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8화 〉 5. 빵과 비수(26)
* * *
델핀 선배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그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쾌락의 기색이 어리고 있었다.
근거는 명확했다.
델핀 선배는 지금 명백히 흥분하고 있었다.
내게 반항하고,벌을 받으며 굴복당하는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내가 굳이 악당을 자처하고 있는 이유였다.
델핀 선배가 엎어지면서,그녀의 엉덩이가 때리기 좋도록 바짝 들렸다.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짝,하고 델핀 선배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델핀 선배가 깜짝 놀라 자세를 고치려던 사이,나는 몇 번이고 델핀 선배의 엉덩이를 내리쳤다.종래에는 짝,하는 소리와 함께 몇 방울의 액체가 튀었을 정도였다.
애액이었다.
“흐응,읏?!앙,응,읏?!”
그렇게 델핀 선배를 재촉하며 엉덩이를 때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델핀 선배는 결국 어떻게든 내 상의를 벗겨낼 수 있었다.
내 하의를 벗길 때는,일부러 내게 엉덩이를 향하도록 명령했다.
델핀 선배는 공포와 기대가 뒤섞인 눈을 내게 향했다.
그녀가 내게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 벨트를 풀고,바지를 벗길 때까지 델핀 선배는 제 부끄러운 곳을 어김없이 드러낸 채 엉덩이를 얻어맞아야 했다.
푹 젖은 델핀 선배의 균열에 손가락을 넣어보기도 했다.
따스하고 미끄러운 감촉이 전해졌다.그 연약한 살결이 부피감 있게 손가락을 삼켰다.
애액을 끝없이 토해내는 그 균열을 보면서,나는 깨달았다.
이곳이구나.
그 사실을 증명하듯,손가락을 슬쩍 넣고 뺄 때마다 델핀 선배의 입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종류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응,읏,흐응…….”
보다 달콤하고 비음이 섞인 신음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델핀 선배의 은밀한 곳 구석구석을 만지작거리거나,혹은 엉덩이를 후려치면서 시간을 죽였다.델핀 선배가 내 하의마저 벗겨낸 것은 그 직후였다.
갇혀 있던 내 물건이 해방되며 시원한 감촉이 피부에 맞닿았다.
여인에게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솔직히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는 했다.
다만 나는 그 정도로 우는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델핀 선배도 그랬을 터였다.그리고 지금도 델핀 선배는 화들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일순 새어나오던 신음마저 멈췄을 정도였다.
델핀 선배가 조심조심 손가락으로 내 물건을 훑었다.
“크,크다…….”
의외로 귀여운 감상이었다.
숫처녀란 대개 그런 모양이었다.아무리 강한 척을 하더라도 말이다.
나도 이제 슬슬 흥분을 이기기 힘들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붉게 달아오른 델핀 선배의 엉덩이를 짝,하고 때렸다.
“아윽?!”
그리고 델핀 선배의 허리가 곧추 선 사이,나는 델핀 선배의 허리를 잡아당겨 구도를 역전시켰다.
다시 델핀 선배가 아래에 눕고,그 위에 내가 올라탄 모양새였다.
둘 다 처음이라 무얼 어째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판이었다.
나는 우선 본능에 몸을 맡겨 무작정 델핀 선배를 덮쳐 보기로 했다.
내 물건의 끝이 균열에 닿자,델핀 선배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흐으응…….”
그리고 지금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칠어지는 숨결.
델핀 선배의 동그랗게 뜨인 눈이 멍하니 내 물건을 향하고 있었다.뜨겁고 맥박 치는 사내의 물건에 매료라도 되었다는 듯이.
나는 마지막으로 선언했다.
“……합니다?”
그리고 그 한 마디가,내게 남은 한 줌의 죄의식을 일깨웠다.
레토의 말이 자꾸 생각났다.
욕망을 이겨내지 못한 이후,그토록 허무하고 허탈한 적이 없다던 이야기.
나도 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 후회 또한 내 몫이 되는 걸까.
불현듯 되돌아온 이성이었다.
