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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계의 취사병-135화 (135/227)

135화 점령전 (3)

투석기를 통해 요새 안으로 ‘투석’된 괴물들.

그 전부가 성벽을 통과한 것은 아니었다.

푸직!

-키에엑…….

일부는 성벽에 부딪혀 그대로 튕겨 나가기도 했으며.

“요격해라!”

사수와 마법사들의 견제 사격.

그로 인해 절반 이상이 요격당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포화를 뚫고 요새 안쪽으로 들어온 괴물들.

-크, 크륵…….

-케흑. 쿨럭.

그놈들 역시, 반쯤 죽어가는 꼴이었으니.

“미친 괴물들 같으니.”

“저 멀리서 투석기로 날아왔는데. 아무리 괴물이라도 몸이 성하고 배겨?”

투석기.

애초에 생명체를 던지기 위해 고안된 병기가 아니다.

낙하 당시의 충격만으로도 대부분의 괴물들이 몸 어디 하나는 부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강력한 몬스터들이라 간신히 즉사는 면한 꼴.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해서라도 요새 안쪽을 두들겨야겠다 이거군.”

요새의 성벽은 단단하고, 높다.

기껏 뚫은 성문은 용아병들이 틀어막고 있다.

성벽을 기어오르기에는, 사수와 마법사들의 화력이 너무 강력했다.

이 방법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

안쪽에서부터 흔드는 거지.

‘용아병들이 성문을 틀어막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첫째로

용아병들은 지치지 않는다

둘째.

그리고 성문이 좁아서 용아병들과 괴물들이 사실상 1:1의 싸움을 해야 한다.

지치지 않는 용아병들은 사실상 무한하게 싸울 수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요새 안쪽에 진입한 괴물들이, 용아병들의 뒤를 친다면?

‘아무리 강하고 지치지 않는다고 해도. 2:1이 되는 순간 파괴당할 수도 있다.’

그렇게 용아병들이 한두 마리씩 파괴되는 순간.

성문에 빈틈이 생기고, 용아병에 막혀 있던 수천 마리의 본대가 안쪽으로 들어올 것이다.

거기까지 가면 우리가 패배한 거나 다름없겠지.

다만.

“그 꼴로 되겠냐?”

헛웃음이 나온다.

온전한 상태여도 될까 말까인데, 부상당한 상태로 안쪽을 뚫겠다니.

‘우릴 얕봐도 너무 얕보시는데.’

군단의 병사들.

거기에 협력을 약속해 온 도시의 각성자들까지.

그 모든 전력은 요새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을 위해.

* * *

“큭……!”

투석기를 타고 요새 안쪽으로 들어온 ‘녹색 갈기 전사’ 들.

비록 부상을 입었다고 하나, 본래 한 마리 한 마리가 상당히 강력한 괴물들이었다.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편인 도시의 각성자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요새에 있는 건 그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큭큭…… 크하하하하!”

요새 안에서 울려 퍼지는 광소.

각성자들의 시선이 그 소리의 진원지를 향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의 거구를 자랑하는 병사.

그리고.

-콰직!

그 손에 하나씩 들려 있는 괴물의 머리통이었다.

각성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던 강력한 괴물.

그 괴물의 머리통이, 거구의 병사의 손안에서 으깨져 버렸다.

“재밌구나!”

괴물 한 마리의 머리통을 박살 내 버린 전광일 상병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이 또 다른 괴물의 머리통을 쥐는가 싶더니.

콰지지지지직!

-크, 크르르륵……!

그대로 건물의 벽에 처박은 뒤.

거칠게 갈아 버렸다.

괴물은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춰 버렸다.

“참으로 재밌어! 나를 더 즐겁게 해 봐라!”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 거구의 병사.

그 주변에는 이미 시체가 된 괴물들이 즐비해 있었다.

-크륵…….

제 몸이 망가지는 것조차 개의치 않으며 요새 안으로 몸을 던진 ‘녹색 갈기 전사’들이었으나.

그들조차 전광일 상병이 내뿜는 기세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각성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아연해졌다.

“……저게 인간이라고?”

각성자들이 서너 명씩 모여서 괴물 한 마리를 겨우 상대한다면.

전광일 상병은 단신으로 괴물 서너 마리를 압도해 버렸다.

다른 군인들 역시 나름대로 괴물들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었으나.

그들과 비교해도 급이 다른 강함.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데?”

말마따나.

괴물보다도 괴물 같은 존재감이었다

* * *

[녹색 갈기 부족]이 동원한 투석기.

