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불량 식품 (1)
[천호]
[봉인 중…….]
[대상 위험도 수치 - 9↑]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 - 235,928,304…….]
봉인이라니.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에 적힌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1초당 1씩 줄어든다고 쳤을 때.
이 추세라면 아마 10년쯤 걸리지 않을까.
“봉인, 이라고.”
그 사실을 전하자.
서환 역시 크게 놀라는 분위기.
“짐작 가는 건 없나?”
“어, 없다. 기절하고 일어나니 이 상황이었으니……. 아니 그보다, 이들이 봉인을 당했다면 왜 나만 아무렇지 않다는 말인가.”
“글쎄다.”
나도 그게 의문이다만.
그건 지금부터 확인해 봐야지.
“웅연 사매시다. 평소에는 누구보다 상냥하시지만,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자랑하시는 분이시지.”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곰 같은 귀가 달린 거구의 여인이었다.
[웅연]
[대상 위험도 수치 - 7]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 - 55,115,256…….]
흠.
이쪽은 처음 봤던 천호라는 남자와 달리.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이 10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대충 1년 정도 남은 셈인데.
‘위험도 수치가 9와 7이라.’
그 후로도 몇 사람의 상황을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이분은 사린 사매. 독술의 달인이시다.”
“흐음흐음.”
“신종 사형. 본문에서도 권각술로는 손꼽히는 분이시지.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라. 나와도 자주 놀아 주셨다.”
“그렇구만.”
그렇게 몇 사람을 더 확인한 결과.
위험도 수치와,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
그 두 수치의 상관 관계가, 대충 파악이 되었다.
“여기서 가장 약한 게 너라고 했지?”
“그건. 부끄럽지만, 그렇지.”
“얼굴에 그 부상 때문에, 전성기보다 약해진 상태고?”
“아쉽지만, 그 또한 사실이지.”
이 녀석이 혼자서 눈을 뜬 이유도.
대충 알 것 같고.
그렇다면, 흐음.
곰곰이 머릿속으로 견적을 짜내 본다.
이거.
잘한다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뭐라!’
무심코 중얼거린 말.
그 말을 들은 서환이 내 어깨를 거칠게 쥐었다.
“바, 방법이 있다니. 그 말이 진심인가!”
“진심이긴 한데. 일단 진정하자……?”
“의, 의원도 아니고. 숙수가 그런 방법을 어떻게.”
진정하라는 말은 쥐뿔도 안 통하는구만.
“문제는, 이게 먹힐지 안 먹힐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는 거지.”
“뭐?”
아마 먹힐 것 같긴 한데…….
먹힌다고 해도 다 먹히진 않을 것 같고.
“설마. 뭔가 위험한 방법인 건가.”
“음. 아마 그렇진 않을걸?”
내가 방법이 있다고 하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나를 독촉하는 서환.
“뭐. 그 방법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
“그럼 뭐하나, 최대한 빠르게……!”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조건이라니?”
“너. 아까 전에 날 못 믿는다고 금제를 걸었지?”
“……?”
사실.
널 못 믿는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금제에 조건을 추가해라.”
“……어떤 조건을 말하는 거지?”
“만약 내 덕분에 깨어난 이들이 나를 적대할 경우, 너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나를 지킬 것.”
“……!”
지금이야 까망이와 부대원들만으로도 이 녀석은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다른 이들을 깨운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거든.
“아니, 그걸로도 모자라지. 애초에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네 모든 것을 받기로 했으니, 그것도 금제에 추가해야겠네.”
“……네가 저들을 깨우려는건 네 부하의 무예를 위한 것이 아니었나? 깨우지 않는다면 너도 손해일텐데.”
“뭐래. 죽는 것보단 손해를 입는 게 낫잖냐.”
“…….”
“명심하자. 난 네 목숨만 살려준다고 했지. 저 녀석들을 깨워 줄 의무 같은 건 없어.”
깨워 줄 수는 있지.
