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9화 〉 5. 빵과 비수(27)
* * *
심야의 성은 적막에 잠겼다.
유르디나 가문은 제국의 군권을 상징했다.
무려 만 단위의 사병을 이끄는 자가 바로 유르디나 후작이었다. 더불어 그는 수백 년간 이어진 엘프와의 전쟁을 수행해 온 용장이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병환으로 쇠약해지긴 했으나, 대를 이어온 가문의 저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유르디나 성이 아직까지 ‘난공불락’이라 일컬어지는 까닭이었다.
유르디나 성 곳곳은 보안을 사유로 방음 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혹여 간자가 침입하더라도 유출되는 정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성의 길목마다 버티고 있는 경비병들은 하나같이 정예였다. 오랜 세월 유르디나에 충성을 바친 이들만이 성의 보초를 설 수 있었다.
따라서 유르디나 성에 잠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물며 유르디나의 혈족이 머무는 침소로 향하는 것은 더더욱.
그 예외가 존재한다면, 오직 하나뿐이었다.
바로 침실의 주인이 허락했을 때.
오늘 밤, 델핀 선배는 나와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델핀 선배의 방으로 향하는 복도가 평소와 달리 유독 한산하던 이유였다.
델핀 선배가 어찌나 신경을 썼던지, 문 앞에 이르러서는 자그마한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의 나는 단순한 감상만을 품었다.
델핀 선배가 그만큼 배신자 색출에 유의하고 있구나.
그러나 다시 되짚어 보면, 이 또한 치밀한 계획의 일부가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었다.
오롯이 단 둘만 남은 나와 델핀 선배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입술을 맞추고, 혀를 섞고.
각자의 예민한 살갗을 간지럽히다, 종래에는 하나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 무엇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내 밑에 깔린 델핀 선배가 달뜬 교성을 내지르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이곳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으니까.
그 사실이 밤과 술에 취한 나의 정신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나는 스스로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는 절반 이상 진실이기도 했다.
델핀 선배처럼 매력적인 여인을 두고,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었다. 나는 델핀 선배와 입을 맞추면서도 옅은 신음을 흘렸다.
허리를 퉁길 때마다 질척이는 점막이 얽혀 왔다.
그 묘한 열감과 압박감이 등줄기를 찌르르 울리며 쾌감을 전달했다. 난생 처음이라서 모르겠지만, 델핀 선배의 안은 좋았다.
복잡하던 머리가 새하얘질 만큼.
어차피 지식도, 경험도 모자란 나였다. 이는 델핀 선배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 둘은 욕망에 몸을 맡겨 서로의 육체를 겹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처음에는 고통스러워하던 델핀 선배의 표정이 어느덧 풀려 있었다. 빳빳하기만 하던 내부도 부드럽게 풀려 내 물건을 오물거렸다.
여인의 숨결에 달콤한 체향이 감돈다.
델핀 선배는 달구어진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애정인지, 애욕인지.
다만 꿀처럼 진득한 감정이라고, 나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사고했다.
“으응, 읏… 주, 주인님! 앗, 흣, 응!”
신음을 토해내며 몸을 비트는 델핀 선배는 무척이나 순종적이었다.
직전까지 나를 도발해 오던 여인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단지 내가 허리를 퉁기는 데 맞춰, 교성을 토해내고 있을 뿐.
나는 서서히 델핀 선배의 몸을 알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어디를 괴롭혀야 델핀 선배가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리는지.
그리고 난잡하고 거친 음률보다, 일정한 박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점차 깨우쳐 갔다.
어린 시절부터 몸만 단련해 온 나였다.
요령을 알았다면 이를 실전에 대입하기는 쉬웠다. 나는 시험 삼아 힘주어 내 물건을 뿌리까지 집어넣었다.
팍, 하고 물방울이 튀며 델핀 선배의 등줄기가 휘어졌다.
“흐극?!”
본능적으로 이를 악물며, 눈이라도 까뒤집을 듯 반응하는 델핀 선배.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는 쾌락이 아닌 고통에서 오는 반응이었다.
난감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델핀 선배는 고통 속에서 흥분을 얻는 성향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니 고통과 쾌감의 균형추를 잘 맞출 필요가 있을 듯했다.
나는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가.
가장 단순한 방식을 동원하기로 했다.
내 손이 델핀 선배의 유방을 향했다. 그 정상에 위치한 연분홍빛 첨단을 꾸욱, 하고 꼬집어 당기자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히극?! 으으으읏?!”
델핀 선배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든 말든 나는 힘을 주어 델핀 선배의 가슴을 잡아당겼고,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델핀 선배의 몸이 조금씩 들렸다.
