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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계의 취사병-143화 (143/227)

143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2)

“삐, 삥땅 치신 거예요?”

“어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뭐.

삥땅 친 거 맞기는 하다만.

“두고 가신 물건들을 우리가 고맙게 쓰기로 했다. 뭐 그런 거지.”

“그게 삥땅 아닌가요?”

“말의 뉘앙스란 게 있잖아.”

“…….”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그야, 이렇게만 들으면 내가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것처럼 들리기도 하겠지.

하지만.

딱히 악의를 가지고 그런 건 아니다.

“말했잖아? 돌려 달라는 사람들도 소수지만 있기는 했다고. 당연하지만 그들에겐 모든 재료를 돌려 줬어.”

“그건,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요…….”

“부산물들을 돌려 달라고 한 이들은 아마 생산직 각성자가 그룹에 있는 경우겠지.”

나는 창고에 널브러진 뼈 하나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괴물의 뼈나 이빨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거든.”

반대로 말하면.

돌려 달라고 말하지 않은 사람들은, 생산직 각성자와 연이 없다는 뜻.

“생각해 봐. 생산직 각성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 부산물들을 가지고 있어 봐야 뭐 하겠어.”

“으음. 쓸모가 없긴 하겠죠?”

“맞아. 대부분은 활용도 못 하고 어차피 버려졌을 부산물들이란 거지.”

“아……!”

그제야 내 말뜻을 알아들은 듯.

입을 크게 벌리며 놀라는 이상아.

“그걸 우리가 쓴다는 게, 딱히 나쁜 건 아니잖아?”

“그, 그렇긴 하네요.”

내 설명이 끝나자.

자기가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상아.

생산직 각성자들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지금.

괴물들의 부산물들은, 생산직 각성자들과 연이 있는 몇몇을 제외하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물건들이다.

그것들이 가치를 가지고.

거래의 대상이 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

나는 그저, 그 가치를 가지기 전의 부산물들이 버려지는 것을 막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뿐이다.

“죄, 죄송해요. 저는 당연히 군단장님이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라도 치신 줄.”

조금 민망한 듯, 얼굴이 살짝 붉어진 이상아가 말을 이었다.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

“헤헤. 아니었다니 다행이네요.”

아무튼.

쌓여 있는 재료들의 양이 상당하다 보니.

그중에는, 상당히 쓸 만한 재료들도 많았다.

“어쨌든.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물론이다. 네가 말하는 대로 재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원하는 물건들이 있다고? 뭐든지 말해 보거라.”

“옙. 그럼 바로 여기에.”

“……준비성도 철저하구나.”

사실 이 부분은 안 그래도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미리 작성해 둔 리스트를 박씨 할아버지에게 전달했다.

“으음?”

그러자, 박씨 할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렇게 많이?”

“아. 역시 너무 많나요?”

사실.

리스트를 작성할 때, 나도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긴 했다.

장비 하나하나에 엄청난 정성을 들이는 장인.

그에게 이런 많은 양을 전달하는 건, 너무 과한 노동을 시키는 게 아닐까 싶었으나.

“이 정도야. 나한테 어려울 건 아니다만.”

아무래도 박씨 할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린 이유는 그것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 뭐가……?”

“네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예?”

박씨 할아버지가 냉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요리 도구라는 것은 무작정 많다고 좋은 게 아니야. 그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느냐, 얼마나 손에 익었느냐가 도구의 양과 질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

“그건 저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나도 이제 나름대로 짬이 찬 요리사.

요리에 관련된 철학이라면 조금이나마 깨달은 부분들이 많다.

“이해하고 있다면 긴말은 필요 없겠군. 새로운 도구 하나를 손에 익히는 것만 해도 나름대로 시간을 투자해야 할 일이다. 이런 식으로 많은 도구를 한 번에 받아 봐야, 하나하나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만 길어질 뿐일 게다.”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말투의 박씨 할아버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건 이거다. 이번에는 저 도끼로 만든 칼 한 자루만 받고, 그 한 자루를 충분히 잘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음 도구를 받는 것. 아마 그게 네게도 득이 될 것 같다만.”

