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130화 (130/227)

130화 요새 (3)

“맙소사.”

“크기 좀 봐. 끝이 안 보이는데?”

“거의 여의도만 한 거 아니냐, 이거?”

강 위에 소환된 요새.

그 엄청난 크기에 부대원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 그런데…….”

그렇게 요새의 소환에 성공한 것은 좋았으나.

사소한 문제가 하나.

“우리는 어떻게 들어갑니까? 저기?”

“…….”

요새는 강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우리도 딱히 접근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

‘배라도 있으면 타겠는데.’

도시가 던전으로 뒤덮였을 당시에 모두 부서진 것일까.

강가에는 그 흔한 작은 배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법사들에게 강물을 얼리라고 하기도 뭐하니.

떠오르는 답은 하나.

“수영해야지 뭐.”

“아.”

각성자들의 체력이면 못 할 것도 없지 않겠냐.

곧바로 물속으로 뛰어들기 위해 군복을 벗으려던 찰나.

“자, 잠시만요.”

“?”

누군가가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공병들의 대장 역할을 맡고 있는 병사.

이공우 상병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공병이라면.

“너희…… 설마 배도 만들 수 있나?”

원래는 기껏해야 DIY가 취미인 수준이었던 시설병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공병으로 각성한 뒤에는 대충 재료만 던져 주면 온갖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예? 아아. 배 정도야 만들라고 하시면 못 만들 것도 없긴 합니다만.”

“응?”

“더 좋은 방법이 있거든요.”

씨익.

이공우 상병의 얼굴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서렸다.

“다리를 만듭시다.”

“……다리?”

처음 들었을 땐 뭔 소리인가 싶었다.

배를 만드는 게 다리를 만드는 것보단 쉽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는데.

“다리 만드는 거. 원래 공병의 주 업무 중 하나거든요.”

나는 취사병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병사들의 특기에 대해서는 주워들은 지식이 전부.

공병들의 업무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얼마 없었다만.

이공우 상병의 말에 따르면.

원래 임시 가교를 설치하는 것이 공병의 주 업무 중 하나라는 듯.

“뭐. 우리 부대야 공병대대도 아니다 보니 실제로 설치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괜찮은 거냐?”

“사실 원래는 온갖 중장비를 동원해서야 수십 미터 정도 다리를 만드는 게 한계일 겁니다. 하지만.”

녀석이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희가 그냥 공병은 아니잖습니까?”

하긴.

평범한 취사병이었던 나도 지금은 식칼로 철판도 썰어 댄다.

내가 이 정도인데, 공병들이라고 평범할까.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음?”

“다른 병사들 좀 지원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아무래도 가교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약간 노가다가 필요할 것 같거든요.”

“그거야 뭐. 어렵지 않지.”

* * *

라고 생각했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약간 노가다는 무슨……!”

속아도 제대로 속아 버렸다.

저 요새까지의 거리는 적어도 백 미터 이상.

그만한 거리를 연결하는 임시 가교를 만드는 일이다.

‘그게 쉬울 리가 있나!’

슬쩍 주변을 돌아보자.

“허억, 허억…….”

“끄르륵.”

살아있는 중장비나 다름없는 고레벨 병사들.

그들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온다.

‘후욱. 후욱.’

나 역시 마찬가지.

그나마 깡 스탯은 말도 안 되게 높다 보니 버틸 만한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정도의 노동 강도였다.

그도 그럴 게.

“자자! 일꾼 여러분. 조금만 더 힘냅시다!”

“다음은. 보자. 저기 저 건물 정도면 딱 좋겠네.”

가교 설치.

그걸 위해서는 다른 준비도 준비지만.

무엇보다 재료가 중요했다.

나름대로 부대에서 챙겨 온 자재들이 많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가교를 만드는 건 불가능.

거기서 공병들이 생각한 방법은 꽤 간단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꽤 무식했다.

-건물 몇 개만 뜯으면 되겠는데요?

말 그대로.

