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172화 (172/227)

172화 겨울나기 (1)

“일단. 화천군 쪽에는 병사들과 공병들을 보냈다.”

“공병들은 방어시설을 만들려고 보내는 거지?”

“음. 용아병들도 여유가 되는 대로 그쪽으로 옮길 생각이니. 방어 시설만 완성된다면 저 부족 놈들도 쉽게 넘어오진 못하겠지.”

전투가 끝난 뒤.

나는 우리 부대의 본진인 비마나로 복귀한 채, 전쟁 후의 처리에 집중했다.

‘공병들을 보내서 방어시설을 만든다라…….’

그 얘기를 들으니.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하나 떠올랐다.

“이런 요새가 저기에도 있으면 좋을 텐데.”

“동감이야. 불가능한 일이란 게 문제지.”

당장 춘천시에서는 요새가 필요할 정도의 대규모 전투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반면, 우리가 이제 막 점령에 성공한 화천군.

그곳은 녹색갈기 부족의 잔당이 모여 있는 철원군과 맞닿아 있다.

비록 우리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하나.

[요리사의 눈]을 통해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녀석들의 병력 보충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해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 모르는 일.

이 요새가 화천군의 거점을 지켜 주고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요새를 움직이는 건 아직 힘들다고 했지.”

“아쉽게도.”

우리 길드의 요새이자 본진.

[기동요새 비마나].

그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다시피.

이 요새.

저 거대한 몸체에도 불구하고, 본래는 기동…….

즉.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같다만.

[기동 장치를 건설합니다.]

[실패]

[건설에 필요한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선행 조건 : 비마나의 레벨이 3에 도달할 것 (1/3)]

“아무래도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레벨을 올려야 하는 것 같더라고.”

“레벨이라니.”

아쉽게도.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했다.

“……요새의 레벨은 어떻게 올리는 거지? 저게 사냥을 하지도 않을 것 아냐.”

“아마 내부 시설의 평균 레벨을 높이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포인트를 투자해서 설비들의 레벨을 조금씩 올리는 중이긴 하다만.

그것도 생각보다 속도가 붙지 않는 상태.

건물들의 레벨이 오를수록, 레벨 업에 드는 시간과 공병의 필요량도 늘어난다.

당장 이 요새를 움직이는 건 좀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용아병들을 동원했으니, 저들도 당장 탈환하긴 힘들겠지.’

용아병의 AI가 공격에서나 별로지.

방어전에서는 엄청난 효율을 자랑하니까.

지난번에 저쪽의 대장급으로 보이던 녀석까지 목을 딴 마당에.

우리 쪽의 방어는 이걸로 어느 정도 보충이 된 셈.

그다음은.

“흐음. 이자들에게 무예를 가르치면 되는 것인가? 은공.”

“그래.”

부대원들에게, 내가 힘들게 얻어 온 기술.

무예를 가르칠 차례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인원이 많군그래.”

부대원들의 면면을 살펴본 서환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은공은 이런 큰 단체의 숙수를 맡고 있는 건가?”

“그렇지 뭐.”

처음에는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아득바득 발버둥 치던 길드였으나.

지금은 꽤나 커지긴 했다.

“왜, 좀 대단해 보이고 뭐 그러나?”

“음? 그건 잘 모르겠고. 요리할 때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은 드는군.”

“…….”

그게.

정확히 말하면 숙수가 아니라 군단장이긴 한데.

일단은 길드에 가입한 것으로 된 녀석이다만.

[시스템]은 여전히 인간만의 것인지.

녀석의 눈에는 나타나지 않는 모양.

내가 길드장이라는 사실도, 시스템으로 확인하지는 못한 듯했다.

“아니지. 내가 막내일 때는 기껏해야 30인분쯤 만들었던 것 같은데. 못해도 수백 명 아닌가. 이만한 인원수를 혼자 먹여 살려야 한다니, 대단한 일이긴 해.”

“어, 어어. 고맙다 야.”

이 녀석은 여전히 내 직업이 요리사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설명을 해 줘야겠네.

그나저나.

아무렇지 않게 나와 대화하는 서환을 보면,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도 이렇게 대화가 통하다니.’

이 녀석들은 아무래도 이계의 존재.

다른 괴물들의 경우.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만큼 의사소통이 안 되던 게 기본이다만.

미호는 이렇게 말했었다.

