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래에서 온 연애편지-14화 (14/649)

〈 14화 〉 1. 첫 번째 편지(14)

* * *

세리아와 함께 수련을 한 지는 며칠이 지났다.

물론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세리아는 여전히 나보다 월등한 실력의 검사였고, 도리어 말하자면 내가 세리아를 보며 배우는 면까지 있었다.

그녀와 함께하면서 내 일과 또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우선 수련시간의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 나도 하루에 3시간 이상은 꾸준히 자율훈련에 투자하곤 했지만, 세리아의 훈련량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새벽녘마다 나와 검을 휘두르고, 쉬는 시간에도 검을 휘두르고, 해질녘에도 검을 휘두른다.

그 모든 훈련에 내가 함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왕 돕기로 결정한 뒤였다. 나 또한 열과 성을 다할 의무가 있었다.

귀족이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져야 했다. 민초가 하는 말과 귀족이 하는 말은 그 무게부터가 달랐다. 그렇기에 민초의 희생 위에서 부귀와 영화를 누리는 것이 아닌가.

물론 시골 자작가의 차남에 불과한 내가 귀족의 의무 운운해 봐야 웃길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며칠을 함께하다 보니, 성과가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나는 그 이전보다 세리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세리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세리아는 인간관계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다. 이는 지금껏 추측의 영역에 불과했으나, 날이 갈수록 나는 이 추론에 확신을 더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던진 추파에 대한 반응이 그랬다.

생각해 보면 세리아가 곧 ‘세피아’인 것도 확실치 않는데, 느닷없이 그녀의 외모를 칭찬하는 말은 실례가 될 수도 있다 싶었다. 그래서 다음날 나는 그녀에게 담백한 사죄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세리아는 애초에 그러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조차 않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 아니요, 괜찮습니다. 사실이니까요.”

“사실이라고?”

나는 상상 이상의 반응에 무심코 그렇게 되묻고 말았다. 그러자 세리아는 당연한 사실을 읊듯이 대답했다.

“네, 어린 시절부터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그러니 객관적으로 저는 예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아닌가요?”

마지막 순간에 슬쩍 내 눈치를 살피며 자신감을 잃는 모습으로 보아, 그녀에게는 어떠한 악의도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우쭐거리거나 하는 의도가 아니라, 단순히 객관적인 사실로서 ‘예쁘다’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말에는 언제나 복잡한 맥락과 의도가 숨겨져 있다. 통상적으로 외모를 칭찬하는 말을 할 때면, 그 기저에는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법이었다.

세리아는 그러한 화법의 기초마저 모르고 있는 셈이었다. 나는 그제야 그녀가 어째서 ‘유르디나의 싸가지’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싸가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눈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인간관계는 늘 실패의 연속이었을 테고, 어느 순간부터 타인과 담을 쌓고 지내게 되는 건 필연적인 결과였다.

나는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하다가, 이내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하루 이틀로 고쳐질 버릇은 아니었다. 단지, 나는 그녀가 바라는 대로 순수한 가치평가로서의 대답을 돌려줄 뿐이었다.

“응, 예뻐. 누가 봐도 예쁘다고 할 거야.”

“그, 그렇군요.”

세리아는 다행이네요, 라고 덧붙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가 예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두려웠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다시 확인받아 안심한 듯한 반응이었다.

레토가 알려준 기초만으로는 세리아의 마음을 공략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어차피 그녀가 ‘세피아’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나도 그녀와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질 생각도 없었지만.

그리고 두 번째, 세리아에게는 ‘휴식’이라는 개념이 부족했다.

그녀와 함께 훈련을 시작한 첫날, 나는 그녀의 훈련량을 따라잡아 보려고 종일 그녀를 쫓아다녔다. 그러고 나서 내린 결론이었다.

세리아는 식사를 하거나 강의를 듣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에 투자한다. ‘노력하는 천재’로서는 이상적인 모습이었지만, 실력 향상은 그렇게 무식하게 시간을 때려 박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고달픈 시기라고 할 수 있던, 유년기의 혹독한 훈련조차도 적절한 휴식과 영양보충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리어 근육이 망가져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제국의 명문가 중 하나인 유르디나 가문의 여식이 이를 모를 리는 없을 터였다. 그러나 나는 도무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그녀에게 물었다.

“세리아?”

“네, 이안 선배.”

잠시 수통의 물을 마시며 수분을 보충하고 있던 세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시선을 던졌다.

그녀의 회색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이슬졌다. 그토록 검을 휘둘렀음에도 안정적인 숨소리, 그리고 그 매혹적인 아쿠아마린빛 눈동자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새벽녘의 숲은 고요했고, 햇살은 세상이 감추어 주었던 보석을 살포시 드러내듯 세리아를 내리쬐고 있었다.