건물을 철거해서 자재를 얻는다는 것.

-무슨 게임도 아니고. 말이 되냐?

타이쿤 같은 종류의 게임을 하다 보면, 버튼 클릭 몇 번에 건물이 해체되고 재료로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이라서 가능한 일.

현실에서 그딴 일이 가능할 리가 있나.

건물 하나를 해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중노동이었다.

더 놀라운 게 있다면.

“……이게 말이 되네?”

쿵!

부대원 한 명이 대검을 휘두르자, 주변에 있던 한 건물의 벽이 통째로 베어져 나간다.

그렇게 떨어져 나온 거대한 파편들을 부대원들이 들고 옮겼다.

건물을 철거해 재료를 수급한다.

게임에서나 가능할 법한 방식인 건 사실이다만.

‘병사들의 능력도 게임에서나 볼 만한 수준이 돼 버렸으니.’

이딴 개막장스러운 방법이 잘 통하고 있다는 거다.

어이가 없네.

“끄윽. 가져왔다.”

“감사~”

그렇게 건물을 말 그대로 뜯어서 공병들에게 전달.

공병들은 그 거대한 파편들을 두들기며 자신들이 원하는 모양으로 뜯어고쳤다.

‘……대단하긴 하네.’

그러고 보니.

공병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도 꽤 오랜만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본 게 전투 차량을 개조하는 작업이었으니까.

그 후로도 시간이 꽤 지난바.

공병들의 레벨과 수준도 그때와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라와 있었다.

건물에서 뜯겨나온 파편들은 농담으로라도 제대로 된 형태라고 말하기 힘들었으나.

공병 몇 명이 거기에 달라붙자.

“3번 파츠, 완성이다!”

“옙. 옮겨 두겠슴다.”

자연스럽게, 가교를 만들기 위한 조립형 부품으로 가공되었다.

건물을 해체해서 재료를 얻자는 말에는 꽤 당황했었다만.

이 방법, 꽤 잘 먹히는데?

“크윽, 제기랄.”

물론.

문제가 하나 있었다.

“끄윽, 힘들어 죽겠네.”

“아니. 우리는 전투직 아니야?”

“왜 공병들 일을 우리가 하고 있냐.”

노가다에 참여한 병사들의 불만.

‘불만을 가질 만도 하지.’

나름 요리를 통해 전우애를 키워 놓긴 했다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업무 영역이 다르니까.’

평범한 군부대 시절에도 비슷했다.

서로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

모든 군인들이 가장 신경 쓰는 기본적인 예의였으니까.

남의 일을 하게 된 병사들이 불만을 내뱉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노가다 인력을 쉬게 둘 수는 없지.

“밥 먹고 하자~”

해결법은 간단하다.

자고로 대부분의 불만은…….

[중급 요리사의 넘치는 열의의 혼마르 사골탕]

배고프고 짜증 나서 생기는 일 아니겠냐.

“크흐흐. 남은 건 저 정도인가? 한 시간이면 떡을 치겠군.”

“한 시간? 졸면서 해도 그것보단 빨리 끝나겠다!”

“끼요오오오옷!!!”

배를 채워 주면 그걸로 끝.

방금 전까지의 불만은 온데간데없다.

열의에 가득 찬 병사들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속도로 작업을 시작했다.

사람은 배부르고 등 따시면 어지간한 일에는 짜증도 안 나는 법이다.

내 경우에는 소스의 역할이 좀 크긴 했지만 뭐.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

아무튼.

그렇게 병사들이 열정을 불태우며 일해 준 결과.

“완성입니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요새까지 이어지는 다리가 완성되었다.

경악할 만한 속도.

아무리 각성자라도 이런 짓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다.

“뭐…… 어디까지나 임시입니다. 시간도 없었고.”

다리의 설치를 끝마친 이공우 상병이 말했다.

“최대한 급조해서 만든 거라, 무거운 물건은 못 올라갑니다. 무거운 전투차량 같은 거라도 올라가는 순간…… 아시죠? 폭삭.”

