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180화 (180/227)

180화 전기 지배.

[원소 요리]

[식재료를 가공해, 특정 원소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특정 원소를 가공해, 더욱 맛있게 요리할 수 있습니다.]

그 이름 그대로.

특정 식재료롤 원소로 가공하거나.

혹은 원소를 가공해,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힘.

나는 이 특성을 활성화한 뒤.

“흐으으읍!!!”

민재 형이 만든 거대한 먹구름.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우리 부대에서도 화력으로는 최강을 자랑하는 남자.

이민재.

광역 공격에 특화된 특성상, 전투직 중에서도 레벨링이 쉬운 편이라.

그 레벨은, 부대에서도 나 다음으로 높은 2위에 해당한다.

그가 전력을 다해 만든 먹구름.

그 안에 손을 집어넣는다는 것은, 본래라면 자살행위였을 것이나…….

[우호적인 마력체입니다.]

[특성 - ‘원소 요리’가 발동합니다.]

그 마력의 주체가 나를 거절하지 않는 한.

새로운 특성을 익힌 지금.

저 거친 번개 역시, 내게는 식재료에 불과하다.

‘잡혔다!’

먹구름 안에 손을 집어넣자.

무언가가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 거칠고, 뜨거운 감촉.

이게, 민재 형이 만든 번개겠지.

원소 요리는 이렇게 붙잡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원소 요리]는 [마나 요리]의 분파.

[마나 요리]는 마력 자체의 맛을 끌어 올리는 것이니.

‘여기에…… 내 마력을 집어넣는다.’

이건 어찌 되었든 요리.

맛있게 가공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

“흐읍…!”…

기억 속의 ‘나’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요리를 하고 있었다.

직접 해 보니.

그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절절히 이해가 갔다.

‘보통 작업이 아니잖아……!’

멀쩡히 존재하는 번개.

그 안에 나의 마력을 집어넣음으로써.

좀 더 ‘양질의’, ‘맛있는’ 번개로 변화시키는 작업.

‘이게, 요리는 맞냐고……!’

전혀 다른 세계의 요리법.

내가 지금까지 해 오던 요리와는 궤를 달리하는 일이었다.

나름대로 오랫동안 요리를 하며, 요리사로서의 짬도 쌓였다 생각했으나.

이 [원소 요리]에 있어서.

내가 그동안 쌓아 올린 노하우는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붙잡은 번개와 씨름을 하며.

그 안에 내 마력을 강제로 욱여넣는 과정.

“시, 신 병장님…….”

“……저 먹구름 안에 손을 집어넣고도 멀쩡하다니.”

지켜보고 있는 녀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괜히 [고급 요리 숙련] 특성하고 별개로 존재하는 게 아니란 건가.’

애초에 다른 세계.

다른 종족의 요리법.

그나마 기억 속의 ‘나’를 경험해서 이 정도라도 가능한 거지.

내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다룰 수 있을 거라든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겠지.

하지만.

“꼭 완벽할 필요는 없거든……!”

[스킬 - 주방장의 특별소스]

이 스킬의 가장 사기적인 점은.

최고의 요리를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고점이 아니다.

‘아무리 맛없는 요리라고 해도, 그 효과가 0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

최대한 그 안의 마력을 손본 뒤.

그 위에.

특별한 비법 소스를 살짝 뿌려지면.

그걸로 끝.

-띠링.

요리의, 완성이다.

[전쟁 요리사의 다소 완성도가 낮은 짙은 무력감의 번개]

그 사실을 전하기도 전에.

“너…… 대체 무슨 짓을……?”

“뭐?”

“어떻게, 마법사도 아닌 네가.”

민재 형의 표정이 크게 바뀌었다.

경악으로 가득 찬 표정을 한 채 나를 바라보는 민재 형.

“내 마법에 간섭한 거냐……!?”

자신이 시전한 마법.

마법의 주인이었던 민재 형은, 변화를 눈치챌 수 있단 거겠지.

하지만.

“무슨 짓을 한 거냐니.”

그렇게 물어도 말이지.

내 직업은 요리사.

내가 한 짓도 당연히.

“요리지.”

“……허.”

뻔뻔하게 대답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리며 나를 바라보는 민재 형.

“어쨋든. 요리는 완성됐어.”

“……네가 한 짓이 요리가 맞는지는 조금 의문이다만.”

“그걸 손님에게 먹이는 건 형한테 맡길게.”

“……후우.”