나는 남은 팔로 그 몸을 끌어안으며 들었다.
마치 나와 델핀 선배가 마주앉은 모양새였다.
접합점이 더욱 밀착하며 내 물건이 델핀 선배의 더욱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다. 델핀 선배는 억눌린 숨소리를 터트리며, 내 등을 탁탁 두드렸다.
“하악, 무, 뭐하는… 흐이익?!”
그러나 델핀 선배가 무어라 저항이라도 하기 전에,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자연스레 델핀 선배는 내 허리에 다리를 감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불편한 자세이기는 했으나,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허벅지와 엉덩잇살이 부딪히는 감촉이 훌륭했다.
내가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델핀 선배의 허리가 움직였다.
누워서 할 때와는 달리 내 물건이 더욱 깊숙이 들어가는 감촉이 느껴졌다. 뿌리까지 내 물건을 삼킨 델핀 선배의 안이 놀라서 수축했다.
내 물건을 긁어대는 점막의 감촉에 나는 크으, 하고 신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나는 그대로 델핀 선배를 벽으로 밀어붙여 미친 듯이 박아댔다.
그러자 델핀 선배의 교성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다.
“흐윽! 앗, 앙! 자, 잠까… 흐읏?! 응, 읏, 응! 주, 주인니… 흐으으응!”
델핀 선배의 몸이 옅은 경련을 일으켰다. 델핀 선배가 나를 휘감은 팔과 다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녀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애원했다.
“다, 다 보이, 흐읏, 응?!”
다 보인다고?
나는 델핀 선배가 애써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지점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전신거울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깨끗한 반사면에 델핀 선배의 녹아내릴 듯한 얼굴이 비쳤다.
흐음, 하고 잠시 고민하던 나는 좋은 생각을 하나 떠올렸다.
델핀 선배의 몸을 다시 훌쩍 들고 나는 걸음을 옮겼다. 내 변덕에 델핀 선배는 또 다시 당황해서 버둥거렸으나, 이미 주도권은 내 손에 떨어진 뒤였다.
나는 툭, 하고 델핀 선배를 전신거울 앞에 떨군 후 말했다.
“뒤돌아 서.”
델핀 선배는 그제야 내 의도를 눈치 챈 듯했다.
아직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델핀 선배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그, 주인님? 나, 나는 처음인데…….”
“노예라며.”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델핀 선배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 손길을 따라 델핀 선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니 주인님 말 들어야지?”
날 먼저 도발한 쪽은 델핀 선배였다.
적어도 내겐 델핀 선배에게 복수할 권리가 있었다.
결국 델핀 선배는 주춤주춤 뒤돌아 섰다.
델핀 선배의 새하얀 나신이 거울 앞에 드러났다. 그녀는 못내 부끄러운지, 제 중요부위를 손바닥으로 가리려 들었으나.
내가 이를 그대로 둘 리가 없었다.
나는 꾸욱, 하고 델핀 선배의 등줄기를 눌렀다. 일순 균형을 잃은 델핀 선배가 전신거울을 짚었다.
그리고 델핀 선배의 내부를 침공하는 나의 물건.
부드럽게 꽂히지는 않았다. 델핀 선배가 엉거주춤 허리를 굽힌 탓에 척추가 제대로 내려앉지 못한 탓이었다.
아마도 그럴 터였다. 나도 레토에게 어쩌다 주워들은 지식에 불과했다.
숫처녀들은 이래서 귀찮다나.
정작 나도 동정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허리 위쪽을 눌러 델핀 선배의 상반신을 활처럼 휘도록 교정했다. 그러자 과연 더욱 수월하게 물건이 삽입되었다.
델핀 선배가 넋을 놓고 전신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나는 다시금 델핀 선배의 몸을 번쩍 들어올렸다. 팔을 다리 사이에 끼우자 델핀 선배는 더는 허벅지를 오므리지도 못했다.
델핀 선배는 옅은 비명을 내지르며 제 눈을 가렸다.
“자, 잠깐! 너무 부끄럽…….”
“그런 것치곤 엄청 젖어있는데.”
그 한 마디에, 델핀 선배의 입이 조용히 다물어졌다.
그녀는 조심스레 제 눈을 가리고 있던 손바닥을 내렸다.
거울에 비치는 나체는 음란하기 그지없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볼과, 흠뻑 젖은 접합부, 그리고 단단해진 유방의 첨단까지.
델핀 선배는 그토록 야한 자신을 처음 본 듯했다.
멍하니, 여인의 눈길이 거울에 고정된다.