“일단은 병사들만 올라갈 수 있는 건가.”

“예. 일단 이 다리를 뼈대로 삼아서 점차 보강해 나가야죠.”

어찌 됐든.

물 위에 떠 있는 요새에 연결된 작은 다리.

나와 부대원들은 그 다리에 올라타 요새를 향해 걸어갔다.

“오오, 흔들린다.”

“격하게 움직이지 마! 무너질라.”

급조된 만큼 불안할 정도로 크게 흔들리는 가교를 위태롭게 통과.

요새의 벽에 접근하자.

띠링.

[비마나가 개방됩니다.]

갑자기 눈앞에 떠오르는 문구.

그리고.

쿠우웅…….

커다란 진동과 함께, 요새의 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들 정지!”

이 강에 떠 있던 다른 섬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크기의 방대한 요새.

그 요새의 성벽이, 먼지를 흩날리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쿠웅!

문이 완전히 열린 순간.

띠링!

[기동요새 - 비마나의 개방이 완료되었습니다.]

[사용자의 소환 권한이 인식되었습니다.]

[비마나가 주인을 인식합니다.]

[축하합니다!]

[이 요새는 이제 당신의 것입니다.]

[새로운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 비마나의 성주]

[효과 : 요새 관리 메뉴의 접속 권한.]

새로운 칭호가 주어졌다.

칭호를 대충 확인한 나는 성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문 안쪽에 펼쳐진 요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건.

요새라기보단, 글쎄.

“요새 도시로군요.”

거대한 성벽에 둘러싸인, 넓은 도시의 모습이었다.

* * *

“무슨 건물들이 다 이렇게 새까맣냐.”

“강철 같은 건가?”

성문을 넘어 요새 안쪽으로 진입한 뒤.

부대원들은 일단 요새의 내용물들을 살피기로 했다.

[그림자 장막] 속에서 한번 경험해 본 요새이기는 하지만.

그때는 워낙 바쁘다 보니.

이 요새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시간도 없었지.

안쪽에는 요새 도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다.

나는 그 건물 중 한 곳에 다가가 벽면에 손을 대 보았다.

‘차갑다.’

검회색의 건물에는 약간의 윤기가 돌고 있었다.

병사들의 말대로 강철 같은 느낌.

[식재료 감별]로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 강철은 아니었다만.

‘길드의 요새로는 어울린다.’

우리 길드의 이름은 강철 군단.

강철을 연상시키는 이 감촉은 꽤 기분 좋은 우연이었다.

“여기 이 건물은 생활관 같습니다!”

“창고도 있어. 엄청 넓은데?”

작은 섬만 한 크기의 요새.

안쪽에 세워진 건물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런 곳이 정말 우리의 거점이 된다니.”

인간종 최초로 [점령전]을 진행한 결과 얻은 특전.

괜히 최초 보상이 아니란 거다.

나 역시, 처음 봤을 때는 그 위압감에 짓눌렸을 정도.

하지만.

조금 의아한 것은.

‘장막 속에서 봤을 때보다 규모가 작은 것 같은데?’

[그림자 장막] 안에서 보았을 때는.

건물들 역시 훨씬 더 높았으며.

요새의 크기도, 지금보다 배는 거대했던 것 같다.

‘기분 탓인가?’

내가 의아해하거나 말거나.

병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민재 형.”

“응?”

“애들 관리 좀 해 줘. 난 잠깐 가 볼 곳이 있어서.”

“가 보다니?”

넓은 거점이 생긴 것은 좋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하나.

‘태준이 녀석이 경고한 몬스터 웨이브. 그걸 막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

그냥 벽만 있는 게 전부라면 방어시설로써의 의미가 없으니까.

안 그래도 의아한 부분이 하나 생기기도 한 참.

그걸 확인하기 위해선 우선 내가 받은 칭호.

[비마나의 성주]의 효과를 발휘할 필요가 있겠지.

‘요새 관리 메뉴의 접속.’