-천산의 영기는 조금 특별합니다. 밖에서도 이런 게 가능한 건 천산문의 문도들뿐이겠지만요.

아무래도 이들이 있던 ‘게이트’.

천산문이라는 곳은 저들 세계에서는 상당히 특별한 입지의 장소였다는 듯.

‘천상의 존재들이, 지상의 존재들과 소통하는 장소…….’

그 소통을 위해.

언어의 장벽이 없어지는 기운을 흩뿌려 놓았다던가.

‘게이트 내부에서도 그 덕분에 의사소통이 된 것 같다만.’

설마하니 밖에서도 이게 유지될 줄은 몰랐다.

그 천산문에 자리 잡고 살던 이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듯.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 * *

그렇게.

무예의 전수가 시작되었다.

[훈련장 Lv.4]

“흠? 구경할 생각이신가, 은공?”

“어. 어떻게 가르칠지 궁금하기도 하고.”

“딱히 대단한 건 없다만…….”

서환이 다른 부대원들에게 무예를 전수할 때.

나는 내 무예를 만드는 작업에 참가하느라 바빴던 바.

사실, 무예의 전수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조금은 궁금했다.

‘내 경우는 꽤 세심하게 가르쳐 줘서 감동했었지.’

저 많은 병사들을 상대로도 비슷하게 하는 걸까 싶어 지켜보고 있자니.

간단한 대련을 통해 각자에게 어울리는 무예를 찾은 뒤.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되었다.

“일단 이 말부터 하고 시작하겠다.”

전사 계열 병사들을 모아 놓은 뒤.

그 앞에 선 서환이 소리쳤다.

“본 교관은 여러분의 행동에 따라 천사도, 악마도 될 수 있다!”

……응?

‘뭔가, 익숙한 멘트가 들린 거 같은데.’

내가 뭘 들은 건가.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착각하고 있자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못하나!?”

“너 여기 끌려왔어!? 네 의지로 온 거 아니야!?”

“본 교관도 이제부터 제대로 하겠다. 이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불성실하게 훈련에 임한 탓이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는 모습.

‘…….’

서환이 악에 차 소리치는 멘트들은…….

막 훈련소에 입소했을 시절.

그 끔찍한 시절의 PTSD를 일으키는 대사들이었다.

“저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리자니.

곁에서 교육을 지켜보던 미호가 그 말을 듣고 대답했다.

“어디서 배우다니요?”

“……?”

뭐가 문제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

……설마.

“저거 설마. 원래 저런 식으로 가르치는 건가?”

“일단은 그렇지요.”

“…….”

“다른 점이 있다면 교관이라는 단어일까요? 은공께서 저희에게 교관이라는 역을 맡기셨으니…… 그 부분만 바뀌었을 뿐. 천산문이 첫 입문 제자를 적응시키기 위한 훈련은 대체로 저렇게 진행되지요.”

맙소사.

“아니. 나한테 가르칠 때는 안 그랬잖아?”

“그야…… 은혜를 베푼 상대에게 저런 태도를 보일 수는 없으니까요.”

“…….”

“서환은 아직 누군가를 가르쳐 본 경험이 적은 아이라, 잘할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되었습니다만…… 후후. 이렇게 보니, 아무래도 저 아이는 가르치는 쪽의 재능이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병사들에게 악에 찬 괴성을 내지르는 서환.

그걸 오히려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소 짓는 미호.

어느 세상이든 간에.

교관과 신병의 관계는 대충 비슷한가 보다…….

“그나저나, 역시 신기하군요.”

“음?”

미호가 말했다.

“본래라면 사람들의 재능은 모두 가지각색인 법입니다. 여러분들도 그 부분은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무예를 사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형을 익히는 데에는 모두 똑같은 시간이 드는군요. 정확히 3일이란 시간이.”

“……흠.”

하긴.

아무리 생각해도 쌈박질에 대한 재능은 없는 나.

그리고 부대에서도 가장 투쟁의 재능을 타고난 전광일 상병.

둘 다, ‘무예’를 익히는 데에는 3일이 걸렸다.

이건 아마도.

‘시스템이 그렇게 만드는 거겠지.’

요새의 설비들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트레이너 NPC에게 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시간도 정해져 있다는 것.

“3일이면 더딘 편인 건가?”

“설마요. 3일 만에 무예의 형을 익히고 1성을 이루는 것은 상당한 재능 있는 이들이어야만 가능한 일.”

