은 그나마 인간에 가까워졌다.

원래 어떤 외모였을지는 물론.

성별도 구분하기 힘든 상태기는 하지만.

-고, 고통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죽여다오. 제발.

“안 죽인대도. 조금만 더 참아.”

-아, 아아……!

“뭐야. 아직도 피눈물이 나오네? 저것도 주워 담아.”

“네!”

죽지 않을 선에서, 피와 살을 모두 발라냈다.

하지만 아직 작업이 끝난 건 아니었다.

‘일단 형체는 인간의 것처럼 보이긴 한다만.’

저 뼈와 살도.

아직 괴물의 비중이 높을 테지.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피를 뽑고 살점을 게워 냈으니. 이제…….”

칼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며.

뒤에서 대기 중이던 뱀파이어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빈 곳을 다시 채워야지.”

뱀파이어 노동자들이 [그림자 장막] 속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 쌓여 있던 재료들을, 차곡차곡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치이이익…….

그림자 속에 넣고 다니던 간단한 요리 도구들.

그것들을 모두 꺼낸 뒤.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고기도 많고, 채소도 얼마 전에 보충해 온 참이고.”

재료는 차고 넘쳤다.

괴물의 것을 모두 비운 공간에, ‘인간’의 것을 채우기에 충분할 정도로.

[검은모래 유충의 고기 볶음]

[아라크론 계란말이]

[혼재된 마력의…….]

간단한 볶음, 구이는 물론.

튀김이나 찌개, 국, 찜까지.

군대에서 배운 요리들.

그중에서도 빠르고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모든 레시피를 동원했다.

이미 [차분한 정신]의 요리의 효과가 적용되고 있는 녀석이다.

‘다른 요리를 먹인다고 버프가 적용되진 않겠지.’

그렇기에.

요리가 어떤 버프 효과를 뽑아낼지 따위는 생각도 안 하기로 했다.

그냥 양만 채우면 그만.

중요한 건 단 하나.

‘잘못된 방식으로 먹은 걸 뱉어낸 뒤, 올바른 방식으로 다시 먹인다!’

괴물의 것으로 이루어진 피와 살을 모조리 베어 낸 뒤.

그 자리에 내 요리를 채워 넣는다면.

‘그 피와 살은. 내 요리로 채워질 터.’

참고로.

나는 그렇게 피와 살이 내 요리로 채워진 이들을 알고 있다.

괴물하고는 영 거리가 먼 이들.

“내 부대원들이지.”

이 녀석 역시 마찬가지.

내 예상이 맞다면.

“먹어라.”

-그윽……?

이 요리를 모두 먹는 순간.

이 녀석은.

‘인간으로 돌아온다.’

쌓인 요리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10분의 1도 먹기 힘들 정도의 양.

하지만.

이 녀석은 [이상식욕자].

-아아, 배고파…….

수 없이 많은 괴물들도 집어삼켰다던 녀석이다.

그 위장에 한계 따윈 없었다.

나는 벌려진 입 안에 완성된 요리를 집어 넣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말 그대로 ‘쏟아 부었다.’

그렇게 요리를 쑤셔 넣고 있자니.

녀석이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중얼거렸다.

-마, 맛있어.

피식.

“누가 만든 요린데. 당연하지.”

평범한 인간 수준으로 작아졌으나.

그럼에도 끊임없이 들어가는 요리.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만든 요리를 절반 조금 넘게 집어넣었을 때쯤.

……솔직히.

조금 쫄리기 시작했다.

“……왜 반응이 없냐? 이거.”

녀석의 얘기를 듣고 나서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이게 가능할 거라는 어떤 확신 같은 게 있던 건 아니다.

-쿨럭,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는 알겠다.

불안함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하지만. 말했잖느냐.

요리를 집어삼키던 녀석이 말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 것 같았다.

녀석이 마지막에 보았다던 상태창의 문구.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기 직전입니다.]

[더 이상의 무분별한 섭취가 반복될 경우,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확실히.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

-이미 길을 벗어났으니…… 돌아갈 수는 없다고.

“…….”

-내가 겪은 고통은, 죗값에 비하면 싸다. 이해한다. 그러니까 이제, 제발.

죽여 달라니.

맘 같아선 그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조금 마음이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인간을 잡아먹은 죄도 있지만, 구원 요청을 보낸 공도 있잖아.’

죄는 고통으로 치렀다고 치고.

그 공은 어쩌라고?

이대로 죽으면.

녀석은 죗값만 비싸게 치르고 공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하는 셈.

그건 좀.

뭐라 해야 하나.

“짜증나잖아.”

시스템이 안 된다고 했다고?

어쩌란 거야.

그딴 건 내 알 바 아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갓 이병 시절부터 죽도록 들었던 말.