추측이긴 하다만.

이 효과를 누리려면 아마.

“내성으로 가보려고.”

“음.”

성주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 봐야 하지 않겠어.

* * *

작은 해자에 둘러싸인 건물.

작은 다리를 건너 열린 성문 안쪽으로 몸을 옮겼다.

“……웅장하구만.”

정말 중세 귀족들이나 살법하게 생긴 내성.

안쪽에는 다양한 시설과 방들이 즐비해 있었다.

다른 곳도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 내가 살펴봐야 할 곳은 따로 있지.

내성은 요새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었다.

내가 향한 것은 그 내성에서도 중심부.

그곳에.

아주 넓은 방이 하나 있었다.

[지휘 통제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가 이 요새의 중심.

……아니.

다 좋은데.

“왜 하필 지휘 통제실이야.”

지통실.

하필이면 특전으로 받은 요새에서도 지겨운 군대의 향취가 묻어나다니.

[성주의 권한이 확인되었습니다.]

[요새 관리 모드에 진입이 가능해집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거다.

관리 모드.

이 요새가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

여기서 확인해야 한다.

[요새 관리 모드에 진입합니다.]

그러자.

눈앞에 떠오르는 커다란 시스템 메시지.

[기동요새 - 비마나 (Lv. 1)]

[성주 - 신영준]

[외부 면적 = 1,000,000㎡]

[내부 면적 = 3,000,000㎡]

[현재 수용 가능 인원 = 1000]

[내구도 = 99873/100000]]

[……]

[……]

“상태창 같은 건가.”

각성자들이 자신의 상태창을 볼 때와 비슷하다.

요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모양.

그런데.

신경 쓰이는 게 몇 가지 있었다.

일단은.

“……왜 내부 면적이 외부 면적보다 넓어?”

그것도 3배나.

상태창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리는 없으니.

이 요새.

바깥에서 보이는 것보다 안쪽이 3배는 더 넓다는 거다.

‘물리법칙 어디 갔냐.’

뭐, 내 입장에서는 요새의 면적이 넓다는 건 나쁠 게 없는 얘기.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데.

다음으로 신경 쓰이는 것은 이것.

요새의 이름 뒤에 붙어 있는 숫자 하나

[Lv. 1]

“……과연. 어쩐지 장막 안에서 본 것보다 작은 것 같더라니.”

묘하게 각성자의 상태창하고 비슷하다 싶더니.

진짜 각성자들처럼 레벨까지 붙어 있었다.

“장막 안에서 본 요새는. 이보다 레벨이 높은 상태였지.“

하도 정신이 없던 상태에서 봤기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분명 Lv. Max라는 글자를 많이 본 것 같다.

[그림자 장막]은 심상 속의 세계니까.

현실과 심상.

그 사이에 있던 공간.

이 비마나 역시.

잠재력이 최대한 해방된 상태로 구현되었단 거겠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나쁠 건 없었다.

‘레벨을 올리면. 장막 속에서 본 것과 같은 모습이 된다는 거니까.’

문제는.

이 레벨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는 건데.

그렇게 요새의 상태창을 읽다 보니.

아래쪽에 버튼 하나가 보였다.

[관리자 시점으로 전환]

관리자 시점이란 게 뭔지 궁금하기도 하고.

별생각 없이 그쪽으로 손을 가져다 대자.

‘……!?’

분명 방금 전까지 지휘 통제실에 있었는데.

내 시점이, 어딘가 높은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슬쩍 아래쪽을 내려다보자.

검회색 빛 건물들로 가득 찬 요새가 보였다.

“관리자 시점이란 게.”

공중에서 이 요새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뜻이었어?

갑자기 시야가 바뀐 것은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렇게 내려다보는 풍경.

무언가 익숙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략 모바일 게임.’

왜, 그런 거 있잖냐.

영지를 키우는 류의 모바일 게임.

나도 대학 다니면서 취미로 몇 번 해 보았다.

과금 유도가 심해진 순간 바로 접었지만.