그걸 타고 날아든 것은 [녹색 갈기 전사]뿐만이 아니었다.

“이쪽은 처리했습니다!”

“아니, 잠깐만.”

한 무리의 괴물들을 처치한 병사들.

그중 선임병의 시선이 뒤를 향했다.

“저기. 몇 마리 더 있다.”

선임병의 시선이 향한 곳.

거기 서 있는 것은 분명 녹색 갈기 부족의 괴물이었으나.

다른 전사들과 달리 기괴할 정도로 마르고 길쭉한 몸을 지니고 있었다.

“뭐야?”

“한 대 치면 부러질 것처럼 생겼는뎁쇼.”

“야, 조심……!”

가볍게 여긴 병사들이 무기를 뽑고 달려들자.

메마른 몸의 괴물들이 바닥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콰지직……!

“큭!”

그들의 손이 닿은 땅이 뒤집어지며 병사들을 덮쳤다.

오르크 족의 주술사들이 장기로 삼는 대지의 주술.

덤벼들던 병사들이 주술에 밀려나자.

그 사이를 [녹색 갈기 전사]들이 메꿨다.

주술사들은 전사들의 엄호를 받으며 부대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앞쪽에는 전사들에, 뒤쪽에는 마법사라.”

지금까지 상대했던 괴물들과는 조금 다르다.

요새의 성문을 공략할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이놈들은 전술을 능숙하게 다뤘다.

“저거 큰일인데요.”

“그러게. 우리 병사들은 그나마 괜찮겠지만.”

군단의 병사들이야 워낙 산전수전 다 겪었다 보니.

전술을 사용하는 적이라고 한들 크게 힘겹지는 않았다.

“제, 제길!”

“무슨 괴물들이 진형을 짜!”

문제는 평범한 각성자들.

짐승이나 다름없던 괴물들만 상대해 왔던 그들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콰릉…….

‘콰릉?’

어디선가 울리는 번개 소리.

사람들의 시선이 그 진원지를 향했다.

요새의 상공.

맑은 하늘 한가운데에, 작은 먹구름이 하나 보였다.

“……어?”

훤한 대낮에 갑자기 생겨난 먹구름.

그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기도 전에.

콰아아아아앙!!!

먹구름에서 거대한 번개가 내려쳤다.

전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주술을 사용하던 [녹색 갈기 주술사]들.

그 대부분을 불태워 버릴 정도로 강력한 번개가.

‘이민재 병장님이다!’

번개를 떨군 이민재 병장은 말없이 돌아선 뒤.

다시 성벽 밖의 적들에게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수들과 마법사들의 임무는, 성벽 밖에 몰린 괴물들의 처리.

그 와중에 잠깐 안쪽에 힘을 실어 준 모양.

“미, 미친.”

“먹구름을 불러오다니.”

평범한 각성자들로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번개를 던지는 정도의 마법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특히.

그중 기억력이 좋은 몇몇은 더 크게 놀라고 있었다.

‘저 먹구름. 본 적이 있어.’

도시가 아직 물의 장벽에 갇혀 있을 무렵.

물에 뒤덮인 도시의 중심부를 타격한.

신벌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번개.

‘그것도…… 군인들이 한 짓이었다고?’

당시 던전 공략에 합류한 소수의 그룹만이 알고 있을 뿐.

대부분의 각성자들에게는 베일에 싸인 상태였던 ‘신벌’.

그 정체가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 * *

“크으. 죽겠네!”

“제기랄. 왜 여기에만 적들이 몰린 거야!?”

“우리가 운이 더럽게 없었나 보지!”

투석기를 통해 요새 안으로 쏟아져 내려온 괴물들.

그중, 우연히 유독 많은 괴물들이 떨어진 장소가 있었다.

“지원 병력은…….”

“다른 곳이라고 편하겠냐! 우리끼리 해야 해.”

“돌겠네.”

아무리 강한 군단의 병사들이라고 한들.

수적 열세 앞에서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어, 저거 누구야.”

“이번에 들어온 신병 같은데?”

“신병이라고? 이런 미친…… 야! 돌아와!”

병사들 사이에서 한 인형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진형을 벗어나 적들의 한 가운데로 걸어가는 신병.

‘저게 미쳤나!’

군단은 가장 약한 병사조차 나름대로 강한 힘을 지닌다.

가입하는 시점에서 제공되는 장비들.

거기다 능력치를 올려 주는 길드 스킬들의 영향을 받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차라리 다른 전장이라면 모를까.