내 말을 들은 민재 형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그냥 내려놓은 듯.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부분은 뭐. 맡겨 줘라.”

요리는 완성됐다.

하지만.

그 요리를 먹을 당사자는, 저 멀리 섬 안에 있는 바.

내게는 손님에게 요리를 전달할 능력까지는 없다.

그러니.

서빙은, 다른 사람한테 맡겨도 되는 거 아니겠어.

-파지지지지직…….

먹구름 안에 뭉쳐 있던 번개.

그 응축된 에너지가, 이민재 병장의 손에 모여드는가 싶더니.

거대한 창의 형태로 변화한다.

“흐읍……!”

창을 쥔 민재 형의 허리가 크게 돌아갔다.

가장 전통적인, 투창의 자세.

그리고.

파아아아아아아앙!

타고 온 배가 흔들릴 정도의 힘을 실은 채.

발전소가 지어진 섬 안으로, 번개의 창이 날아갔다.

‘저 번개의 막이라면, 평범한 공격은 모두 불태워 버리겠지.’

민재 형이 날린 번개의 창 역시.

언뜻 보기에는, 적을 죽이기 위한 평범한 공격처럼 보이지만.

[번개를 먹는 살모네우스]

저 안에 웅크리고 있을 녀석에게 있어서.

민재 형의 번개는, 맛있는 식사 제공이나 다름없을 터!

-파지지지직

섬에 펼쳐진 막은, 민재 형의 창을 막지 않았다.

그대로.

섬 중심부의 발전소를 향해 날아가는 창.

“…….”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겁니까?”

변화는 바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상태로 몇 분이 지나자.

-파지직…….

-파직.

“어, 어어?”

“장막이…….”

섬의 주변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 무엇 하나 용납하지 않던 번개의 장막.

그 장막이.

-……픽.

사라졌다.

“……영준아.”

그 모습을 보며.

방금 전 거대한 마법을 행사한 민재 형.

그가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나. 레벨 30 찍었다.”

“……오.”

작전이 성공했다는 걸 알리는.

경험치 획득 소식.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피식.

“맛있게 잘 먹었나 보네.”

* * *

“이 녀석이, 그 번개를 만들고 있던 장본인입니까?”

“그래. 내가 직접 봤을 때랑은 모습이 좀 달라졌지만”

장막이 사라진 섬.

우리는 곧바로 섬 위로 올라가, 몬스터가 자리 잡고 있던 발전소로 향했다.

발전소를 꽉 채울 정도로 거대하고 웅장하게 생겼던 뱀.

그랬던 녀석이, 지금은.

“살아는 있는 겁니까?”

“음, 아마도?”

내가 봤던 그 웅장함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발전소의 홀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샤아악…….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 채.

짙은 무력감에 휩싸여, 몸을 웅크리고 있는 녀석.

“이렇게 보니. 전기뱀장어처럼 생겼네.”

“나름 귀엽긴 하군요.”

“힘을 키우기 전에는 이 모습이었단 거겠지.”

까망이도 비슷했다.

처음 만났을 땐 엄청나게 강했던 녀석이다만.

힘을 잃자, 새끼 고양이처럼 변했지.

이쪽은 파충류라는 게 차이일까.

그나저나.

“처음 해 본 원소 요리였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나?”

솔직히, 자신이 없는 요리였다 보니.

약간 기세를 낮추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만.

이렇게 완벽하게 제압될 줄이야?

‘아니. 내 요리 자체는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으려나.’

처음 해 본 요리.

아무리 내가 훌륭한 요리사라고 한들.

처음 해 본 방법으로 최고의 요리를 내놓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효과가 나온 것은.

[원소 요리의 극의를 목격하였습니다!]

[원소 요리의 효과가 50% 상승합니다.]

다스무르 요리사의 기억.

그 기억 속에서, 요리사가 펼치던 극의를 본 덕분이겠지.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녀석을 지켜보고 있자니.

병사들이 나를 보며 물어 왔다.

어떻게 할거냐니.

“무슨 당연한 걸 묻고 그래.”

바닥을 굴러다니는 뱀장어 같은 녀석을 보며 묻는 병사들.

난 그 녀석들을 뒤로 한채, [살모네우스]에게 접근한 뒤.

“죽여야지.”

“……예에?”

그 위로, 칼을 들이밀었다.

“시, 신 병장님?’

“이 녀석은 생포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 뭘 말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물어 오는 병사들.

