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월례회에서 일어난 일
40. 월례회에서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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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에 거주하는 관리의 숫자를 모두 합치면 대략 2만 정도가 된다.
고위직에서 미관말직까지 모두 합친 숫자다.
당연하겠지만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5일에 한 번 있는 조회에는 2백여 명의 고위직 관리들이 모여서 현안을 공유하고, 한 달에 한 번 있는 월례회 때는 1천 명 정도의 관리가 모여서 대략적인 정책 방향을 전달받는 정도다.
그리고 오늘은 한달에 한 번 있는 월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무리 혼천감이 일반적인 기관이 아니라고 해도 월례회는 참가하는 것이 관례였다.
“지금 출발하셔야 합니다. 마스터.”
“제조 대감!”
“예, 옛!”
“이곳에 있는 동안은 언제나 언행에 주의해라. 아무리 우리끼리 있다고 해도 주변에 눈과 귀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혼천감의 제조인 연무결은 점점 덩치를 키워가는 불안감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방금 제자를 질책한 일도 사실은 아무 의미 없는 잔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마스터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곳 사람들이 알 것이 뭔가.
하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마음속에 쌓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내뱉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쌓이는 불안감이 그를 미치게 만들지도 몰랐다.
지금 그가 느끼는 불안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불완전하게나마 알기 때문에 더 문제였다.
무엇인가 자신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은 그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고.
어디서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누가 어떤 일로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니면 무엇인가가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의심이 가는 자는 너무 많았다.
그를 제외한 모든 자.
어쩌면 그 자신까지 포함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이 아니게 되는 것도 위협이라면 위협이니까.
세상의 진리를 엿보고, 세상의 법칙을 비틀면서까지 욕망에 따르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나 사건의 인과 같은 것조차 건너뛰는 감각을 느낄 때가 있다.
지금 그가 느끼는 불안감이 바로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예지였다.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대략 4달 전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딱 이거다 싶은 것은 없었다.
황제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들이 생각보다 유능하고 강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그나마 소득이라고 할까?
자신이 고생하는 동안 학파의 종주라는 사람이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작지 않은 소득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불안감을 진정시켜주지는 않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오늘, 지금까지 느끼던 불안감이 최고조를 달리고 있었다.
“음.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 지팡이를 가져가야겠어.”
이곳에서는 너무 튀는 모양새라서 자신의 지팡이는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대신 지팡이 대용으로 수정이 달린 접부채를 하나 가지고 다니곤 했는데, 그런 임시방편으로는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마스터가 된 뒤로 언제나 함께 해온 그의 지팡이가 있어야 했다.
12층 탑을 나서던 연무결은 다시 돌아가서 자신의 지팡이를 챙겼다.
너무 투명해서 커다란 이슬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수정이 지팡이의 머리에 달려 있고, 몸체에는 음각한 기하학적 선에 금을 인입하여 만들어낸 화려한 문양이 뒤덮여 있는 지팡이였다.
그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도록 해주고, 한 번 정도는 그의 목숨을 구해줄 만한 수단도 숨겨놓은 그의 보물이었다.
연무결은 지팡이를 손에 쥐고 나서야 불안감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팡이가 정답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연무결은 그의 제자들 중 혼천감의 관직에 이름을 올린 두 명의 제자와 함께 월례회를 참석하기 위해 출발했다.
월례회가 열리는 장소는 인경궁이었다.
황제가 업무를 보는 여러 궁궐 중 하나로 넓은 광장이 특징인 곳이다.
광장의 바닥에는 관리들이 바른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품계와 직책이 새겨진 판석을 깔아 놓았고, 관리들의 출결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 품계와 직책이 새겨진 판석마다 그 옆에 문관과 무관의 작은 석상을 세워놓았다.
월례회를 시작할 시간이 거의 되자 1천 개가 넘는 자리가 대부분 채워졌다.
고위직답게 느지막하게 도착한 연무결은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관리들을 보면서 제국에 재앙을 가져오는 간단한 방법을 떠올렸다.
이곳에 거대한 유성이라도 하나 떨어뜨린다면?
아니면 마계와 연결된 통로라도 하나 연다면?
핵심은 이곳에 모여 있는 관리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다.
물론 이곳에 모여있는 자들이 한꺼번에 죽는다고 해도 제국이 망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행정이 마비된 채로 오랫동안 혼란에 휩싸일 것은 분명했다 .
만약, 자신에게 시간을 벌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연무결은 자신의 지팡이를 쓰다듬었다.
이곳에 있는 관리들의 목숨은 자신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황제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아니, 황제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고 해도 목이 잘려서도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연무결이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행복회로를 돌리는 동안, 월례회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
월례회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세 번 울려 퍼졌다.
각 부의 고위대신들이 들어와 자신의 자리에 서자 아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악에 맞추어 환관들이 줄을 지어 먼저 들어오고 그 뒤를 궁녀들이 따라 들어왔다.