괴물이 유독 많이 몰린 이곳은, 신병이 나서기에는 너무 위험한 전장이었다.

“제기랄, 저 새끼 잡아…….”

“죄, 죄송해요.”

앞으로 나서던 신병이 입을 열었다.

“참아 보려고 했는데…… 저놈들을 보니, 너무 배가 고파서 그만.”

“뭐?”

병사들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배가 고프다니.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

신영준 병장이 만든 버프 요리를 모든 부대원이 먹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것들은 사람들을 위협하는 괴물들이니…….”

중얼거린 신병이 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힘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손이었으나.

그 손에 괴물이 붙잡힌 순간.

쩌저저저적……!

살이 뜯겨 나가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팔이 뜯겨 나온다.

“먹어도 되는 거잖아요?”

“…….”

잠시 뒤.

병사들은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녹색 피부의 괴물이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그녀의 오른팔이,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 * *

몬스터 웨이브.

이를 막기 위해 요새를 만들고, 용아병을 양산하는 등.

여러 준비를 하긴 했다만.

그래야만 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압도적인 수적 열세 때문.

만약 비슷한 숫자였다고 한다면.

요새고 뭐고.

군단 측의 압도적인 승리였겠지.

한 마리 한 마리가 나름대로 강하고.

심지어는 전략까지 사용하는 괴물들이라고는 하나.

전력도, 전략도.

모두 군단 측이 앞서고 있었다.

요새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싸움.

양측의 숫자는 비슷하거나, 녹색 갈기 측이 약간 더 많은 상황.

하지만 전황은 군단 측에게 압도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2미터가 넘는 괴물인 [녹색 갈기 전사].

그들 사이에서.

다른 괴물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대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콰직.

퍼어어억.

쿵!

“아까의 기세는 어디 갔느냐!”

전광일 상병.

그는 괴물들을 상대로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요리로 인한 버프를 제외하더라도, 저 용아병들보다 조금 더 강할 정도의 강자.

거기에 지금은 신영준 병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요리까지 먹은 상태였다.

“이것밖에 안 된단 말이냐!!!”

-크에에에엑!

평범한 괴물들 따위.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저게 사람이냐? 괴물이지.”

“평소에는 얌전하신 분이 싸움만 시작됐다 하면 저러니.”

“……아군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요새 안에서 벌어진 전투.

거기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전광일 상병이었다.

“어?”

그때.

“전 상병님! 전 상병님!”

“크르륵……. 다음은 네놈이냐?”

“예? 아. 아뇨! 제가 아니라! 저기 좀 보십쇼!”

“음……?”

전광일 상병은 후임의 재촉에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저 멀리.

“음?”

안 그래도 덩치가 큰 괴물들.

그 사이에서.

다른 괴물들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거대한 전사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뭐야 저놈은?”

“엄청 크네. 패는 맛은 있겠어.”

병사들과 각성자들이 거대한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덩치가 크다고 한들, 그래 봐야 한 마리.

‘지휘’와 ‘요리’의 버프를 모두 받은 그들의 적수가 될 턱이 없…….

콰아아앙!!!

“커헉.”

괴물이 휘두른 무기에 얻어맞은 병사의 몸이 하늘을 날았다.

근처 건물의 벽에 처박힌 그의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본 병사들과 각성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튕겨 나간 병사는 결코 약한 병사가 아니었다.

423대대 출신의 고레벨 전사 각성자.

그런 그가, 단 일격에 정신을 잃은 것.

“……강적이다!”

“방어 태세로! 최대한 막는다!”

범상치 않은 괴물인 것을 눈치챈 이들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 앞을 막아섰으나.

“쿨럭.”

“끄륵…….”

거구의 괴물이 도끼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한 명의 각성자가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고 만다.

엄청난 전투력.

평범한 병사들로서는 막을 수 없을 정도의 강적.

대부분의 병사들은 식은땀을 흘렸으나.

단 한 명.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가 있었다.

“크하하하하!!! 드디어!”

적의 강함을 두 눈으로 본 전광일 상병.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뻔한 것이었다.

“조금은 재밌을 것 같은 놈이 나타났구나!”

기쁨을 숨길 생각조차 없이, 광소를 내뿜는 전광일 상병.

그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광기]

이성을 잃어버리는 대가로, 한계를 초월하게 만들어 주는 힘.

쿵!

전광일 상병이 땅을 박차고 몸을 내던졌다.

2미터가 넘는 거구가 총알 같은 속도로 적을 향해 돌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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