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이것은 무공이 아니다.
42. 이것은 무공이 아니다.
지금 전투는 금의위가 살짝 우세한 상황이었다.
일반 위사의 실력이야 늑대 인간에게 미칠 것이 아니었지만, 별장은 달랐다.
적어도 견제할 정도는 되었고, 그들 중 하나는 일방적으로 늑대 인간을 몰아치는 것이 이한 못지않은 실력이었다.
게다가 진짜 고수는 아직 뛰어들지도 않았다.
[뒤에서 포위하고 있는 자들 중 하나에게서 황보상과 비교될 정도의 내공이 측정됩니다.]
“절정일까?”
[내공만 따지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직 저자의 무공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했기 때문에 종합적인 판단은 불가능합니다.]
“역시 황실은 황실이로군. 황궁에 있는 고수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아. 그런데 탑 내부는 아직도 관측이 안 되나?”
[예. 관측이 안 됩니다. 알 수 없는 에너지의 흐름이 모든 관측 수단을 교란하고 있습니다.]
“좀 더 안전하게 가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그냥 들어가야겠다. 쓸만한 자료가 있는지 보자.”
이한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삼단삼극심공의 내공 운용법이 아니라 오행심법의 내공 운용법이었다.
운용 과정이 삼단삼극심공에 비해 불안했지만, 위력은 훨씬 강했다.
화기를 투사하는 주먹으로 생고기를 몇 번 때리면 미디움은 무리라고 해도 레어 정도로 익히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다.
만약 오행권을 극성으로 익힌다면 웰던도 가능할지도?
늑대 인간 역시 이한의 의견에 동의하는 기색이었다.
얻어맞은 부위의 털이 그을릴 정도가 되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기는 하겠다.
이한은 일방적으로 늑대 인간을 몰아붙이고 있던 쪽으로 훅하고 끼어들어서 둘이 함께 늑대 인간을 두들겼다.
당장이라도 칼에 찔려 죽을 것처럼 위태로웠던 늑대인간이 갑자기 끼어든 이한의 주먹까지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인간 같지 않은 반사신경으로 간신히 몸을 비틀어서 급소를 맞는 것을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신 겨드랑이 쪽을 그대로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한에게는 겨드랑이 쪽도 나쁘지 않았다.
기꺼운 마음으로 그곳을 두드렸다.
당연하다는 듯이 갈비뼈가 부러져 나갔다.
딱. 딱.
부러지는 순간마다 손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몇 조각으로 부러지고 부러진 조각이 어디에 가서 박히는지.
이 정도면 치명상이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주먹에서 뻗어나가는 화기가 늑대인간을 직격했다.
털이 그을린 것은 사실 별것 아니다.
진짜는 주먹에서 뻗어나간 화기가 별다른 저항도 없이 그대로 늑대 인간의 내부로 파고든 것이었다.
내공을 쌓을수록,
불순한 기운을 내보내고 오직 원하는 종류의 기운만을 남겨서 정련할수록,
내공을 수련하는 사람은 외부에서 침투해오는 다른 사람의 내공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게 된다.
내공을 10년만 제대로 수련했어도 이한이 투사하는 화기에 저항하며 내부를 보호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눈앞의 늑대 인간처럼 폐가 그대로 익어버리는 대참사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공에 비롯되는 기운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자들은 무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을 익히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한은 호흡이 막혀서 고통스러운 표정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늑대 인간을 향해 다시 한번 정권을 내질렀다.
일격필살의 기세가 담긴 공격이었다.
거의 동시에 기회를 엿본 별장의 칼이 늑대인간의 목을 꿰뚫었다.
폐가 익고 심장이 터지고, 칼이 목을 관통한다면 천하제일고수라고 하더라도 살아날 길이 없다.
늑대 인간이 야생의 동물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나노머신을 가진 이한이라면 모를까.
“나는 안으로 들어갈거요. 별장은?”
“금방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어사대부 영감.”
별장은 고전하는 동료들을 돕기 위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금의위의 손에 여유가 생겼으니 남아 있는 늑대 인간들이 금방 정리될 것 같기는 했다.
이한은 먼저 탑으로 들어갔다.
탑의 1층은 의외로 삭막했다.
탑을 지지하는 기둥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 좀 특이할 뿐 별다른 가구조차 보이지 않았다.
[기둥에 새겨진 패턴이 구리판에 새겨진 패턴과 다릅니다. 이것은 프랙탈 문양이 아니라 차원파동함수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 같은데요?]
“나 예체능계다.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마.”
[데이터 확보를 위해 기둥의 문양을 보아주십시오. 한 번만 스치듯 보고 지나가시면 됩니다.]
이한은 나노의 요청에 따랐다.
하지만 그의 신경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쏠려 있었다.
귀에 집중하자 바로 위층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탑 내부로 들어간 가짜 도사들이 분명했다.
생포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한은 2층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갑자기 1층을 둘러싸고 있던 벽이 무너진 것이다.
8개의 기둥 사이로 밖의 상황이 그대로 들어왔다.
이한이 본 혼천감의 3명의 도사 중 하나가 날뛰고 있었다.
혼천감의 제조가 분명했다.
*
금의위 별장 진관월은 원래 요괴나 귀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것은 본 적도 없고, 실제로 있다고 한들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입장이었다.