깨워 줄 수는 있는데.
그러러면.
계약을 좀 더 확실히 해야지 않겠냐.
이 녀석의 입장에서도, 동료들이 저렇게 눈 감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을 터.
나는 자신만만하게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라고 믿겠다.”
[금제가 추가됩니다.]
[‘신영준’이 천산문의 문도를 깨우는 것에 성공할 경우, ‘서환’은 신영준의 모든 명령을 듣기로 한다.]
[페널티 - 사망]
“좋은 선택이야.”
그럼, 일단은…….
분류작업부터 시작해 볼까.
* * *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된다고 하면 가능한 건 이 정도다.”
내 눈앞에는, 3명의 수인이 누워 있었다.
[미호]
[대상 위험도 수치 - 3]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 - 11,251,128…….]
여우 여자.
[저칠]
[대상 위험도 수치 - 3]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 - 9,784,734…….]
돼지 남자.
[우진]
[대상 위험도 수치 - 3]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 - 10,532,708…….]
말 남자.
총 3인.
“……공통점이 있군.”
“오? 눈치챈 거야?”
“전투 능력이 가장 약한 분들 아닌가. 물론 셋 모두 나보다는 강하시지만.”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걸.
나는 서환을 보며 물었다.
“이 중에서 비동의 봉인을 풀 수 있는 녀석은 있나?”
“……미호 사매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오?”
확실히.
이 셋 중에서 가장 남은 시간이 길기는 하다만.
“미호 사매는 본신의 무예 실력은 낮은 편이나…… 본 문에서의 위치는 꽤 높은 편이니까.”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렇다면 거리낄 것은 없다.
나는 곧바로 요리의 준비에 들어갔다.
“……?”
내가 그림자 속에서 여러 가지 도구를 꺼내자.
의아한 듯 바라보는 서환.
“뭘 하려는 것이냐.”
“말했잖아? 나는 요리사라고.”
요리사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뭐가 있겠냐.
‘요리지.’
내가 이 사람들의 상태를 살펴본 결과.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위험도 수치가 낮을수록,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든다.’
강한 존재일수록 봉인에 오래 얽매여 있어야만 하며.
약한 자일수록 빠르게 풀려난다는 것.
이 개념을 처음 깨달았을 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은 강대해질 것이라.
‘깊은 자들의 교황’이 죽기 직전에 남긴 말.
시간이 지날수록 나타나는 존재들이 강해졌다는 얘기는 서환도 했었다만.
‘딱 이 봉인 얘기랑 똑같잖아?’
강한 적일수록 나중에서야 풀려난다는 점이.
교황과 서환이 말한 이야기에 정확히 부합한다.
그 시점에서.
추측이긴 하다만.
이 봉인을 건 존재가 누구인지도 짐작이 갔다.
아마.
아니, 십중팔구는 맞을 것 같은데.
‘……우리 세계겠지.’
이런 짓을 할 만한 존재는 달리 없다.
침공당한 세계.
그 세계의 방어 기제 같은 것이 아닐까.
‘침공을 당하긴 했어도, 그냥 당해주진 않는다는 거겠지.’
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첫날부터 활동을 개시한다면.
침공 첫날에 세계가 멸망해 버릴 수도 있는 일.
이 봉인은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이 세계 자체가 건 봉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았다.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면.
‘군부대를 습격한 괴물들 중에는, 딱 봐도 말도 안 되게 센 녀석들도 있었단 말이지.’
우리 부대를 습격한 리자드들은 그나마 양반.
우리 부대가 소규모 부대에, 상당한 가라 부대였기 때문일까.
어떻게든 봉인을 당할만한 강적은 아니었다고 치고 넘어갈 수 있다만.
탄약대대를 지키고 있던 거미 여왕.
벙커의 아리엘라.
전차대대의 눈깔 괴물까지.
이놈들은, 지금 생각해도 상대하기 버거운 강적들이었다.
