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래에서 온 연애편지-21화 (21/649)

〈 21화 〉 1. 첫 번째 편지(21)

* * *

죽을 뻔했다. 나는 잠시 멈춰 두었던 호흡을 거칠게 터트리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마지막은 순 도박이었다. 통할지 통하지 않을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던 전략.

바로 ‘죽은 척’이었다.

통상적으로 ‘죽은 척’은 둔한 맹수한테나 통하는 방식이었다. 마수처럼 감각이 날카로운 맹수를 상대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숨을 멈추어도 심장은 뛴다. 살아있는 자 특유의 기척이란 그토록 간단히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 흔적이 희미해도 마수처럼 감각이 예민한 짐승들은 삶과 죽음을 분간해낼 수 있었다.

그래서였다. 내가 죽은 척을 하기로 한 건.

숲의 우두머리쯤으로 보이는 마수였다. 강하고 영리했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숲에서는 매년 수렵제가 열린다. 저만한 크기의 마수가 존재했다면 이미 작년의 수렵제 때 처리되었을 터였다.

대륙 어디를 가도 환영받는 인재 수백 명이 조를 이루어 온 숲을 들쑤시는데, 저 거체를 어디에 숨길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나이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대륙에 이름을 날리는 악독한 마수들과 어깨를 견주기엔 너무나 어린 나이였다.

게다가 우쭐해서 창자를 쏟은 제 ‘사냥감’들을 자랑하는 꼴을 보면, 오만하고 뽐내기 좋아하는 성격인 듯했다.

그러한 성미를 가진 존재들은 인간이든 짐승이든 자기과신이 심한 법이었다.

내가 지친 기색을 내보일 때마다, 놈은 더더욱 흥분했다. 짐작하기로는 내가 난생 처음 만나는 맞수인 듯했다. 그러한 적에게 승리를 앞두고 있으니, 숨길 수 없는 야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도박을 걸어 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죽은 목숨이었다.

차라리 그 목숨을 판돈으로 도박을 걸 수 있다면, 그 편이 더 이득이었다. 그래서 나는 온몸에 마력을 두른 채 일부러 늑대에게 일격을 허용했다.

솔직히 그 무시무시한 충돌에 몸이 허공을 나는 순간, 속으로 조금 후회했다.

그만큼 강렬한 충격이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에 처박히고, 몸이 주르륵 미끄러진 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 단순히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신이 돌아온 순간, 나는 무심코 숨을 크게 들이마시려다 가까스로 참아냈다.

숨이 막혔다. 당장 호흡을 하고 싶었다. 살아 움직이는 충차에 얻어맞은 몸 구석구석이 산소를 간절히 요구했다.

그러나 참았다. 호흡을 진정시키지도 않았고, 전투의 흥분으로 달아오른 심장 박동도 최선을 다해 냉각시켰다.

그래도 숨결은 새어나오고, 심장은 뛴다. 그것이 산 자의 숙명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를 눈치 채지 못할 놈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게는 믿고 있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엠마가 준 물약, 그 약효는 바로 기척을 감추는 것.

기척이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소리도 그랬지만, 움직임이나 살기 등 수많은 요소가 결합되어 ‘기척’으로 통틀어진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요소는, 바로 숨소리나 심장 박동과 같은 청각적 자극이었다.

몸을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엠마의 물약은 그 숨소리와 심장 박동을 극도로 감소시키는 효력이 있었다.

처음 물약을 먹고 늑대들을 기습할 때,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몸의 움직임이 둔해진 것 또한 그러한 까닭에서였다. 그야말로 몸이 붕 뜬, 유령이 된 느낌.

놈도 이를 경계하지 않은 것은 아닐 터였다. 놈의 부하를 10마리나 격살시키는 과정에서 기척을 숨기는 물약은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전투의 흥분으로 뇌가 달구어지고, 숨겨두었던 야성이 깨어나면 그러한 사실쯤은 간단히 잊어버리고 만다.

아무리 똑똑해도 짐승은 짐승이었다. 기억력이 그렇게 오래 갈 리도 없고, 본능에 저항할 수단이 많지도 않았다.

네임드급이었다면 또 몰랐다. 그러나 놈은 어디까지나 아직 이름을 가지지 못한 미성숙한 마수에 불과했다.

그러니 시도해볼 만한 계획이긴 했다. 다만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야말로 도박수.

그 도박의 결과가,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허망하게 바라보며 울컥울컥 피를 쏟아내는 늑대의 모습.

놈이 황홀한 눈으로 내 몸을 살피고 있던 사이, 검에는 서서히 마력이 맺혔다. 더욱 강인하고, 날카로운 마력의 칼날.

내 인생에서 이처럼 찬란한 빛을 검에서 피워 올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 전투를 계속할수록 내 오러는 끊임없이 채도를 더해 갔다.

그 절정이, 지금 늑대의 목을 관통하고 있었다.

밀도 높은 근육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힘을 주어 미는 대로, 그대로 살갗이 찢겨나가는 감각.