혹시, 부딪칠 일이 있다면 어려서부터 익혀온 단육검법으로 베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요괴를 만나서 그의 생각대로 요괴를 베어 죽였다.
세상에!
황궁의 관리가 요괴였다니!
사람이 늑대와 비슷하게 생긴 요괴로 변하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는 기이한 일이었다.
사람 가죽을 뒤집어쓰고 사람 흉내를 내는 요괴에 대한 이야기는 패관잡서에서 읽어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저런 것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제압할 수 없다면 무조건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온 것이나, 어사대의 어사대부가 갑자기 나타나서 금의위의 행사를 지켜보다가 개입하는 것을 보면 위에서도 저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늑대 요괴를 상대하는 것은 사실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었다.
움직임은 사람과 비교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고, 공격을 피하거나 반격하는 감각은 야생 동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무공은 늑대 요괴를 상대로도 충분히 쓸만했다.
동료들은 쩔쩔매고 있었지만, 일류의 무림인에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던 진관월은 그의 단육검법으로 늑대 요괴쯤은 어렵지 않게 몰아붙일 수 있었다.
마지막 한 방이 부족했지만, 그것도 갑자기 끼어든 어사대부 덕분에 늑대 요괴의 목을 꿰뚫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늑대 요괴들을 잡기 위해 동료들을 돕기 시작했다.
일단 손에 여유가 생기자 육체적인 능력만 뛰어난 늑대 요괴를 제압하는 일은 금방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늑대 요괴가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하나를 베어 넘긴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누군가가 뚝 떨어졌다.
혼천감의 제조 연무결이었다.
겉옷은 찢어지고, 머리칼은 산발이 된 것이 이미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온 모습이었다.
언제나 그를 따라다니던 두 명의 도사도 보이지 않았다.
연무결은 쓰러져 있는 늑대 인간들과 혼천감의 입구를 장악하고 있는 금의위의 위사들을 보자 창백했던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변했다.
눈은 붉어지고, 드러낸 이빨은 더욱 날카로워진 느낌이었다.
그는 혼천감의 입구에 있는 위사들을 향해 지팡이를 내밀었다.
지팡이에서 검은색 덩어리가 쏟아져 나왔다.
조금 전에 혼천감의 도사들이 쏘아대던 유형화된 기운 덩어리와 비슷한 것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훨씬 검고, 크기도 더 크다는 정도?
그러나 그 차이가 가져오는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진관월은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의 부하들이 말라비틀어지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검은 기운 덩어리에 얻어맞은 사람들은 한순간에 생기를 빼앗기고 죽어갔다.
마치 몇 달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노동에 시달린 것 같은 몰골로 말이다.
진관월처럼 고수 소리를 듣던 금의위의 사람들은 검은 기운 덩어리를 쳐낼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대로 얻어맞았고, 그 결과가 저 꼴이었다.
그렇지만 혼천감의 제조 연무결은 창백했던 얼굴에 홍조가 돌아왔다.
붉었던 눈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풍기는 분위기도 여유가 생겼다.
심지어 살도 좀 오른 것 같았다.
착각이 아니라면 얼굴도 좀 더 둥글게 변한 것이 분명했다.
그 모습을 본 진관월은 무림의 유명한 마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공을 빨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마공을 말이다.
적어도 비슷한 종류의 것임이 분명했다.
“맙소사, 흡기공인가?”
“마공이다. 사교야!”
충격에 빠진 금의위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연무결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이 온통 냉기와 사기로 가득 차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접하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이 느껴졌다.
[Mi ordonas prunteprenante la nomon de la granda malnova dio, la malnova dio ekster la dimensio. Vekiĝu, homoj de mallumo. Trinku la sangon de la vivantoj.]
그러나 주문을 듣는 순간, 진관월은 자신이 느낀 거부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무결의 주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자신의 목에 칼을 꽂고 싶었다.
눈을 파내고, 심장을 부수고 싶었다.
진관월은 정신과 몸을 보호하기 위해 전력으로 내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 끔찍한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문으로 인한 주박에서 완전히 벗어나기에는 부족했다.
“이놈!”
“대진국의 도사가 아니라 사교의 종자였구나!”
범종이 바로 옆에서 울리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승려 한 명과 두 명의 고위 무관이 모습을 드러내며 고함을 질렀다.
내공에 실린 뜻과 기운이 고함에 실려 주변에 퍼졌다.
그제서야 주박이 온전히 박살났다.
진관월은 검을 잡은 자신의 손에 힘이 돌아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저 사악한 자를 공격하고 싶었다.
그러나 연무결을 공격할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대신 새로 나타난 적부터 상대해야 했다.
연무결이 주문을 마치자 혼천감의 건물로 쓰고 있던 12층 탑의 8개 방향에서 무엇인가가 땅을 헤치고 나왔다.
걸치고 있는 옷과 머리까지 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모습이 볼품 없기는 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무공을 익힌 자의 것임이 분명했다.
거기다 은근히 흘러나오는 사기는 무공을 익힌 사람조차 흠칫할 정도로 강력했다.
이미 동료들이 말라비틀어져서 죽어가는 꼴을 본 위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
“설마 강시인가?”
“아니, 강시라기에는 움직임이 살아있는 사람 같은데?”
하지만 연무결을 추격해 온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승려는 땅을 헤치고 올라온 자들을, 두 명의 고위 무관은 연무결을 맡아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연무결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의 손이 12층 탑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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