“으음. 박 노야의 말씀도 이해는 합니다만.”

나도 이제 마냥 초보 요리사는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도구 수백 개보다, 손에 익은 도구 하나가 낫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다만.

“아마 괜찮을걸요?”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것 맞느냐?”

“예. 다만, 뭐라고 해야 하나.”

씨익.

“그 도구들. 제가 쓸 게 아니거든요.”

내가 아니라.

내 ‘보조 셰프’들이 쓸 도구들이거든.

* * *

박씨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도구들이 모두 완성되었을 때쯤.

“상행 준비. 끝났습니다!”

상협이 우리 부대를 찾아와, 준비가 끝났다는 말을 전해 왔다.

마침 도구도 받았겠다.

우리 쪽도 상행을 나선 준비는 끝난 상태.

“오랜만이오.”

“아, 예. 김 중위님. 오랜만입니다.”

상협을 마중 나온 김 중위.

그는 상협과 악수를 나눈 뒤, 이번 상행에 대한 몇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흠. 우리 쪽에서 맡게 된 호위 말인데.”

“예에.”

“이쪽이 이번에 그 호위를 맡게 된 병사들이오.”

김 중위의 손이, 나와 몇몇 병사들을 가리켰다.

그런데.

“아…….”

짧은 순간이었으나.

우리 모습을 본 상협의 표정이 살짝 어둡게 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고개를 휘휘 젓는 상협.

“귀한 전력을 내 주신 점.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금 김 중위를 바라보는 그 얼굴은 세상 밝아 보였다.

“그런데…….”

이번엔 김 중위가 상협을 보며 물어본다.

“상행 준비라는 건 어떻게 된 거요? 일단 전투식량도 준비는 해 놓았는데, 어떻게 옮기시려고.”

“아. 여기에 넣어 갈 생각입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

등 뒤에 메고 있는 배낭을 보여 주는 상협.

나는 물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뭔 소리냐’ 싶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동에 차량이 필요하다면 우리 쪽에서 준비할 수도 있는데.”

“에이. 이 가방이면 충분합니다.”

“충분하다니……. 기름이 문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으니 말씀하시오.”

“하하. 무슨 생각이신지는 이해합니다만.”

싱긋 웃으며 가방을 내려놓는 상협.

“이것도 썩 나쁜 물건은 아니거든요.”

그는 별다른 설명 없이 몸을 옮기더니.

우리가 준비한 전투식량을 가방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자.

우리도 상협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무한의 가방?”

“오. 게임 좀 해 보셨나 봅니다.”

그가 가방에 집어넣은 전투식량의 양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

가방의 면적을 초월할 정도로.

“정말 무한은 아닙니다. 한계가 있기는 한데, 그래도 이번 상행에 필요한 물건들은 다 넣을 수 있을 정도죠.”

“오오.”

일종의 아공간 주머니.

나 역시 ‘그림자 장막’이라는 아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기는 하다만.

나 외에도 저런 물건을 지닌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확실히 대단한 물건이긴 한데. 그런 가방은 대체 어디서……?”

우리 길드의 생산직들이 만드는 물건들도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긴 한다만.

저런 가방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텐데.

“하하. 다 여러분들 덕분이죠.”

“음?”

“저번에 판 정보 있잖습니까. 간단한 정보 하나로, 엄청나게 많은 대가를 받아 버려서. 상당히 큰 거래를 성공시킨 것으로 판정되더군요.”

헤헤, 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남자.

“업적이 달성될 정도로 말입니다.”

“아아.”

“이건 그 업적 보상으로 얻은 물건입죠.”

그 말에.

주변의 병사들이 웅성거렸다.

“우와. 업적이라니.”

“저 양반. 보기보다 대단한 사람이었나 본데.”

업적을 달성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부대원들이 그를 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

나만 빼고.