이 봉인이란 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애초에 활동하지 못하고 있었어야 정상일 존재들.
‘서환도 말했지. 황궁을 무너트린 괴물은 어마어마하게 강력했다고.’
이 부분에 대한 답도.
사실 어느 정도는 추측하고 있었다.
‘세계의 멸망을 바라는…… 명백한 악의.’
그 악의가, 그 세계의 가장 강한 힘을 먼저 무너트리기 위해.
본래라면 봉인당해 있었어야 할 존재들을 강제로 풀어놓은 게 아닐까 하는 것.
이 추측대로라면.
어째서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괴물들이 나타나는지.
왜 군부대에는 유독 강한 이들이 먼저 자리 잡고 있는지.
모두 설명이 가능해진다.
‘뭐. 당장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만.’
아무튼.
내가 살펴본 대로라면.
내 앞에 있는 이 녀석들.
‘한 100일 뒤면 어차피 눈 뜰 거란 말이지.’
서환에겐 말 안 했지만.
문제는, 내가 그 100일을 기다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말이 100일이지.
이런 세상에서 3달 뒤에 내가 살아있으리란 보장도 없고.
당장에 광일이의 광기가 언제 사고를 터트릴지 모르는 일.
그러니.
내가 할 일은 간단하다.
‘앞당긴다.’
100일 뒤에 풀릴 예정일 봉인.
그거.
바로 깨워 버리는 걸로 하자고.
* * *
발상은 간단했다.
이 녀석들은 ‘위험도 수치’라는 것에 따라 봉인 해제에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위험도 수치라는 건 아마 강함을 말하는 거겠지.’
서환은 이 중에서 안 그래도 가장 약했던 인물.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원래라면 바로 눈을 떠도 될 정도는 아니다.
아마도 녀석이 멸망의 날 첫날부터 눈을 뜬 이유는.
‘저 얼굴의 부상.’
서환의 힘은.
전성기 시절보다도 약해져 있는 상태였다는 것.
그렇다면 그거.
‘여기 누워 있는 녀석들에게도 해당되는 거 아냐?’
내가 만들려는 요리는 간단했다.
내가 지금까지 만든 요리가 부대원들의 건강과 영양 밸런스를 생각하고.
높은 버프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지금 만들 요리는.
그것과는 아예 반대의 방향성을 가진 요리.
‘어렸을 때 참 좋아했지. 혼나기도 엄청 혼났고.’
단적으로 말해.
불량식품이다.
그림자 안에서 꺼내 든 것은, 한 덩이의 설탕.
그리고 그 옆에는.
[포이즈네르 전분]
[이계의 작물, 포이즈네르의 전분입니다.]
[특유의 마력으로 인해 식재에 더욱 쫀득한 식감을 제공해주며…….]
[다만, 사용에는 주의를 요해야 하는데. 포이즈네르는 특유의 독ㅅ…….]
탄약대대에 자리 잡은 알라우네.
그녀의 곁에서 자라고 있던 ‘이계의 작물’로 만든 재료.
그중에서도 이건 전분의 역할이었다.
“이 가루는 뭐지?”
“음. 우리 부대의 농부가 재배한 걸로 만든 건데…….”
나름대로 요리 경험이 있긴 하다 보니.
재료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서환.
무심코 설명해 줄 뻔……했으나.
“……어차피 설명해봐야 모를 테니, 대충 넘어가자고.”
“흐음. 그도 그렇군. 이 세계의 작물에 대해서는 들어도 모를 테니.”
가까스로 설명하지 않고 넘기는 데 성공했다.
‘모르고 넘어가는 게 맘 편할 거거든.’
어쨌든.
그렇게 준비된 전분과 설탕을 일정한 비율로 합친 뒤.
그 위에 물을 부어 섞어주었다.
“일단 이건 이 정도면 됐고.”
내가 만들 요리의 재료는 간단하다.
여기에 시럽과 천연색소만 더해지면 끝나는 수준이니까.