술에 취해 있다 찬바람이라도 쐰 듯 내 머리가 새하얘졌다.내가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델핀 선배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그래…….”
그렇게 말하는 델핀 선배의 진심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델핀 선배는 왜 느닷없이 나와 하룻밤을 보내자고 했을까?
모든 것을 잊고 싶다고 그랬다.
고작해야 그까짓 이유로,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서서히 허리를 내렸다.
물건이 미끄러지며 제 자리를 찾고자 갖은 애를 썼다.손가락을 넣을 때는 몰랐는데,실전을 치르려니 그 위치가 애매했다.
문득 내 눈에 델핀 선배의 얼굴이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흐으,흐으…….”
델핀 선배는 애처로울 만큼 심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뻣뻣이 굳은 몸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두려워하고 있다.
덜덜 떨리는 눈동자가,델핀 선배가 지금 얼마나 연약해졌는지를 증언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갈팡질팡하는 수밖에 없었다.
욕망이냐,이성이냐.
사실 나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었다.
나는 겁쟁이였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책임지지 못할 쾌감을 얻을 용기는 없었다.
끝끝내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거칠게 몸을 침대 위로 던졌다.
델핀 선배의 바로 옆자리였다.
델핀 선배는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팔을 이마 위에 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델핀 선배…그만합시다.”
탈력감이 섞인 고백이었다.
아직도 델핀 선배의 핏빛 눈동자는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래서 나는 조곤조곤 설명을 늘어놓는 수밖에 없었다.
“요즘 많이 힘들다는 거 알아요.아마 제 생각보다도 더 힘든 일이 있었겠죠…하지만 그렇다고 해서,델핀 선배의 첫 경험을 바칠 필요는 없어요.”
“나는…….”
“저를 사랑해요?”
델핀 선배가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나는 진지한 낯빛으로 그렇게 물었다.
대낮에 했으면 웃기지도 않은 농담이 됐을 질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질문이기도 했다.
델핀 선배의 눈동자에 혼란스러운 기색이 어리고 있었다.
나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재차 델핀 선배를 설득했다.
“저는 모르겠어요.델핀 선배를 좋아하는 건지,아니면 단지 욕망에 몸을 맡긴 건지…서로 확신이 없으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내가 바라고 있는데?”
“네,델핀 선배가 바라고 있더라도.”
나와 델핀 선배의 시선이 비로소 평형으로 마주쳤다.
아직도 갈등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델핀 선배를 위해서,나는 흐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델핀 선배는 소중한 존재에요. 고된 현실을 잊고 싶다고 아무하고나 이러면 안 돼요.”
거부할 수 없는 정론이었다.
델핀 선배는 입을 꾹 다문 채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고민에 잠긴 기색이었다. 나는 그녀가 차차 마음을 정리할 때까지 그녀의 곁에 있어 주기로 했다.
다만 델핀 선배가 조금 외로워 보여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몇 번 쓸었을 따름이었다.
그러고 보면 위험했다.
델핀 선배 말고도 내가 건드린 여자는 몇 명이 더 있었다.
예를 들어 성녀라든지, 엘시 선배라든지.
지금까지는 실수였다고 넘어갔으나, 엘시 선배의 고백 이후 나의 사고관도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이제부터 장난이나 실수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았다.
끝까지 간다면 책임을 져야만 했다.
특히 성녀는 그 순결한 육체를 손으로 범하기까지 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천벌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는 범죄였다.
그래도 참을 수 없는 유혹이긴 했다.
그 ‘신성력 주머니’를 우쭐해서 내미는데, 어떻게 건드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델핀 선배의 엉덩이를 때릴 때만큼이나 훌륭한 감촉이었다.
직전까지 온갖 짓을 다하던 여자 옆에 누워서, 다른 여자의 젖가슴 감촉을 떠올리고 있는 내가 참 쓰레기 같긴 했지만.
무엇보다 엘시 선배의 고백에 대한 답변조차 제대로 내놓지 않던 참이었다.