아, 저 1성이란 건 숙련도 레벨을 말하는 것 같다.

숙련도 레벨 1을 찍으면, 그다음부터는 혼자서 수련하며 단계를 올릴 수 있다고.

“재능이 없어 보이는 이들마저 그걸 성공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건 뭐. 나쁜 얘기는 아니네.”

아무튼.

우리한테는 나쁘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부대원들의 숫자가 많지만, 그들 중 재능 있는 이들은 반도 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멸망해 버린 다른 세계.

그곳에서 남겨진 유산이.

우리 길드를 통해, 이 세상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 * *

“화염 방사!”

파아아악-

비마나와 연결된 춘천시 인근의 광장.

그곳에서, 화염 마법사들이 불길을 쏘아 낸다.

괴물도 없는 곳에 갑자기 불을 쏘아 내는 이유는.

뭐 별건 아니고.

“제설 중인가 보네.”

“아. 옙. 지금은 제설차도 없고 하다 보니.”

제설이었다.

“수고가 많네.”

“뭘요. 이 정도는 별거 아님다.”

하늘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모든 병사들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굳이 모든 병사들이 나설 필요까지도 없었다.

화염 계열의 마법사들이 조금 고생해 주면 그만이니.

녹아드는 눈을 보며.

나는 팔짱을 낀 채로 생각에 잠겼다.

‘겨울이 와 버렸구만.’

우리 길드는 그래도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길드의 거점이 되고 있는 요새.

[비마나]의 내부는, 자체적인 온도 유지 기능이 달려 있다.

입장 인원에 제한이 있다는 게 흠이지만.

당장은 길드원의 숫자가 그보다 적으니 큰 문제는 없다.

‘그래도. 활동은 조금 위축될 수밖에 없겠지.’

안 그래도 멸망 후의 세계는 먼 거리를 이동하기가 힘든 환경이었다.

박살이 난 차량들이나 괴물들의 시체.

숨어 있는 좀비 등.

이 세계에 상당히 적응한 우리 병사들조차.

먼 곳을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긴장을 놓지 못할 정도.

거기에다가, 겨울이라는 조건이 더해진다.

강원도의 눈은 특히나 높게 쌓인다.

그 눈을 치워 줄 제설 차량도 없는 상황.

안정화된 이곳이야, 화염 계열 마법사들이 제설을 진행하고 있다지만.

도시 바깥까지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다.

‘각성자의 신체 능력이라고 해도, 혹독한 겨울 동안 노숙을 하면서도 멀쩡한 수준은 아니야.’

우리의 활동도.

조금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 * *

외부 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 이상.

우리 부대는 내부의 강화에 돌입하기로 했다.

“어차피 한 번은 내부를 정비할 필요가 있었어.”

“뭐…… 그동안 너무 바쁘게 성장만 하느라 너무 여유가 없었으니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쟁에서 패배하고 물러간 [녹색갈기 부족] 역시 묘하게 잠잠한 상황.

이번 겨울.

부대원들에게 무예를 가르치고, 부대의 체계도 점검하는 등.

외부보다는 내부를 다스리는 시간이 되겠지.

그나마 우리니까 이렇게 이용할 수 있는 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꽤나 힘든 시간이 되겠지.’

각성자들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들의 그것을 아득히 초월하는 바.

조금 춥다고 해서 능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겨울의 무서움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눈은 물론이고…… 주워 먹을 풀떼기 하나 없어질 테니.’

많은 이들이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만 할 거다.

다행히.

아직은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

겨울의 초입이라고 할 만한 타이밍이다.

“신 시주님? 저번에 부탁드린 물건은 어떻게…….”

“아. 조금만 기다리십쇼.”

살아남은 이들은.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 있습니다.”

“오오……! 이것이 바로 그.”

“예. 저번에 말씀하신 비건…… 곡물로 만든 전투식량입니다.”

이번에 나를 찾아온 것은, 묘양사의 스님들이었다.

안 그래도 식량 문제에 시달리던 이들.

지난번 일 이후.

그들은 완전히 내가 만드는 식량에 의존하게 되었다.

‘나야 나쁠 거 없지.’

적어도 그들만의 식량 확보 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한.

그들은 우리와의 동맹을 포기할 수 없게 된다.

내게 식량 생산은 꽤나 쉬운 일인 만큼, 압도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동맹.

지금까지는 이 식량 제공도 육포로 이루어졌지만.