늑대는 마지막 발악인지, 앞발을 허우적거리며 나를 습격하려 했다. 그러나 내가 아래에서 받치듯 검을 밀어 넣자, 비명과 함께 앞발의 힘이 풀렸다.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늑대의 축축한 숨결이 점차 잦아들었다. 생명이 꺼져 가는 그 느낌, 처음에는 불쾌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나는 이를 악문 채로, 헐떡이며 말했다.

“엠마도, 허억… 엠마도 이렇게, 하악, 이렇게 말없이 쓰러졌나?”

늑대는 대답하지 못했다. 목이 통째로 꿰뚫린 상태였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나는 그 침묵이 참을 수 없이 역겨웠다.

우드득, 목을 관통한 검신을 빙빙 돌리자 뼈가 어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늑대의 입에서 더욱 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눈앞에 상냥한 미소를 짓던 엠마가 스쳐 지나갔다. 신전에서 기도조차 하지 못하고 울부짖던 그녀의 아버지도.

내 눈동자에 더욱 짙은 살기가 어렸다.

“그래서, 하억… 그래서, 허억, 나도 죽은 줄 알았나? 응?”

늑대의 몸이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끝났다. 죽기 직전이었다.

놈의 몸을 떠받치듯 목을 꿰뚫고 있던 칼이, 그제야 뽑혀 나왔다.

마치 폭우가 내리듯 피가 쏟아져 내렸다. 촤악, 하고 핏물이 흙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비틀거리며 비켜서자,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늑대의 몸이 땅에 널브러졌다.

신음하는 늑대의 눈이, 초점이 풀린 채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애원하는 듯 보이기도 했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도 보였다.

울컥, 하고 가슴에 응어리졌던 분노가 솟구쳤다.

이대로 산 채로 배를 갈라 창자를 쏟게 만들고 싶었다. 엠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었다.

실제로 그러려고도 했다. 칼을 쥔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대로 그 부드러운 배를 갈라, 내용물을 땅바닥에 쏟게 하기 직전.

마수가 배를 갈라놓은 시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마수였다. 장난처럼 생명을 희롱하고, 고통을 주길 즐기는 존재들.

그리고 나는 마수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시골 자작의 차남이자, 제국이 자랑하는 아카데미의 3학년 이안 페르쿠스.

결국, 나는 늑대가 배를 내보이도록 차버리려던 발을 멈칫했다. 대신 숨을 가다듬으며, 두 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마력이 맺힌다. 은빛의 오러, 내 심상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네가 뱉은, 허억, 그 옷가지의 주인 말이야…….”

놈이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신음조차 희미해져 가고 있었으니까. 단지 그 시선이 조금 꿈틀거리는 듯 느껴지기는 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검을 내리찍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 사람이… 하악, 널 죽인 거야… 반드시, 기억해라.”

그것이 엠마를 위한 유일한 복수가 되길 바라면서.

그리고 팍, 하고 다시 피가 튀었다.

근육에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칼날은 늑대의 목을 반쯤 가른 채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죽어가던 질긴 생명에 안식을 선물해 주기에는 말이다.

늑대의 마지막 호흡이 잦아들고, 그 눈에서도 생명의 눈이 온전히 사그라지는 것을 확인한 그 순간.

내 몸이 쓰러지듯 무너져 내렸다.

이제, 한계였다.

**

데렉 교수는 세리아에게 말을 전해들은 그 순간부터,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눈앞에 나무가 많으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폭탄이라도 맞은 듯 눈앞의 나무들이 싸그리 터져 나갔다.

그는 노련한 검사였다. 세리아의 상태를 보자마자 대략적인 상황을 추론해 낼 수 있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세리아는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마수들이 이안과 세리아를 습격했고, 이안은 세리아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보내고 증원을 요청했다.

하급 마수는 아닐 터였다. 그랬다면 세리아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내달리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그저 그런 수준의 마수였다면 지원을 요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안과 세리아, 그 둘이서 어떻게든 처리하려 들었을 테니.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이안의 목숨이 위험하다.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마자 데렉은 전력을 다한 질주를 시작했다.

마수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데렉은 잘 알고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온 대륙을 헤매며 수많은 마수들을 사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렉은 아직도 마수를 상대할 때마다 긴장을 풀지 않았다.

이안은, 데렉의 제자였다.

물론 아카데미의 모든 제자가 소중했지만, 그는 요즘 들어 특히 데렉의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그조차도 알 수 없는 보법으로 세리아를 압도하더니, 그다음 주에는 살기가 한풀 꺾인 채 돌아왔다.

실력도 예전으로 돌아왔나 했더니, 데렉의 조언 한 마디를 어떻게 새겨들어 무승부를 얻어냈다. 그리고 저항 불가능한 상태의 후배에게 아량을 베푸는 그 도량까지.

심지어 요즘은 그 ‘싸가지 없는’ 세리아와 어울려 다닌다고 들었다. 오늘 조를 이루는 걸 보니 그 소문이 사실인 듯했다.

훌륭한 자세였다. 세리아도 그를 묘하게 따르는 듯하고, 이안 앞에서는 유독 고분고분한 것이 혹시 그 ‘유르디나의 싸가지’에게도 봄이 왔나 싶어 내심 흐뭇하게 여기던 차.