딱 그런 류의 게임들에서 영지를 내려다보는 시점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요새 곳곳을 흥분해서 돌아다니는 병사들의 모습도 보인다.

“응?”

그런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알게 된 사실이 하나.

“빈 공간이 왜 이렇게 많아.”

이미 세워진 상태의 건물들도 많지만.

막상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어떤 건물도 세워지지 않은 공터들이 너무 많았다.

[그림자 장막] 안에서 보았을 때만 해도.

저런 공터들은 없었을 텐데?

[건물터]

[원하시는 건물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 시선을 집중한 순간 나타난 문구.

[원하시는 건물을 선택해 주세요.]

[훈련소]

[대장간]

[연구소]

[병영]

[감옥]

“…….”

아무래도 이 요새.

완제품이 아니었나 보다.

“직접 건물을 지어야 한다니.”

이렇게 된다면 나가린데.

몬스터 웨이브가 언제 우리를 습격해 올지 모르는 상황.

건물을 지을 여유 같은 게 있었으면 요새를 강 위에 소환하는 도박수를 두지도 않았다.

심지어.

[주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전용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공병들이 건물을 짓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쯧.”

그래도 지을 수 있는 건물들의 목록을 보니.

나름대로 그럴싸한 이름들이 몇몇 있긴 했다.

대장간 같은 건 지어주면 공병들이 좋아할 것 같고.

감옥……은 쓸 일이 없길 바라야겠지만, 또 모르는 일.

그런데.

그렇게 리스트를 내리던 와중.

한 건물의 이름이 내 눈에 띄었다.

[식당]

“……맞아. 이게 있었지.”

그 이름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손.

[식당을 건설하시겠습니까?]

[Y/N]

정신 차리고 보니.

내 손은 YES 버튼을 향한 상태였다.

‘아차!’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낼 수 있는 시설.

[식당]의 위력이 검증된 상태라고는 하나.

저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일지는 모른다.

‘심지어 포인트까지 소모된다고 했는데……!’

제기랄.

하지만 어쩔 수 없잖냐.

내 직업이 요리사인데, 식당 건설을 어떻게 참아.

“취, 취소 버튼이…….”

[식당의 건설이 시작됩니다.]

[소모 점령전 포인트 : 1000]

“…….”

급하게 취소할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그딴 건 없었다.

건설이 시작된다는 문구와 함께, 소모되는 포인트.

……그런데.

“어?”

건설에 소모된다는 포인트.

그 이름이 조금 익숙한 것이었다.

[점령전 포인트]

“이거. 여기서 쓰는 거였어?”

점령전 포인트.

괴물을 쓰러트려서 얻는 일반적인 포인트와는 조금 다르다.

그 이름 그대로.

일정 영역을 점령하고, 그 점령을 유지함으로써 벌 수 있는 포인트.

점령지가 넓고, 오랜 시간 점령이 유지될수록 더 많은 포인트가 지급된다던가.

그리고.

건물 건설에 필요한 게 점령전 포인트라는 것은 즉.

“……큭큭.”

우리 길드의 점령지는 [산맥]과 [소도시 (3)]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에 늘어난 [대도시 (2)]까지.

특히 [산맥]의 경우.

점령에 성공한 지 꽤 긴 시간이 흘렀거든.

그동안 점령전 포인트는 꾸준히 쌓이고 있었다.

도무지 어디에 쓰는 포인트인지 알 방법이 없다 보니.

그저 쌓이는 걸 지켜보기만 했었다만.

“내가 모바일 게임 할 때는 과금 유도 때문에 접었지.”

돈 없는 대학생 시절이다.

건물 하나 지을 돈이 없어서 게임을 접어야만 했지.

하지만.

여기선 아니다.

‘건물 하나를 짓는 데 들어간 게 1000포인트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꽤 많은 양처럼 보이겠지만.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참기가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게.

점령전 포인트?

그거.

[소유 점령전 포인트 : 21873]

“차고 넘치거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