예쁘기는 예뻤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러한 감상을 품으면서, 세리아에게 의문을 던졌다.

“어제부터 종일 검만 휘두르는데, 휴식 시간은 없어? 그러다간 근육이 재생할 시간이 없어서 효과가 떨어질 텐데.”

그러자 세리아의 고개가 다시 한 번 갸웃했다. 도무지 질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그녀와 함께하고 나서 이미 몇 번이고 본 광경이었다.

세리아는, 검지로 입술을 톡톡 두드리다가, 알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힐링 포션을 먹으면 되잖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 헛웃음을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힐링 포션’은 상처를 즉시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여벌의 목숨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만한 효력을 지닌 물약이었으니 값은 또 얼마나 나갈 것인가. 평민은커녕 어지간한 귀족조차도 비상용으로 한 병 정도나 들고 다니는 귀물(?物)이었다.

그런데 세리아는 그걸 매일 마시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훈련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

사실 그러한 소문을 들어보긴 했다. 고위 귀족의 자제 중 독종들은 종종 그렇게 힐링 포션을 마셔가며 수련을 한다고.

그러나 그 소문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힐링 포션을 마시더라도 정신적 피로는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 또한 휴식을 필요로 했다. 매일 같이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보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지치기 마련이다.

아카데미의 동아리 문화가 활성화된 것도 그러한 까닭에서였다. 취미 생활은 공부와 훈련으로 지친 심신의 회복에 도움이 되니까.

그러므로 힐링 포션을 마셔가며 훈련을 한다는 건, 단순히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살인적인 훈련량을 견뎌낼 수 있는가의 문제지.

그야말로 독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여인이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검만 휘두르다 보면 질리지 않아?”

또 다시 세리아의 고개가 갸웃, 그녀가 내게 되물었다.

“그럴 수도 있나요?”

“예를 들자면 뭐, 훈련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많잖아. 친구랑 술을 마신다든가, 동아리 활동을 한다든가, 하다못해 독서를 한다든가…….”

내 말이 이어지자 세리아는 멋쩍은 듯 볼을 긁적였다. 그녀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 어린 시절부터 검밖에 몰라서…….”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세리아의 자세한 성장 과정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남들과 비슷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으리란 점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세리아는 서녀였다. 천출로부터 난 자식이니 그 위세 높은 유르디나 가문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 알 만했다.

그래서 검밖에 모르고 자라온 걸까.

인생의 쓴맛뿐만 아니라 단맛도 느껴야 할 나이였다. 이제야 스물을 갓 넘기지 않았는가. 삶은 한참이나 남아있는데, 그 길이 오직 검뿐이라니.

물론 그러한 삶이 행복한 사람도 있었다. 세리아가 가지고 있는 검에 대한 열정은 진짜였다.

그러나 그 외의 선택지가 주어졌던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명백히 다르다. 나는 그 점에 대해 씁쓸함을 느꼈다.

연민하지는 않았다. 모든 인간은 제각각의 문제를 품고 사는 법이었으니까.

어쩌면 세리아도 나를 보고 그러한 감상을 품었을지도 몰랐다. 천재에게 재능 없는 인간이란 연민 혹은 멸시의 대상일 뿐이었다.

다만 선배로서, 후배에게 몇 가지 조언은 던질 수는 있었다.

“다음에 시내로 나가자.”

“마수 토벌인가요?”

세리아의 말에 나는 혀를 차는 수밖에 없었다.

아카데미에 상주하는 인원은 수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재학생 중 절반 이상이 귀족이고, 평민 출신 중에도 부유한 상인을 부모로 두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당연히 아카데미 부지 내에서는 그 어마어마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아카데미 외곽에는 ‘시내’라고 불리는 상점가가 존재했다.

그 규모는 꽤 컸다. 아카데미가 뿌리는 돈이 워낙 많다 보니 각국의 상인들이 몰려든 덕이었다. 게다가 아카데미는 대륙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워프 게이트도 존재하기에 교통의 요지로도 손색이 없었다.

말하자면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하나의 도시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좋았다. 그리고 20대 젊은 청춘들이 시내에 나간다고 하면, 그 목표는 대개 하나였다.

놀러가는 것, 그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세리아는 이마저도 ‘마수 토벌’을 가자는 뜻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시내에는 상점가뿐만 아니라 워프 게이트도 위치하고 있었으니까. 때때로 아카데미의 재학생 중에는 짬을 내서 마수 토벌 의뢰를 수행하는 이들도 있었다.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내가 하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자, 세리아는 이를 암묵적 동의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멋대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깨달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최근 훈련만으로는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는 마수 토벌을 다니기도 했지만, 저학년은 마수 토벌이 금지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이안 선배와 함께라면, 허가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멋대로 납득하고 멋대로 감탄하는 세리아를 앞에 두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어 이마를 짚었다.

결국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가장 담백한 한 마디였다.