녀석들이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야. 이 녀석도 까망이처럼 생포해서 아군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도움이 되긴 하겠지.”

“그런데 왜…….”

“이 녀석은 까망이하고는 다르거든.”

확실한 물리적인 육체를 가지고 있던 까망이와 달리.

[살모네우스는 전기 에너지로 이루어진 생명체로서……]

이 녀석은, 순수한 에너지로 이루어진 생명체.

까망이의 경우처럼 어디에 가둬 놓는 게 불가능하다.

게다가.

[기본적인 성격이 난폭하여 영역에 침범하는 이들에게는 적대적인…….]

기본적으로 온순하다는 설명이 달려 있던 까망이와 달리.

기본적으로 난폭한 성격까지.

지금은 내 권속이 된 [밤의 귀족].

아리엘라도 말했었다.

‘성격이 온순한 마물과 친해질 수는 있겠지만, 난폭한 마물을 요리로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거라던가.’

사실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요리가, 이 녀석을 굴복시킬 정도가 아닐 것 같거든.”

“아…….”

까망이의 철판 요리의 경우.

그나마 내가 아는 요리 지식이 어느 정도라도 활용이 되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먹는 번개에 사용되는 것은 ‘원소 요리’.

이쪽 요리는, 나로서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수준에 불과했다.

평생 한식 요리만 한 사람에게, 갑자기 베트남 요리를 시키는 것과 비슷한 일.

이걸 통해 다른 존재를 굴복시킨다느니 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요리를 통해 완벽하게 우호적으로 만들려고 해도, 그럴 만한 요리 실력이 따라 줘야 하거든.”

실력을 키우면 되는 거 아니냐 싶기도 하다만.

실력을 키우기도 전에, 이 녀석이 탈출해서 사고를 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아깝지만, 처리하는 게 맞아.”

그렇게 칼을 치켜들고.

전기로 이루어진 녀석의 몸통을 두 동강 내려던 순간.

“잠깐.”

“응……?’

누군가가 내 팔을 붙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민재 형?”

“잠깐만 기다려 봐라.”

이민재 병장이었다.

“기다리라니. 뭘…….”

“알아보고 싶은 게 있거든.”

내 행동을 저지한 민재 형.

그는 조심스럽게 [살모네우스]를 향해 걸어갔다.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녀석을 계속해서 관찰하는 민재 형.

대체 뭘 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잠시 뒤.

“……하하!”

“깜짝이야.”

민재 형은 무언가 확신을 얻은 듯.

신나는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영준아.”

“어?”

“고맙다.”

“……?”

희열에 찬 웃음을 지으며.

내가 감사를 표하는 이민재 병장.

고맙다니.

……뭐가 고맙단 거지?

“전사직 각성자들이 무예를 얻은 걸 보고 마냥 부러워해야만 했지. 솔직히 조금 서운했어.”

“아.”

“그래서 너한테도 조금 징징댔던 건데…….”

확실히.

이번에 새롭게 얻은 우리 부대의 힘.

[무예]는, 전사 계열에게만 유효한 힘.

마법사나 사수들은 조금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만.

“그거 좀 부럽다고 징징댔다고, 이런 걸 챙겨 줘? 고마운 자식 같으니.”

“……?”

대체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지켜보고 있자니.

[살모네우스]의 위에 손을 올리며 말하는 민재 형.

“말했잖냐. 아까 이 녀석에게 번개를 던진 뒤, 레벨이 30을 찍었다고.”

“그건 들었는데…….”

“너도 경험해 봤겠지만, 레벨이 30을 넘으면 꽤 많은 게 변하거든.”

그건 맞다.

나 역시 ‘전쟁 요리사’라는 직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니.

‘변화라.’

민재 형이 말하는 변화가 궁금해진 나는.

그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식재료 감별(강화)]

[각성자 : 이민재]

[직업 : 전파의 마법사 Lv.30]

레벨이 30이 넘으며.

민재 형이 얻은 직업은, ‘전파의 마법사’.

그리고.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 아래에 자리 잡은.

한 특성이었다.

[특성]

[상급 전기 친화]

[마력 회로 - 뇌雷]

[고속 영창]

…….

…….

[최하급 전기 지배] (New!)

“……어?”

“눈치챘나 보군.”

민재 형이 새롭게 얻은 특성의 이름은.

최하급 전기 지배.

그리고…….

우리의 발아래에 누워 있는 저 괴물은.

[번개를 먹는 살모네우스]

전기로 이루어진 생명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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