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전기 지배.
[원소 요리]
[식재료를 가공해, 특정 원소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특정 원소를 가공해, 더욱 맛있게 요리할 수 있습니다.]
그 이름 그대로.
특정 식재료롤 원소로 가공하거나.
혹은 원소를 가공해,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힘.
나는 이 특성을 활성화한 뒤.
“흐으으읍!!!”
민재 형이 만든 거대한 먹구름.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우리 부대에서도 화력으로는 최강을 자랑하는 남자.
이민재.
광역 공격에 특화된 특성상, 전투직 중에서도 레벨링이 쉬운 편이라.
그 레벨은, 부대에서도 나 다음으로 높은 2위에 해당한다.
그가 전력을 다해 만든 먹구름.
그 안에 손을 집어넣는다는 것은, 본래라면 자살행위였을 것이나…….
[우호적인 마력체입니다.]
[특성 - ‘원소 요리’가 발동합니다.]
그 마력의 주체가 나를 거절하지 않는 한.
새로운 특성을 익힌 지금.
저 거친 번개 역시, 내게는 식재료에 불과하다.
‘잡혔다!’
먹구름 안에 손을 집어넣자.
무언가가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 거칠고, 뜨거운 감촉.
이게, 민재 형이 만든 번개겠지.
원소 요리는 이렇게 붙잡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원소 요리]는 [마나 요리]의 분파.
[마나 요리]는 마력 자체의 맛을 끌어 올리는 것이니.
‘여기에…… 내 마력을 집어넣는다.’
이건 어찌 되었든 요리.
맛있게 가공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
“흐읍…!”…
기억 속의 ‘나’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요리를 하고 있었다.
직접 해 보니.
그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절절히 이해가 갔다.
‘보통 작업이 아니잖아……!’
멀쩡히 존재하는 번개.
그 안에 나의 마력을 집어넣음으로써.
좀 더 ‘양질의’, ‘맛있는’ 번개로 변화시키는 작업.
‘이게, 요리는 맞냐고……!’
전혀 다른 세계의 요리법.
내가 지금까지 해 오던 요리와는 궤를 달리하는 일이었다.
나름대로 오랫동안 요리를 하며, 요리사로서의 짬도 쌓였다 생각했으나.
이 [원소 요리]에 있어서.
내가 그동안 쌓아 올린 노하우는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붙잡은 번개와 씨름을 하며.
그 안에 내 마력을 강제로 욱여넣는 과정.
“시, 신 병장님…….”
“……저 먹구름 안에 손을 집어넣고도 멀쩡하다니.”
지켜보고 있는 녀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괜히 [고급 요리 숙련] 특성하고 별개로 존재하는 게 아니란 건가.’
애초에 다른 세계.
다른 종족의 요리법.
그나마 기억 속의 ‘나’를 경험해서 이 정도라도 가능한 거지.
내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다룰 수 있을 거라든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겠지.
하지만.
“꼭 완벽할 필요는 없거든……!”
[스킬 - 주방장의 특별소스]
이 스킬의 가장 사기적인 점은.
최고의 요리를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고점이 아니다.
‘아무리 맛없는 요리라고 해도, 그 효과가 0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
최대한 그 안의 마력을 손본 뒤.
그 위에.
특별한 비법 소스를 살짝 뿌려지면.
그걸로 끝.
-띠링.
요리의, 완성이다.
[전쟁 요리사의 다소 완성도가 낮은 짙은 무력감의 번개]
그 사실을 전하기도 전에.
“너…… 대체 무슨 짓을……?”
“뭐?”
“어떻게, 마법사도 아닌 네가.”
민재 형의 표정이 크게 바뀌었다.
경악으로 가득 찬 표정을 한 채 나를 바라보는 민재 형.
“내 마법에 간섭한 거냐……!?”
자신이 시전한 마법.
마법의 주인이었던 민재 형은, 변화를 눈치챌 수 있단 거겠지.
하지만.
“무슨 짓을 한 거냐니.”
그렇게 물어도 말이지.
내 직업은 요리사.
내가 한 짓도 당연히.
“요리지.”
“……허.”
뻔뻔하게 대답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리며 나를 바라보는 민재 형.
“어쨋든. 요리는 완성됐어.”
“……네가 한 짓이 요리가 맞는지는 조금 의문이다만.”
“그걸 손님에게 먹이는 건 형한테 맡길게.”
“……후우.”