툭툭.

병사들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던 나는, 옆에 서 있던 병사에게 물었다.

“병민아.”

“예. 이병 이병민.”

“그, 업적 달성이 그렇게 대단한 건가?”

“예?”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나를 쳐다보는 병사.

“그야 대단한 거죠. 아. 물론 저희 길드원들이야 던전 클리어 업적 같은 건 다 가지고 있습니다만. 저 사람은 개인 업적을 달성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단체 업적도 물론 대단한 거긴 하지만. 아무래도 좀 묻어가면서 얻을 수도 있는 거라……. 반면 개인 업적은 온전히 스스로 달성해야 하는 업적인지라,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하잖습니까.”

“그 정돈가?”

“그 정도가 아니죠. 저희 부대에서도 개인 업적을 달성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설명을 이어 가던 병사가 내 얼굴을 보고 ‘아’ 소리를 내었다.

“크흠. 생각해 보니 신 병장님이 그 손에 꼽을 케이스셨죠.”

“뭐. 일단은.”

“병장님이라면 개인 업적 하나 정도는 당연히 달성하셨을 테니.”

어어.

일단 그렇긴 한데.

“아니. 오히려 궁금하군요. 사실 하나 정도가 아닌 거 아닙니까? 막 2~3개씩 달성하신 상태라거나.”

“……대충 뭐. 그 근처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

“크으…… 역시 신 병장님. 대단하십니다 정말.”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병사.

정작 그 소리를 듣는 나는 상당히 묘한 기분이었다.

‘2~3개는 무슨.’

업적?

‘너무 많아서 세기가 귀찮을 정도인데.’

너무 자주 달성하다 보니.

이게 대단한 일이란 것도 모르고 있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말해 봐야 믿기는 할지도 의문이고.

아무튼.

내가 너무 자주 달성해 버려서 그렇지.

업적 달성이란 건 생각보다도 훨씬 어려운 것인 모양.

심지어 우리 부대원 중에서도 길드 단위의 업적에 묻어간 것은 있어도, 개인별 업적은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이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과연. 업적 보상이라고 하면 이해가 가는군.”

그렇게 업적을 달성하기가 힘든 만큼.

달성했을 때의 보상은 매력적인 편.

“크흠. 제가 이런 걸 가지고 있다는 건 좀 비밀로 해 주십쇼. 아시다시피…….”

“잘못하면 노려질 수도 있으니. 이해했소.”

“하하……. 믿겠습니다.”

말하면서도 불안해 보이는 모습.

우리야 워낙 앞서나가고 있는 단체다 보니 굳이 탐낼 정도의 물건은 아니다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남들이라면 손을 더럽히는 한이 있더라도 탐낼 만한 물건이다.

그 존재를 밝힌 것 자체가 그에게는 큰 도박이었겠지.

우리는 가방 안에 전투식량을 가득 담았다.

“그럼. 출발하시죠.”

그렇게.

상행이 시작되었다.

* * *

상행은 도보로 이루어졌다.

전투 차량을 사용할까 생각도 했지만.

멸망의 날 이후로 대부분의 도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진 상태.

특히 고속도로 등은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보니.

다른 도시로의 이동은 도보가 나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상행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묘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자.

“아아.”

나를 지켜보고 있던 상인.

상협과 눈이 마주쳤다.

“역시 그때 그분이시군요.”

“아. 오랜만입니다.”

눈이 마주쳤으니.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하긴 했다만.

내심 생각했다.

‘크흠. 조금 껄끄러운데.’

아니.

사실 내 쪽에서 껄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아마 저쪽이 날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나 때문에 손해를 본 셈이니까.’

이번 상행으로 얻는 이득의 비율을 정할 때.

그는 우리 부대를 호구 잡아 큰 이득을 볼 수도 있었다.

그 기회를 가로막은 게 바로 나.

‘어찌어찌 적정가를 맞춘 거라고 해도,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니까.’