다만.
적당한 시럽과 천연색소가 없다는 게 문제인데…….
‘뭐, 바로 만들어 버릴까.’
[슈가너마이트 잎]
[특유의 풍미를 자랑하는 슈가너마이트의 잎입니다. 잎의 색깔에 따라 요리의 풍미를 조금씩 바꾸어 주는 재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사용에는 주의를 요해야 하는데, 슈가너마이트는 특유의 질병을 유발하는…….]
그림자 속에서 몇몇 나뭇잎을 꺼낸 뒤.
그 잎의 물기를 짜내자.
다양한 색깔의 천연 색소가 완성된다.
특유의 풍미는 덤.
거기에 더해서.
[바로네스 초의 즙]
[육식 식물 바로네스 초의 즙입니다. 깊은 단맛을 가진 재료로써, 다양한 간식 종류에 널리 쓰이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다만 사용에는 주의를 요해야 하는데. 이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만약 전분과 결합할 경우 건강에 큰 이상을…….]
깊은 단맛을 자랑하는 걸쭉한 액체.
시럽까지 완성이다.
“이걸 합쳐 주고…….”
“흐음.”
“잘 섞은 다음에, 이 빨대 안에 넣어 주면!”
“호오.”
[전쟁 요리사의 정성이 가득한 팡폴로]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다양한 단맛을 내는 과자입니다.]
[요리사의 정성이 가득 들어가, 깊으면서도 산뜻한 단맛을 자랑합니다.]
“완성이다.”
“호오. 특이한 형태로군. 이 세계 특유의 요리 같은 것인가? 어디 맛을 한번…….”
완성된 팡폴로에 손을 뻗는 서환.
“땍!”
“!?”
나는 기겁을 하며 그 손을 치워 버렸다.
“뭐, 뭐하는 짓인가!”
“……이건 환자들 용이거든. 네가 먹으면 안 되지.”
“음? 으음. 그건 그렇군. 미안하다. 달달한 향에 넘어가서 그만…….”
말투에 비해 어려 보이는 얼굴.
어쩌면 이런 불량식품에 끌리는 나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조금 짠한 마음이 들었으나.
‘그거 먹으면 너 큰일 나 인마…….’
그렇다고 먹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냐.
어쨌든.
그렇게 완성된 요리를 서환에게 넘겼다.
“……? 나는 먹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었나.”
“네가 먹으란 건 아니고. 직접 저 셋한테 먹여 달라고.”
“굳이? 만든 것은 네가 아닌가. 직접 먹여도 될 것을.”
“아마 이걸 먹자마자 바로 눈을 뜰 텐데. 그때 앞에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으면 기분이 어떻겠냐.”
“……음. 틀린 말은 아니군.”
이번에도 그럭저럭 속아 넘어가는 서환.
물론, 정말로 그런 이유 떄문에 요리를 넘긴 것은 아니다.
굳이 서환이 요리를 먹이도록 만든 이유는 간단.
저 요리.
[금제]
[천산문 내의 문도들에게 어떠한 적대적 행위도 하지 않을 것.]
잘못하면.
금제를 어기는 걸로 판정이 나올 수도 있거든.
‘불량식품……이라는 말은, 사실 팡폴로한테 실례지.’
미디어에서 하도 불량식품이라는 이름으로 괴롭힌 덕에.
어린 시절 많은 아이들이 팡폴로를 먹으면서 부모님에게 혼나야만 했다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
‘팡폴로는 딱히 건강에 나쁜 음식이 아니니까.’
멀쩡한 간식거리가.
미디어에 의해 불량한 음식물로 낙인이 찍혀 버린 것.
나중에 그 사장님이 울먹이면서 푼 썰이 꽤 큰 화제가 되었다.
직접 팡폴로를 만들며 여기 어디에 건강에 나쁠 요소가 있느냐 호소했지.
그때 레시피를 봐 두었기에.