내 말을 들은 민재 형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그냥 내려놓은 듯.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부분은 뭐. 맡겨 줘라.”
요리는 완성됐다.
하지만.
그 요리를 먹을 당사자는, 저 멀리 섬 안에 있는 바.
내게는 손님에게 요리를 전달할 능력까지는 없다.
그러니.
서빙은, 다른 사람한테 맡겨도 되는 거 아니겠어.
-파지지지지직…….
먹구름 안에 뭉쳐 있던 번개.
그 응축된 에너지가, 이민재 병장의 손에 모여드는가 싶더니.
거대한 창의 형태로 변화한다.
“흐읍……!”
창을 쥔 민재 형의 허리가 크게 돌아갔다.
가장 전통적인, 투창의 자세.
그리고.
파아아아아아아앙!
타고 온 배가 흔들릴 정도의 힘을 실은 채.
발전소가 지어진 섬 안으로, 번개의 창이 날아갔다.
‘저 번개의 막이라면, 평범한 공격은 모두 불태워 버리겠지.’
민재 형이 날린 번개의 창 역시.
언뜻 보기에는, 적을 죽이기 위한 평범한 공격처럼 보이지만.
[번개를 먹는 살모네우스]
저 안에 웅크리고 있을 녀석에게 있어서.
민재 형의 번개는, 맛있는 식사 제공이나 다름없을 터!
-파지지지직
섬에 펼쳐진 막은, 민재 형의 창을 막지 않았다.
그대로.
섬 중심부의 발전소를 향해 날아가는 창.
“…….”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겁니까?”
변화는 바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상태로 몇 분이 지나자.
-파지직…….
-파직.
“어, 어어?”
“장막이…….”
섬의 주변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 무엇 하나 용납하지 않던 번개의 장막.
그 장막이.
-……픽.
사라졌다.
“……영준아.”
그 모습을 보며.
방금 전 거대한 마법을 행사한 민재 형.
그가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나. 레벨 30 찍었다.”
“……오.”
작전이 성공했다는 걸 알리는.
경험치 획득 소식.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피식.
“맛있게 잘 먹었나 보네.”
* * *
“이 녀석이, 그 번개를 만들고 있던 장본인입니까?”
“그래. 내가 직접 봤을 때랑은 모습이 좀 달라졌지만”
장막이 사라진 섬.
우리는 곧바로 섬 위로 올라가, 몬스터가 자리 잡고 있던 발전소로 향했다.
발전소를 꽉 채울 정도로 거대하고 웅장하게 생겼던 뱀.
그랬던 녀석이, 지금은.
“살아는 있는 겁니까?”
“음, 아마도?”
내가 봤던 그 웅장함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발전소의 홀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샤아악…….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 채.
짙은 무력감에 휩싸여, 몸을 웅크리고 있는 녀석.
“이렇게 보니. 전기뱀장어처럼 생겼네.”
“나름 귀엽긴 하군요.”
“힘을 키우기 전에는 이 모습이었단 거겠지.”
까망이도 비슷했다.
처음 만났을 땐 엄청나게 강했던 녀석이다만.
힘을 잃자, 새끼 고양이처럼 변했지.
이쪽은 파충류라는 게 차이일까.
그나저나.
“처음 해 본 원소 요리였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나?”
솔직히, 자신이 없는 요리였다 보니.
약간 기세를 낮추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만.
이렇게 완벽하게 제압될 줄이야?
‘아니. 내 요리 자체는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으려나.’
처음 해 본 요리.
아무리 내가 훌륭한 요리사라고 한들.
처음 해 본 방법으로 최고의 요리를 내놓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효과가 나온 것은.
[원소 요리의 극의를 목격하였습니다!]
[원소 요리의 효과가 50% 상승합니다.]
다스무르 요리사의 기억.
그 기억 속에서, 요리사가 펼치던 극의를 본 덕분이겠지.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녀석을 지켜보고 있자니.
병사들이 나를 보며 물어 왔다.
어떻게 할거냐니.
“무슨 당연한 걸 묻고 그래.”
바닥을 굴러다니는 뱀장어 같은 녀석을 보며 묻는 병사들.
난 그 녀석들을 뒤로 한채, [살모네우스]에게 접근한 뒤.
“죽여야지.”
“……예에?”
그 위로, 칼을 들이밀었다.
“시, 신 병장님?’
“이 녀석은 생포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 뭘 말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물어 오는 병사들.