몇몇 스님이 말하기를.

-어쩔 수 없어서 먹긴 했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고기가 아닌 게 좋긴 합니다.

그 요청을 듣고 만든 것이.

바로 이것.

[전쟁 요리사의 용기가 담긴 곡물 에너지바]

“오오……!”

인제군 탄약대대 근처 논밭.

그곳을 관리하는 농부 각성자가 재배한 쌀들로 만든 에너지바다.

‘안 그래도 육포 외에도 시도해 보고 싶긴 했거든.’

이 스킬 이름은 [전투식량]이지.

[육포]는 아니니까.

[전투식량] 스킬을 통해 만들어졌기에, 유통기한은 거의 무제한.

육포류에 비하면 다양한 특성 부여가 불가능하단 단점이 있긴 하다만.

능력치 보너스 자체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묘양사의 겨울나기 식량으로는 적당하겠지.

“정말 고맙습니다, 신 시주님!”

“그럼. 저번에 부탁하신 물건들은 여기…….”

동맹 조건상.

식량의 일부분은 우리가 그냥 제공해 주는 거긴 하다만.

그 양이 상당한 만큼.

나머지는 거래를 통해 오간다.

그리고.

‘……대박이다.’

기름이나, 몬스터의 부산물 등.

상당한 양의 물품들을 그들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군단분들에게는 언제나 감사하고 있소.”

“정말이지. 우리에게는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받는 대가로, 저 귀중한 식량을 내주다니.”

기름이나 몬스터의 부산물 등은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귀한 물건이다만.

저들은 우리처럼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저들에겐 쓸모없는 물건들과.

우리에게는 썩어 나는 전투식량.

그 두 가지를 교환하는…….

서로에게 윈윈인 거래 관계가 성립되었다는 것.

“뭘요. 그나저나. 식량만 있으면 충분합니까? 추위라든가 그런 건.”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만, 저희 묘양사는 깊은 산 속에 있지 않습니까. 땔감은 많습니다.”

“절을 지키면서 추운 시간을 버텨 내야겠지요.”

“과연.”

이런 식으로.

살아남은 이들은 우리와 거래를 통해 겨울을 버텨 낼 방법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 후에도.

던전 안의 각성자 그룹을 이끌었고, 지금은 하나의 길드를 만들어 낸 창수.

우리와 같은 전투에서 싸워 준 여러 우호적인 각성자 세력 등.

많은 이들이 우리 길드를 찾아와 거래를 나눴다.

“그나마 이 근처는 각성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라 다행이야.”

“……그러게 말이다.”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대답한 것은, 이민재 병장이었다.

그런데…….

“이 근처는. 그래, 다행이지.”

그 얼굴에.

옅은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곳은 다행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우리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한 명씩 죽어 가고 있을지도.”

“…….”

우리 힘이 뻗는 영역은, 강원도에서도 북부의 극히 일부뿐.

다른 지역의 인간들이 이 겨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지.

“후우.”

우리로서는, 알 수 없었다.

* * *

그런 식의 겨울나기가 준비되고 있던 중.

일단의 무리가, 광장에 마련된 군단의 면회실을 찾아왔다.

“어쩐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이 부대의 장을 만나 뵙고 싶소.”

“……흐음. 뭐라고 소개해드리면 될까요.”

보초를 서던 병사는 몰려든 사람들을 보며 경계심을 품었다.

하지만.

그 인간들은, 적대적으로 굴 생각은 없다는 듯.

겸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게, 뭐라고 설명할 만한 이름은 없습니다만.”

“이 근처의 각성자 그룹 몇 곳이 모였다…… 정도로 설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인근의 각성자 그룹의 숫자는 상당하다.

그중 몇 곳의 리더들이 한곳에 모여, 우리 부대를 찾아온 것.

평상시라면 그냥 병사들이 응대하고 말았을 일이지만.

‘숫자가 상당한 것 같은데.’

모여든 이들은 모두 각각의 그룹을 이끄는 이들.

그 그룹의 인원을 포함한다면, 상당한 숫자가 될 터.

결국.

“안녕하십니까.”

우리 부대의 대외적인 리더.

“이 부대의 장을 맡고 있는 김현석 중위라고 합니다.”

김 중위가 그들을 맞이하러 나섰다.

그러자.

꿀꺽.

“기, 김 중위.”

“……진짜 김현석 중위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군단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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