자고로 살다 보면 이딴 게 가능해? 싶은 일이 많지만.

의외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도. 해 보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일 역시 마찬가지.

“안 되는 게 어딨어.”

될 때까지 쑤셔 박는다.

놈의 몸을 이루는 성분이, 괴물의 것에서 인간의 것으로 바뀔 때까지.

계속 쑤셔 박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그런 생각으로 요리를 집어넣으려던 순간.

-띠링.

‘……?’

귓가에 울리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주의!]

[인간을 벗어난 존재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뭐야.

이젠 내 시스템 창까지 그딴 건 불가능하다고 말해 주는 건가.

“친절한 메시지. 고맙긴 한데.”

괜히 시선만 가리잖아.

“쓸데없는 친절이야.”

바로 손을 휘둘러 그 메시지를 치워 버리자.

그 아래.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럼에도, 도전하시겠습니까?]

…….

“뭐?”

* * *

[그럼에도, 도전하시겠습니까?]

뭐야.

불과 몇 초 전에 불가능하다고 말한 건 바로 이 시스템이다.

그런데 굳이 도전하겠냐는 물음을 던진다고?

슬쩍 시체 같은 몰골의 이상식욕자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원래 여기 온건 그저 내 의문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한 게 전부였다.

그 확신은 이미 얻었고.

녀석의 피를 모두 뽑아내기도 했다.

아리엘라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겠지.

사실…….

‘이대로 떠나 버려도, 나는 전혀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단 말이지.’

굳이 불가능 따위에 도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럴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발목을 잡는 것은 단 하나.

“에휴. 이놈의 자존심.”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내 요리다.

남들이 안 된다 안 된다 하면 할수록.

‘아닌데? 내 요리라면 가능한데?’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게 나란 새끼거든.

“아직 요리 남았다. 입 벌려.”

-……!

상태창이 뭐라고 말하든 간에, 나는 내 할 일을 계속할 뿐.

강제로 벌려진 녀석의 입에 다음 요리를 집어 던졌다.

그러자.

[사용자가 불가능에 도전합니다.]

[조건 확인 중…….]

“?”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조건이 확인되었습니다.]

[신력 : 1]

메시지 창에 나와 있는 것은.

어느 날 스탯 창에 자리를 잡았으나.

도무지 그 용도를 알 수 없었던 능력치.

신력.

[‘1’의 신력만큼, 불가능을 가능케 합니다.]

[주의!]

[당신의 도전이 실패할 경우, 신력 스탯은 영구적으로 제거되며, 다시는 복구할 수 없게 됩니다.]

“이게 무슨.”

그 순간.

몸 안에서, 무언가.

낯선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정체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신력?’

이 녀석이 갑자기 왜 활성화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신력이라는 스탯이, 어떤 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잘은 모르겠다만……!”

내가 할 일은 하나였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

-크, 크륵……!

팔이 뻐근해질 정도로 요리를 쑤셔 넣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시간이 지나.

녀석에게 적용되었던 ‘차분한 정신’의 효과마저 끊기고 말았다.

그럼에도.

나는 요리들을 계속해서 욱여넣었다.

될 때까지 해본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르륵.

그렇게.

영겁과도 같던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띠링.

[대상의 종족, 직업이 변화합니다.]

더 이상 남은 요리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내 눈앞을 가득 메우는 메시지.

[이현진]

[영장류 인간종 - 이상식욕자]

[변환 중…….]

바닥에 쓰러져있던 인간의 형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뼈와 혈관만이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던 그 몸에…….

살점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변환이 완료되었습니다.]

[각성자 : 이현진]

[영장류 - 인간종]

[직업 : 이상식욕자 Lv.1]

괴물의 것이 아닌.

인간의 살점이.

[직업퀘스트 - 대적자 척살을 완료하였습니다.]

[퀘스트 목표를 초과 달성하였습니다.]

[퀘스트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 기적의 요리사]

[요리를 통해, 인간의 길을 벗어난 대적자를 제 자리로 돌려놓았습니다!]

[전 차원을 통틀어도 보기 힘든 기적.]

[요리사로서 이룰 수 있는 최대의 업적 중 하나입니다!]

[업적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신화에 기록될 만한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신력 스탯이 ‘1’ 상승합니다.]

[신력 : 2]

‘신력.’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스탯이었다만.

아무래도 그 효과는 꽤 군기가 바짝 든…….

기합찬 종류의 것이었나보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힘.’

불가능한 일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

“허, 허허…….”

게임처럼 변해 버린 세상.

그런 세상에 대입해 보았을 때.

이런 힘을 뭐라고 부르는지.

대충은 알고 있다.

치트.

혹은.

“……핵 아니냐,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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