내게 앙심을 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하. 영준 씨라고 했나? 같이하게 돼서 든든하군요.”

“……?”

상협은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음? 뭐 신경 쓰이시는 거라도.”

“그게. 절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 하실 줄 알았습니다만.”

“예? 제가 왜 그쪽을 싫어합니까.”

그런 내 생각을 말하자.

별거 아니라는 듯 웃는 상협.

“아~ 그거. 솔직히 말하면 아쉽긴 하죠?”

“그러시겠죠. 1할만 주고 퉁 치려던 걸 5할이나 주게 됐으니.”

“크흐흐. 그걸 다 먹었으면 또 업적을 달성할 수도 있었을 텐데.”

꽤 뻔뻔한 양반이구만.

“그래도 뭐. 5할을 챙겨 드리는 거래도 손해는 아니니까요. 그런 거로 앙심 품으려면 에누리하려는 손님 중에 제 원수가 수십 명은 될 겁니다. 게다가…….”

씨익.

“군인분들의 경우엔,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협업 관계니까요.”

“?”

입은 웃고 있으나.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바라보는 상협.

“그때. 제가 제시한 거래가 이상하단 걸 눈치채셨을 때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지금도 어떻게 가능했는지 조금은 의아할 정도로요.”

“뭐. 이쪽도 나름의 비결이 있어서.”

“하하. 상당히 능력이 좋으신 분이라고 생각했죠.”

능력이라면 능력이긴 하다.

특성이라는 이름의 능력.

“아무튼. 단순한 손님이라면 호구가 최고입니다만, 지금은 같이 일하는 협업 관계니까요.”

“협업 파트너가 능력이 좋다는 건 나쁘지 않다?”

“그런 얘깁니다.”

과연.

지금 그와 우리는 일종의 동맹 관계.

상인과 군단이 협업해서 다른 곳으로 상행을 가는 것이니.

협업 상대의 능력이 좋다는 건 오히려 좋아할 일이라는 거다.

“은근 호방한 구석이 있으시네.”

“사소한 거에 신경 쓰다간 대성하지 못하는 법이거든요.”

뭐, 내 입장에선 나쁘지 않지.

“크흠. 그런데 말입니다. 조금 실례되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대화를 트게 되자.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상협.

“……호위 병력은 이게 정말 최대였을까요?”

“예?”

“아. 물론 군인분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이 도시에서 군단병의 실력을 의심할 사람이 있을 리가요. 다만.”

슬쩍 주변을 돌아보는 상협.

“아무리 그래도 이 숫자는…… 좀.”

이번 원정에 참여하기로 한 병사는 나를 포함해서 10명.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아아. 과연.”

김 중위가 우리를 호위 병력으로 소개할 때.

짧은 순간, 그의 얼굴이 어두워진 걸 봤었다.

금방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가길래, 뭔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적은 병력을 보고 꽤 실망했었던 모양.

“아시겠지만. 이번 상행은 꽤 중요한 일이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크흠. 이게 호들갑처럼 들릴 수도 있긴 한데. 저는 이번 상행에 거의 제 목숨을 걸고 있거든요.”

상협의 입장에선, 이런 중요한 상행에 10명이라는 호위는 부족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저희도 상협 씨 이상으로 이번 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그럼 역시 가용 병력이 적은 상황이었나 보군요.”

“아뇨?”

“?”

도시 근처의 방어는 용아병들이 도와주게 된 지금.

필요하다면 30명 정도가 함께 가도 문제는 없었겠지.

“예에? 그럼 왜 고작 이 숫자로…….”

“상협 씨. 전투를 겪어 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예? 아아……. 딱 한 번 있습니다. 저 도시에 갇혀 있을 때, 그룹 단위로 각성을 치렀거든요.”

“그럼 직접 싸워 보신 적은 없는 셈이로군요. 저희가 한 가지 알려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

씨익.

“각성자의 전력은, 머릿수로 계산하는 게 아닙니다.”

내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2미터 30센티의 거구가 가장 앞서서 호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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