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7화 〉 5. 빵과 비수(25)
* * *
여인의 침소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장소였다.
방은 집 이상으로 좁고 밀폐된 곳이다. 온전히 개인에게 주어진 공간에서는 온갖 사생활이 만들어졌다.
델핀 선배의 침실도 마찬가지였다.
옅은 조명이 말간 주홍빛을 흩뿌렸다. 시린 달빛이 창문을 투과하며 내리쬐고, 향긋한 주향이 단내를 풍겼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 여인이 매일 밤 잠을 청하는 침대.
그곳에서는 때 아닌 열풍이 불고 있었다.
다름 아닌 ‘나’라는 불청객에 의해서.
벌써 후각은 마비된 지 오래였다.
내 코끝을 찌르는 이 향기가 델핀 선배의 체향인지, 술 냄새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새하얀 나신만이 내 시야를 가득 채울 뿐이었다.
나는 더듬거리며 델핀 선배의 풍만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부드러운 탄력감이 전해졌다. 델핀 선배는 나와 입술을 겹치며 애써 신음을 참아냈다.
“흐읏, 응, 으응…….”
나를 감싸 안는 그 가녀린 팔이 덜덜 떨렸다.
난생 처음 겪는 자극에 당황한 듯했다. 그토록 적극적으로 꾀어내다니, 정작 실전에 들어가니 이처럼 부끄러움을 탈 줄이야.
그 점이 의외이면서도 매력적이었다.
나는 지금 나를 추동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단순한 욕망인가.
아니면 지금껏 숨기고 있던 애정인가.
혀를 얽어오는 델핀 선배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그 애달픈 신음 소리를 맑은 침과 함께 흘려냈다.
어설픈 키스였다.
델핀 선배뿐만이 아니었다. 내게도 이 모든 것이 낯선 경험이었다.
말캉거리는 살덩어리들이 뱀처럼 뒤얽힌다. 혀의 아랫부분을 긁어낼 때마다 델핀 선배의 팔에 이는 떨림이 강해졌다.
그리고 가슴을 거칠게 움켜쥐고, 그 첨단을 꼬집을 때마다 델핀 선배의 입에서는 간절한 신음이 흘렀다.
마치 걸음마를 막 뗀 어린아이처럼 나는 그 모든 반응을 학습했다.
델핀 선배의 몸은 훌륭한 교재였다.
어느덧 그녀의 허벅지는 착 달라붙어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델핀 선배의 몸에 가해지는 자극이 한계에 달했다는 뜻이었다.
내 손이 델핀 선배의 가랑이 사이를 향했다.
본능적인 판단이었다. 내 몸은 욕망에 지배받은 지 오래였다.
나는 손을 가로막는 허벅지의 단단한 저항이 답답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연분홍빛 첨단을 꾸욱, 하고 힘주어 꼬집었다. 델핀 선배는 또 다시 견디지 못하고 야한 소리를 흘렸다.
“흐읏, 으으으응! 자, 잠깐…….”
“벌려요.”
단호한 음색이었다.
내 열기가 담긴 목소리에 델핀 선배는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델핀 선배의 요망을 일일이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긍정하는 쪽은 델핀 선배의 입이 아니라 몸이었다.
여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솔직하지 못하다. 오로지 몸만이 진심을 드러낼 뿐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나는 그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델핀 선배가 머뭇거리자, 나는 더욱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벌리라고.”
완연한 명령조였다.
그제야 델핀 선배는 주춤거리면서 허벅지를 열었다. 수치심을 느낀 탓인지 그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나 시선은 피해도 헐떡이는 숨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흥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참 귀찮은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
붉은 속옷 너머에 옅은 얼룩이 져 있었다. 나는 그 위를 손가락으로 누르듯이 미끄럼질을 했다. 놀라울 만큼 축축이 젖은 균열이었다.
천 너머인데도 미끄러지는 감촉이 색달랐다. 그중에서도 미세하게 솟아오른 감촉이 느껴져서,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곳을 눌렀다.
델핀 선배가 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그때였다.
“흐읏, 윽?!”
델핀 선배의 몸이 움찔 떨리며 허벅지가 다시금 바짝 붙었다. 그러나 이미 은밀한 곳의 침공을 시작한 내 손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깜짝 놀란 진홍빛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는 직감했다.
이곳이 여인의 약점이라고.
내 손이 여인의 젖은 속옷 안쪽을 파고들었다. 흥건히 젖은 안쪽으로, 내 손가락이 다시금 미끄러지며 솟아오른 지점을 탐색했다.
찰박이는 물소리가 음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델핀 선배의 안색이 다급해졌다.
“자, 잠까… 흐읏?! 아흐… 느, 느낌이 이상, 흐이이잇?!”
꾸욱, 하고 나는 다시금 찾아낸 여인의 약점을 눌렀다.
낯선 자극에 순결한 여체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무어라 불만을 말하려는 델핀 선배의 입을 입으로 막아 버렸다.
“흐읏, 응, 으읏?! 흐윽?!”
델핀 선배는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열렬히 나와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혀를 열심히 얽어오는 그 자세가 기특했다.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울려 퍼질수록 델핀 선배의 몸에 이는 경련이 강해졌다.
델핀 선배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반응이 재미있어 나는 델핀 선배의 약점을 살짝 힘 주어 꼬집었다.
그러자 팍, 하고 퉁겨 오르는 여인의 허리.
“흐읏?! 응?!”
“바보네요, 델핀 선배.”
그렇게 대놓고 약점을 드러내고.