환관과 궁녀들이 앞에 늘어서자 이번에는 금의위의 위사들이었다.
그들은 황제의 자리 주변을 사람으로 벽을 세웠다.
황제의 자리는 궁인들로 완전히 둘러 싸였다.
누군가가 황제를 노리고 저격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아악의 곡조가 바뀌자 드디어 황제가 등장했다.
아직 어린 티가 남아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황제, 그 자체였다.
감히 바라보기도 어려운 위엄이 흘러넘쳤다.
연무결은 저것이 황실에서 내려오는 무공의 일종임을 알고 있다.
처음에 저것을 보았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분위기였으니까.
하지만 오래되지 않아서 진실을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황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지금은 우습지도 않은 편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황제가 좌정하자 다시 아악의 곡조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곡조에 맞추어 사람의 노랫소리까지 함께였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실력이 많이 쳐지는 것이 귀가 불쾌할 정도였다.
예부의 관리도 아닌 그가 신경을 쓸 것은 없겠지만, 예부에 속한 관리들은 아니었다.
슬쩍 보니 얼굴색이 창백해진 것이 벌써 몇 명의 목이 매달리기라도 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연무결은 다음 순서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환관 중 하나가 앞에 나와서 향을 피울 순서였다.
이것은 황제의 덕이 널리 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환관들 중 움직이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황제는 여전히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조용히 신하들을 보고 있었고, 황제의 주위를 둘러싼 궁인들 역시 조금의 동요도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아악은 계속 연주되었다.
누군가의 인맥을 타고 들어왔음이 분명한 자 역시 듣기 불쾌한 노래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무엇인가 이상했다.
연무결은 자신도 모르게 지팡이를 꽉 쥐었다.
그때부터였다.
장내에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몇 명의 관리들이 머리에 손을 대고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몇 명은 황제 앞이니 억지로라도 참으려고 했지만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속에 든 것을 토하고 엎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몇 명은 몸을 뒤틀며 난리를 치는데, 그 모양새가 마치 미친 사람 같았다.
그들은 대부분 한 부서를 책임지는 고위 관리였다.
그리고 연무결은 그들이 누구인지 단숨에 눈치챘다.
모르면 말이 되지 않는다.
함께 차를 마셨던 자들이니까.
“모두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
“어명이다! 움직이지 말라. 움직이는 자는 처벌한다!”
고위 무관들이 전면에 나섰다.
그리고 금의위의 위사들 중에서 금술을 달고 있는 자들, 그러니까 단순한 위사가 아니라 품계를 가진 자들이 관리들 사이로 난입했다.
그들의 검은 조금의 사정도 봐주지 않았다.
자신의 부서의 수장이 쓰러졌으니 돌보겠다고 움직였던 자들 중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은 자들을 향해 가차없이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관리들은 꽁꽁 묶어서 끌어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판석에 서 있는 관리들 중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충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다들 눈치챘다.
숙청이었다.
황제가 친림하여 불순한 자들을 솎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관리들은 모두 얼어붙은 채, 자신의 자리에 서서 운명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무결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이대로 있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너무 뻔했다.
연무결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위사들을 보면서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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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자신의 노래에 반응하여 쓰러지는 관리들을 보면서 더욱 목청을 높였다.
내공을 소리에 싣고 멀리 퍼뜨렸다.
기파가 소리에 실려 사람의 신경을 자극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조금 불쾌감을 느끼고 마는 정도겠지만, 고독에게는 아니었다.
아마 지독한 편두통이라도 느끼는 기분이지 않을까?
편두통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까 고독이 날뛰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 싶었다.
이한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금의위의 위사들은 관리들 사이에 난입하여 쓰러져 있는 관리들을 끌어내고, 반항하거나 명령에 불복종하는 관리들은 그대로 베어버렸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러나 이한은 곧 상상 이상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금의위의 위사들이 산산조각 나면서 허공에 흩뿌려진 것이다.
멀리서 보기에도 살 떨리는 장면이었다.
[혼천감의 관리들이 있어야 하는 곳입니다.]
이한은 노래를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관리들을 둘러싸고 있던 무관들 중 몇 명이 즉시 움직였다.
그들은 수십장이 넘는 거리를 날아가듯 단숨에 건너뛰었다.
경신법만 보더라도 일류급은 충분히 되는 수준이었다.
“저쪽에 몇 명이 있는 거지?”
[혼천감이 월례회에 내보내는 관리의 숫자는 3명입니다. 복장을 보아하니 3명 모두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숫자가 많았던 것 같은데?”
[일부 인원이 궁궐 지역 밖에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만, 그래도 남아 있는 자들이 모두 10명은 될 겁니다.]
“아직 혼천감에 남아 있을까?”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저 놈을 잡아서 족치면 가장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불가능하겠지?”
[금의위 사람들의 눈이 돌아갔습니다.]
“그렇다면 혼천감에 남아있는 자들을 족쳐야겠군.”
이한의 결정은 빨랐다.
그리고 동작은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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