설마 이러한 사건이 터질 줄이야.

안일했다. 아무리 숲이라고 해도, 수렵제를 앞둔 만큼 고위 마수의 발생도 염두에 두었어야 했는데.

데렉은 제발 이안이 살아있기만을 바랐다.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져도 좋았다.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강구하면 되니까.

데렉은 어른이었고, 책임을 회피할 만큼 비겁하지도 않았다. 그에 따른 마땅한 지출은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죽은 자는 무슨 수를 써도 되살릴 수 없다. 그러면 죽은 제자 앞에서도 면목이 없고, 그 가족들과 친구들 앞에서도 고개를 들 수 없을 터였다.

어느새 짙은 혈항이 데렉의 코끝을 스쳤다. 데렉은 더욱 애가 탔다.

제발 이 코를 찌르는 피 냄새가 이안의 것만은 아니기를, 그렇게 간절히 염원하며 어느 공터에 들어선 순간.

데렉의 몸이 우뚝 멈춰 섰다.

피투성이였다. 주위에는 거대한 늑대의 사체들이 즐비했다. 얼핏 보기에도 한두 마리는 아니었다. 숫자를 세어 보니 10마리.

상상 이상의 숫자였다. 그가 알고 있는 이안이라면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그런데 어째서, 이 공터에는 마수들의 시체만이 즐비한가.

데렉은 홀린 듯 걸어, 무릎을 굽히고 마수들의 시체를 자세히 살폈다. 바지가 핏물로 더러워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마수 사냥꾼 출신이었으니까.

사인의 대부분은 기습이었다.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치명타를 허용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몸싸움은 있었을 터였다.

그 와중에도 터져 나오는 비명을 이를 악물어 참고, 다음 사냥감을 기다리기 위해 몸을 숨겼을 테지.

노련한 마수 사냥꾼인 데렉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러한 광경이 그려졌다. 데렉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처절했을 싸움에 동정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적확한 판단이었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다수를 상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몸을 숨겨 기습을 감행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비명을 내지른다? 그러고야 싶겠지만 그러는 순간 목숨을 잃을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안은 옳았다. 하지만 그것이, 정녕 실전도 몇 번 겪지 않은 아카데미 재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인가?

기억의 저편에서 어느 날 보았던 이안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그날따라 피곤한 눈을 하고 있던, 그 금빛 눈동자.

숙련된 살인자의 눈이었다. 데렉이 그렇게 넋을 놓고 있을 때였다.

숨을 헐떡이며 자그마한 인형 하나가 공터로 난입했다. 등 뒤로 묶어 정리한 검은 머리카락, 활달한 인상이 귀여운 소녀였다.

셀린 하스터. 그녀가 데렉을 쫓아온 것이다.

그녀의 눈이 다급하게 주위를 훑었다. 따라오는 동안 이미 초조함이 극에 달했는지 필사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주위를 몇 번이고 살피던 셀린은, 데렉을 발견하고 애가 닳은 목소리로 외쳤다.

“교수님! 이, 이안 오빠는… 하악, 이안 오빠는요?”

“이곳에는 없다.”

데렉의 멍한 목소리, 그 담백한 말에 셀린의 표정이 암담해졌다. 데렉에게 가세하려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도착한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다.

이안의 일로 눈이 돌아간 셀린과 달리, 학생들은 그 공터에 들어서자마자 데렉과 비슷한 감상을 느꼈는지 주춤거리고 말았다.

참혹한 광경이었다. 치명타로 인해 단숨에 목숨이 끊어진 늑대들도 있었지만, 몇몇 늑대들은 도끼로 수도 없이 내려찍힌 듯 머리에서 뇌수와 피를 질질 흘리며 죽어 있었다. 땅바닥에 코를 처박고 죽은 늑대도 보였다.

마음이 급한 건 셀린뿐이었다. 그녀가 입술을 짓씹고, 어딘지도 모를 방향으로 뛰어가려던 그때.

“따라와라.”

데렉은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묘한 확신이 담긴 목소리에 학생들이 어리둥절한 시선을 교환했다.

셀린은 데렉이 걸어가는 방향을 살피더니, 조급해서 견딜 수가 없는지 그 방향으로 먼저 뛰쳐나가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와 데렉이 다시 마주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머지 않은 공터에, 셀린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다음으로 도착한 데렉도, 그 이후에 차례로 도착하는 학생들도.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금빛 눈동자를 가진 검은 머리의 사내가 주저앉아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하는 느낌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늑대에게 등을 기댄 채로.

땅이 핏물에 잔뜩 절어 있었다. 눈을 감은 늑대에게서는 어떠한 삶의 증거도 엿보이지 않았다. 시체가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가 사냥했단 말인가?

모두의 시선이 사내를 향하는 건, 필연적이었다.

그는 복슬복슬한 털의 푹신함을 음미하고 있었는지, 몸을 푹 파묻고 있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숨을 헐떡이다가, 지친 눈빛을 모두에게로 향했다.

그의 손이 힘없이 들려졌다. 나름 반가움의 표시인 듯했다.

“……너무 늦으셨잖습니까, 데렉 교수님.”

그 말에는 흐릿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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