충동적으로 델핀 선배와 하룻밤을 보내면 면목이 없었다.
그나마 마지막에 멈출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나의 이성이 되돌아오지 않았다면, 아직도 가라앉지 못한 내 물건이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몰랐다.
그렇게 여러 잡생각을 하며, 애써 델핀 선배의 육체로부터 눈을 돌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델핀 선배는 모든 고민이 끝났는지, 서서히 입을 열었다.
“……맞아, 도망치고 싶었어.”
내 눈이 흘깃 델핀 선배를 향했다.
델핀 선배는 어딘가 씁쓸한 낯빛을 하고 있었다.
“나도 여자인가 봐, 강한 남자한테 기대서 힘든 현실을 이겨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주인님은 나보다 강한 유일한 남자잖아.”
“검공 어르신이 들으면 웃으실 걸요.”
“아니, 누가 뭐래도 나한텐 주인님뿐이야. 그러니까 아무한테나 안기는 여자는 아니라는 거지… 오직 주인님한테만.”
그러면서 델핀 선배는 어렴풋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괜히 남자를 두근거리게 하는 재주가 있는 여자였다.
나는 다시금 뛰기 시작한 심장 소리를 숨기기 위해 슬쩍 시선을 피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델핀 선배는 나지막한 고백을 이어갈 뿐이었다.
“미안해, 주인님. 내 억지에 어울리게 만들어서…….”
“아닙니다. 그, 저도 좋았으니까.”
나는 다소 쑥스러운 고백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차피 더 남아있어 봐야 할 일은 없었다. 다음날 쓸데없는 오해나 사겠지.
슬슬 침실을 나서야 정상이었다.
그래, 정상이었는데.
훅, 하고 내 몸이 다시 잡아당겨졌다. 어어, 하는 사이에 내 위에는 다시 델핀 선배가 올라타 있었다.
아직까지 우리 둘은 나신이었다.
델핀 선배가 제 은밀한 부위를 내 사타구니 쪽에 비비적댔다.
내 어깨를 짓누르는 델핀 선배의 완력이 강인했다.
마력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오러까지 개화한 델핀 선배에 비해 내 근력은 다소 약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당황해서 소리를 내질렀다.
“데, 델핀 선배! 무슨 짓을……!”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했잖아?”
욕망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델핀 선배는 제 사타구니를 내 물건 위로 비비적거렸다. 내 물건이 델핀 선배의 애액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내 입에서 옅은 신음이 새어나오고, 델핀 선배는 달콤한 소리를 흘렸다.
“이, 이렇게 흥분시켜 놓고… 젖게 만들어 놓고, 그냥 간다고?! 미쳤어?!”
큰일 났다.
욕망의 노예가 된 쪽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듯했다.
델핀 선배는 노골적으로 흥분한 기색으로, 제 물건을 어떻게든 제 안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처녀인 탓에 아직까지 마땅한 성과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봤자 시간 문제이기는 했다.
나는 더욱 기함해서 외쳤다.
“델핀 선배, 정신 차려요! 델핀 선배는 처녀…….”
그리고 푹, 하고 무언가를 꿰뚫는 감각.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젖을 대로 젖은 여인의 안쪽은 무척이나 미끄러웠다. 따스한 압박감이 생경한 자극이 되어 내 척수를 타고 흘렀다.
나는 멍청한 눈빛으로 델핀 선배를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델핀 선배는, 파과의 통증에 옅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승자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아니네?”
이 여자가 진짜.
나는 황당함을 넘어 울컥함을 느끼면서, 델핀 선배를 끌어안으며 침대 위로 내던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앙다문 잇새로 나지막한 경고가 흘러나왔다.
“진짜 각오하세요, 델핀 선배.”
그럼에도 델핀 선배는 자그마한 비명을 내질렀을 뿐이었다.
“꺄아.”
눈 한 쪽을 찡긋하면서.
오늘 밤은 신음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게 하리라.
나는 그러한 각오를 하며 델핀 선배와 몸을 겹쳤다.
비로소 첫 실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