“……그래, 마수 토벌은 아니지만 아무튼 시내는 한 번 나가보자.”

혹시 함께 갈 친구가 없어서 모르는 걸까, 나는 그녀에게 시내의 곳곳을 안내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리아는 예상 외로 조급해 보였다.

그녀의 혹독한 훈련 또한 그러한 조급증으로부터 오는 듯했다.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르지 않으면,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강박과도 같은 공포.

아무리 힐링 포션으로 치료하더라도, 강도 높은 훈련은 그 이상의 부상 위험을 수반한다. 어느 날 세리아가 발목을 접질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 흑?!”

세리아의 옆에서 함께 검을 휘두르고 있던 나는, 그녀의 가냘픈 신음을 듣고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세리아가 발목을 움켜쥔 채 주저앉아 있었다.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부상에 익숙하지 않은 검사는 없었으니까. 나는 그녀에게 급히 다가갔다.

“괜찮아?”

“네, 잠시 발목을… 크으…….”

제대로 꺾인 모양이었다. 세리아의 발목 부근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아직 부풀어 오르지는 않았지만, 곧 부풀어 오를 것은 명약관화해 보였다.

염좌였다. 나는 품에서 상비약을 꺼냈다.

“괘, 괜찮습니다. 힐링 포션을 먹으면, 이까짓 상처쯤… 흐약?!”

그녀의 말을 더 들을 필요는 없었다. 발목에 연고를 바르니 차가운 감촉에 세리아는 귀여운 비명을 내질렀다.

차가운 인상이던 그녀의 입에서 그러한 소리가 흘러나오니 묘한 즐거움이 있었다. 나는 일부러 마사지하듯 그녀의 발목을 문질렸다.

“크으, 흐… 서언, 배애…….”

고통과 쾌감이 공존하는 울먹임에, 나는 그제야 세리아를 놔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아무리 부상에 익숙한 인간이라도, 일단 아프면 눈물이 찔끔 나는 법이었다. 부상부위를 누르듯 문질렀으니 아플 만도 하지.

세리아의 눈동자에는 옅은 원망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어쩌겠는가, 내가 선배인데.

나는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엄살은, 그리고 무슨 힐링 포션을 마셔? 아무리 힐링 포션이 효과가 좋아도 만능은 아니야.”

세리아는 내 말에 조금 불퉁한 표정을 지었지만, 반박을 하진 못했다. 내 말이 전적으로 옳았으니까.

웃으면서 시작된 내 목소리는, 슬슬 타박하는 어조로 달라지고 있었다.

“아무리 힐링 포션이라도 관절에 누적되는 피로까지 모두 해소할 수 없다는 거,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래서 훈련 강도도 조절해야 하는 거고. 왜 그렇게 조급한 거야?”

그러면서 나는 품에 넣고 다니던 깨끗한 무명천을 꺼냈다. 혹시나 해서 훈련 때마다 들고 다니는 건데,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근처에 굴러다니던 짜리몽땅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부목으로 삼았다. 그때까지도 신음만 몇 번 흘리던 세리아는, 곧 내 시선을 피했다.

“……이기고 싶은 상대가 있어요.”

“4학년이냐?”

올해의 수렵제, 마지막 기회.

짧은 단서였지만 추론할 만한 내용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내 무심한 질문에 세리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조금 답답한 기분이었다.

“세리아, 아카데미가 네 삶의 종착지는 아니야. 세상은 아카데미 바깥에 있어. 졸업하고 나서도 얼마든지 겨룰 기회가 있을 텐데, 굳이 지금처럼 조급할 필요가 있을까?”

“더 멀리 나아갈 테니까요.”

이제는 내가 침묵할 차례였다. 그녀의 발목에 댄 부목을 단단히 묶고 있던 나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세리아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비스듬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서 비치는, 절망과 열패감.

그녀는 입술을 짓씹고 있었다. 강한 확신을 담아.

“시간이 갈수록, 그 사람은 더 멀리 나아갈 거예요. 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떻게 확신하지?”

“그녀가 곧 유르디나니까.”

나는 다시 침묵을 택했다. 세리아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그 음울한, 그늘진 얼굴을 보라.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얼굴이었을 테지. 누구나 그러한 얼굴을 하나쯤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목에 붕대를 감았다.

쓰라린 통증이 느껴질 텐데도 세리아는 자그마한 신음 하나조차 흘리지 않았다. 단지, 고개가 푹 떨구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적통과 천출이, 차별 없이 평가받을 수 있는 곳은 오직 아카데미뿐이에요. 이안 선배.”

세상은 아카데미 바깥에 있다.

나는 무심코 세리아에게 던졌던 그 말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그리고 붕대를 더욱 단단히 동여맸다. 그것만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으니까.

세리아에게, 세상은 그토록 잔혹한 곳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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