이렇게 나도 팡폴로를 만들 수 있었다.
아무튼.
팡폴로는 정확히 말하면 불량식품이 아니다만.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진짜배기 불량식품.’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들어가는 다른 재료들을 바꿔 줄 필요가 있었다.
[포이즈네르]
[깊은 독성을 가지고 있는 구황작물입니다.]
[슈가너마이트]
[섭취 시, 모든 종류의 능력치와 저항력이 감소하는 단점을 가진 풀입니다.]
[바로네스]
[특유의 조리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신체의 저항력을 크게 깎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해야 하는 풀입니다.]
‘하나같이 맛은 훌륭한 재료라는 게 또 웃기단 말이지.’
맛은 좋지만.
대신에 건강에 ‘아주 큰 이상’을 줄 수 있는 재료들.
[섭취 시, 모든 능력치가 대폭 감소합니다.]
[섭취 시, 일시적으로 상태 이상 - ‘식중독’을 획득합니다.]
[섭취 시, 일시적으로 상태 이상 - ‘식도염’을 획득합니다.]
[섭취 시, 모든 종류의 저항력이 소폭 감소합니다.]
[…….]
[…….]
이런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훌륭한…….
불량식품의 완성이다.
“이 안의 내용물을 먹이기만 하면 된다, 그거겠지?”
“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환은 긴장한 낯빛으로, 누워 있는 사람들의 입에 요리를 가져다 댄다.
[우진]
[대상 위험도 수치 - 3]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 - 10,531,552…….]
“실례하겠습니다. 사형.”
말상의 사내.
그의 입에, 극상의 단맛을 자랑하는 불량식품이 들어간다.
그러자.
[대상의 능력치가 대폭 감소합니다!]
[위험도 수치가 변동됩니다.]
[대상 위험도 수치 - 3 -> 2(New!)]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 - 10,531,552…… -> 231,552…….(New!)]
능력치의 대폭 하락.
각성자로 따지면, 레벨이 반토막 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효과가 가장 먼저 적용되고.
[대상에게 복수의 상태 이상이 적용됩니다!]
[위험도 수치가 변동됩니다.]
[대상 위험도 수치 - 2 -> 1(New!)]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 - 231,552……. -> 42,857…….(New!)]
복수의 상태이상.
본래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수준의 독기가 몸을 뒤엎는다.
마지막으로.
[대상의 모든 저항력이 대폭 감소합니다!]
사소한 먼지바람에도 질병이 걸릴 정도의 저항력 감소까지 적용되자.
비로소.
[대상 위험도 수치 - 0]
[봉인 해제까지 남은 시간 - 10…….]
[9…….]
[8…….]
[7…….]
이계의 존재를 봉인하고 있던 주체.
세계가, 그 위험도를 0으로 판별했다.
[……2]
[1]
[0]
그 숫자가 0이 된 순간.
말처럼 생긴 남자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마, 막내야?”
“사형……!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금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형제 간의 해우라.’
이득을 보기 위해 한 일이기는 하다만.
한참을 보지 못했던 가족과 재회하는 것.
조금은 감동적인 장면이 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사, 살아 있었구나. 나는 네가 얼굴에 상처를 입고 죽은 줄로만……!”
“운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사형.”
사형이 눈을 떴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서환.
“천운이 따라줬구나.”
“예. 정말로요.”
“그나저나, 입 안을 맴도는 이 감미로운 단맛은 대체 무엇이더쿨러어어억……!”
그 얼굴을.
우진이 토한 검은 피가 뒤덮었다.
“쿨럭, 커헉……. 뭐, 뭐냐, 이 고통은. 마치 지독한 역병에 걸린 것 같은.”
“…….”
“크허억. 마, 막내야. 살려다오. 죽을 것만 같…… 꺼헉…… 끄읍.”
아무래도.
감동과는 좀 먼 재회가 돼 버린 것 같다.
“……효과가 조금 과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