녀석들이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야. 이 녀석도 까망이처럼 생포해서 아군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도움이 되긴 하겠지.”
“그런데 왜…….”
“이 녀석은 까망이하고는 다르거든.”
확실한 물리적인 육체를 가지고 있던 까망이와 달리.
[살모네우스는 전기 에너지로 이루어진 생명체로서……]
이 녀석은, 순수한 에너지로 이루어진 생명체.
까망이의 경우처럼 어디에 가둬 놓는 게 불가능하다.
게다가.
[기본적인 성격이 난폭하여 영역에 침범하는 이들에게는 적대적인…….]
기본적으로 온순하다는 설명이 달려 있던 까망이와 달리.
기본적으로 난폭한 성격까지.
지금은 내 권속이 된 [밤의 귀족].
아리엘라도 말했었다.
‘성격이 온순한 마물과 친해질 수는 있겠지만, 난폭한 마물을 요리로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거라던가.’
사실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요리가, 이 녀석을 굴복시킬 정도가 아닐 것 같거든.”
“아…….”
까망이의 철판 요리의 경우.
그나마 내가 아는 요리 지식이 어느 정도라도 활용이 되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먹는 번개에 사용되는 것은 ‘원소 요리’.
이쪽 요리는, 나로서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수준에 불과했다.
평생 한식 요리만 한 사람에게, 갑자기 베트남 요리를 시키는 것과 비슷한 일.
이걸 통해 다른 존재를 굴복시킨다느니 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요리를 통해 완벽하게 우호적으로 만들려고 해도, 그럴 만한 요리 실력이 따라 줘야 하거든.”
실력을 키우면 되는 거 아니냐 싶기도 하다만.
실력을 키우기도 전에, 이 녀석이 탈출해서 사고를 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아깝지만, 처리하는 게 맞아.”
그렇게 칼을 치켜들고.
전기로 이루어진 녀석의 몸통을 두 동강 내려던 순간.
“잠깐.”
“응……?’
누군가가 내 팔을 붙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민재 형?”
“잠깐만 기다려 봐라.”
이민재 병장이었다.
“기다리라니. 뭘…….”
“알아보고 싶은 게 있거든.”
내 행동을 저지한 민재 형.
그는 조심스럽게 [살모네우스]를 향해 걸어갔다.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녀석을 계속해서 관찰하는 민재 형.
대체 뭘 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잠시 뒤.
“……하하!”
“깜짝이야.”
민재 형은 무언가 확신을 얻은 듯.
신나는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영준아.”
“어?”
“고맙다.”
“……?”
희열에 찬 웃음을 지으며.
내가 감사를 표하는 이민재 병장.
고맙다니.
……뭐가 고맙단 거지?
“전사직 각성자들이 무예를 얻은 걸 보고 마냥 부러워해야만 했지. 솔직히 조금 서운했어.”
“아.”
“그래서 너한테도 조금 징징댔던 건데…….”
확실히.
이번에 새롭게 얻은 우리 부대의 힘.
[무예]는, 전사 계열에게만 유효한 힘.
마법사나 사수들은 조금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만.
“그거 좀 부럽다고 징징댔다고, 이런 걸 챙겨 줘? 고마운 자식 같으니.”
“……?”
대체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지켜보고 있자니.
[살모네우스]의 위에 손을 올리며 말하는 민재 형.
“말했잖냐. 아까 이 녀석에게 번개를 던진 뒤, 레벨이 30을 찍었다고.”
“그건 들었는데…….”
“너도 경험해 봤겠지만, 레벨이 30을 넘으면 꽤 많은 게 변하거든.”
그건 맞다.
나 역시 ‘전쟁 요리사’라는 직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니.
‘변화라.’
민재 형이 말하는 변화가 궁금해진 나는.
그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식재료 감별(강화)]
[각성자 : 이민재]
[직업 : 전파의 마법사 Lv.30]
레벨이 30이 넘으며.
민재 형이 얻은 직업은, ‘전파의 마법사’.
그리고.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 아래에 자리 잡은.
한 특성이었다.
[특성]
[상급 전기 친화]
[마력 회로 - 뇌雷]
[고속 영창]
…….
…….
[최하급 전기 지배] (New!)
“……어?”
“눈치챘나 보군.”
민재 형이 새롭게 얻은 특성의 이름은.
최하급 전기 지배.
그리고…….
우리의 발아래에 누워 있는 저 괴물은.
[번개를 먹는 살모네우스]
전기로 이루어진 생명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