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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속 칼잡이-120화 (119/200)

남자 하나가 으르렁대듯 말하자 한석구가 어이없어했다.

“넌 칼라드 사람 아니냐? 나를 몰라?”

“내가 너를 왜 알아야 하는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비켜. 여긴 회원제로 운영 중이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

남자는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하고 허공을 날아 쓰레기더미 속에 처박혔다. 한손으로 남자를 날려버린 한석구가 다른 남자를 보며 말했다.

“그쪽도 나 모르나?”

“······원탁의 한석구 님 아니십니까? 얼른 들어가시지요. 저 친구가 원래 다른 지역 출신인데 일거리 찾아서 여기까지 왔다 보니 한석구 님 얼굴을 몰랐던 모양입니다.”

험악한 인상과 다르게 허리까지 숙여 가며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석구가 대충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선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어둠의 자식들이냐? 죄 창문 닫고 커튼까지 치고 이게 뭔······.”

영화 같은 걸 보면 도박장은 대개 어두컴컴한 공간에 불 몇 개 켜두고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식으로 나온다.

유명한 카지노라면 깔끔한 시설이 장점이겠지만 이런 곳에서 그런 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렵다.

쯧 하고 혀를 찬 한석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서 황금성 이 새끼 어디 있어?”

“뭐야, 데려간다는 게 황금성이었어? 난 누구 데려간다고 이런 곳에 왔나 했네.”

한석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 원탁에서 뺄 수 있는 인원이 걔뿐이야. 오성이는 어젯밤에 야간 근무 뛰고 와서 지금 자러 갔거든.”

“황금성이 랭킹 2위던가? 직업이 주술사던? 게임에서도 자주 만난 적은 없지만 랭커 중에 주술사 하는 놈이 거의 없어서 아이디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도 걔랑은 별로 이야기해본 적은 없는데, 성격 특이한 놈이긴 해. 어쨌건 어디 있나 모르겠네. 여기 담배 냄새 때문에 오래 있기 싫은데.”

한석구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도박장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눈에는 하나 같이 기이한 열기가 깃들어 있었다.

일확천금이라는 꿈을 쫓아 나락 속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항상 성공을 꿈꾸고 있다. 그들의 미래엔 항상 어둠뿐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러면 황금성 역시 그럴 것인가? 한석구는 아니리라 생각했다. 황금성은 원탁의 랭커고 이미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런 그가 단지 재미로 도박을 하는 거라면 몰라도 왜 인생을 걸겠는가?

한석구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갑작스럽게 쿵 하는 소리에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거 놔!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이러는 거냐!”

웬 소란인가 했더니 남자 하나가 도박장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이 새끼 잡아! 돈 될 만한 건 다 뺏어! 옷이라도 벗겨!”

“힘은 또 왜 이리 세? 잡아!”

직원들은 정말 남자의 물건은 물론이고 옷까지 전부 뺏어갔다. 결국 속옷만 남은 채로 옷이 벗겨진 남자는 직원들의 손에 의해 바깥으로 끌려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에 들어온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 쓰레기장에 내다버린 듯했다.

“하여튼 씹새, 돈 없으면 도박을 하지 말던가.”

“그래도 쟤가 지금까지 여기다 갖다 바친 돈이 얼마냐?”

“내가 듣기로 쟤 여기다가 전재산 다 썼다고 하던데······.”

직원들이 저들끼리 떠드는 이야기를 듣던 한석구가 고개를 돌려 문쪽을 쳐다봤다.

“여긴 없는 것 같은데? 아무리 황금성이 도박 중독이라도 하루 종일 도박만 하고 있진 않을 텐데, 나중에 다시 와야 하는 거 아닌가?”

김창이 묻자 한석구가 여전히 고개를 문쪽으로 고정한 채로 말했다.

“그래, 여기에는 없네. 일단 나가자.”

김창은 순순히 한석구를 따라 도박장을 나왔다. 바깥에 나가니 아까 그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조심히 가라고 인사했다.

한석구는 대충 손을 흔들고서 곧장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그걸 본 김창이 물었다.

“여긴 왜?”

“쓰레기 찾으려고. 이게 쓰레기긴 한데 아직 쓸만해서 고치면 쓸 수 있어.”

“뭔 쓰레기?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하네.”

한석구는 대답하는 대신에 쓰레기 더미 속에서 뭔가를 뽑아냈다. 길쭉하게 뻗은 그건 사람 다리였는데 더 잡아당기니 이젠 진짜 사람이 나왔다.

도박장 놈들, 혹시 뭐 사람 장사라도 하나? 웬 시체가 쓰레기장에······.

김창이 당황하는 사이에 한석구가 말했다.

“야, 황금성.”

황금성? 뜬금없이 들려온 이름에 김창이 눈썹을 까딱였다. 자세히 보니 저 쓰레기, 어디서 많이 본 쓰레기 같은데······.

황금색 머리카락에 갈색 피부, 경박해 보이는 얼굴과 다부진 체격. 누가 봐도 놀기 좋아하는 인상의 쓰레기였다.

쓰레기가 말했다.

“음, 뭐야? 너 혹시 석구냐?”

말하는 쓰레기는 한석구를 보고서 오호 소리를 냈다.

“오랜만에 보네. 여긴 어쩐 일이냐? 도박하러 왔어? 그런 거면 나 돈 좀 빌려주라. 내가 불려줄게.”

“불려주긴 뭘 불려줘? 불어 터질 때까지 맞을래? 너 뭐야? 대체 얼마를 걸었길래 옷까지 다 뺏기고 이러고 있는 거야?”

속옷만 입은 황금성이 호탕하게 웃었다.

“올인했다가 다 잃었다. 그래서, 돈 빌려줄 거야?”

“빌려주겠냐, 미친놈아? 대체 뭔 도박을 했는데 돈을 다 잃었어?”

“환상 경마라는 게 있거든? 마법사가 자그마한 말 환영을 만들면 그걸 가지고 경주하는 건데, 역배에 올인했다가 그만······. 10배에 혹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냥 얌전히 우승 후보한테 걸었어야 했나?”

“10배면 뭐 그냥 우승 확률 거의 바닥인 하위권 말인 거 아니야? 왜 거기다 걸었어? 질 거 뻔히 알면서 왜 그랬는데?”

“안전하게 할 거면 도박 왜 해?”

미친놈. 개소리인 건 맞는데 틀린 소리도 아니다. 한석구가 어이없어하는 가운데 김창이 물었다.

“너 돈 필요하냐?”

“돈? 그건 갑자기 왜?”

“도박에 자꾸 매달리는 거 보니 혹시나 돈 필요한가 궁금해서. 그런 거라면 우리랑 일 하나만 하자. 큰돈 벌 기회야.”

“뭔 소리야?”

황금성이 말했다.

“난 돈 따려고 도박 하는 거 아닌데? 그냥 도박 중독인 건데?”

“······이거 데려가도 돼? 신전에 먼저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2코어 인피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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