내 한심하다는 반응에 델핀 선배는 살짝 울컥한 눈빛을 했다. 그럼에도 델핀 선배가 내게 반항하는 일은 없었다.
그럴 기미를 보일 때마다 약점을 꾹꾹 누르기만 하면 됐다.
집중적으로 약점을 만져지자 델핀 선배는 입술을 깨문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이미 젖을 대로 젖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보다 더 많은 액이 흘러나올 줄은 미처 몰랐다.
여체란 이토록 신비했다.
지금껏 모르고 있었던 게 이상할 정도로.
델핀 선배는 내게 장난감 취급을 당하는 게 분했던지, 오랜만에 반항적인 기색을 보였다.
“나, 나는 유르디나야… 흐읏, 바, 바보 취급이나 당하면서… 히이익?!”
내 손이 다시금 델핀 선배의 약점을 꾸욱 꼬집자, 델핀 선배는 새된 신음을 터트렸다.
결국 델핀 선배는 또 다시 입술을 짓씹으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야 했다. 어느덧 그녀의 손은 내 멱살을 꽉 쥐고 있었다.
취기와 정복감에 도취되어, 나는 말했다.
“바보 맞잖아요.”
그러자 델핀 선배는 예상대로 분한 눈빛을 돌려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머금는 수밖에 없었다.
그 눈동자에 일렁이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제는 짐작이 갔다.
“아, 아니… 흐으읏, 응?!”
여인의 은밀한 부위를 자극하면서, 나는 델핀 선배를 굴복시켜 나갔다.
“바보 맞잖아요? 꾹꾹 눌러주기만 하면 바보 돼서, 야한 소리만 흘리고 있는데.”
“그, 그거어언… 흐읏!”
델핀 선배는 애교 섞인 소리를 내며 반항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달콤한 비음을 듣고 나서, 누가 델핀 선배를 내 상급자라 생각하겠는가.
그녀는 지금 한 마리의 암컷에 불과했다.
오늘 밤이 시작되기 전, 내게 애원했던 대로.
나는 계속해서 델핀 선배를 말로 괴롭혔다.
“앞으로 말 안 들으면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바보 만들기 쉽네.”
“응, 흣, 그, 그러언…….”
“그러니까 말 잘 들어야 해요? 괜히 도발하지 말고.”
“너, 너…….”
“주인님.”
꾸욱, 하고 델핀 선배의 약점을 자극하며 내뱉은 말이었다.
델핀 선배는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신음과 함께 비명을 내질렀다.
“……주, 주인님!”
“그래, 그래야지.”
나는 잘했다는 듯 남은 한 손으로 델핀 선배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델핀 선배의 균열을 마찰시키는 손길에 더더욱 박차를 가했다.
막무가내로 훑어대는 거친 손길이었으나, 흥분할 대로 흥분한 여인은 그마저도 황홀한 쾌감으로 받아들였다.
델핀 선배의 동공이 차차 풀려가고 있었다.
신음을 흘리며, 내 멱살을 쥔 손에 힘을 더하는 그 모습에서 나는 어떠한 신호를 느꼈다.
이제 곧 온다.
무엇이 오는 줄도 모르고, 나는 더욱 거칠게 손을 움직였다. 델핀 선배는 턱까지 덜덜 떨어가며 내게 애원했다.
“주, 주인… 흐읏! 주, 주인님. 주인니이이이임! 응, 응, 읏?!”
“그래, 그래.”
나는 델핀 선배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달콤한 신음소리를 즐겼다.
이변이 일어날 때까지는 얼마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팍, 하고 감전이라도 당한 듯 델핀 선배의 몸이 한 차례 떨렸다. 그리고 온몸의 근육이 수축하더니, 내 멱살이 잡아뜯어지기라도 할 듯 델핀 선배에게로 이끌려졌다.
“으긋, 으, 으으응……!”
무언가를 가까스로 참아내는 소리였다.
파르르 떨리는 절정의 파도는 얼마쯤 계속되었다. 그 후에야 델핀 선배는 지친 듯 온몸에 힘을 빼고 널브러졌다.
헐떡이는 숨소리에서 델핀 선배의 노고가 느껴졌다.
문제가 있다면, 나는 아직 아무런 욕구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어쩌다 델핀 선배를 절정시키긴 했는데,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레토의 여체 강의를 좀 더 들어둘 걸 그랬나?
그렇게 내가 머뭇거리고 있을 찰나였다.
내 몸이 훅 당겨지더니, 정신을 차리자 나는 침대 위로 내던져져 있었다.
그리고 내 위로 올라타는 이는, 델핀 선배.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속옷을 벗어내는 그 손길이 다소 조급해 보였다. 흠뻑 젖은 속옷에서 은빛의 실이 이어졌다.
델핀 선배는 욕망과 복수심이 꿈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주인님… 나만 즐기고 끝내서는 안 되겠지?”
그러면서 델핀 선배는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 손놀림은 예리하고 빨랐다. 어떻게든 방금 전의 굴욕을 되돌려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물론 나는 조금도 주도권을 돌려줄 마음이 없었다.
내 손이 델핀 선배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후려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짝, 하고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델핀 선배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새어나왔다.
“흐윽?!”
델핀 선배의 놀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게 여유로운 목소리를 돌려줄 뿐이었다.
“어서 해 보세요. 늦어질 때마다 벌을 줄 테니까.”
“무, 무슨 벌… 하읏?!”
다시금 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델핀 선배의 상반신이 움푹 굽어졌다.
또 델핀 선배의 턱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 달구어진 숨소리를 들으며, 나는 확신했다.
델핀 선배는 흥분하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