나는 푹, 하고 델핀 선배의 안쪽을 다시 찔렀다.
솔직히 말해 무척 불편한 자세이긴 했다. 삽입 자체가 까다로웠다.
그러나 불편을 감수할 만한 보람은 있었다.
팍, 하고 애액이 몇 방울 거울에 튀었다.
그 방울진 액체의 자국을 보며 델핀 선배는 호흡을 재개했다. 더욱 달뜨고, 거칠어진 숨소리였다.
델핀 선배의 핏빛 눈동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주르륵, 하고 뻐끔거리던 접합부의 틈새로 액체가 흘러내렸다.
델핀 선배가 흥분할 대로 흥분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
여인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더는 흐트러질 수 없을 만큼 흐트러졌다.
나는 흐릿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거 봐, 바라고 있었잖아.”
“……흐읏.”
그리고 델핀 선배가 슬쩍 몸을 떤 순간.
팍, 팍, 팍.
나는 연달아 허리를 퉁기며 델핀 선배의 안쪽을 찔러댔다. 그러자 델핀 선배는 여태껏 들었던 소리 중 가장 커다란 교성을 터트렸다.
“하으읏?! 응, 읏, 아읏, 아! 주, 주인… 흐으응! 주인니이이임!”
불편한 자세라서,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으나.
어차피 상관은 없었다. 델핀 선배가 그보다 먼저 절정에 도달할 듯했으니까.
델핀 선배의 손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이 또한 불편한 자세였으나, 델핀 선배는 이를 신경 쓸 기력조차도 없어 보였다.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헐떡이는 숨소리, 미친 듯이 터져 나오는 교성, 그리고 울컥거리며 치솟는 사정감.
모든 감각들이 소용돌이 속에서 흐트러져 쾌감으로 뭉근히 녹아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아아! 읏, 하앙! 아으, 아, 으응, 하으으으으으으응!”
몸을 부르르 경련시키며, 델핀 선배가 제 폐부에 남은 모든 숨을 짜냈다. 그만큼이나 기나긴 교성이었다.
이를 악물어도 한참이나 새어나오던 그 소리.
푸슛, 하고 델핀 선배의 허리가 퉁겨지며 투명한 물이 새어나왔다.
몇 차례 뿜어진 물이 전신거울을 완연히 적시고 말았다. 나는 무언가 잘못했나 싶어 얼핏 걱정이 들었으나, 이내 그러한 의심을 지워 버렸다.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바르르 떠는 델핀 선배의 몸에서 행복이 느껴졌으므로.
오히려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문 채 크으, 하고 신음을 흘렸다. 울컥거리는 사정이 치솟던 그 순간, 델핀 선배의 점막이 꽉 조여오자 나도 더는 참지 못했다.
나 또한 울컥거리며 뿜어져 나오는 정액을 모조리 델핀 선배의 질내에 토해냈다.
그것이 문제였다.
오늘의 이 충동적인 행위가 과연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문득 두려움이 몰려온 나였으나, 델핀 선배가 비틀거리며 앞으로 쓰러지자 나는 그녀를 붙드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델핀 선배는 전신거울을 짚고 섰다.
헐떡이는 숨소리, 아직도 경련하는 다리가 그녀를 덮친 열락의 파도를 증언했다.
델핀 선배가 내게 물어왔다.
“무, 뭐 했어?”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선이 꽤 날카로웠다.
느닷없는 질문이었으나, 진심을 담은 질문인 듯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뭘요?”
내 반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델핀 선배는 헐떡이면서, 잠시 고심에 잠겼을 뿐이었다.
내가 걱정스러운 안색을 하려던 그때.
“……주인님.”
델핀 선배는 고혹적인 미소를 머금으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엉덩이를 살랑이기 시작했다.
여인의 은밀한 부위가 가감없이 다 보이는 자세였다.
백탁액을 뚝뚝 떨어트리는 균열까지도.
델핀 선배의 몸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그야말로 탐욕스러운 육체였다.
델핀 선배는 묘한 열망이 불꽃처럼 튀기는 눈으로 말했다.
“아직 벌이 부족한 것 같은데…….”
그리고 슬쩍 호선을 그리는 입가.
“이 암노예에게, 부디 예의범절을 알려 주시겠어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웃었다.
대답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날 밤은 오랜 시간 열락의 밤을 보냈다. 델핀 선배가 지쳐, 기절할 때까지.
*
그래서 눈치 채지 못했다.
누군가 하염없이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을 죽인 채로.
여인 하나가 비틀거리며, 도망치듯 문 앞을 떠나고 있었다.
* * *